소설리스트

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08화 (108/253)

108화

##108

걱정 반. 두려움 반.

레온 백작령의 수도는 들썩였다.

“외부와 전쟁이 나면 우린 다 망하다니까! 우리 레온령은 간당간당한 상태라고.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에 전쟁은 무슨 전쟁!”

싸워서 이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니. 이기는 것 다음이 시작이다.

패배한 영지를 식민지로 착취만 할 생각이 아니고서야.

“설마 백작님이 바보도 아니고. 망하려고 전쟁을 벌이겠어?”

“그 망할 백작님이 어린아이라고!!!”

“너도 그때 좋아했잖아. 백작님이 도착했을 때.”

“그건 탱글 님의 신성 마법 때문이라고! 그 신성 마법이 얼마나 극악무도한지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그 말에 누군가 볼을 붉히며…….

“꼬… 꼭 그렇지는…….”

어쨌든 생각이라는 것을 할 줄 아는 식자층은 저마다 삼삼오오 술집에서 토론을 꽃피웠다.

대충 자정이면 끝나는 술집들이 오랜만에 밤손님들을 맞았다.

어떤 술집은 자리가 모자랄 정도.

그들은 한량처럼 보일지라도 그들은 나름 걱정으로 가득했다.

전쟁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오롯이 기득권들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은 먹고는 살만할지 모르나 기득권은 아니었다.

전쟁으로 인한 손실은 결국 백성들이 모두 껴안아야 하는 것.

“생각해 봐! 우리 나약하던 도련님이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배를 타고 왔어. 그뿐만 아니라 그 시녀도 중견급 대기사라더군.”

“그 어린 여자아이가?! 대기사?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정령 갑옷을 입은 자를 뜻하는 대기사의 앞에 왜 ‘大’가 붙을까?

차원이 다른 세계라는 것이다.

각성.

마나 유저에서 마법사나 오러 유저 둘 중 하나가 되는 단계.

아무리 부유한 가정에서 과외를 아무리 해도 서울대를 못 가듯이 각성이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것만 하더라도 평민 사이에는 인생이 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대기사 사이에도 등급이 존재하고. 평생 하급으로 머무는 자가 대다수이다.

또 그런데 성인식도 안 치른 듯 보이는 여자아이가 중견급이라고?

재능이 차고 넘친다는 말.

“이 새끼는 술만 처먹으면 구라냐!!”

조용히 듣고 있던 남자가 소리쳤다.

“미친 지랄! 이번에는 진짜다. 너희들 얼빵하다 못해 입 싼 클타 자식 알지? 그놈이 마타 상회의 넷째인 거.”

“그게 뭐 어쨌다고.”

“마타 상회가 에이에 용병단의 거래처잖아!”

또 다른 친구가 말했다.

이 정도로 말하니 거짓이 아닐 거다.

이미 내일 아침이 되면 도시에 소문이 다 나 있을 터이니.

“진짜 구라 아니지?!”

“내. 부랄 네 쪽을 건다!”

“아니 그게 말이 안 되잖아. 자세히 말해 봐!”

“용병들의 훈련을 점검했다더라.”

참여가 아니라 점검이 되어 버렸다.

애초에 샤로트의 행위는 참여도 점검도 아닌 일탈이었지만…….

당연히 리안은 샤로트의 경험치를 위해 감내하고 있었다.

성장이 끝나면 사고뭉치가 아닌 사고 수습자가 될 터이니.

그녀는 지식을 먹어 치우는 괴물.

호기심은 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다.

“술식 목걸이가 1/3은 깨져 버렸대. 덕분에 때아닌 난리가 났어. 덕분에 도시에 가공된 소형 마석이 바닥이 나 버렸지.”

에이에 용병단의 규모는 200 남짓.

그 정도 인원이 펼치는 술식을 정면으로 부딪쳐서 술식 목걸이를 깨뜨릴 술 있는 사람은 얼마 없다.

기교 없이 정면으로 부딪친 자.

그 자체로 중견급 대전사로 취급받는다.

물론 중견급 정도 되는 인사의 경험이면, 그렇게 무식한 충돌이 아니라 약점을 뚫고 들어갔겠지만.

가끔은 과시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정면충돌을 하곤 한다.

“젠장!!”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심각한 문제다.

새로 취임한 백작의 곁에 국가에서 밀어줘야 할 법한 인물이 겨우 시녀로 붙어 있다.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스랑 제국이 우리 공국을 집어삼키려나?”

의심할 곳은 한 곳뿐이다.

이것은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배후가 있지 않고서야…….

“부유선이야 그렇다 치자. 후원자를 잘 만나고 운이 좋았다 치자고!”

“알아. 네 입 냄새를 맡으며 설명을 들을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고!”

굳이 그런 인재를 옆에 붙였다는 것이 문제다.

중견급 대기사 샤로트.

어린 것도 모자라 여자다.

여자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100명 중 1명과 10명 중 1명의 개념이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관심사가 다른 것이다.

애초에 여자를 떠나 저 나이에 중견급이라면, 추후 마스터 경지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어떤 국가에선 조금만 가능성만 보여도 명예 남작을 남발한다.

마스터는커녕 상급만 해도 어떤 나라든 백작위와 봉토를 기꺼이 내어 줄 것이다.

땅이 없다면 국왕 직할지를 떼어서라도.

“젠장. 그러면 우리 영주님은 죽는 건가?”

제3의 세력이 끼어들었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이득을 취해야 한다.

누가 봐도 리안의 경우는 그런 경우다.

그래.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이득 없이 정말 운이 좋게 누군가의 호의를 사서 부유선을 어떻게 빌렸을지 몰라도 한 세대에 몇 없는 파릇파릇한 희귀한 인재를 옆에 붙이진 않을 거다.

다시 말해 어떤 패권 국가에서 작업을 치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이겠지.”

어쩌면 브루타뉴 공국의 공왕이 바뀔지도 모른다. 샤로트로.

그만큼 사태가 심각한 것이다.

샤로트가 여왕이 되기 위해선 리안이 죽어야 하지 않겠는가.

스토리도 좋다. 어린 나이에 남편을 잃은 상급 대기사 혹은 마스터 여공왕!

“막아야 해! 이러다간 속국이 아니라 식민지가 되겠어.”

주권이 없는 나라 백성의 앞날은 불 보듯 뻔했다.

가뜩이나 속국인 지금 상황에도 이들은 한량이지 않은가.

* * *

자고 일어나니 겨드랑이가 당겼다.

목에 담이 걸린 것보다 훨씬 더 심하게 거슬린다고 해야 하나.

“꿈자리가 더럽네.”

리안이 잤던 방은 과거 리안의 방이었다.

그것에 영향을 받은 듯싶다.

빙의하기 전에는 감수성이 그다지 풍부하지 않았지만, 어린아이의 몸에 빙의를 했다 보니 감정이 풍부해졌다.

어찌 보면 인간은 호르몬의 신호에 지배받는 기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성에 개입을 많이 했다.

그것은 성격으로 나타났고…….

-내 다리 내놔~~!!

라는 악몽을 껐다.

말 그대로 개꿈이었다.

꿈에 나온 그 유령이 진짜라면 내 다리가 아니라 내 몸을 내놓으라고 했겠지.

애초에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이. 꿈에서의 리안이 강시처럼 콩콩~ 뛰며 지금의 리안을 쫓아 왔다.

개꿈 중의 개꿈이었다.

“쓰으벌. 어차피 넌 옛날에 뒈졌다고!”

뭐가 되었던 죄책감이고 나발이고 느낄 수도 없었다.

빙의를 안 했다면 스토리상 100% 죽는다.

똑똑!

한참이나 침대에 걸터앉아 멍하니 있으니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백작님. 시중입니다.”

이 매너 없는 놈들은 허락도 없이 들어왔다.

알고 있다.

이들은 고용인이 아닌 노예 계급.

일종의 도구이다. 냉장고, 세탁기, 티비 라디오와 같은… 아니 훨씬 비싼.

티비나 냉장고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급이네.’

두 노예 모두 특정 부위에 따라 보라색이 심하게 번져 있었다.

싫어하는 것을 많이 강요한 결과거나 세뇌 작업이 서툴렀을 수도 있고.

원래는 인간이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인간으로 보기 힘든 존재들이다.

“목욕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식사를 먼저 하시겠습니까?”

“됐어. 나가.”

시골 백작가라 그런지 기본이 안 되어 있다.

저 노예 각인은 리안을 1순위로 변경되지 않은 상태.

다시 말해 암살의 위험이 있는 것이다.

물론.

“으하아암~!”

리안의 옆에 샤로트가 자고 있었다.

물론 뭔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여긴 아직 위험하다구욧!

이라며 호위를 위해 그런 것이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심 때문인지 나름 예상을 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다리 좀 그만 놔주지!”

“어멋~!”

분명 침대에 선을 그어놓고 넘어오지 말라 했음에도 언제 넘어왔는지 리안의 다리를 껴안고 있었다.

‘내 다리 내놔는 샤로트 때문이었나. 젠장.’

그 밖에도.

“아이고!! 허리야! 삭신이 쑤시네. 뭔 소파가 이리 작아!”

부선장은 소파에서 잠들었다.

샤로트의 말을 듣고서 자신도 이곳에서 자겠다고 한 것이다.

“당연히 제 방이니까 제 체형에 맞춘 소파라서 그런 거죠.”

부선장은 거대한 덩치의 몸을 작은 소파에 구겨서 잤다.

“밥이나 먹으러 가요.”

식사 또한 고잉미샤호에서 직접 해서 가지고 왔다.

취임 초기엔 굴러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

백작 부인과 재상이 리안에게 굴복한 상태라지만, 또 다른 세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궁전을 완전히 장악하기 전까지는 독살을 가장 조심해야 했다.

“아침을 고잉미샤호에서 가져와서 먹었다더구나.”

“알면서 그러시네요.”

백작 부인의 질문에 리안이 답했다.

“내가 한 번 싹 점검을 했긴 했지만, 조심하는 게 좋긴 하지.”

백작 부인이 나서서 궁전에 의심 가는 것이 없는지 살폈다.

원래 리안이 오기 전까지 어느 정도 장악력이 있던 그녀라 어렵지 않았다.

“오늘 중으로 노예들의 충성 1순위가 너로 각인될 거야.”

“거참. 있는 노예를 안 쓸 수도 없고.”

아직은 현대의 감성이 남아서 그런지 이성을 거세한 노예들을 보면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귀족에게 노예는 필수란다. 말이 새어 나갈 일이 없으니.”

“하긴. 그것도 그렇겠네요.”

사적으로 문란한 귀족이라면 더 그렇겠지만, 대륙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리안에겐 더더욱 그랬다.

“옷이 잘 어울리는구나. 패션의 완성은 역시 얼굴이라니까.”

“진짜 그렇네요.”

백작 부인이 입혀 준 옷을 입고 전신거울 앞에 섰다.

리안의 눈에는 촌스러워 보였지만, 미소년인 터라 아주 개판으로 보이진 않았다.

“준비가 끝난 것 같으니 이만 가자꾸나.”

“네. 빨리빨리 넘기고 전쟁 준비를 해야죠. 보름 안에 끝내야 하니.”

채비를 하고 밖으로 나가니 궁전에서부터 교회까지 병사들과 기사들이 통제에 나섰다.

궁전과 교회의 거리가 제법 있는데도 바닥에는 붉은 카펫이 깔려 있었다.

와아아아~!

리안의 인장 계승식이 있단 소식에 시민들이 구경을 나왔다.

이번에는 반강제적인 동원은 없었다.

어차피 인장 계승식은 백작령의 기득권들에게 인정받는 행사이니.

“며칠만 더 시간을 주셨으면…….”

문제는 그 기득권들이 제대로 모이지 않은 것이다.

그럴 것이 도착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다.

당연히 하급 영주나 훈작들이 올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괜찮아요. 어차피 조만간 얼굴을 볼 텐데. 번거롭게.”

전령들이 총동원령 명령서와 함께 리안의 계승 소식을 가지고 백작령 곳곳으로 떠났다.

“어차피 자문회 사람들은 다 모였으니.”

자문회는 장관들이라고 보면 된다.

대충 그들의 구성은.

집사장은 재무부 장관.

└영지 없음.

재상은 내외무부 장관.

└영지는 있으나 작음.

무관장/기사단장.

└레온 백작령의 최대 곡창지대였으나 리안에 의해 변경. 지금은 이름 모를 기사로 임명.

첩보장.

└영지가 있지만, 백작령 수도에서 지냄. 출장을 갔다가 오늘 도착했다고 함.

마지막으로 궁전 사제는 태양 신 쥬교의 소속으로 대부분의 백작들이 채택하고 있다.

가장 무난한 종교이며 혜택이 많았기 때문.

쥬신의 주교는 교회 밖에 태양 문양이 새겨진 커다란 지팡이를 들고 마중을 나와 있었다.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기쁩니다. 쥬 님의 은총으로…….”

그런데 쥬교 주교의 표정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럴 것이 리안의 뒤에 있는 강력한 기운은 풍기는 소녀 때문이었다.

‘탱글 신의 종인가?!!’

세이나도 주교급이었지만, 마지막 남은 주교라 탱글의 은총이 그녀에게 완전히 쏠려 있었다.

추기경에 맞먹는 신성력.

“네. 반갑네요. 그보다 땀을 왜 그리 흘리시는지.”

리안도 대충 예상하고는 생글생글 웃었다. 그리고 주교가 겨우 들을 정도로 중얼거렸다.

“건강을 위해 살을 좀 빼셔야겠습니다.”

기억나는 것 중 하나가 눈앞의 주교는 얼마 가지 않아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다.

뒤처리 도중 은닉한 재산을 발견하는데, 덕분에 상당히 부패한 교인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조언… 감사합니다.”

리안의 말에 주교는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리안의 뒤에 있던 세이나도 작게 한마디 했다.

“죽음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심혈관 질환은 신성력으로 치유하기 힘듭니다.”

중이 제 머리를 깎지 못한다고. 사제인 주제에 재산 축적에 정신이 팔려 자신의 건강을 챙기지 못한 듯 보였다.

“그런……!!”

그제야 뭔가 자신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걸 눈치챈 주교.

심혈관 질환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치료를 해 본 기억이 너무 오래되어 생각지도 못했다.

워낙 변방의 백작령이라 비만도 거의 없었으니.

“그보다 빨리 의식이나 진행해 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각하!!”

뜨끔한 주교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의식이 끝나면 따로 이야기를 나눠 봐야 할 것 같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