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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80화 (80/253)

8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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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미샤호는 물살을 따라 강을 거슬러 내륙으로 이동했다.

상류에서 흐르는 강이 내려오는 위치에는 웅장한 항구가 지어져 있었다.

샤아아아.

저 멀리서 고잉미샤호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부두 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오오오오!!!

리안에게 구출을 받은 노예들부터 도시에 사는 시민들 그리고 기자들까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어떤 기자는 리안의 모습을 담기 위해 위험하게도 높은 건물 위에 올라가 있기도 했다.

촤아아아! 쿵.

배가 부두에 완전히 닿고 리안은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외쳤다.

“아아.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다들 무사히 도착했군요. 저는 여러분이 무사한 것을 보았으니 이만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배에서 내리지는 않았다.

당연히 사람들은 곧장 내려서 교황청으로 가서 교황을 만날 줄 알았다.

놀란 기자들이 소리를 치며 모여든다.

“레온 백작 각하!!! 인터뷰를 했으면 합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주십시오!”

“율 대륙의 사람들은 각하의 공적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합니다.”

그러자 리안은 고잉미샤호의 판때기를 내려 부두에 내려 줬다.

“감사합니다. 백작 각하!!”

기자들은 우르르 배 위로 몰려들었고.

그런데 그들 이외에 리안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백작 각하!! 각하께서 구해 주신 노예들의 대표입니다.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그대들도 올라오세요.”

리안의 말에 리안에게 구함을 받은 몇몇 노예 대표들도 고잉미샤호에 올라왔다.

사실 그들은 리안과 정리해야 할 것이 있었다.

여덟 척의 배에는 노예 말고도 각종 약탈품들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딸랑~ 딸랑~

그때. 저 멀리서 청명하게 울리는 방울 소리.

교황청에 나온 사람들이 인파를 가르며 나타났다.

하얀색에 금색으로 수놓아진 법복은 사람들에게 절로 길을 비켜 주게 만들었다.

“리안 레온 백작을 뵈러 왔습니다.”

“이쪽으로 오르시지요.”

교황청의 사람들도 고잉미샤호로 초대되었다.

당연히 리안은 개인실이 아닌 모두가 지켜볼 수 있는 갑판에서 맞이했다.

지금 교황청은 속을 끓고 있을 거다.

죽이려고 함대까지 파견했는데, 공을 세워서 돌아왔다.

그 덕분에 교황청의 치안이 일시적으로 마비되었으며, 외부의 시선 때문에 리안을 처리하기도 힘들어졌다.

오히려 리안에게 상을 내려야 할 판.

최악에는 명예 성기사의 자리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훌륭한 일은 해내셨습니다. 레온 백작님.”

“뭘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흐흣.”

추기경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찰칵찰칵!!

기자들은 열심히 두 사람의 만남을 사진기로 열심히 남겼다.

이것은 머지않아 대륙 곳곳에 퍼질 것이다.

“성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곳까지 왔는데 뵙고 가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피로 얼룩진 몸으로 어찌 감히 교황청으로 들어갈 수야 있겠습니까.”

“그 피는 이교도들의 피이니 오히려 신께서 축복을 내리실 것입니다.”

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의 관심 때문에 딱히 나쁜 짓을 저지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다.

“오히려 더러운 피입니다. 그리고 지금 외조부님의 땅에 전운이 감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며칠이면 됩니다. 성하께서 레온 백작님께 명예 성기사의 작위를 내리실 예정입니다.”

리안은 조금 솔깃했지만, 세이나의 동생이 구출되는 즉시 떠나야 했다.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외에도 언제 교황의 함대가 도착할지 모른다.

지금쯤 오스 제국의 함대와 한참 치고받고 싸우고 있겠지만, 그게 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떠나야 한다.

교황청에서 무슨 음흉한 술수를 쓸지 모르니.

“아직 수행이 부족하기에 신의 말씀을 실천하는 종이 되기엔 부족합니다.”

“백작님이 명예 성기사가 되지 않으면 누가 되…….”

“그보다 이걸 받아 주시겠습니까?! 감히 본인이 가지고 있을 물건이 아닌지라 성하께 바치고 싶습니다.”

리안은 갑자기 동작을 크게 하며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주변을 둘러보니 기자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거지.’

일부는 고성능 카메라도 보인다.

생각보다 아홉 손가락이란 별명을 가진 소녀의 실력이 좋았다.

이 정도까지 짝퉁을 잘 구현할 줄이야.

스윽.

리안은 보란 듯이 과도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받쳤다.

“그곳 분수대에서 나온 유물입니다. 뭔가 저들에게 의미가 깊어 보이는 물건으로 보이더군요.”

“아아. 이렇게 귀한 것을…….”

사실 속으로 욕을 하던 추기경도 놀라 버렸다.

개인적인 전리품을 교황청에 바친 것이다.

이런 것이라면 성 한 채도 살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을 텐데…….

‘이게 이교도 놈들이 찾던 그거인가?’

추기경도 예사롭지 않은 그 물건을 그냥 받을 수는 없었다.

급히 자신의 목에 길게 늘어뜨린 붉은 스카프를 풀어 접었다.

펄럭!

그걸 반으로 접은 뒤 리안이 바친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그 위로 올리도록 유도했다.

가끔 이교도들의 성물이 자신들의 성물과 겹치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 믿는 방식의 차이일 뿐 같은 신을 믿는다는 것은 고위급 사제라면 알면서 모르는 척을 할 뿐이었다.

이미 율 대륙 내부에도 분열이 생긴 상태다.

“오오오!!”

기자들도 물건에서 나오는 후광에 감탄했다.

사실 가짜 목걸이에 발견했을 때 담겨있던 상자 성분의 일부를 섞었다.

자연스럽게 추기경의 기운에 반응한 것.

보기와 다르게 아무런 권능도 없었다.

“정말 감탄이 터져 나오는 물건입니다. 또한 이런 문양은 본 적이 없군요. 이걸 연구하면 쥬 님의 말씀을 해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서로 적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추기경은 기뻐했다.

오히려 자신들이 오해를 하고 있고. 리안은 신실한 신자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전쟁 신 주교도 우연치 않게 구했을 뿐.

“추기경님. 부탁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들어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요.”

자신이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들어줄 의향이 있었다.

“여덟 척의 이교도 배 중에서 두 척은 제가 가져갈 수 있겠습니까? 노가 달리지 않은 것으로요.”

그 배들을 교황청이 관리하고 있다지만, 사실 여덟 척의 배는 리안이 모두 가져간다고 해도 할 말은 없는 상황이다.

어찌 보면 리안의 전리품이나 다름없는 것을. 노예들에게 빌려준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레온 백작님.”

여덟 척 모두 가져갈 줄 알았는데, 두 척이라니 의외였다.

추기경은 노예 대표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운반한 것은 그들이니까.

“저희는 우리들의 영웅이신 백작 각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머지 다섯 척은 그대들에게 맡기고 싶네요. 그 안에 실린 물건들도요. 귀향길은 험난할 것입니다.”

그 말에 노예 대표들은 감동한 눈치였다.

사실 튀니스에서 잡아 온 이교도들을 노예로 팔아치워도 여비는 충분히 나올 테지만.

이들은 이교도 해적들에게 약탈당해 고향이 피폐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돌아가더라도 먹고살 걱정부터 해야 할 터.

그것까지 감안했다는 걸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레온 백작님. 바쁘시더라도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실 수 있습니까?”

추기경이 다급히 말했다.

리안이 세운 공도 적지 않은데, 이런 물건까지 바쳤는데 그냥 보낸다는 것은 교황청의 체면에도 문제가 생긴다.

제3자들은 교황을 보지 않고 떠난 것을 보고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보상을 거절하기 위해서 떠난 리안을 겸허하게 평가할 것이다.

“무엇 때문에 그러십니까? 추기경님.”

“성하를 모셔 오겠습니다. 약식으로나마 명예 성기사 서임을 받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렇게나 사람들이 모인 김에 여기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리안은 잠시 고민했다.

명예 성기사와 일반 성기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의무와 권한.

명예 성기사에게는 책무가 없다.

말 그대로 ‘명예’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일단 어떤 국가에 가더라도 인정받을 수 있다.

명예 성기사는 성전에 참가해야만 얻을 수 있는 작위였기 때문이다.

이 타이틀을 위해 수많은 기사들이 성전에서 재산과 목숨을 잃어야 했다.

기사로써 스스로를 증명할 최고의 명예라는 것이다.

두 번째. 어떤 지역의 교구에 가던 1,000페니의 활동비와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심하면 율 대륙을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세금처럼 걷고 다녀도 된다.

한 교구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 비용이 1,000페니이까.

교단 입장에선 존재 자체만으로도 홍보가 되는 일이니 오히려 이를 적극 권장했다.

일종의 모델 비용이라 보면 된다.

세 번째는 교회를 사찰 권한이 있었다.

교단에 불리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

보통 명예 성기사가 될 정도면 신앙심이 보통이 아니기 때문.

만약 이런 열혈 명예 성기사가 아니었다면, 이미 교단은 썩어서 망했을지도 모른다.

교단에 반기를 들이지 않으며, 교단의 권력을 탐하지 않고. 오롯이 교단을 정화하기에 나쁘지 않았다.

“교하께서 직접 나오신다면 일단 기다릴 수밖에 없군요.”

리안은 살짝 불안하긴 했다.

아무리 특이한 금속을 섞었긴 했지만, 짝퉁인 것이 들통날지도 몰랐다.

그뿐만 아니라 구출 작전이 너무 빨리 끝날 경우도 문제였다.

“기다리시는 동안 보급을 채워 드리겠습니다. 당연히 비용은 우리 교황청이 부담할 것입니다.”

인심 썼다는 듯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받은 것에 비해 보상이 초라했다.

목걸이가 진품이라면 말이다.

‘너무 빨리 들통나서 잡으러 오면 곤란한데…….’

추기경이 떠나자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펼쳐졌다.

-신센롬 제국의 사위가 된 것은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저 감사의 뜻일 뿐입니다. 저 같은 소인배가 감히 신센롬 제국의 사위라니요.”

리안의 대답에 기자는 실망한 눈치.

나이가 나이인 만큼 기분에 들떠서 헛소리를 지껄일 만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른보다 오히려 어른스러운 대처.

-스랑과 잉글슨의 해전에서 큰 공을 세웠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러자 다른 기자가 주제를 바꿔 질문했다.

생각보다 정보 교류가 빠른지 이제는 스랑 제국과 잉글슨 왕국의 해전 소식도 찌라시가 돈 모양이다.

“제가 할 말은 없습니다. 저는 그저 용병으로 참여했으며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단독으로 스랑 제국의 통신선을 잡았다는데, 사실입니까?

“그 또한 말씀드릴 것이 없네요. 말씀드렸다시피 전쟁이 끝나면 알려질 것입니다.”

기자들의 팬은 귀족 아니 왕이라 해도 봐주지 않는다.

언론을 통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게 가능하다 해도 막대한 자금이 들었다.

더군다나 국적이 애매모호한 놈들이 많다 보니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본전도 못 건진다.

다만.

“어린 나이임에도 서약을 지키시는 명예로우신 귀족이시군요. 존경합니다. 백작 각하!”

이들의 눈에는 콩깍지가 씌여 있었다.

그럴 것이 단독으로 이교도들이 우글거리는 곳에 들어가 노예들을 구출했다.

이 과정에서 리스크와 비용은 모두 홀로 부담한 채.

분명 선원들에게 많은 사례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불만이 쌓일 테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 두 척과 그것에 실린 전리품만을 챙겼다.

기자들은 아마 본전도 못 챙겼다고 생각할 것이다.

절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행동이었기에.

더군다나 거기서 얻은 신물도 받쳤다.

이런 신실한 어린 천재를 건드렸다간 역풍이 불지도 모른다.

자칫하다간 돌에 맞아 죽을지도…….

“혹시 성하께 바친 물건이 뭔지 알고 계십니까?!”

이제 다른 기자가 물었다.

이 정도까지 오니 다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리안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기삿거리는 충분했기에.

다만, 조금만 더 자극적이었다면, 기사를 팔아먹는 데 좋지 않을까 생각하던 찰나.

리안의 입에서는 폭탄 발언이 튀어나왔다.

“롱기루스의 창. 그리고 왕의 방.”

-……?!!

-……!!!!

-……!!!!!!!

어떤 도시던 마음만 먹으면 한 번에 소멸시켜 버릴 수 있다는 전설의 무기.

저항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공포 그 자체.

지금은 오스 제국의 영역에 있는 대피라미드의 비밀에 방에 존재한다는 신의 최종병기.

오스 제국이 열쇠를 찾는다는 말에 모두가 콧방귀를 뀌었다.

무슨 어린아이 동화 같은 그런 걸 믿고 국가 예산까지 퍼부었는지.

그런데 만약 리안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종말의 열쇠가 교황청에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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