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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85화 (85/253)

8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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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미샤호를 향해서 세 척의 갤리선이 접근했다.

리안은 느긋하게 손가락을 살살 풀었다.

“흐리아 민에게 통신 연결해 주세요.”

“아… 알겠어. 선장.”

통신 마법사 포트가 이리저리 통신구를 조종하자.

지직~

[백작님!]

“넌 뒤로 빠져 있어. 어떻게 싸우는 지 잘 보고 배우라고. 샤로트도 지켜보게 하고.”

흐리아 민이 조종하는 배에는 포병은 고사하고 기관병들조차 최소한으로 배치된 상태였다.

싸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태.

[혼자 괜찮겠어요?!]

“신형 전함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포문 숫자도 적은 갤리선이니. 훗!”

그리 말하고는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고. 흐리아 민의 배는 점점 뒤로 멀어진다.

그걸 본 오스 제국의 세 척은 당황스러웠다.

-무슨 자신감으로 저러는 거지?

-아무리 신형이라도… 삼 대 일은 힘들 텐데.

-얼른 잡고 복귀하자고. 겨우 한 척을 상대로 질질 끌 수는 없으니.

그들은 나란히 고잉미샤호를 향해서 움직였다.

도주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에 노를 움직이진 않았다.

그런데… 상대의 배가 옆으로 천천히 돌기 시작하더니.

퍼버버벙!!

멀찌감치에서부터 사격을 시작했다.

갤버포를 쏘기 딱 좋은 거리. 다만, 캐논포를 쓰기엔 너무 멀었다.

-뭐야!! 우리도 반격 후 접근한다!

세 척의 배는 그대로 옆으로 틀어서 고잉미샤호를 향해 갤버포를 쐈다.

다만, 그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텅! 텅! 텅!!

포탄은 고잉미샤호의 몸통에 맞고 허무하게 튕겨 나왔다.

철갑선인 탓에 갤버포로는 타격을 주기 힘들었다.

-젠장! 이대로는 안 된다!! 노를 저어라.

잔잔한 바다인 중해에서 활동하는 오스 제국의 전함들은 대부분 노가 달린 갤리선이었다.

부유석은 파도의 진동으로 출력을 높일 수 있는데, 중해에선 효율이 떨어졌다.

시대에 뒤떨어질지 모르겠지만, 노를 쓰면 단시간에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꼬맹이 어쩔 생각이야?”

“뭘 어째요. 열심히 쏴요! 어차피 저놈들 갤리선이라 포문도 몇 개 되지 않는데.”

갤리선은 노가 달린 함선으로 포격보단 백병전에 특화된 배다.

노를 이용해 빠르게 접근하여 쪽수로 밀어붙이는.

당연히 측면에 노가 있으면 마포를 배치할 공간이 줄어들 수밖에.

[귀염둥이 선장. 우리에게 맡겨만 주라고!!]

고잉미샤호는 제자리에 서서 무차별적으로 포격을 시작했다.

거친 바다에서 포격을 하던 포병들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퍼버버버벙!!!

“짜식들아. 이런 하품 나오는 바다에서 못 맞추면 불알을 떼야 할 거다!”

“화포장~! 그럼 더 못 맞출 거요. 중심 잡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인데.”

“흥! 여자인 샤로트는 잘만 쏘더만!”

지금 샤로트는 다른 배에 타고 있었기에 화포실에 없었다.

펑! 펑~ 펑~!! 파직!!

속사에 가까운 사격.

확실히 화포장의 말대로 사격의 난도는 낮았다.

더럽게 안 맞는 평소와는 달리.

“오오! 한 척 보냈어.”

포탄 하나가 적선의 밑동을 때렸고 그 즉시 중심을 잃고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바닷물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젠장! 두 척은 보낼 줄 알았는데. 미안하다. 선장!]

화포실에서 온 통신에 리안은.

“굳잡. 한 척이라도 보낸 게 어디예요!”

그리 말하고는 출력을 최대로 올렸다.

다만, 고잉미샤호는 앞으로 튀어 나가지 않고 제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심한 진동과 함께 짐승과 같은 울부짖는 소리.

“위험한 거 아니야?!”

“기관실에서 알아서 하겠죠.”

리안의 말대로 기관실의 상황은 난장판이었다.

뜨거운 열기 속에 기관병들은 빠르게 뛰어다니며 엔진의 출력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중.

“누님. 얼마나 버틸 수 있어요?!”

[젠장. 15초가 한계야.]

“그 정도면 충분하네요.”

리안은 미소를 지으며 남는 시간에 기지개를 켰다.

* * *

이벨 왕국의 국왕 펠리 하브스는 동쪽에서 등장한 배 두 척을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놈들 뭐 하는 거야?”

“모르겠습니다. 신기하게 생겼긴 한데… 세 척을 한 척으로 상대하려나?”

딱히 개입하지는 않았다.

소속도 모르는 함선을 구해 줄 의무 따위는 없었다.

더군다나 저들을 구하러 움직이면 진형이 깨진다.

“어어……?!”

그런데, 두 척의 배 중 한 척이 앞으로 나아갔고. 다른 한 척은 뒤로 물러나 배회한다.

뒤에 있는 배에 중요 인물이라도 타고 있는 것일까?

퍼버버벙!!

이내 포격이 시작되었고.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적들이 쏜 포탄이 철갑으로 튕겨 낸 것이다.

“철갑선의 성능이 저 정도라고??!”

“갤버포라 그런 것 같습니다. 전하!”

“도대체 어디 소속 전함이지?”

짧은 시간의 포격으로 겔리선 3척 중 한 척이 침몰했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저들의 실력이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그보다 어쩔 생각인 거지?”

더 당혹스러운 것은 가만히 서서 포격을 하고만 있다는 것.

포격전으로 이어 가려면 도주해야 할 터인데…….

“아직 두 척이나 남아서 백병전이 벌어지면 불리할 텐데…? 음?!!”

그다음 벌어진 일은 경악스러웠다.

* * *

겔리선 두 척은 빠르게 고잉미샤호로 접근했다.

도주하기에는 늦어 보였다.

츠샤~ 츠츠샤~!

노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순간 속도만큼은 갤리선을 따라올 자가 없었다.

물론 거친 원해로 나가면 노들이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지만.

“목선 주제에 겁도 없이 대가리를 들이미네.”

두 척의 갤리선이 코앞까지 접근하자 리안은 제어하고 있던 브레이크를 놓았다.

퍼어엉!!!

고잉미샤호는 광음을 내며 포탄처럼 튀어 나갔다.

이런 식으로 나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샤아아아~!!

고잉미샤호가 빠르게 접근하자 놀란 갤리선이 회피하기 위해 옆으로 틀었지만, 관성에 의해 쉽지 않았다.

쾅!! 파사사삭!!!

결국 고잉미샤호는 갤리선의 옆구리를 들이박았고.

쩌어어억!!

갤리선 한 척이 두 동강이 났다.

-끄아아악!!

-침몰한다.

-괴물이다. 저 배는 괴물이야!

딱히 괴물 따위가 아니다.

고잉미샤호는 그냥 철갑선이 아니다.

스랑 제국이 기술력을 때려부어 단단하게 설계된 철갑선이다.

반대로 갤리선은 잔잔한 중해에서 운항하기에 내구도를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부분적으로 철판을 덧대거나 조립과 나무 소재에 신경을 쓴 배도 있지만, 저들의 배는 아니었다.

“하급 피라미 같은 배로 덤비다니. 쯧.”

리안은 콧방귀를 끼며 출력을 더욱 높였다.

고잉미샤호는 배 한 척을 갈라 버리며 뚫고 나왔고 남은 갤리선의 옆구리로 직행했다.

쿵~!

아쉽게도 속도가 줄어서 방금처럼 두 동강을 내진 못했지만, 상대에게 충분히 충격을 줄 수 있었다.

조금만 더 세게 부딪혔다면, 배가 옆으로 바다에 처박혔을 거다.

“해병대 형님들. 믿습니다!”

리안의 목소리가 고잉미샤호의 전체 스피커로 울려 퍼졌다.

우오오오오!!!

해병대기실에 대기하고 있던 해병들이 갑판으로 뛰쳐 올라와 상대방의 배로 뛰어넘어 간다.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없었지만…….

* * *

중해의 해적 여왕 누나헬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저기서 백병전이라고?!”

황당하다 못해 허탈감까지 엿보인다.

잘 싸워놓고 굳이 백병전이라니.

참고로 오스 제국의 해군(?)들은 다른 나라의 군함보다 적게는 1.5배, 많게는 4배까지 전투 승무원을 더 태운다.

정체불명의 철갑선은 그다지 크지 않았고. 승무원의 숫자도 예상이 갔다.

“자기 무덤을… 음?!”

백병전을 펼치면 당연히 이길 줄 알았는데, 갑판 위의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 * *

우오오오오!!!

광기에 쌓인 고잉미샤호의 해병대들은 고민도 하지 않고 겔리선으로 넘어갔다.

겔리선의 갑판 아래에서는 개미 떼처럼 계속해 해적들이 올라왔지만.

“으하하하!! 가라. 짜식들아.”

퍼어어엉!!

부선장이 물대포로 한 번 조진 다음 길을 열어 줬다.

갑판 위는 고잉미샤호의 승무원이 빠르게 점거했다.

타다다당!!!

적들이 밀집한 장소에는 마총병들이 숫자를 줄여 줬고. 그쪽으로 해병대들이 비집고 들어갔다.

처음에는 숫자라도 많았지 이제는 숫자도 고잉미샤호 쪽이 더 많았다.

“뭐… 뭐야?! 저놈들. 왜 이렇게 잘 싸워?!”

“젠장… 대전사다!!! 대전사만 셋이야!”

눈에 보이는 대전사가 셋이었지만, 실제로는 다섯.

적을 기만하기 위해 대전사 두 명은 일반 전투원인 척 싸우고 있었다.

와아아아!!

백병전은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고잉미샤호의 해병대는 옛날부터 소수 정예였다.

도무지 상대가 되질 않았다.

“인원 보고하세요.”

리안은 슬쩍 갑판으로 나와 난간에 발을 하나 걸쳤다.

다리가 짧다 보니 파도에 잔잔하게 배가 흔들릴 때마다 위태로워 보인다.

“중해 해적 놈들 명성에 비해 영~ 부실하군. 가볍게 다친 놈들 뿐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꼬맹이.”

갤리선의 갑판에 있는 부선장이 리안에게 보고했다.

“방심하지 마세요. 이놈들 피라미니까 약한 거라고요.”

리안이 굳이 백병전을 벌인 것은 저들이 약할 걸 알기 때문이다.

배의 급과 상태에 따라 승무원의 수준은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오니.

“이제 빠지는 건가?”

부선장이 리안에게 물었다.

“딱히 건진 것도 없는데, 이대로 빠지면 섭하죠. 저기 노란 배 보이나요?”

“음?”

리안이 저 멀리 있는 중해 해적들의 배들 중 하나를 짚었다.

“저 배가 뭔데?”

“뭐긴 뭐예요. 보물선이지. 저걸 탈취합니다!”

리안의 말에 부선장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세 척을 잡았다고는 하나 여전히 적의 숫자는 백 척이 넘어가고 있었다.

“샤로트!! 이리로.”

때마침 흐리아 민의 배가 가까이 붙었다.

갑판에는 기가 잔뜩 죽은 샤로트가 나와 있었다.

휘이이익!!

그녀는 빠르게 몇 번 뛰더니 순식간에 리안의 앞으로 튀어왔다.

“뭘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

“죄송해요…….”

“괜찮아. 그건 어차피 연습용 배였어.”

샤로트를 조타수로 쓸 수 있나 없나를 실험했다고 해야 하나.

다만, 깝치려면 원해에 나와서 깝칠 것이지 얼마 되지도 않는 강에서 참지 못하고 사고를 쳐 버렸다는 것이다.

“저… 정말이요?!”

“그래! 그래서 그런데 해 줄 일이 있어.”

“우우웅?! 맡겨만 주세요!”

리안은 미소를 지으며 샤로트에게 뭔가를 열심히 지시했다.

* * *

이벨 왕국의 국왕 펠리 하브스는 입을 살짝 벌렸다.

포격 실력이 예사롭지 않기에 포격 전문 배인 줄 알았다.

그런데, 백병전으로 배나 되는 병력을 순식간에 잡아 버렸다.

“전하. 백작령급 전력으로 보입니다!”

“대전사만 다섯이더군.”

적들은 몰랐겠지만,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국왕은 눈치챌 수 있었다.

실력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은 두 명이 더 있었다는 것을.

“저놈들 정체가 뭘까?! 그보다 뭐 때문에 저리 싸우는 거지?”

국왕 펠리 하브스는 저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배 한 척을 나포했다고는 하지만, 자칫 배가 파손되거나 승무원의 손실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특히나 상대를 들이받는 순간은 충격에 머리가 어질할 지경.

“해적 여왕에게 원한이라도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건 그것대로 흥미롭군… 음?!”

그때 정체불명의 함선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당하게도 적들의 중심을 향해서.

“저… 전하! 깃발이 올라왔습니다…….”

“젠장. 전투 준비.”

* * *

리안은 조타석에 앉아 외쳤다.

“깃발을 올려라아아앗~!”

[무슨 깃발을 올립니까?! 선장님.]

파수병이 헛갈리는지 다시 질문을 해왔다.

그럴 것이 깃발이 많아도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해적 깃발 그다음은 신센롬 제국 깃발 거기에 명예 성기사의 깃발!”

[아… 알겠습니닷!]

* * *

그걸 본 해적 여왕 누나헬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올라온 깃발을 보며.

“뭐야! 해적?!”

“양식이 서해 해적 놈들 같습니다.”

그다음 깃발에는.

“신센롬 제국?! 뭐야. 왜…….”

신센롬 제국은 북해와 중해와 닿아 있지 서해와는 거리가 멀었다.

도무지 그 관계를 유추할 수 없었다.

“제… 제독! 성기사입니다! 명예 성기사 깃발이 올라왔어요.”

그때 마지막 깃발에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그럴 것이 명예 성기사는 성전에 참여한 최고의 기사에게 주어지는 칭호.

다시 말해 오스 제국 측에선 악마 그 자체였다.

“저놈! 도대체 정체가 뭐야?”

명예 성기사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기에 중해에서 활동하는 녀석들은 어지간해서 다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런 요상한 놈들은 듣도 보도 못했다.

“전투 준비! 빌어먹을. 이벨 왕국이 참여할지도 모른다. 진형을 짜라!”

자신만만해하던 누나헬의 표정이 굳기 시작했다.

신센롬 제국 그리고 명예 성기사라면, 에벨 왕국도 어쩔 수 없이 참여해야 할 것이다.

그냥 지켜만 본다면 명예가 실추될 수도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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