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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92화 (92/253)

9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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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한 공주를 찾았다는 소식은 곧장 궁전으로 전해졌고. 국왕은 가슴을 겨우 쓸어내렸다.

못난 딸이며 정략결혼의 도구로 봤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딸이기도 했다.

“후…….”

국왕은 한숨을 쉬었다.

리안을 어떻게든 엮어 보려 했는데, 공주를 발견한 것이 리안이라 하니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린 샘.

일단 신센롬 제국의 여제 테레지아로부터 허락을 받은 다음 혼약부터 발표해 외통수를 치려 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

‘내 딸을 보고 분명 실망했을 테지.’

이렇게 된 이상 국왕 펠리도 욕심을 내려놓고 한 나라의 왕이 아닌 아버지가 되기로 했다.

정략 결혼이 아닌 딸을 진심으로 사랑해 줄 사람을 찾기로.

‘귀족이 아니라도 좋다.’

사실 리안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유력한 후보가 있었다.

신대륙의 남부 식민지에 땅을 많이 가지고 있는 공작.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그의 아들과 결혼시킬 생각이었다.

여성 편력이 심하다고 들었지만, 그건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그들도 공주를 탐내고 있어 그 아들의 혼약을 늦추고 있는 중이었고.

“폐하. 공주님과 레온 백작이 도착했습니다.”

* * *

공주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왕실에서는 즉시 마차를 보내왔다.

마차의 창문은 모두 닫혀 있었고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다.

공주는 얼굴을 가리고 마차에 탔고 리안은 맞은편에 앉았다.

“선장님도 그냥 선장님이 아니셨네요.”

“딱히 속이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공주님.”

“네. 알고 있어요. 저도 신대륙으로 갈 배가 필요한 것이지 귀족이고 아니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어린 나이지만 참으로 똘망똘망했다.

리안은 그녀를 보며 ‘역시’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럴 것이 그녀의 재능은 지휘관 S급.

특히나 산악전에 특화되어 있었는데, 스토리에서 스랑 제국의 S급 지휘관인 이 황자와 국경 근처 산맥에서 싸워 완승을 거둔 걸로 유명하다.

‘어릴 때부터 똑 부러졌네.’

다만, 빙의를 한 리안과 달리 그녀는 그냥 똑똑한 아이일 뿐이었다.

계획이 허술하고 부두까지 오다가 소매치기까지 당했으니.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주님.”

“그보다 아까 전에 한 말… 진짜인가요?”

그녀는 마차에 탈 때부터 눈 아래를 천으로 가린 상태였다.

일반 백성들에게 노출을 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무얼 말씀하시는 건지.”

“제가 예쁘다는 말.”

확실히 눈 아래로 가려 놓으니 미인형이긴 했다.

물론 리안은 그저 어린아이로 보여 흥미가 떨어졌지만, 뭐. 본인도 어린아이니까…….

솔직히 현타가 좀 밀려왔다.

그렇다고 평생 독신으로 살순 없으니 또래와 결혼한다고 가정하면 눈앞에 아이는 미래의 신부로 삼기엔 적정 나이였다.

확실히 미래가 촉망받는 아이긴 하다.

특히나 귀 때문에 그런지 자꾸 엘프가 떠올랐다.

“네. 지금도 예쁘시고. 앞으로는 더 예뻐질 겁니다.”

“풉! 우리 아바마마와 똑같은 소리.”

이벨 왕국의 국왕은 딸에게 거짓을 이야기했지만, 리안의 말은 진실이었다.

운이 나쁜 건지 좋은 건지 공주의 얼굴은 10대 초반까지 최악으로 변하다 요요처럼 다시 줄어들기 시작한다.

‘작용 반작용도 아니고.’

하브스는 참으로 미스테리한 집안이었는데, 후반부에 밝혀지기로 임신 기간 중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과학적인 것은 아니고 그들의 피에 섞인 엘프 혈통의 마법적인 영향 때문이다.

유전병이 아니었던 것이다.

진짜로 멸종한 엘프의 후손이었다.

“이벨 왕국의 국왕께선 성군이시며, 학식이 뛰어나신 분입니다.”

“아바마마를 잘 아시나요?”

“국가의 운영하는 것만 봐도 그 나라의 국왕이 어떤 분인지 알 수 있답니다.”

한때 율 대륙의 서쪽 끝에 붙어있는 나라였지만, 해가 지지 않는 황금의 나라란 말이 있을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었다.

물론 지금은 내리막을 걷고 있지만, 그 내리막을 겨우 부여잡고 있는 것이 지금의 국왕이었다.

당연히 실력도 있었고 인품도 나름 훌륭했다.

“…….”

리안의 말에 공주는 고개를 옆으로 휙 하니 돌렸다.

귓가가 붉게 물든 것이 보인다.

“공주마마. 도착했습니다.”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고 문이 열렸다.

끼리릭.

리안은 먼저 내려 공주가 마차에서 내리기 편하게 손을 잡아 주었다.

공주는 조심스럽게 리안의 손을 잡고 내렸다.

그녀의 귀는 사람의 귀가 맞나 의심될 정도로 붉게 달아올랐다.

“어… 어서 가요.”

그녀는 총총걸음으로 앞장섰다.

평소보다 훨씬 빨랐다.

“처… 천천히 가십시오. 공주마마. 넘어지면 다치시옵니다.”

근위기사가 다급하게 그녀의 뒤에 따라붙었고. 리안도 빠르게 걸음 속도를 높였다.

그 뒤로 부선장과 샤로트가 따라붙었다.

“아아. 내 딸아!”

국왕 펠리는 공주를 보자마자 자세를 낮추며 두 팔을 벌렸다.

“아바마마!!”

공주는 눈물을 흘리며 왕에게 안겨든다.

그렇게 하루도 안 되는 공주의 가출 사건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녀의 입에서 폭탄 발언이 나왔다.

“아바마마. 제 편지는 보셨는지요.”

“그래. 이 애비가 잘못했다. 아무리 왕실의 존속과 번영이 중요하다고 한들 네 의사는 생각하지 못했구나.”

“그래서 제 낭군님을 찾아왔어요……!”

그녀의 말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국왕.

그럴 것이 잘생기고 예의 바르며 나이에 맞지 않은 엄청난 실력까지 갖춘 리안을 보고 공주가 반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어찌 될지 국왕은 잘 알고 있었다.

리안은 신센롬 제국의 사위이기에 결혼을 강요하지 못한다.

특히나 이제는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이 공주의 못난 얼굴까지 봐 버렸지 않은가.

“저 뒤에 레온 백작을 말하는 거더냐?”

“네. 아바마마. 제가 예쁘다고 말해 주셨어요.”

그녀의 순진한 말에 국왕 펠리는 두 눈을 잠시 질끈 감았다.

리안의 심성이 곱거나. 일국의 공주이니 예의를 갖췄을 가능성이 높다.

“공주야. 리안 레온 백작은 신센롬 제국의 공주와 혼약이 예정되어 있단다.”

“네에?!!”

충격을 받았는지 공주의 몸이 굳었다.

표현이 아니라 정말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때.

“폐하. 아직 제게 한 약조는 유효한 것입니까?”

“무슨 말인가. 레온 백작.”

국왕은 올 것이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초상화를 보여 준 사기극이 탄로 난 것이다.

“공주님을 실제로 보니 참으로 보석 같으신 분이었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마음의 평온을 찾았습니다.”

국왕의 경악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취향이 독특한 사람이 간혹 존재한다 들었는데, 설마하니 리안이 그런 사람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물론 리안은 공주의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이지만.

“지… 진심인가?!”

“네. 물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신센롬 제국의 여제께 허락을 구해야 하겠지만요.”

국왕은 반신반의했다.

혹시 손을 써서 신센롬 제국에서 허락하지 못하게 만들 작정인 건가?

그게 아니면 진심으로 눈앞의 소년은 독특한 취향은 가진 걸까?

“좋네. 내 최선을 다해 설득해 봅세!”

국왕은 속으로 어떤 경우든 잘 걸렸다고 생각했다.

“공주는 듣거라.”

“네……??”

공주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영특한 그녀는 대충이나마 어림짐작이 가능했다.

국왕의 반응과 대화를 미루어 봤을 때…….

“네 말대로 미래의 부군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궁 안내를 잘 하거라.”

“네에에에??!”

“내 꼭 허락을 받아 내마. 이 아빠를 믿거라!”

그리 말하고는 국왕은 불끈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는 궁내부 대신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한 시간 내로 왕실 재산을 모조리 찾아서 가져오도록.”

“아… 알겠습니다. 폐하.”

“그리고 통신부에 말을 해서 신센롬 제국과의 동신을 준비해 놓으시오.”

“그것도 말해놓겠습니다. 폐하.”

“그리고 머리 좀 쓴다는 자들은 모조리 불러 모으시오.”

그리 말하고는 성큼성큼 집무실로 향했다.

“레… 온… 배… 백작님?”

국왕이 떠나자 공주는 얼굴을 붉히며 리안을 불렀다.

리안은 미소를 지으며.

“그럼 안내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공주님.”

“네에……!!!”

그 아비에 그 딸이라고 마음이 앞선 공주는 방금 전 국왕처럼 성큼성큼 앞장을 서기 시작했다.

공주의 머릿속은 꽃밭이었고 마음에는 봄바람이 불어왔다.

콩닥콩닥.

리안은 그녀의 뒤를 따르며 미소를 지었다.

‘S급 산악 지휘관 GET!’

덤으로 아리따운 신부도 얻었다.

물론 결혼을 하려면 10년 남짓 기다려야 하겠지만, 차라리 그게 나았다.

조혼이라도 하면 어른의 정신을 가진 리안에겐 곤혹이 따로 없을 테니.

‘보자. 이리되면 자브라 공작이 실망할 텐데…….’

공주를 탐내던 가문이 신대륙 남부에 많은 땅을 가진 탐험가 가문 자브라 공작가였다.

일게 남작 가문에서 공작가까지 오른 입지적인 가문이었는데, 왕실의 일원이 아님에도 공작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하브스 가문의 방계와 혼인을 맺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로 재미를 본 가문이었기에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공국이 되고 싶은 건가?’

공주를 얻으면 신대륙 남쪽에 작은 공국 하나는 충분히 세울 명분이 생긴다.

특히나 지금 이벨 왕국은 몇 세대나 방만한 경영을 한 탓에 신대륙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었다.

자브라 공작가가 이벨 왕국의 속령인 공국을 세우면 오히려 반길 지경.

‘공주를 내게 뺏겨도 공국을 세우려나.’

국왕 펠리의 능력이 좋지만 나라 꼴은 더욱 안 좋아질 것이다.

전쟁과 은이 계속 유입되며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결정적으로 이벨 왕국은 제대로 산업을 키우지 못한 것도 있었다.

거기에 식민지 금은 광산이 몇 개만 날아가도 치명적이다.

식민지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공국들이 생기는 건 너무 당연한 수순인가? 미리 손을 좀 써 놓으면 좋을 텐데.’

문제는 리안이 이번에 얻은 코파나 지역이다.

그곳과 자브라의 땅이 너무 가까웠다.

“레온 배… 백작님? 무슨 생각을 그리…….”

“아. 죄송합니다. 공주님. 궁전이 참 아름답네요.”

리안은 은근슬쩍 말을 돌렸다.

이벨 왕국의 궁전은 이색적이며 화려했기에 이벨 왕국의 자랑이었다.

“대항에 시대를 연 나라가 우리 이벨 왕국이니까요.”

어린 나이에 잘 배우긴 잘 배웠다.

다만, 선발대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다른 나라에게 식민지 사업을 야금야금 빼앗기는 중이었다.

“공주니이임!! 갑자기 나가시다니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세요?”

그때 여인이 공주를 향해 달려왔다.

갓 스무 살 근처쯤 되었을까? 한창 아름다운 나이이며 결혼 적령기였다.

시녀를 하기에는 조금 아까운 외모랄까.

결혼을 위해 조만간 은퇴를 할지도 모르겠다.

시녀는 귀족가에서 자녀를 인맥과 교육 차원에서 보내오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애가 흑막인가 보네.’

리안은 혹시나 싶어 그녀의 이름을 물었다.

“시녀님. 외람되지 않으면 이름을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보련 랄시라고 합니다. 공자님은 누구시길래 공주님과 함께 있나요?”

보련은 리안을 잔뜩 경계했다.

“그럼 넌 누구길래 공주님께 막말은 한 거냐? 랄시면 백작가로 알고 있는데… 백작님은 딸이 이러고 있는 거 아시나 모르겠네.”

“처… 처음 보시는 분이 이런 무례를! 그것도 공주님이 계시는 앞에서.”

리안은 미소를 지었다. 한쪽 입이 살짝 비틀린 채로.

“무례를 저지른 것은 네년이고. 그리고 난 그래도 돼. 공주님의 혼약자거든.”

“레… 레온 백작님……!”

리안의 돌변한 모습에 오히려 가슴이 콩딱콩딱 뛰는 공주였다.

자신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한 시녀를 나무라는 레온이 멋있어 보였다.

솔직히 앞으로 시녀를 어떻게 봐야 하나 고민하던 그녀였기에.

“그… 그게 정말입니까?”

“어. 아바마마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셔. 신센롬 제국에서 허락만 떨어지면 바로 공표할 거야.”

보련은 충격적인 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어린 꼬맹이가 백작인 것도 모자라 신센롬 제국과 어떤 모종의 관계가 있는 모양.

‘그렇다면!! 자브라 공자님과…….’

자신이 잘못한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엉뚱한 상상이 나래가 펼쳐졌다.

자브라 공작가의 첫째는 여전히 미혼이었다.

공주와의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어이. 너무 김칫국 마시지 마. 댁이 좋아하는 그 사람 내가 듣기로는 애인이 30명이 넘는 걸로 알고 있으니까.”

“그럴 리 없어요!! 그분께서는 저를 사랑한다고…….”

리안이 미소를 지었다.

“뭐. 그렇다 쳐. 그보다 네가 한 죄를 잊으면 곤란하지. 네 덕분에 공주님이 가출을 했었으니까.”

“제… 가 무슨 말을 했다구요!”

발뺌을 할 생각인 모양.

“그거 아냐. 공주님 머리핀이 녹음 마도구란 사실을.”

리안이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당연히 공주는 어리둥절.

자신의 머리핀에 그런 기능이 있을 줄은 몰랐다.

“사… 살려 주세요!! 백작님!!”

그녀는 곧장 무릎을 꿇었다.

그걸 보는 리안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A급 모략가가 뭐가 이리 순진하냐. 아직 어려서 그런가…….’

사실 머리핀은 리안이 지어낸 이야기였다.

모략 A급 재능은 탐이 나지만, 성향이 완전 악이었다.

아군으로 데려다 놔도 분란만 일으킬 확률이 1,000%였다.

“용서를 해 줘야 하나… 말아야 되나…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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