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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87화 (87/253)

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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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미샤호의 해병대장인 이염은 물속성 대전사다.

꿀꺽꿀꺽~!

그는 ‘캡틴큐’라고 적힌 럼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선장은 갑자기 왜 이런 걸 시키는 거야?”

투덜대며 바다에서 고잉미샤호로 수분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농땡이 부리지 말라고! 괴물이 오고 있으니까!”

그 밖에 물의 대전사인 부선장과 요리장 또한 이 일에 동참 중이다.

부선장은 리안이 왜 이런 짓을 시키는지 알고 있었다.

“괴물이라니요. 그보다 창문은 왜 다 닫은 겁니까?”

창문은 이중으로 되어 있었는데, 안쪽은 강화 유리였고 밖은 금속으로 씌워져 있었다.

“면상이 녹고 싶다면 열어 봐도 좋아. 크하하.”

해병대장 이염과 요리장 쿠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각자의 대기실에 있던 그들이라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모르기 때문.

“짜슥들! 놀라지 말라고. 해적 여왕께서 오고 있다고. 미인이라 소문이 자자하던데 오늘 그 면상때기를 구경할 수 있겠네.”

“설마… 누나헬이?!”

“젠장! 부선장.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니요?!”

두 사람의 표정이 휙하고 바뀌었다.

중해의 해적들을 지배하는 해적 여왕도 서해 해적왕과 마찬가지로 마스터급이었다.

홀로 연대급 병력을 돌파할 수 있으며, 해상에서는 카락급 배 정도는 거뜬히 뒤집어 버린다.

“선장이 의도한 것처럼 보이니까. 그냥 닥치고 시키는 대로나 해.”

“뭐. 그렇다면야.”

“난 또 뭐라고.”

이염과 요리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일반 단원들처럼 그들에게도 리안은 신이나 다름이 없었다.

다만.

* * *

“그 여자 성격이면 뛰쳐 나올 때가 되었는데…….”

리안은 그녀를 유인하기 위해 상대를 열심히 약올렸다.

적들의 함대 중심에 그녀가 없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기에.

달달달.

리안은 불안한지 다리를 달달 떨었다.

품에는 작은 구슬을 열심히 만지작거렸다.

“이건 좀… 예상외인데… 일단 지원 요청을 해야겠네. 이벨 왕국의 기함과 연결은 아직인가요?”

“어. 그… 거의 다되었어!”

리안의 말에 통신 마법사 포트는 이마에서 땀을 닦았다.

워낙 배가 많고 사전에 코드를 교환하지 않았기에 선별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됐어!”

“고생했어요. 빨리 연결해 줘요. 급하니까.”

치익!

[오오~! 드디어 연결이 되는군. 조카 사위.]

이벨 왕국의 국왕은 리안을 반갑게 맞이했다.

그의 목소리는 상당히 밝아 보인다.

굳이 따져 보면 조카사위는 아니지만, 리안이 진짜로 하브스 가문의 사위가 된다면, 집안 어른인 것은 맞았다.

“새로운 땅의 제왕이신 이벨 제국의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작전상 연락을 드리지 못한 무례를 용서하시길.”

[황제라니. 하하하. 됐어. 됐네. 그저 율 대륙 서쪽 변방의 작은 소국의 국왕일 뿐이니. 딱히 띄워 주지 말게나.]

신대륙의 절반인 남쪽과 북부 지역도 일부를 가진 거대한 땅을 소유한 왕이다.

땅의 크기만 본다면 황제라 불러도 될 정도이지만, 율 대륙에서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나 제국이 되기 위해선 교황청의 인정이 필요했는데, 당연히 이벨 왕국 측에선 요청조차도 하지 않았다.

이미 같은 하브스 가문이 신센롬 제국의 주인이기 때문.

[그리고 연락은 신경 쓰지 않아. 자칫 상대측에서 엿들을 수도 있으니.]

사실. 리안은 그런 염려 따위를 하지 않았다.

통신 마법에 있어서는 믿을 만한 통신 마법사가 고잉미샤호에 타고 있기 때문.

웬만한 실력이 아니고서야 통신을 가로채서 듣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상대가 스스로 황제가 아니라 했으니. 전하라 불렀다.

계속 폐하라 부른다면 그것은 결례가 될 수도 있으니.

[그래. 이제 이쪽으로 넘어오는 것이 어떤가? 충분히 이득을 본 것 같은데.]

더는 싸우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상당히 유리해졌다만 상대가 정신 줄을 놓고 돌격한다면 이벨 왕국도 손해를 각오해야 한다.

“그게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전하. 이단 해적 두목 누나헬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어서 이쪽으로… 아니다. 일단 나도 사람을 보내지. 어서 도망치시게. 마주하게 되거든 부디 한 번의 공격만 버텨 보게나!]

국왕 펠리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변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리안의 부하들 중 대전사가 다섯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 운이 좋다면 침몰은 면할지도 모른다.

“감사드립니다. 전하!”

리안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다만, 다리는 여전히.

달달달.

심하게 떨고 있었는데…….

그럴 것이 중해의 바다는 건조했고. 오늘따라 그 정도가 더 심했다.

“버틸 수 있겠지……?”

사실 이론일 뿐이다.

해적 여왕 누나헬의 속성은 불.

전열함급 배조차도 그녀의 주먹 한 방에 구멍이 뚫리고는 한다.

‘그래도 그냥 보내기엔 아까운걸.’

커뮤니티에서 누나헬의 공격으로부터 기함을 지켰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누나헬이 활약하는 시기는 게임 초반인데, 이 시기에는 제대로 된 전력이 없기에 그녀는 존재 자체가 재앙이었다.

일단 조건은.

철갑선, 야누스의 심장 조합.

야누스의 심장은 얻기 힘든 아이템이지만, 어찌어찌 리안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딴 거지 같은 날씨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문제는 날씨 때문에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이 생각보다 더뎠다.

참고로 이동 중에 야누스의 심장은 조작이 힘들었고.

제자리에 서 있어도 범위와 강도를 높이기 위해선 당연히 시간이 걸렸다.

특히나 반대가 되는 기후를 만들려면 더욱더 오래 걸린다.

‘그렇다고 자주 사용해 볼 수도 없고.’

야누스의 심장은 다루기 힘들뿐더러. 쿨타임도 느렸기에 자주 사용해 볼 수도 없다.

때마침 완충되어 옳다구나 사용했는데 이렇게 될 줄이야.

물론 차선책도 있긴 있었다.

철갑선+물속성 대전사.

이 경우는 꽤 많이 쓰는 조합인데…….

중해에서 운 나쁘게 누나헬을 만날 경우 버티기 용도다.

게임 오버를 당하기 싫다면, 기함은 살려야 하니.

[서… 선장님! 파수대입니다. 이상한 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누나헬이 뛰쳐나왔다.

“저건가.”

조타석은 마법진으로 인해 밖이 훤히 보인다.

저 멀리서 서핑 보드를 탄 여인이 빠르게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건 진짜 사기잖아.”

물속성의 기본 패시브인데, 상극인 불속성으로 저런 짓을 벌이니 사기가 맞다.

파츠츠츠츠~!

파도는 잔잔한데 웃기게도 그녀의 서핑 보드 뒤로 물살이 튀어 올랐다.

아니. 튀어 올랐다는 표현은 너무 점잖다.

그냥 저건 물로켓이다.

그녀의 뒤가 일렁거렸다.

불속성이니 뭔가 열기를 이용해서 저런 현상을 만드는 모양.

“아슬아슬한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갑판 아래에서 열심히 세 명의 물속성 대전사가 힘을 쓰고 있다는 것.

바닷물을 끌어들여 고잉미샤호를 적셨고. 그 수증기가 증발하며 수증기가 생겼다.

그 수증기 덕분에 좁은 지역이지만, 비를 내리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질러? 아님. 버텨?”

어설프게 비를 내리게 하는 것보다 세 명의 대전사를 믿는 것이 나을 것 같기도 하다.

고잉미샤호는 그냥 철갑선이 아니라 스랑 제국이 예산을 때려 부어 만든 배다.

누나헬 공략 편에서 나오는 철갑선들과는 내구력 자체가 달랐다.

“에라 모르겠다. 신이시여!!!”

리안은 하늘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신을 찾았다.

* * *

화가 단단히 난 누나헬은 빠르게 고잉미샤호로 접근했다.

배 주변으로 수증기와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것을 보아하니 나름 대비를 하는 모양.

“웃기는군. 저딴 조잡한 짓으로 날 막을 수 있다고? 차라리 갑판 위에 올라와서 물을 쏘는 것이 나을 텐데?”

그녀의 불주먹은 중해에서 악명이 높았다.

진짜 주먹은 아니었고 그녀가 쏘아 내는 불덩어리가 마치 주먹처럼 보여서 지어진 별명이었다.

물론 엄청난 기력을 소모하기에 남발할 수는 없었다.

화르르르르~!!!

고잉미샤호가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몸 주변으로 불길이 솟아올랐다.

점점 그녀의 서핑 보드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거나 받아라!!!”

그녀가 서핑 보드를 옆으로 틀며 기운을 전방으로 방출했다.

온몸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거대한 불기둥이 고잉미샤호를 향해 쏘아졌다.

화르르르~!

커다란 주먹 모양의 불덩어리가 닿는 것은 바스러뜨리겠다는 기세로 날아갔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음.

불길은 어느새 고잉미샤호의 전체를 덮었다.

다만.

다른 방향에서 바라본다면 불들이 고잉미샤호를 비껴 가는 것으로 보였다.

츠으으으~!

달아오른 고잉미샤호의 외장갑에서 폭발하듯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누나헬의 공격은 실패한 것이다.

“뭐… 뭐야?!!”

누나헬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감히 어떤 배도 자신의 앞에서 떳떳하게 서 있을 수 없다고 자부했다.

그러기 위해 피나는 노력으로 만든 필살기.

그동안 이런 경우는 없었다.

목선이라면 두 동강이 나며 타올랐고. 철갑선의 경우도 구멍을 뚫은 적이 몇 번 있었다.

가끔 반항을 위해 물속성 대전사들이 갑판에 올라 물을 쏘아 대며 막았지만, 그렇다고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승무원들의 생존율이 조금은 올라갔지만, 갑판에 나와 있던 대전사들은 대부분 녹아 사라졌다.

“오냐. 누가 이기나 해 보자!”

그녀는 금방 정신을 차리고 제자리에 서버린 서핑 보드를 좌우로 저으며 속도를 높였다.

공격이 실패했다 해서 끝난 것은 아니다.

힘이 조금 빠지긴 했으나 그녀는 마스터.

승선해서 쳐부수면 그만.

그런데…….

싸아아아아~!!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더 웃긴 것은 다른 곳은 멀쩡한데, 고잉미샤호의 주변으로만 비가 내렸다.

마치 신의 가호라도 받는 것처럼 보였다.

치이이익…….

그녀의 서핑 보드가 속도를 잃기 시작했다.

그럴 것이 그녀가 서핑 보드를 움직이는 원리가 열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

물론 속도를 완전히 잃지는 않았지만, 기존의 속도에 반의반도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그래. 신물이라도 가지고 있는가 보구나. 좋은 전리품이다.”

비가 왔지만 포기를 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기후가 불리해도 그녀는 마스터다.

속성을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강했다.

“하하하하하!!!”

그때 저 멀리서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누나헬은 이 기운이 뭔지 알고 있었다.

“낄 때 안 낄 때 구분도 못 하는 썩은 버터 같은 놈이!”

“보고 싶었소. 누나헬 양. 저번에 보고선 또 언제 그대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그리움에 상사병이 걸릴 뻔했지 뭐요.”

느끼하게 생긴 얼굴에 바닷물이 흠뻑 젖은 것이 마치 기름 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이벨 왕국의 대항인 부대 대장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존재 자체가 누나헬을 견제하기 위한 대항인 그 자체였다.

마스터임에도 이름을 대항인으로 개명했을 정도로 진심이었다.

“스토커 같은 자식이!”

“순정남이라 불러 줬으면 좋겠구려. 하하하.”

둘의 인연은 참으로 질겼다.

이벨 왕국 측에서 해적으로 골머리를 쌓자 자진해서 그가 전담반을 만든 것이다.

평소엔 오늘처럼 대규모로 몰려다니지 않으니 말이다.

참고로 둘 중 누가 더 세냐고 한다면, 날씨와 환경에 따라 6:4 정도로 대항인이 조금 더 우세했다.

그럴 것이 대항인의 속성이 물이었기 때문.

하필이면 오늘 비가 내렸다.

“오래간만에 이리 둘만 보게 되는구려. 마치 신께서 우리를 이어 주는 것 같지 않소?!”

“신도 무심하시지. 나는 오늘부터 무신론자다. 빌어먹을 버터 놈아!”

“그러지 말고. 질펀하게 놀다 가시오. 아니. 그럴 것이 아니라 나와 이벨 왕국으로 가시지요.”

“꺼져라! 이놈아!”

누나헬은 급하게 서핑 보드를 틀어서 함대로 돌아가려 했다.

다만, 국소적인 지역이지만 비가 내리는 영향권이었고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하하하! 오늘은 내가 더 빠를 것 같구려. 내 오늘은 그대를 납치해서 가리다.”

참고로 대항인은 정령 갑옷을 착용한 상태로 물 위에 떠 있었다.

물속성이라 어떤 장비도 필요가 없었는데, 평소엔 도구를 사용하는 누나헬이 속도가 조금 더 빨랐다.

반짝반짝!!

누나헬은 급히 마도구를 꺼내 함대로 신호를 보냈다.

이대로 싸우기에는 너무도 불리했다.

이미 큰 힘을 썼기에 체력 면에서 딸렸고.

국소지역이지만, 비가 내리고 있었으며.

근처에는 고잉미샤호가 원호를 할지도 몰랐다.

함대가 중요하긴 하나 일단 살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절대 붙잡혀서는 안 된다.

다른 해적들처럼 사형이라도 시켜 주면 다행이겠지만, 저 미친 남자에게 어떤 짓을 당할지 몰랐다.

“빌어먹을!”

누나헬은 분통을 터뜨리며 고잉미샤호를 노려봤다.

선장이 어떤 놈인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만난다면 뼈까지 태워 가루로 만들어 버리리라.

그보다 고잉미샤호가 싸움에 합류하면 곤란했는데…….

“저… 저놈! 어… 어딜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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