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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79화 (79/253)

7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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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땅땅!!!

고잉미샤호의 하부는 거의 항상 시끄러웠으며 열기로 가득했다.

리안은 조타를 흐리아 민에게 맡긴 채 아래로 내려왔다.

“선장님!!”

리안을 발견한 정비원이 군인처럼 경례를 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이 허리에 찬 공구들이 모두 반짝반짝한 새것들이었다.

고잉미샤호의 선원들은 신센롬 제국의 황태자 호송 작전에서 한몫 단단히 챙겼다.

그러니 리안에게 깍듯할 수밖에.

배에서 내리게 할 권한이 선장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수고가 많아요.”

“찰스! 감사합니다.”

리안이 그의 팔뚝을 두들기자 그는 시키지도 않은 관등성명을 대며 자신을 어필했다.

모두들 리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안달이 난 상태다.

“찰스. 기관장 누님은 어디에 있죠?”

“안내해 드리겠습니닷!!”

그는 과도한 액션을 보이며 앞장섰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땅땅땅!!!

기관장의 공방으로 고잉미샤호의 엔진과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그곳에는 증기로 가득해 앞이 잘 안 보일 지경.

땅땅땅!!

자동 망치 기계에 무언가를 열심히 다듬고 있는 비키니의 여인이 있었다.

밖은 한겨울에도 왜 비키니 차림인가 싶었더니 이런 이유가 있었다.

“기관장님. 선장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뭐엇?!! 빌어먹을 악마 상어! 이딴 걸 주면 어쩌자는 거야?!”

아기 상어에서 악마 상어로 별칭이 바뀌어 있었다.

그럴 것이 그녀에게 철갑상어의 비늘로 샤로트의 창을 맡긴 상태였다.

그런데,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완성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 첨가 재료를 바꾼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잖아!!”

“죄송해요. 누님. 그래서 일부는 누님께서 사용하셔도 된다고 했잖아요. 그 금속 자체가 마나를 품는 성질이 있어서 망치로 머리로 쓰면 대단한 물건이 나올 거예요.”

바로 목걸이가 담고 있던 금속 박스였다.

0.1%만 함유해도 대단한 효과를 보는데, 단단한 것은 물론 마나로 인해 부가적인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또 무슨 일을 시키려고 여기까지 행차하셨대?! 어려운 일이라면 이 누님에게 혼이 날 각오를 하라고.”

그녀는 더운지 비키니 상의를 살짝 잡아 늘렸다가 놓았다.

아주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이거랑 똑같이 생긴 거 하나만 만들어 주실 수 있어요?”

“음? 우리는 해적이라고! 그런 건 잘 못 하는데…….”

짝퉁을 만드는 장인들은 해적 섬에 있지 해적선에 탈 일이 잘 없었다.

“그냥 대충 비슷하게만 만들어 주면 되는데…….”

“그런 거라면 아홉 손가락에게 가져가 봐.”

“네?”

“그 요란한 네 조수 있잖아. 악마의 악기를 만들어 준 게 그 아이니까. 그 아이가 우리 배에서 손재주는 가장 좋아.”

“호오~ 알겠습니다.”

리안은 목걸이를 들고 그녀가 작업하는 개인실로 향했다.

징징징징~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왔다.

흐리아 민이 쓰는 이상하게 생긴 하프가 누구의 솜씨였는가 싶었는데 이곳에 와 보니 알 것 같았다.

“서… 선장님!!”

그녀는 어설프게 일어나 어설픈 경례를 올렸다.

지금 고잉미샤호의 해적들은 정규군을 흉내 내는 중이었다.

-우리 선장이 백작이잖아.

-그렇지. 그래서 불안해. 언제 배에서 내릴지 말이야.

-바보야. 배에서 내리긴. 우리가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사실 그랬다.

배를 탈취한 장본인이 리안이니 리안이 원한다면 배 값을 추정하여 자신의 몫인 30%를 제외한 70%를 지불해 본인의 소유를 주장할 수 있었다.

-아…!! 이 배가 원래 우리 해적단 배가 아니었구나…….

약탈품이니 선장의 리안이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리안 해적단의 재산을 리안에게 팔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선장을 계속 따라다니려면 잘 보여야 해!

-경례랑 잘 보이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말했잖아. 우리 선장이 백작이라고! 해적질은 언젠가는 그만둘 거라고!

-아아!!

다시 말해 지금부터 정규군 물을 들여야 잘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면 배에서 내리려는 선원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선원들이 대다수였다.

-우리가 재산을 많이 가지고 배에서 내려 봐야 뭘 하겠어.

-젠장. 해적질밖에 답이 없네.

지키지 못할 재산은 재산이 아니다.

손을 씻고 어딘가 정착한다면, 오래가지 않아 탈탈 털릴 것이다.

그런데, 만약 리안의 밑에 있다가 리안의 영지에서 은퇴를 한다?

그곳의 주인인 리안이 백이 되는 것이다.

주민으로 받아들여질 확률도 높고. 잘만 하면 경비대 간부 같은 것으로 노후를 보낼 수도 있다.

-절대 찍히면 안 돼.

-난 지팡이를 짚을 때까지 따라다닐 거라고.

그들의 충성심은 과도했고.

그런 분위기는 손가락 아홉 개를 가진 소녀에게도 전염되었다.

“쉬어.”

“감사합니다. 선장님!!”

그녀는 어설프게 이마에 붙인 손을 내렸다.

확실히 다른 사람의 말대로 그녀의 손가락은 아홉 개밖에 없었다.

“흐리아 민의 악기를 만든 게 너라고?”

“네…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할 건 없고. 저건…….”

그녀는 하프를 축소시켜 놓은 무언가를 만드는 중이었다.

끝쪽에는 기타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온 것도 보이는데 그리 길지는 않았다.

“이거. 이렇게 해서 이만큼 더 길게 한 다음. 선을 요렇게 걸면 어떨까? 뒤쪽은…….”

당연히 리안은 기타에 대해 알았고 그걸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 기타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악기.

이벨 왕국에서부터 조금씩 퍼져 나가고 있었지만, 아직 그 형태도 원시적였다.

“이런 형태라면 소리가… 천재 소년이라 하더니… 선장님은 정말……!”

그녀의 원래 보직은 소형 마법진 수리병.

스피커를 대부분 그녀가 손본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소리에 관해서는 조예가 깊어 보였다.

“그리 띄워 주지 않아도 된다고.”

“선장님 체형에 맞게 제작해 드리겠어요. 우리 음악단 이름이 나인 데빌이라 들었는데, 첫 번째 손가락은 역시 선장님이셨군요.”

갑자기 음악단?

리안은 아리송했지만, 굳이 거절할 이유는 찾지 못했다.

이 소녀에게 부탁하러 온 입장이기 때문.

명령만 내리면 되는 상황임에도 작업 효율을 위해 적당히 어울려 주기로 했다.

‘대학 시절 음악 동아리도 했으니까.’

물론 한 달 만에 그만뒀지만 말이다.

이 세계에 떨어지기 전 리안은 운동 신경뿐만 아니라 음악 신경도 개판이었던 것이다.

“선장인 내가 당연히 엄지지!”

“최선을 다해 만들겠어요.”

“아. 그전에 이것 먼저 만들어 줬으면 하는데.”

리안은 품에서 튀니스에서 얻은 목걸이를 보여 줬다.

그걸 본 그녀는.

“아아. 이렇게나 아름다운 목걸이가 있다니.”

“어때. 흉내만 내면 돼.”

“이런 목걸이를 감히 제가 따라 만들다니요. 금방 들통이 나고 말 거예요.”

“그냥 형태만 비슷하면 돼.”

“…명령이시라면. 최선을 다해 만들겠지만… 절대 비슷하게는 만들지 못할 거예요.”

리안은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살폈다.

소형 마법진은 마법진 그 자체만으로도 효과를 내지만, 세공을 곁들이면 더 극대화시킬 수 있다.

그녀의 솜씨는 결코 평범하진 않았다.

이 정도면 리안이 바라는 정도까진 어찌 될 것 같다.

“괜찮아. 그리 거창하게 일을 벌일 생각은 아니라.”

그러나 리안은 몰랐다.

이 일이 얼마나 큰 파장을 가지고 올지.

“그럼 최대한 빨리 부탁해. 교황청에 도착하기 전까지.”

리안은 그리 말하고 그녀의 개인실을 나왔다.

그녀의 손재주는 확실히 믿을 만했다.

“이제 해병대 구역을 가 볼까나.”

층을 벗어나 가장 갑판 바로 아래층으로 향했다.

그곳은 그곳 나름대로 시끄러웠다.

우하하하하!!!

술을 배급한 터라 다들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었으며, 복도에서도 잠든 승무원들이 보였다.

다만.

“선장!!!”

누군가 크게 외치는 바람에 소란스럽던 복도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우다다다닥!!

해병대들이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다가 갑자기 리안의 등장에 우르르 복도로 몰려나왔다.

그것도.

척!! 척! 척!!

술을 마신 사람들 사람들이라고는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

그 와중에 파도 때문에 배가 흔들렸지만 흐트러짐이 없었다.

데르르르르.

그때 술병 하나가 복도를 따라 리안에게로 굴러가고 있었다.

그러자 한 명이 급히 발을 내밀어 차올리더니 뒤로 숨겼다.

“쉬어.”

리안이 입을 열자 그제야 자세를 뒷짐으로 바꾸는 해병대들.

그들의 눈은 술 때문인지 충혈되어 있었지만,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 같았다.

‘뭔가 좀 묘하게 바뀐 느낌인데…….’

해적이 해적이 아닌 척 숨기려 해도 그게 숨겨지겠는가.

다만, 군기가 잔뜩 들어 있었다.

‘돈이 좋긴 좋구나.’

아마도 분기점이 슐 지역에서 도시를 털어먹은 후인 것으로 보였다.

“제군들! 그대들에게 어려운 임무를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원래라면 부선장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지금은 해병대원들과 친밀감을 쌓기 위해서 왔는데, 이 정도 군기라면 괜찮을 것 같다.

“선장! 혹시 롬 지역에서 작업입니까?!”

해적답게 작전이 아니라 작업이라 불렀다.

거기다 질문은 해적답게 말단으로 보이는 선원이 호기롭게 물어본 것.

“응. 그래요. 어떻게 안 거죠?”

이미 부선장이 언질을 줬나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그게 아니라면 뜬금없이 저희들에게 술을 이렇게 배급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첫 약탈에 나서기 전날 고참들이 이렇게 술을 잔뜩 먹였던 것 같습니다.”

“음… 그렇군요. 신께 대항하는 일은 아니고. 우리 종군 사제 세이나 주교의 동생을 구출하는 일입니다.”

그 말을 하자 다들 뭔가 안심하는 눈치였다.

“전쟁의 신께서 함께하시는 일입니까?!”

“세이나 주교의 동생도 사제이니까요. 이는 태양신 쥬께 대항하는 일이 아니라. 부패한 쥬교의 사제들이 저지른 일을 수습하러 가는 것입니다.”

리안의 말에 근심을 완전히 던진 모양.

“탱글 님의 가호가 있기를!!!”

우오오오오!!!

그때부터 진짜 술판이 시작되었다.

다들 신을 버리고 리안을 택했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보니 걱정할 것이 없었다.

“가… 갑자기 그렇게들 드시면…….”

“걱정 마십시오. 작업하기 이틀 전부터는 자체적으로 금주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우유를 가지고 오세요. 저도 오늘 맘껏 취하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함께 술을 마시고 싶었지만, 키가 크지 않을까 무서워서 성인이 되기 전까진 술에 입을 대지 않기로 다짐했다.

우오오오!!

* * *

교황청이 있는 도시 롬.

고대 롬 대제국 시절의 수도가 있던 곳.

모든 길은 롬으로 통한다는 그곳.

웅성웅성.

그곳의 ‘Y’ 자 항구에는 기자들이 북적였다.

그 기자들은 각국에서 파견된 자들로 롬에서 생활하며 이곳의 특종을 놓이지 않기 위해 상주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교황의 말을 퍼다 나르는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딱히 기삿거리가 없어서였다.

그런데, 이런 특종이 생길 줄이야.

-나 홀로 위대한 성전을 펼친 신센롬 제국의 사위.

-리안 레온 그는 누구인가?

-스랑 제국과 잉글슨 왕국의 해전에 숨은 영웅.

그러다 리안의 과거 행적까지 알음알음 퍼지기까지 했다.

-바다의 영웅! 리안 레온.

-그의 국적은 어디일까?

-브루타뉴 공국 국적의 그가 왜 잉글슨 왕국의 편에 섰는가.

-스랑 제국 이대로 괜찮은가.

뜬금없이 스랑 제국에 불똥이 튀기도 했고.

그의 외가가 아일리 섬의 귀족인 것도 알려졌다.

“그보다 진짜야? 이곳으로 온다는 게?”

“확실한 정보통이라고. 여기 모인 파견 기자들이 바보들도 아니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교황청.

당연히 오래되면 고이는 법.

리안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은 더 이상 기밀이 아니었다.

소문이 어떻게 새어 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자들뿐만 아니라 리안에게 구출당한 노예들까지 알음알음 모이기 시작했다.

모두 감사의 인사를 표하기 위해서였다.

어떤 이들은 리안이 오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항구에 불법 텐트까지 쳐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 추운 날씨에 극성이다 싶겠지만, 그들에게 리안은 구원이었다.

* * *

고잉미샤호는 롬으로 들어가는 강줄기에 도착했다.

‘I’ 자로 흐르는 상류에

‘n’ 자의 형태로 갈라졌다.

어떤 원리인지 모르겠지만, ‘n’ 모양으로 갈라진 물의 흐름은 신기하게도 한쪽으로 흘렀다.

한쪽은 오히려 바다가 역류해 올라갔다.

마치 일방통행같이.

“소란을 피우지 말고 최소한의 피해로 구출해 오길 바랍니다.”

강으로 진입하기 전 리안은 해병대들에게 신신당부했다.

“하하하. 꼬맹이. 우리가 누구더냐!”

“누구긴 누구예요. 해적이지.”

“은밀하고. 신속함. 그게 우리가 가장 잘하는 거다.”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도련님. 왜 저는 못 가나요?!”

“이번 작업에서만큼은… 넌 안 돼.”

샤로트를 보냈다가 무슨 사고를 치려고.

“그럼 부탁해요. 부선장 아저씨.”

“오냐!”

부선장은 해병대를 이끌고 은밀히 강 하류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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