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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05화 (105/253)

1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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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돌아가려는 재상을 리안은 다시 불러들였다.

재상은 또 무슨 일인가 싶어 가슴을 졸이며 돌아왔다.

“백작 각하. 부르셨습니까?”

“어. 그래. 루데악 백작령이 동맹으로 참여했다고?”

아무리 백작이라도 휘하의 남작에게 막말을 하진 않지만, 리안은 아무래도 좋았다.

방금 전까지 적이나 마찬가지였던 사람에게 굳이 존중을 해 줄 이유가 없으니.

“그… 그것이. 정말 몰랐습니다. 저는 백작님이 잘못되신 줄 알고…….”

“아니야. 아니냐. 칭찬하는 거야. 잘했어. 이거 월척이군.”

리안이 생글생글 웃었다.

“저… 그게… 무슨 말슴이신지.”

“자네는 아무래도 낮은 자존감이 문제야. 영지가 너무 작아서 그런가……?”

재상은 남작들 중에서도 영지가 작고 소출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능력이 있어 이전 백작에게 재상으로 임명되었다.

물론 리안에게 재상은 그냥저냥 임시로 쓰는 쩌리지만.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저는 욕심이 없습니다!!”

리안이 떠보는 줄 알고 급구 손사래를 치는 재상.

“자네 참으로 능력도 좋아. 자네 옆 영지와 티격태격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곳을 동맹으로 끌어들이다니.”

재상의 바로 옆 남작령은 루데악 백작령 소속이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벌어지자 루데악을 동맹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 것이다.

“죽을죄를 졌습니다. 백작 각하!!”

여전히 리안이 뭘 원하는지 눈치채지 못한 듯 보이기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진 못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아마도 특성으로 낙천적이란 걸 가지고 있는 모양.

이런 성격의 소유자가 둘째 동생에게 붙어 군사를 일으킨 걸 보면, 케리시안 남작이 평소에 많이 몰아붙이긴 했나 보다.

“아니. 이참에 그 영지를 자네 영지로 편입시키는 것이 어떨까 싶어서 말이야.”

“……??!!!”

“그리 알고 있게나. 그러니 일해라. 빨리.”

“무슨 말씀이신지.”

“총동원령을 내려라. 전쟁이다!”

전쟁은 무관장이 총괄하지만, 그걸 지원하는 것이 재상이다.

징병이나 보급과 같은 것은 행정 업무이니.

“네에?!”

“지금 즉시 궁전으로 먼저 떠나라. 내가 도착하기 전까지 집사장과 전쟁 예산을 편성해 놓도록!”

“아… 알겠습니다. 각하!!”

이제야 일이 심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된 재상.

‘무슨 수로… 그 짧은 시간에 예산을 짜라는 거야!’

약간은 불만이 있었지만, 까라면 까야 하지 않겠는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목이 간당간당하던 그였다.

“아! 너무 골머리를 쌀 필요는 없어. 총동원 5일. 이후 전쟁은 15일 만에 끝낼 테니까. 그리고 여기 모인 용병들을 싸그리 다시 고용하도록. 계약 기간은 한 달로 하고.”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각하!”

재상의 마음은 한결 놓였다.

여기 있는 용병들과 5일 안에 동원할 수 있는 징집병들을 총병력으로 해서 보급을 계산해 넣으면 된다.

집사장과 어찌어찌 머리를 맞대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럼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각하!!!”

“그래. 살펴가게.”

리안이 훠이훠이 손을 젓자 집사장은 쏜살같이 오토호스를 타고 멀어졌다.

호위도 달랑 기사 하나만을 대동한 채.

“모두 타라고!”

리안이 말을 하자 선원들이 고잉미샤호에 오르기 시작했다.

용병들은 멀뚱멀뚱 바라보다 양측의 용병대장이 크게 외쳤다.

“적이었던 저희를 고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도에서 뵙겠습니다. 각하!!”

처형도 약탈도 몸값조차도 받지 않았는데, 곧장 고용까지 해 주다니.

용병들은 거의 보살급 인사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거의 평생의 운을 다 쓴 것만 같았다.

“뭐 해?! 안타고.”

“저… 저희도 말씀이십니까?!”

“그럼 수도까지 집결했다가 다시 행군하게? 그래 가지고 체력이 남아나겠어? 15일. 우리는 15일 만에 루데악 백작령을 점령한다.”

그 말에 용병들은 경악했다.

백작령 하나를 먹는 데 15일이라니.

물론 화력 면에서 압도적이긴 하다.

‘그렇다 해도 수도는 힘들 텐데…….’

부유선이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백작령의 수도에는 마포가 있었다.

아무리 변방의 백작령이라 해도 말이다.

‘그냥 적당히 항복과 배상금만 받아낼 생각인가? 거기에 더해 약탈이 목적이라면 한몫 단단히 챙기겠군.’

전쟁이 일어나면 군대가 가는 길목에 있는 마을이나 도시는 그저 보물 창고 혹은 보급 창고에 불과하다.

그나마 인권을 지켜 주는 지휘관이 ‘앞으로 2시간만 약탈하겠다.’ 이런 식이었다.

“그럼… 감사히 타겠습니다!”

용병들이 우르르 고잉미샤호에 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전쟁에 동원된 징집병들도 오른다.

-으아악! 밀지 마.

-젠장 너무 좁아!

갑판은 인파로 꽉 찼고 앉을 수도 없었다.

급기야 꾸역꾸역 통로에까지 밀어 넣었다.

“인도 기차가 따로 없네. 흐흐. 다들 조금만 참으라고~!”

“음? 인도? 그거 동방의 불굴 제국 아니야? 그런데 기차는 또 뭐냐?”

부선장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귀를 막았다.

“그건 잘생긴 사람만…….”

“안 들려. 안 들린다고.”

“아니 자기가 물어봐 놓곤.”

리안은 조종구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곧장 고잉미샤호를 출발시켰다.

-으아아악!! 너무 빨라.

갑판에 있는 사람들이 쏠렸다.

천천히 출발하는 배려 따위는 해 주지 않았다.

용병과 징집병들 마음속에 차라리 걸어가는 것이 낫다는 마음이 생기려던 찰나.

그그그그그극!!!!

숲으로 돌아온 고잉미샤호가 저공으로 내리깔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추… 추락한다!!

-으으으아아아악! 나 죽는다.

-제발 밀지 좀 마.

-흔들리는데 어떻게 하라고!

완전 아수라장이 되었다.

참고로 재상을 먼저 보낸 이유는 간단했다.

수도까지 길을 내던 걸 마저 내야 하지 않겠는가.

* * *

레온 백작령의 계승 전쟁에 참가했던 기사는 급히 루데악 백작령의 수도로 돌아왔다.

“백작 각하!! 큰일입니다.”

한참이나 돌아다니며 찾다가 인공 호수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는 백작을 발견하게 되었다.

다른 의도로 만들어진 호수는 아니었고. 오롯이 백작의 취미 생활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호수였다.

“무슨 소란이냐. 지금 딱 좋은데. 어어~ 월척이로구나~”

낚싯대에 걸린 것은 다름 아닌 사람.

“나으리~ 이리 오랜만에 오시면 소녀는 어찌하옵니까아아~”

그런데, 특이한 것은 하체가 물고기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 호수를 만들어 놓은 이유였다.

낚시도 즐기지만 인어 낚시를 더 즐기는 백작.

“하하하. 내 잠시 용무가 있어서 그랬다. 이번에 일만 잘 풀리면, 너에게 더 많은 물고기를 줄 수 있게 되었어.”

“정말입니까? 소녀 여기 있는 물고기들이 슬슬 질리던 찰나였답니다.”

“그러더냐. 허허허.”

인어는 백작의 쪽배에 올라왔다.

그러자 놀랍게도 다리가 생겨났다.

“안 보던 사이 더 야위었구나.”

“인어는 사랑을 먹고 사는 생물이랍니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선 남자의 정기를 받아야만 했다.

“내 너를 위해 선물을 보냈지 않았더냐.”

호수 주변에는 여러 구의 남자의 시체가 아무렇게 방치되어 있었다.

백작이야 마나 유저라 스스로 통제가 되었지만, 일반 남성들은 인어에게 홀리면 끝까지 정기를 다 빨리게 된다.

마나 유저들에게 인어는 좋은 유흥이었지만, 일반인에게는 독사과와 같았다.

“백작니이임!! 큰일났습니다. 제발!!”

한편 호숫가에서는 기사가 애타게 백작을 불렀다.

“하아~ 정말이지. 아까부터 앵앵거리네요. 오랜만에 나으리를 봐서 기쁜데. 저렇게 방해를…….”

“그래. 정말 별일 아닌데 방해를 했다면 단단히 혼을 내겠다.”

백작이 뱃사공의 어깨를 툭툭 치자 나룻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뱃사공은 귀가 먹은 듯 보였는데, 그럴 것이 마나를 다룰 줄 모르는 인간이 인어의 목소리를 들은 남자는 홀려 버리기 때문이다.

차아아아~툭.

나룻배가 호숫가에 도착하자 기사가 급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인어는 백작의 뒤에 숨에 힐끗힐끗 기사를 보며 입맛을 다신다.

백작은 심통이 났는지.

“무슨 일이더냐. 그러고 보니 넌 용병대를 이끌고 레온 백작으로 갔을 텐데? 딴 녀석으로 바뀌었나…….”

정사에 워낙 관심이 없다 보니 가물가물했다.

“그것이 아니오라 적법한 계승자인 리안 레온 백작이…….”

“응? 그건 또 누구더냐. 리안?”

“넷째입니다. 지금은 첫째이고… 돌아오지 않아 다섯째와 여섯째가… 계승 전쟁을…….”

“아아~ 그래. 그놈이 돌아오고 말고 무슨 상관이더냐.”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한 루데악 백작이었다.

그럴 것이 넷째는 아무런 힘이 없었기 때문.

위의 형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다 죽어 버렸기에 지금 리안이 계승자가 된 것이니.

“그것이… 부유선을 끌고.”

“응? 부유선이라니.”

“그뿐만 아니라 정예 병력과 대기사들까지 동원하여.”

“무슨 말인지 알아듣게 설명해라!”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아니. 무슨 말인지 알긴 아는데,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몇 할이나 있겠는가.

“일단 이걸 받았습니다. 상대의 전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루데악 백작은 문서를 받아들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일반 종이도 아닌 비싼 고급 양피지를 받아 든 백작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루데악 영지는 오래 전 우리 가문에서 다스리던 땅이다. 전쟁의 신 탱글 님의 이름으로 찾으러 가겠다. 리안 레온 백작(사인)⌟

양피지가 아까울 정도로 글씨도 아주 개판으로 썼다.

그보다 전쟁의 신이라니.

요즘 율 대륙에서 전쟁의 신 사제들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되었다.

“만만히 보시면 안 됩니다. 제가 말씀드린 병력은 실재합니다.”

“하아… 도대체 누가 개입을 한 거더냐. 이 사실을 공왕께서는 알고 계시는지! 즉시 공국의 수도에 사람을 보내야겠다.”

레온 백작령에 동맹으로 참여했고. 리안이 돌아온 이상 자동으로 전쟁 선포 상태나 마찬가지.

리안이 보낸 것은 루데악과 레온 백작령의 전쟁에서 이기게 되면, 땅을 가지겠단 말이었다.

리안의 입장에선 선빵을 맞은 셈이니 빈약한 명분이지만 충분했다.

* * *

레온 백작령의 수도.

오토호스 두 기가 빠르게 들어왔다.

“재… 재상님?!”

참고로 수도는 리안의 첫째 동생이 장악하고 있었기에 재상은 적이나 다름이 없었다.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달랑 호위 하나만 대동한 것이 안 보이더냐?!”

“그… 그렇긴 하온데…….”

궁전을 지키는 병사가 당황했다.

“됐으니 집사장을 불러와라.”

“알겠습니다!!”

재상이 호위 하나만 대동한 채 궁전으로 자진해 들어왔다는 것은 어떤 심각한 일이 생겼다는 것을 뜻할 것이다.

계승 전쟁보다 더 심각한.

“무슨 일이오. 재상!”

그걸 알기에 집사장은 다급히 궁전 입구로 나와 재상을 불렀다.

“문이나 열어주시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오!”

“그대는 지금 계승 전쟁 중임을…….”

“끝났오. 계승 전쟁이고 나발이고 리안 레온 백작께서 돌아오셨단 말이오!”

“리안 도련님이 말입니까?!! 아아~ 살아 계셨군요. 리안 도련님.”

집사장은 잠시 멍청한 표정을 짓다가.

“도련님이라니! 백작 각하이시오! 말조심하시란 말입니다.”

“네에? 그분이 정당한 계승자이시긴 한데… 공왕께서 나서신 것입니까?”

어느 정도 계입이 가능하긴 하나.

후계자 문제는 그 백작령의 정당한 권한.

아무리 주군이라 할지라도 이것은 내정 간섭이기에 다른 봉신들의 불만이 커질 가능성이 높았다.

“모르겠오. 어쨌든 그분이 대단한 병력을 가지고 오셨오! 그리고… 명령서를 받아 왔소이다.”

재상은 두루마리를 성벽 위로 던졌다.

휘리릭!

깨끗하고 쓰기 좋은 종이 대신 가죽으로 만든 두루마리를 쓰는 이유는 간단했다.

“안 본 사이에 글씨체가 많이 바뀌셨군. 심정에 변화라도 있으셨던가? 일단 확인해 보겠소!”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개판인 글씨.

거기에 시약을 떨어뜨렸다.

“리안 백작님의 서신이 맞는 듯하오.”

바로 마법적으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확도가 아주 높지는 않아 인장을 더 선호했다.

물론 리안은 아직 정식으로 백작위를 계승하지 않았기에 백작가의 인장은 교회에 보관 중이었다.

그그그극!!

의심이 풀린 집사장이 궁전 문을 열어줬다.

일단 어울려 주기로 했다.

솔직히 잘 만들어진 가짜 서신이라 하더라도 겨우 재상과 호위 기사 한 명으로 뭘 어찌하겠는가.

“그보다 이게 사실입니까? 재상.”

“내가 비싼 마나석을 때 가며 여기까지 달려온 이유가 뭐겠소!”

“하긴. 농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이셨죠. 재상은.”

“어서 일을 합시다. 각하께서 돌아오시기 전에!”

재상의 볼이 푸들푸들 떨렸다.

“오시느라 많이 추우셨나 봅니다. 회의실의 난방에 신경 쓰라 이르겠습니다.”

“됐습니다. 그게 아니니. 으휴.”

재상은 사람들을 불러모아 즉시 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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