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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04화 (104/253)

1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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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 부인의 동생 칸타프가 오토호스에서 내릴 땐 다리가 후들거렸다.

평소 애지중지하던 조카를 내려줄 때는 다리가 풀려 나자빠질 뻔하기도 했고.

-다시 말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마. 그 속엔 괴물이 똬리 트고 있으니.

백작 부인은 노예 각인을 했다가 지웠다를 반복하며 어느 정도 세뇌가 된 상태다.

리안에게 무한으로 우호적인 상태이지만, 그렇다고 정신을 지배받는 노예 상태는 아니다.

가족 중심적인 평소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무조건 숙여.

그렇기에 남동생에게 최대한 조언을 했다.

-할 수 있다면 죽는시늉이라도 하란 말이야.

남동생 칸타프는 누이의 불같고 까탈스러운 성격을 안다.

누구에게도 잘 굽히지 않으며, 자기 주관이 매우 강한 여자다.

그냥 미친년이었다.

‘저 정도라면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다.

상단의 돈으로 해적에게 의뢰해 리안을 납치하게 했고.

상단의 인맥으로 스랑 제국의 해군을 이용해 해적과 함께 리안을 제거하려 했다.

누구에게도 손가락질을 받지 않을 아주 예술적인 계획이었다.

거기까진 칸타프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 계획을 짤 때 자신도 도왔으니.

그런데…….

‘그게 말이 되냐고!’

저 눈앞에 위압적인 모습으로 서 있는 배가 스랑 제국에게서 뺏은 거라니.

그것도 모자라 해적들을 설득해 선장이 되고. 율 대륙 곳곳을 돌아다니며 위대한 업적을 세웠단다.

일반인이 평생 한 번도 세우기 힘든 일들 말이다.

‘신센롬 제국의 사위? 그것도 모자라 이벨 왕국의 공주와도 약혼했다고?’

저 정도만 해도 이미 리안은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거물이다.

어느 나라의 왕도 감히 리안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다.

타각타각.

고잉미샤호로 오르는 나무판을 밝고 올라갈 땐 심장이 요동쳤다.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걸까.

일단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약조는 받았다지만, 칸타프는 알고 있다.

진짜 귀족들이 얼마나 독선적이고 미친놈들인지.

그들은 인간이 저 지하 불구덩이에서 올라온 악마였다.

‘이제 우리 가문도 진짜 귀족 가문이 되는 일만 남았었거늘.’

영지를 가진 귀족.

어느 변방은 남작 가문이라 할지라도 어디 가서 무시당하지 않는다.

귀족이긴 한데, 영지는 없습니다.

(돈으로 작위를 샀어요.)

or

부끄럽지만 저 어디 구석에 작은 영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차원이 다른 문제다.

영지를 가졌다는 것은 정통성을 가진 귀족.

작은 영지를 가진 귀족이라고 약간의 무시는 당하겠지만, 귀족은 귀족에게 우호적이다.

같은 사람으로 봐 준다는 이야기다.

상단 가문으로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귀족들에게 무시당하고 갈취당해 왔던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거늘.

* * *

리안의 첫째 동생 진형과 달리 둘째 동생의 진형의 수장인 재상은 조금 사정이 달랐다.

누군가 언급해 주는 사람이 없이 압도적인 무력으로 굴복당했다.

‘도대체 누가 개입을 한 거야?!’

역시 의심 가는 것은 공왕이지만, 공국에도 저런 최신 부유선은 없다.

‘일단 가 보자.’

그는 오토호스에 올랐다.

그를 따라 기사 하나가 흰 깃발을 들고 오토호스를 타고 따라나섰다.

“멈춰라!”

입구에는 산적같이 생긴 남자가 떡하니 서 있었다.

딱 봐도 한 성깔 하게 생긴 그는 화가 잔뜩 나 보였다.

“무기는 두고 혼자 올라가라.”

레온 백작가의 재상은 오금이 저려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말을 듣지 않았다간 그가 들고 있는 두 개의 세이버에 목이 잘릴 것 같은 상상이 계속 든다.

‘하찮아 보이는 거야! 우리 같은 조무래기를 상대하는 게 기분 나쁜 거야! 그러니 저렇게 화가 잔뜩 났지.’

사실 부선장은 기분이 좋은 상태다.

저 표정이 말이다.

타각타각.

재상은 나무판자를 밟고 고잉미샤호의 갑판으로 올라갔다.

갑판의 중심에는 비싸 보이는 의자가 놓여 있었고 거기엔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아이고!! 리안 도련님. 살아 계셨군요.”

어찌나 반갑던지.

흉흉한 주변의 분위기에 압도당해 아는 얼굴이 보이자 살갑게 반겼다.

“거기까지! 다가오지 말고 멈추세요. 재상.”

“그대는… 기사단의…….”

“이제는 새로운 무관장이자 기사단장이 되었습니다. 반역자 케리시안 남작은 죽었습니다.”

“저… 정말인가!!”

케리시안이 죽었단 소식에 재상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기사단이 보이기에 혹시 했는데, 이들은 첫째의 세력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 자신이 팽당하지 않아도 된단 말이었다.

‘리안 도련님이 데려온 자들이다!! 칸타프 그놈 꼴 좋다. 귀족도 뭐도 아닌 놈이 자신의 누이를 믿고…….’

어떻게 그에게 복수를 해야 하나 생각을 했다.

케리시안 남작이 중립이긴 했지만, 들여다보면 첫째 세력이니 잘만 엮으면…….

“레온 백작 각하를 뵙습니다아아아!!!!”

그때 눈엣가시 같은 칸타프가 달려와서는 넙죽 엎드렸다.

‘저런 양심도 벨도 없는 놈이!’

그런데, 조금 초조하긴 했다.

올라오자마자 리안을 ‘도련님’이라며 대한 것과 달리 저놈은 ‘백작’이라고 불렀다. 그것도 ‘각하’라는 존칭을 확실히 붙여서.

더군다나 무릎까지 꿇었으니 자신과 비교가 되었다.

“야아!!!”

그때 리안이 재상을 불렀다.

아무리 아랫사람이라도 영지를 가진 남작을 저리 부르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네넷?!!”

그런 걸 따지기 전에 주눅이 든 재상은 화들짝 놀라 반문했다.

“넌 안 꿇냐?”

“제가… 왜에…….”

“군사를 일으킨 것은 내게 반기를 든 게 아닌가?”

“그게 아니오라…….”

리안이 도착하지 않았고. 첫째가 용병을 불러들여 자신도 그리했을 뿐이다.

케리시안 남작과 대척점에 있었기에 뭐라도 해야 했다.

거기다가 첫째의 외삼촌인 칸타프가 자신의 영지를 노린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죄… 죄송합니다. 백작 각하!!!”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재상도 급히 달려가 무릎을 꿇었다.

일단은 정당한 계승자가 있음에도 군사를 일으킨 것은 반역 또는 계승 전쟁이다.

둘째 동생을 내세웠으니 그의 압박 명분을 이용한 후자에 가까웠다.

“목이 잘려도 할 말이 없겠군.”

“그… 그… 게… 아니오라.”

원래는 그게 아니었는데, 막상 이리되니 상황이 그리 해석되어 버렸다.

리안은 단지 늦게 왔지 백작위를 포기한 것이 아니게 된 것.

“이미 공왕 전하에게 서임을 받고 오는 길이다. 그런데, 그사이를 못 참고 불순하게도!!”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시길…….”

이라 상투적으로 대답하는 재상과 달리.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각하께서 시키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제 조카만은 살려 주십시오!”

죽이지 않는다.

아니 죽이지 못한다. 공식적으로는.

가족을 죽인다면 ‘가족 살해자’라는 타이틀이 평생 따라다니며 통치력에 흠집이 생긴다.

다만, 죽을 때까지 감옥에 유폐시킬 수는 있다.

굶겨 죽일 수도 있고. 적당한 시기에 독살도 가능하다.

물론 가족이라면 감옥이 아니라 저택에 유폐시키는 것이 보통이지만.

“옆에 있는 재상이란 작자보단 났군.”

리안이 재상에게 꼽을 줬다.

“그… 그것이 아니오라. 저도 죽을죄를…….”

“됐다. 가서 군대나 해산시키고. 업무에 복귀하도록.”

“그… 말씀은…….”

“그대를 죽여 봐야 어디 쓰겠는가. 다른 영주들과 훈작들을 단속하라. 그리고 내 첫째 동생을 백작 대리로 임명할 것이니 어머니와 동생에게 최대한 협조하라 전하라.”

재상이 하는 일은 내무/외부의 관계를 총괄하는 일이다.

일종의 외교부와 내무부를 통합한 직위다.

케리시안 남작에게 밀려서 그렇지 일을 아주 못하는 쓰레기 정도는 아니었다.

특별히 욕심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군사를 일으킨 것.

그렇다고 딱히 능력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쓸 수 있는 놈들은 적당히 굴려야지.’

리안은 재상에게 손을 대충 훠이훠이 저으며 축객령을 내렸다.

“그럼 가 봐.”

“가… 감사합니다. 각하!!”

재상이 물러가고 이제 남은 것은.

“넌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시키는 건 뭐든지 하겠습니다. 각하!”

칸타프는 바닥에 머리를 완전히 붙여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리안은 그런 그에게 다가가 쪼그려 앉았고 귓가에 속삭였다.

“그대의 가문이 스랑 제국에서 꽤 잘나가는 상단이라 알고 있다. 지금 그대의 형이 상단주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말이야. 혹시 앙쥬와 노르망디의 활동을 늘릴 수 있겠는가?”

“최대한 설득하겠습니다.”

“그곳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지도가 있으면 더 좋고.”

“그… 그건!!”

자칫하다간 스랑 제국에게 반역으로 찍힐 수 있었다.

의심만으로도 상단이 가루가 될 수도 있다.

“그대 가문이 땅을 원한다고 들었다. 어떤가?!”

“그 말씀은…….”

“나는 내 두 동생들을 핍박할 생각이 없어. 욕심 많은 어른들이 문제지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리안의 말에 속으로 ‘너도 어린애잖아!’란 생각이 잠시 떠올렸지만, 칸타프는 절대 리안을 무시할 수 없었다.

오히려.

-최상위 괴물이다. 명심해라.

누이의 말이 머리에 맴돌았다.

자신의 가문에선 귀족들을 괴물이라 불렀다.

최상위 괴물이란 말은 왕을 뜻하는 말.

두 패권국의 사위이니 이미 거물이다.

“하겠습니다. 시켜만 주신다면 뭐든! 어떻게 해서든 형님을 설득하겠습니다.”

판단이 섰다.

최상위 괴물. 왕과 같은 급.

그런데, 지금 가진 땅은 백작령이 만족할 리가 없다.

거기에 숟가락 아니 손가락만 올려도 남작령 하나는 받을 수 있단 말이다.

“그대와 말이 통해 다행이군. 작은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눠봐. 무엇이 필요한지 가르쳐 줄 것이야.”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각하!”

“충성까지도 필요 없고. 일만 잘 해 줘.”

리안은 그의 어깨 위에 작은 손을 톡톡 두들기고는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각하.”

“군대도 빨리 해산시키고. 징집병들은 집으로 돌려보내. 아참. 세바스 아저씨.”

“네. 각하.”

모두가 있는 자리였기에 선장님 대신 각하란 호칭을 썼다.

“억울하게 끌려온 징집병들에게 적당히 쥐여 주세요. 나 리안 레온의 이름으로.”

“……?”

“내가 자리를 오래 비워 끌려온 것이니 내 탓입니다. 내가 백성을 지킬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니 소소한 사과도 함께 전달하세요.”

과한 사과는 안 된다.

잘못했다 하더라도 지배자는 만만하게 보여선 안 되니.

그래도 잘못한 것을 힘으로 억압만 한다면 불만은 계속해 쌓일 것이다.

율 대륙은 앞으로 전쟁에 휩쓸릴 것이다.

리안이 마음 놓고 활동을 하려면, 본고장인 이곳의 지지가 필요하다.

와아아아아아아!!!

양측진형에서 갑자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세바스가 즉시 돈을 풀었고.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끌려 나온 사람들은 당연히 기쁠 수밖에.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으로 내리는 돈이다. 얼마나 자비로우시던가. 너희의 주인은 레온 백작님이다! 앞으로 주인을 착각해 끌려 나오지 말도록! 그땐 돈은커녕 목이 잘릴 것이다.

세바스가 적당히 머리를 굴려 징집병들에게 말을 전달했다.

-젠장. 부럽군.

당연히 용병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없었다.

그들은 리안의 백성도 아니었고. 적아를 확실히 구분 짓고 전장에 끌려 나왔으니.

-이번은 너그럽게 넘어갔지만, 다음번에 전장에서 만난다면 죽거나 몸값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세바스는 용병들에게 일침했다.

사실 용병들을 그냥 보내는 것은 자비나 다름이 없었다.

“다음에는 꼭 레온 백작 각하의 편에 서겠습니다! 오늘의 자비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나마 일반 용병이 아닌 양쪽의 용병대장들이 리안에게 감사를 보냈다.

다만. 속이 타들어 가는 사람이 있었으니.

‘왜 난 안 부르는 거야?!’

둘째의 지원군으로 용병을 끌고 왔던 이웃 영지의 기사였다.

“이보시오. 각하께선 나를 찾으시지 않소?”

“무슨 일로 우리 각하를 찾으십니까?”

돌아가는 세바스를 향해 기사가 물었다.

“저는 그러니까…….”

옆 영지의 기사로 밝혔고. 이번 전쟁에 동맹으로 참여했다고 했다.

“그렇군요. 잠시만 기다리시오.”

세바스는 잠시 고잉미샤호에 다녀왔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리안의 말을 전했다.

“이거 가져가시오.”

세바스는 두루마리 하나를 기사에게 전달했다.

“이게 무엇입니까?”

“그대의 주인에게 전달해 달라고 합니다. 선전 포고인데. 대충 너희는 뒈졌다. 정도랍니다.”

“네에에?!!”

기사는 머리가 아찔했다.

‘이러려고 문전박대를 당했나…….’

그의 속마음과 달리 리안은.

“뭐야. 이거 웬 굴러온 호박이냐.”

모르고 있었다.

상황이 워낙 개판이다 보니 지원 온 옆 영지의 병력을 다들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돌아갔으면 리안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기사는 긁어서 부스럼을 만든 꼴이었다.

“거기. 첫째 동생의 삼촌 양반.”

“부르셨습니까?! 각하.”

“일을 시키기 전 담보로 잡을 땅이 생겼군. 흐흐.”

리안의 입꼬리가 살짝 비틀리는 것을 본 칸타프는 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냥 꼬맹이가 비열하게 웃는 것이지만, 칸타프는 리안이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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