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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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백작령의 수도.
한적한 변경의 도시답게 규모가 그다지 크지는 않았다.
웅성웅성.
그런 작은 도시가 소란스럽다.
“아니 글씨 리안 도련님이 온다던디.”
“말조심하게 이제 백작님이라고!”
다들 단단히 주의를 받았다.
리안이 정당한 계승자이고 단번에 동생들을 굴복시켰다는 것을.
이로써 동생들이 가지고 있는 압박 명분이 사라졌다.
한 번에 한해서 계승 전쟁에 대한 명분이 있는 것이니.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간다니까.”
“지금 오시고 계시다니 직접 보면 알것지.”
도시 사람들은 모두 도시의 입구로 우르르 몰려갔다.
물론 이는 재상이 의도한 바였다.
예산을 짜고 동원령을 내리고 보급 계획까지 바쁜 와중에 리안의 환영식까지 해야 했다.
백작이 되고 처음 궁전에 오는 것이니.
“꽃 사세요. 꽃이에요. 거기 예쁜 누나들! 기사 나으리를 꼬시려면 꽃이 필수예요.”
꽃바구니를 든 꼬마가 돌아다니며 처녀들에게 꽃잎을 팔았다.
평민 여자에게 인생 역전은 기사에게 시집을 가는 것.
“이번에 기사님들도 대거 들어오신다니!! 다들 꽃 사시고 팔자 펴세요~!”
분명 리안이 지나가는 길에 기사들도 함께 지나갈 것이다.
그 기사들 중 마음에 드는 기사가 있다면, 그를 향해 꽃잎을 뿌리거나 꽃을 던지면?
그 기사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운이 좋다면 그 기사도 처녀에게 호감을 느낄 수도 있고.
그렇게 눈이 맞아서 결혼한 평민 처녀와 기사 커플이 대륙에 꽤 많았다.
“이제 곧 리안 레온 백작 각하가 도착할 예정입니다! 모두 계승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가져온 백작 각하를 함성으로 반겨 주세요!!!”
곳곳에 궁전에서 나온 사람들이 소리를 치고 다녔다.
딱히 주민들이 동원된 건 강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율도 아니었다.
불참한 것을 들키게 되면 추후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기에.
“거. 서기관 나으리. 그거 정말입니까? 리안 도련… 아니 백작께서 두 동생을 한 방에 제압했다는 것이?”
“나도 모른다네. 그런데, 보면 알 거라니 지켜보세나.”
사람들은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두그그그그극!!!
놀란 사람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으미!! 뭔가!”
“지진이다. 젠장 지진이야.”
“아아! 내 꽃!!!”
그 와중에 꽃을 떨어뜨린 처녀가 울상을 지었다.
떨어뜨리기만 했다면 다시 주우면 될 일이지만, 당황한 누군가의 발에 꽃이 밟혀 버렸다.
“모두 당황하지 마시오! 백작 각하께서 부유선을 타고 오시니!!”
궁전에서 나온 고용인과 서기관들이 급히 주민들을 다독거렸다.
“진짜로 부유선이다!!”
입구 밖까지 나와 있거나 성벽 위에 있는 자들은 고잉미샤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와중에도 고잉미샤호는 다른 부유선이 다닐 수 있는 길을 내느라 저공 비행하며 땅을 긁어 댔다.
“어어… 저긴 내 땅인데…….”
백성들 중 몇몇이 놀라 까무러쳤다.
부유선이 농지 위를 그냥 지나가 버렸기 때문.
물론 그 이외의 사람들은.
“저게 뭐란가…….”
“부유선이라잔아. 그런데… 진짜 부유선이 저리 생긴 거 맞아?”
“무시무시하구먼.”
철로 덥힌 부유선의 크기와 모양에 다들 압도당했다.
두 동생을 모두 제압했단 말이 단번에 이해가 갈 정도.
쿠궁!
고잉미샤호는 도시의 입구에 근처에서 멈췄다.
[아아~ 땅 주인들은 미안하게 되었다. 앞으로 이 길을 따라 부유선 다닐 것이다. 나중에 궁으로 찾아오면 배상을 할 것이니 그리 알도록.]
도착하자마자 한 말이다.
다른 영주 같았으면, 공익을 위한 것이니 닥치고 감수하라고 했을 것이다.
끼이이익!
리안이 선교의 문을 열고 나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도시 시민들을 동원한 모양이다.
이참에 잘 되었다.
“포트 삼춘!”
“어어. 여기.”
통신마법사 포트는 급히 리안에게 마이크 마도구를 건넸다.
리안은 시민들이 잘 볼 수 있는 갑판에 서서 외쳤다.
[반갑다. 나를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처음 보는 이도 있을 것이다.]
다만, 모두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전 백작의 후계자가 100명이 되는 것도 아니고 달랑 6명이 전부였기 때문.
그중에서 리안은 가장 약한 존재로 알고 있었기에 더욱 뇌리에 남아 있었다.
[내가 늦게 오는 바람에 동생 놈들이 다투고 있더군. 내가 혼을 내놨으니 다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와아아아아아!!!”
시민들이 호응을 해 줬다.
아무리 계승 전쟁이고 전쟁의 특성상 민가의 피해가 적다지만, 전쟁을 반기는 백성은 없다.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자신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기에.
[다만, 악취미를 가진 옆 동네 백작 놈이 신성한 계승 전쟁에 끼어들었다. 그래서 그들을 응징하러 갈 예정이다.]
“……!!”
순식간에 주변이 침묵으로 휩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리안은 계속 자기 할 말을 했다.
[저들이 나에게 선제공격을 했으니 나도 응징할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곳은 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다스리던 곳이었다.]
백성들은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싶었다.
저걸 증명이나 할 수 있을까?
당연히 없다.
운이 좋다면 교회의 자료에 남아 있을 수도 있지만, 이것을 찾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보통 이런 경우 교회에 막대한 돈을 찔러 주고 ‘뭐 없나?’라며 부탁한다.
운 좋게 찾으면 명분이 되겠지만… 리안은 그런 절차 따위는 필요 없다.
[인심을 써서 그 땅을 빌려줬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참으로 파렴치한 자다.]
리안은 고개를 도리도리 젓더니.
[이제는 그 땅을 가져오려 한다. 그러니 그대들은 걱정 말라. 우리는 승리할 것이고. 전쟁의 신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두 팔을 벌려 하늘 위로 올렸다. 그러자.
쮸이이이잉~
리안의 뒤에 있던 세이나가 영혼까지 신성력을 끌어모아 광역 신성 마법을 썼다.
퍼버버벙!!!
모두의 용기를 고취시키는 탱글교의 전용 마법.
이게 조금 잘 받는 사람들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 성적인 쾌락의 끝을 보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은 열렬한 신도로 전환되곤 했다.
전쟁의 신 사제들을 따라 전쟁을 찾아다니며…….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시민들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 함성을 질렀다.
일부 젊은 남녀는 눈이 맞았는지 참지 못하고 손을 잡고는 어딘가로 가 버렸다.
‘출산율에도 도움이 되겠군.’
많이 낳는 것도 좋지만, 유아 사망률을 줄이려면 봄의 사제를 키워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테레지아 여제가 잉태 중인 앙드네드가 태어나면 봄의 사제들이 생겨나기 시작할 것이다.
‘다음에 제국에 들리면, 그녀가 입던 옷이나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잔뜩 챙겨 와야겠어. 그러려면 선물을 싸 들고 가야 하나.’
봄의 기운과 맞아떨어지는 자는 그 물건과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봄의 사제가 될 수 있다.
“이제 궁으로 가자. 지금이야 흥분 때문에 저러고들 있지만, 흥분이 가시면 걱정하기 시작할 거야. 그러니 군사 퍼레이드를 좀 해 줘야겠어.”
리안이 손짓하자 꾸역꾸역 고잉미샤호에 매달려 있던 병력들이 우르르 땅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으하! 이제 좀 살겠군.”
“부유선이 원래 저렇게 떨림이 심한 건가?”
“모르지. 그래도 다시는 못 타겠군.”
길을 만드느라 땅을 긁고 다녀서 그런 거지만, 처음 부유선을 타 보는 자들은 기겁을 했다.
가뜩이나 좁아터진 곳에서 앉지도 못하고 서서 와야 했는데, 진동까지 심하니 아주 죽을 맛이었으니.
“뭣들 해!! 도열하란 말이야!!! 백작 각하께서 지켜보고 계시다.”
용병대장과 기사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과거 군대들은 제식이 따로 없었지만, 최근 전쟁의 양상은 테르시오 진형을 짜는 경우가 많기에 최소한의 제식을 했다.
“병과별로 움직여!!”
리안은 거만하게 코트를 걸친 채 병력들이 도열하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오합지졸이군.”
솔직히 말하면 성에 차지 않았다.
아직 이곳은 국가 간의 총력전이 일어나지 않은 지역이라 느슨하다고 할까.
“우리 배의 얼간이들에 비하면 줄은 잘 맞추는군.”
이번에는 부선장이 말했다.
참고로 해적에게 진형이고 뭐고 없었다.
배 위에서 백병전을 벌이거나 약탈을 할 때 진형 따위가 왜 필요하겠는가.
“육전에 동원될 수도 있으니 시간이 날 때 가르쳐요.”
“응? 나도 모르는데…….”
리안은 이마를 탁하고 쳤다.
아무래도 나중에 군사 교관을 구해서 배에 태우든가 해야겠다.
“주구우우운!! 도열이 끝났습니다!!!”
여전히 이름을 알 수 없는 기사단장이 큰 소리로 외쳤다.
급속 승진을 한 것이 퍽이나 기쁜 모양.
“어. 그래. 가지.”
리안이 옆에 준비된 오토호스 위로 올랐다.
투카카카카~ 부아아아앙~!
아주 소리가 요란하다.
세기바라 우르르 남작이 자신의 모든 정수를 짜내어 만든 기체다.
투캉!!
리안을 태운 오토호스가 그대로 고잉미샤호의 아래로 떨어졌다.
그걸 지켜보던 백성들은.
-오미!! 우리 백작님이 떨어졌다!!
-어머. 어떻게 해!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짧은 찰나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쿠구구궁~!!
멋들어지게 땅에 착지를 하자.
-우리 백작님이 오토호스를 저렇게 잘 타셨나?
고잉미샤호의 높이에서 곧장 착지하는 것은 기사들도 따라 하기 힘든 묘기였다.
“와아아아아아!!”
시민들은 리안의 묘기에 다들 함성을 질러댔다.
이미 용기의 축복을 받은지라 쉽게 흥분을 했다.
투캉~! 투캉~! 투캉~~!
그 뒤로 샤로트를 필두로 고잉미샤호의 오토호스들이 전부 리안을 따라 착지했다.
서커스에 가도 이런 진귀한 장면은 보지 못할 것이다.
리안이 백성들을 위해 서비스를 한 것.
두구구구구!
다만, 기존의 레온 백작령 기사들은 그걸 따라 하지 못했다.
그들조차도 리안이 그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가슴이 철렁거렸으니.
“가자!”
리안은 오토호스에 탄 선원들과 기사들을 대동하고 선두에 섰다.
그 뒤로 고잉미샤호의 해병대가 따랐고. 그다음 징집병과 용병이 뒤따랐다.
와아아아아아!!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리안이 두 동생의 병력까지 손실 없이 흡수했기에 그 숫자가 상당했다.
시민들은 이 정도 규모라면 다른 영지와 전쟁이 벌어져도 밀리지 않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다.
-어머머!! 저기 좀 봐!! 기사님들이다.
처자들은 이때만을 기다려왔다.
높은 곳이나 눈에 띄는 자리는 서로 차지하려 경쟁이 치열했다.
인파에 묻혀 꽃을 던져 봐야 누가 던졌는지 알겠는가.
샤샤샤샤샥!!!!
리안이 지나가 처녀들이 꽃과 꽃잎을 뿌려 댔다.
물론 리안에게 던지는 추파가 아니고 그 뒤에 따라오는 기사들에게 던진 것이다.
-그런데 어린 여자가 둘이나 있어! 기사인 걸까?
-도련님의 또래에 예쁜 걸 봐선 부인이나 후궁일 거야.
-와… 예쁘다아…….
샤로트, 흐리아 민.
그 둘을 본 사람들은 다들 놀라워했다.
아직 어리지만, 크면 분명 미녀가 될 상.
-그보다 저분들도 오토호스를 탔다는 것은… 최소 마나 유저라는 거잖아.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최소 마나 유저라는 것.
애초에 마나 유저들도 어지간해선 오토호스를 몰기 힘들었다.
-저기 저 사람은 뭘까? 저 사람도 기사야?
리안의 바로 뒤에 따라오는 부선장이었다.
워낙 인상이 더럽고 옷도 대충 입은 터라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다만.
-으악! 어떻게 해!! 잘못 던졌어.
어떤 처녀가 부선장의 뒤에 잘생긴 기사가 아닌 실수로 부선장의 얼굴에 꽃을 던진 것이다.
-망했어. 눈 마주쳤어. 나 어떻게 해… 흐잉~!
부선장은 기분 좋게 윙크까지 해 줬지만, 상처를 받은 처녀는 자리에서 뛰쳐나가 버렸다.
“거참. 부선장 아저씨. 왜 다 큰 처녀를 울리고 그래요.”
“허허. 이놈의 인기란. 내가 배에 타지만 않았어도 여자들에게 파묻혀 살았을 것인데.”
“감옥에 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지. 여자들이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을 테니까.”
“경비대가 가만히 있지 않았겠죠. 얼굴로 살인을 할 수 있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신 분이니.”
리안은 뒤를 돌아보고는 혀를 삐쭉 내밀었다.
“흥! 부러우면 부럽다고 할 것이지.”
여전히 자신의 얼굴이 심각하단 것을 잘 모르는 부선장이었다.
“백작 각하아아! 어서 오십시오!!”
궁전에 도착하자 집사장과 재상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리안 도려… 아니. 백작 각하!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집사장이 리안을 보고선 감격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
저건 진심인 듯 보인다.
아마도 몇 안 되는 리안의 지지자 중 한 명일 것이다.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레온 백작령의 집사장이 자작이었나…? 잠깐!’
리안의 머릿속에 뇌리에 스쳐 가는 것이 있었다.
“집사장님. 오랜만입니다. 동생은 잘 있지요?”
아마 이맘때쯤 가출한 집사장의 동생이 돌아왔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