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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93화 (93/253)

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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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보련은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그녀의 가문 랄시 백작가의 위세는 높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낮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대놓고 왕실의 일원을 모독한 것은 결코 쉬이 넘어갈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제야 공자님과 혼약할 수 있게 되었는데…….’

공주가 다른 이와 혼약한다면 자신이 그의 반려가 될 거란 확신을 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흠이 생겨서는 안 된다.

공주를 모함한 사람을 공작가에서 받아 줄 리가 없다.

“일단. 공주님께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겠지?”

리안의 말에 시녀는 바닥에 머리를 콕콕 찍으며 바싹 엎드렸다.

“공주마마. 용서해 주세요. 자브라 공자님과의 혼약이 무산된 것 때문에 공주님께 앙심을 품었습니다. 제가 죽일 년입니다.”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당연히 저것은 거짓 눈물이다.

저 눈물은 공주에 대한 사죄가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애민으로 인한 눈물이니.

나르시즘 성향이 매우 심하다는 것을 리안은 알고 있었다.

“걱정 마. 여기 레온 백작님과 혼약하지 못한다 해도 자브라 공자님과 결혼할 리는 없으니.”

공주의 입술이 여전히 살짝 삐쭉 튀어났지만, 화는 거의 다 풀린 모양이다.

S급 지휘 재능을 가진 것치고는 마음이 여린 편이었다.

어릴 때부터 시녀에게 남의 눈을 피해 가스라이팅을 당해왔을 텐데 다행히도 심성이 곱게 잘 자란 듯싶다.

“레온 백작님. 저는 이제 괜찮아요. 보련도 저에게 직접적인 악의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니. 자브라 공자님을 좋아해서겠죠?”

아직 어려서 그런지 순진한 구석이 많았다.

그렇다고 딱히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기특해 보인다고 할까.

“그렇군요. 시녀에게 어떤 벌을 내려야 할지 나왔네요.”

“네? 벌을요?”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죠.”

리안이 해맑게 웃자 공주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 신센롬 제국의 레오폴트 이 황자가 사기이지 리안도 어디 가서 빠지는 얼굴은 아니었다.

“레… 온 백작님의 뜻대로 하세요…….”

공주는 리안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감사드립니다. 공주님. 그래도 너무 심한 벌을 내리지는 않을게요. 공주님의 전속이니까.”

“저… 저는 딱히…….”

“공주님. 잘못했어요. 제발…….”

그때 다급해진 시녀 보련이 애원했다.

어떤 벌을 받게 될지 두려워서인 듯 보인다.

자기애가 강하다 보니 신체에 가해지는 벌이 무서운 것이다.

“후… 보련 랄시 시녀.”

“네에… 백작님.”

그녀는 살짝 몸을 떨었다.

확실히 기가 좀 죽은 모양.

문제는 반성하거나 갱생하기 힘든 인물이라는 것.

이런 모습은 딱 그 순간뿐이다.

“그대에게 내릴 벌은 자브라 공자를 꼬시는 일이다.”

“네에?!! 그게 무슨…….”

공주도 고개를 기웃거리며 리안을 바라봤다.

저건 벌이 아니라 상 아닌가.

“이게 상이라고 생각하나?”

“…….”

아마도 시녀 보련은 속으로 무슨 이런 호구 자식이 다 있나 생각하고 있을 거다.

오만함이 조금씩 싹트고 있겠지.

‘뭐. 상관없나. 흐흐.’

리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대는 무조건 자브라 공자와의 혼약에 성공해야 한다. 만약 실패한다면 공주님께 했던 말을 온 세상에 까발릴 것이다.”

“자신 있어요. 맡겨만 주세요. 이미 혼약을 약속한 사이고… 이런 말씀 드리기 뭐하지만… 저번 달에도 만나서…….”

시녀는 부끄러워하는 동시에 당당해했다.

공작가의 안주인이 될 몸인데 백작 나부랭이가 감당할 수 있겠냐? 라는 생각인 듯 보였다.

“그… 러니. 머리핀은…….”

리안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헛소리. 혼약을 올리는 날 선물로 주도록 하지. 그보다 괜찮겠어?”

“무얼 말씀하시는지…….”

“내 듣기로는 자브라 공자에게 너 같은 애인이 50명은 된다고 들었는데.”

“터무니없는 소문이에요! 다들 자브라 공자님을 연모해서 스스로 낸 헛소문이라구요.”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다들 자기 같은 줄 알고 있다.

다들 일상적으로 모략질을 하고 산다고 생각하는 모양.

당연히 자신은 자브라 공자의 애인이니. 소문은 다른 사람이 낸 헛소문이라 생각했다.

‘오죽했으면 소문으로 날 정도일까.’

무려 공작가의 일이 이 정도로 소문 날 정도라면, 진실이라 보면 되었다.

“어휴.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소문이 진짜라면 어찌할 생각이야? 나는 봐주지 않아. 분명 말했듯이 혼약에 실패하면 이 머리핀에 든 내용이 세상에 퍼질 것이다.”

“사… 실이라 해도… 전! 자브라 공자님을 쟁취할 거예요!”

당연히 그러시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가 좋아한 것은 자브라 그 자체가 아닌 그 집안의 권력과 재산이니.

자브라가 난봉꾼이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자신은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라 열렬히 자기최면을 걸고 있을 뿐.

막상 가지게 되는 순간 돌변할 것이다.

“좋아. 내 그대를 여러 가지로 지원해 주지. 생각도 다 있으니 내 지시에 충실히 따라야 할 것이야.”

“네? 생각이라니요.”

“네가 자브라 공자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 정보가 더 정확할걸?”

리안은 고인물 오브 고인물.

모든 서버를 통틀어 만들어진 랭킹에서 101위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것도 무과금에 가까운 정도로.

그 말은 무엇인가? 작은 정보에도 매우 민감하다는 것이다.

가끔 아이템으로 스킵 한 번이면 끝날 상황이 있는데, 무과금으로 진행하려면 진저리 날 정도로 복잡하게 플레이해야 했다.

“취향만큼은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지.”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사실 그의 취향을 알게 된 것은 남 신대륙의 무역을 하다가 알게 되었다.

가난하게 시작하면 장사라도 해야 했으니.

“만약 백작 각하께서 시키는 대로 했다가 실패를 하면...”

“죄를 묻지 않겠다. 그보다 먼저 소문의 진상부터 알아야겠지?”

소문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그녀가 알던 자브라 공자에 대한 정보는 모두 파기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리안의 지시에 따르게 되겠지.

“그건 확인하지 않아도…….”

“좋아. 소문이 거짓임이 밝혀지면 더는 너에게 관여치 않겠네. 어때?”

“좋아요. 백작 각하의 뜻대로 하겠어요.”

리안은 즉시 전쟁 신 사제 세이나를 소환했다.

그녀는 오랜 시간 쫓겨 다녔기에 위장을 잘했다.

“그건 어렵지 않네요. 제 전문이니 맡겨만 주세요. 리안 공자님.”

간만에 일거리를 맡겨 주니 세이나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밖에 백작 부인에게도 일을 시켰다.

“그리고 작은어머니는 이것들을 준비해 주세요. 남자를 후려야 하니 여러 가지 도와주시고요.”

“음? 여우 꼬리, 잘 다듬어진 조약돌, 여우 정낭? 여우 귀… 이딴 게 남자를 꼬시는 데 왜 필요한 거야?!”

솔직히 리안도 처음에 저 30가지나 되는 물건들의 용도를 알 수 없었다.

그러다 계속 무역을 하다 보니 뇌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으니 여성 취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고 충격 먹었다.

-이거 12세 등급 아니었어?!!

직접적인 장면이나 묘사 등이 없었지만, 나중에 의뢰인이 한 말이 충격이었다.

그 의뢰인은 자브라 공자 그러니까 훗날 자브라 공작의 부인이었으니까.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고마워요. 금실 좋은 부부가 되는 건 거저 되는 게 아니라니까요. 다 노력이에요. 노력.

그러며 공작 부인이 구미호 코스프레를 했는데…….

‘으으!!’

리안은 고개를 흔들며 머릿속에서 다른 물건들을 지웠다.

코스프레가 끝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더 지시할 것이 남았다.

“나중에 그를 만나게 되면 시녀에게 해독약을 먹이게 하세요.”

“설마…….”

“네. 만날 때마다 1급 피임약을 먹이는 모양이에요. 무슨 씨 없는 수박도 아니고 지금까지 사고를 안 친 게 신기하죠.”

“듣고 보니 그렇구나.”

백작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수상했다.

“배란일도 잘 계산하고요. 작은어머니. 책임자로 맡길 테니 확실하게 해 주세요.”

“걱정 말거라. 내 너희 아버지와 결혼하기 전에는 설계의 귀재였다. 컨설팅해 준 커플만 해도…….”

하여튼 이 세계의 상단에선 별걸 다 했다.

상단이 아니라 기업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물건뿐만 아니라 각종 서비스까지 제공한단다.

“그런데 정말 이런 취향을 가진 남자가 있다고?”

“불쌍하게 그래요. 사실 여성 편력이 심한 게 아니라 취향이 특이해서 방황하고 있는 거예요.”

원래 스토리에서 공작 부인이 될 여자는 이것을 간파하고 50:1(?)의 경쟁률을 뚫었다.

뭘 해도 될 여자인 듯싶다.

“적당히 태닝도 시켜 놓으세요.”

“거참. 미백을 해도 모자랄 판에 평민처럼 햇빛에 그을리라니.”

귀족 부인들은 햇볕이 심한 날 양산을 쓰고 다닐 정도로 햇볕에 민감했다.

스토리상 납이 화장품의 재료로 쓰인 것이 불과 50년도 안 되었다나.

“다 들은 정보가 있으니 그대로 진행해 줘요. 그저 밀고 당기기만 작은어머니가 지시해 주시고.”

“그건 걱정하지 말라니까. 취향이 맞아떨어지면 청혼을 구걸하게 될 거니.”

이걸로 신대륙에 얻은 영지의 미래는 걱정 없어졌다.

근처의 가장 강대한 자브라 공작가가 가장 위협적인데, 보련 랄시 시녀만 구겨 넣으면 알아서 자멸할 것이다.

“그런데, 리안아. 왜 이런 번거로운 짓을 하는 거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값진 승리니까요. 흐흐흐.”

백작 부인은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 * *

이벨 왕국에는 일주일을 머물렀다.

승전 파티 3일이나 잡아먹었고. 뒤늦게 혼약식을 올린다고 3일을 또 잡아먹었다.

그나마 정식 혼약이 아닌 약식이라 3일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국왕 아저씨. 추진력 하나는 죽이네. 이제 장인어른인가?”

리안은 턱을 괴고 창밖을 나른하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결국에는 신센롬 제국에 허락을 받아 낸 모양.

단, 신센롬 제국의 공주가 나올 경우 정부가 되니 그전에 결혼은 물론 정식 약혼도 올릴 수 없음을 강조했다.

똑똑!

리안의 숙소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지금 이 시간에 노크를 하고 들어올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백작님…….”

여전히 공주는 리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부끄러운지 온몸을 빌빌 꼬았다.

“꿀물을 가지고 왔어요.”

어제도 달리긴 달렸다.

당연 리안은 술 대신 우유를 너무 많이 마셔서 속이 부글거렸지만…….

“음??”

“아바마마는 파티가 있었던 다음 날 항상 꿀물을 찾는걸요.”

“아… 잘 먹을게요.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주님.”

리안은 그녀의 말에 뿜을 뻔했지만, 기특한 마음에 꿀물을 원샷 때려 줬다.

의외로 니글거리는 것이 조금 가라앉았다.

꿀물이 숙취에만 좋은 것은 아닌가 보다.

“공주… 는. 좀… 이제 혼약자가 되었으니 이름이라도…….”

처음부터 안절부절못했던 것이 저것 때문이었나 보다.

어디 책에서 연인끼리 이름을 부르는 걸 본 모양.

오늘 떠나는 마당이니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이 무슨 큰일이라고.

“므요.”

충격적이겠지만, 저게 공주의 이름이다.

건강하게 자라라는 뜻에서 저렇게 지었다나…….

“아아… 감사해요. 백작님.”

“므요도 이제 둘만 있을 땐 이름을 부르세요.”

“네에에……?!”

놀라는 므요 공주.

“어차피 우리 나이 차이도 그리 많이 나는 것도 아니니.”

“그… 그럼. 리안……!”

“므요.”

“리안.”

“므요……!”

.

.

.

“리안!”

“므~요~”

‘언제까지 할 거냐고!!!!’

둘은 그렇게 10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름만 서로 불렀다.

공주가 단단히 재미가 들린 모양.

아무리 또래에 비해 똘망똘망해도 아이는 아이.

아이와 놀아 주는 게 가장 힘들다더니 리안은 10분 만에 정수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났다.

“꼬매… 선장님!!!”

그때 구세주 부선장이 등장했다.

일정이 팍팍했기에 이벨 왕국에서 더 머물지 못했다.

‘드디어 탈출이다.’

솔직히 휴식은 좋았지만, 매일 파티를 하다 보니 어린 정신으로 버티기 힘들었다.

호르몬 분비가 활발한 나이 때라 파티는 답답하달까나.

“므요. 헤어질 시간이에요.”

“흑흐으윽… 언제 다시 오시나요.”

“다음에 만날 땐 므요가 오는 것도 좋겠지요.”

“저… 정말이요?!”

리안은 싱긋 웃었다.

다음에 만날 장소는 당연히 전장이다.

조기교육이 중요하니 기회가 날 때마다 굴릴 생각이었다.

펄럭!!!

바람에 깃발이 펄럭인다.

리안은 므요 공주와 작별한 뒤 곧장 고잉미샤호로 향했다.

“출항한다!”

다만, 고잉미샤호는 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 뒤로 20척의 함선이 호위로 붙었다.

“저것들 어디까지 따라오는 거야?”

“혼자 가면 폼이 안 나니까. 잠깐만 따라와 달라 했어요.”

그 잠깐은 몇 시간이 아닌 며칠이었다.

목적지는 브루타뉴 공작령의 수도 부루탄 대항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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