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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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는 리안과 오토호스 길드장의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그럴 것이 리안은 가장 잘 나온 영상을 신문사에 몰래 찔렀기 때문.
-약한 것에 관대한 나라니까. 흐흐.
이로 인해 그 누구도 길드장의 편을 들 수 없게 되었다.
표면상이지만, 리안은 지금 여제의 뱃속에 있는 아이와 혼약이 약속되어 있는 인물이다.
“루울랄라~”
황태자를 호송하는 조건으로 몇 가지 건질 생각이었는데, 이번 이벤트 덕분에 생각보다 더 많이 챙길 수 있었다.
지금 리안의 손에 들려 있는 화분에 작은 샛싹.
강제 각성을 시켜 줄 재료.
네르데르 공화국이 보유한 신대륙의 마잎의 무역권 전체의 5%.
신센롬 제국의 항구에서 무관세 무역 허가권.
이 네 개가 원래 원했던 것이고.
뜻밖의 수익은.
명목상 신센롬 제국의 부마라는 지위.
진주 광산 수익의 10%.
슐 지역에서 약탈(?)한 금액의 절반을 뱉어 내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진짜 대박은.
“레온 백작님. 정말 우리 공방에 그 정도나 투자해 주신다구요?”
“흐흐흐. 제가 합의금을 좀 많이 받아서요.”
원래 사비를 털어서 우르르 남작을 꼬셔 보려고 했다.
그런데, 뜻밖의 수익이 생겨 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제가 영지를 되찾으면 그곳에 터를 잡으셔도 됩니다.”
“그러고 싶은데… 법이…….”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 영지에 한해서는 그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일단은 제가 부마니까요. 태어나는 아이가 남아면 자동으로 취소되겠지만.”
틀림없이 여자아이가 태어난다.
뭐. 만약 아니라도 동성끼리의 결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귀족 간 재산을 지키거나 동맹을 굳건하게 하기 위해 하는 것으로, 진짜로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명목상 결혼을 하고 실제로 살림은 따로 차리는 경우다.
“제 영지 중 어디에 자리를 잡으시든 독과점이 될 겁니다. 흐흐.”
물건은 만드는 만큼 팔릴 것이고. 우르르 학파는 그 경험과 수익으로 연구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안 팔려도 상관이 없다.
어차피 리안은 전쟁을 멈출 생각이 없기에 본인이 다 사들여도 된다.
“물론 오리지널 버전의 오토호스가 아닌 말의 에고가 들어간 것을 만들어야겠지만요.”
신센롬 제국의 기병처럼 노멀 오토호스를 타게 하려면, 훈련 기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병력을 빠르게 찍어 내야 하는 리안에게는 쥐약이다.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좋아요. 그럼 여기에 사인을 해 주시죠.”
리안이 서류를 내밀었다.
“조건이 너무 후하군요.”
“제 영지의 특산품이 생기는 일이니 쪼잔하게 굴 수는 없죠.”
물론 지금은 리안의 영지가 없다만 조만간 생길 것이다.
“제가 살아 있는 기간 동안 세금 면제라니…….”
“고용만 많이 해 주세요.”
일자리를 창출하면 자연스럽게 돈이 도는 법이니까.
더군다나 오토호스는 수출도 할 수 있는 물건이다.
“그럼 천천히 준비해서 오세요. 신센롬 제국 측에서 공작 기계를 비롯한 각종 부품들을 약속했으니까요.”
원래라면 국외로 유출이 엄격한 물건들.
만약 다른 나라로 터전을 옮겨서 오토호스를 만들고자 한다면, 제작 장비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개발하거나 품질이 나쁜 다른 나라의 것들로 끼워 맞춰야 한다.
당연히 그 비용은 천문학적이겠지만, 일이 잘 풀렸다.
‘기병은 꿈도 못 꿨는데… 그보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피프티 홍.
동방 어딘가의 홍씨 가문의 55번째 자식.
게임 설정상으로는 한 어머니가 55명의 자식을 낳았다고 하는데…….
마법과 신비가 있는 세계이니 가능은 하지 싶다.
유저들은 그를 홍가55라 불렀다.
이유도 간단하다.
그가 만든 비행 장비의 시제품에 홍가55라 이름을 지었으니.
“우리 우르르 학파는 백작 각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역시 돈이 좋군요.”
“투자를 하시지 않으셨어도 우리 학파의 은인이십니다.”
“그 충성 거절하지 않겠어요. 그럼~!”
리안은 세기바라 우르르 남작과 헤어진 뒤 곧장 고잉미샤호에 올랐다.
이제 슬슬 아일리 섬에 뿌려 놓은 것이 익었을 것이다.
-조금 더 머물다 가시지 너무 아쉽네요.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만이라도…….
-서쪽에 일을 급한 상태라. 저도 아쉽습니다. 폐하.
더 머물고 싶어도 머물러서는 안 된다.
조만간 전쟁은 박빙으로 흘러갈 것이고 최소 7년은 지속될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묶일 수도 있기에 빨리 떠나야 했다.
“닻을 올려라!!!”
리안이 커다랗게 소리쳤다.
“꼬맹이. 여긴 바다가 아니다.”
“거참. 부선장 아저씨는 기분을 낼 줄 모른다니까.”
고잉미샤호의 바닥에 고정된 기둥이 안으로 들어갔다.
우우우웅~!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일부 기자들은 어찌 알고 주변에서 사진을 터뜨렸다.
“이렇게 간다고? 빨리 보고를 드려야겠어.”
그곳에는 기자들만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 * *
태양신 쥬교의 교황청은 난리가 났다.
그럴 것이 자신들이 처리했다고 믿었던 전쟁 신의 마지막 주교 세이나가 살아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갑자기 뚱딴지처럼 신센롬 제국의 부마라는 작자와 함께.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아무래도 이단 심문관 정크 주교가 실패를…….”
그의 연락이 갑자기 끊긴 것은 오래되었다.
실패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전쟁 신 탱글교의 주교 세이나에 대한 흔적도 사라졌다.
동귀어진이 되었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보다 신센롬 제국의 부마라니. 위험하군.”
“그래도 신센롬 제국은 오랜 기간 우리 쥬교의 신실한 수호자로…….”
고대의 통일 제국 롬.
그 국가의 정통성을 이은 곳이 바로 신센롬 제국이었다.
당연히 고대 롬 제국의 국교인 태양신 쥬도 함께 받아들였고.
현재까지 대관식을 주최하는 곳이 쥬교의 교황청이었다.
“그래도 모르는 일. 지금 율 대륙 북동부는 이단들이 설치고 있단 말이오.”
그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전 30년 전쟁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일과 무관하지 않았다.
“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때마침 이쪽 아펜니노 반도로 오고 있다고 하니… 그 이단 놈들에게 신벌이 내려질 것입니다.”
졸지에 리안은 이단 취급을 받았다.
뭐. 신을 딱히 믿지 않으니 이단이 맞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잘들 하리라 믿소.”
* * *
리안은 태평하게 다리를 선반에 올린 채 누워 있었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고잉미샤호는 움직이고 있었다.
“저게 SR급 조타수란 말인가…….”
뭔가 허무하다고 해야 할까.
부유선을 조종하는 것이 이렇게나 쉬운 일이었나.
-드디어 제게 조종구를 맡기시는 건가요?
흐리아 민에게 기회를 주게 되었고. 처음에는 정말이지 긴장을 많이 했으나.
-자. 거기서는…….
-이게 되네요?
-음… 그러게…….
의 무한 반복.
단 며칠 만에 리안의 거의 모든 기술을 흡수한 그녀였다.
“젠장! 잠이나 자야지…….”
이번에는 분쟁 지역인 북쪽이 아니라 당연히 남쪽 바다. 그러니까 율 대륙과 검은 대륙 사이에 호수처럼 존재하는 중해로 향하는 중이었다.
괜히 북쪽으로 갔다간 이번에는 진짜로 전쟁에 휘말릴지 모르니.
“음…?! 더 안 봐주시나요?”
“어차피 육지에선 더 가르칠 것이 없어.”
그렇게 말하고는 리안은 선장석에 앉아 잠들었다.
밤에도 움직여야 할 것 같으니.
‘감이 좋지 않아.’
그럴 것이 아펜니노 반도는 중해에 위치해 있으며, 그곳에는 태양신 쥬교의 교황청이 있는 곳이다.
아펜니노 반도의 절반이 신센롬 제국의 영역이긴 하지만, 교황청의 영향력이 더 강한 곳이기도 했다.
‘분명 움직일 텐데…….’
이제 곧 율 대륙에서 가장 험난한 산맥을 넘어야 한다.
물론 부유선이 다니는 길이 있긴 있다.
이 길도 n9932_dana135 요새처럼 고대의 수로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 사실이 잊혀진 채 부유선이 다니는 길로 사용되고 있으며, 중간에는 강력한 요새들이 있었다.
‘이곳도 확 터뜨려 버려?’
이내 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남 좋은 일을 시킬 수야 없으니.
‘그냥 샛길로 가야겠네.’
험난한 산맥이라 커다란 부유선이 넘을 곳은 없어 보이지만, 존재했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게임 중후반에 등장하는 인물. 너폴레옹.
물론 유저들 사이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7H복치.
적일 때는 무서운데 아군으로 두면 실로 두려운 자.
무모한 짓을 정말 많이 벌여서 그런데…….
그래서 정말 잘 죽었다.
게임 플레이 회차가 낮을 때는 지랄맞아도 저렇게 지랄맞은 캐릭터가 없었다.
‘어쨌든 본 스토리에서 7H복치가 발견한 길이지.’
스랑 제국 출신인 그가 아펜니노 반도로 넘어갈 때 사용한 샛길.
그 길을 넘을 때 한 말이.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였다.
게임사에서 누굴 모티브로 만들었는지는 분명했다.
* * *
검은색으로 칠한 천 기의 오토호스들이 인적이 드문 숲에 숨어 있었다.
숲 너머로는 넓은 황토길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이곳은 신센롬 제국에서 아펜니노 반도와 이어진 부유선 도로.
“우리가 너무 일찍 도착했나?”
리안의 예상대로 이단 심문관으로 구성된 부대가 길목에 숨어 있었다.
이번은 노예가 아닌 성기사들이 동원된 것이다.
“첩보에 따르면… 올 때가 된 것 같긴 했는데…….”
“신센롬 제국의 사위가 되었으니 여기저기에 대접을 받으며 천천히 오는 것이 아닐까요?”
가장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제국의 부마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 도시에 들리지 않고 밤새 강행군을 할지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후르르르~!
그때 하늘에서 비둘기 한 마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마 부근에 작은 수정이 박힌 전서구였다.
한쪽 방향으로 날아가다가 지상에서 특수한 파장을 발견하면 내려앉는 식으로 마법적 세뇌를 받은 녀석이다.
“흠……?!”
전서구를 푼 이단 심문관의 입이 벌어졌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그놈들… 그놈들이 시칠리 왕국령에 진입했다고…….”
시칠리 왕국은 길쭉하게 생긴 반도인 아펜니노 반도의 남쪽 절반에 해당했다.
원래는 이벨 왕국의 소유였다가 계승 전쟁 때 문제가 생겨 신센롬 제국의 영역이 된 상태.
“네?! 그게 말이 안 됩니다. 부유선이 율 대륙 내부에서 아펜니노 반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 길을 지나쳐야 하는데…….”
그들은 고잉미샤호가 마치 악마의 배처럼 느껴졌다.
“지금이라도 쫓아야…….”
“늦었다. 그놈들은 바다로 나갈 생각일 게야.”
* * *
시칠리 왕국은 도시들이 발달했다.
말이 왕국이지 도시 국가의 연합이라 불러도 과언은 아닌 상태.
가장 큰 도시는 밀라노였다.
당연히 갑작스럽게 등장한 고잉미샤호가 나폴리로 오고 있단 말에 그들도 당황하기는 매한가지.
의회는 긴급 회의를 했고.
“…그렇게 하여 고잉미샤호는 나폴리에 입항을…….”
“밀라노정 의장. 도대체 그들이 어떻게 이곳에 갑자기 나타난 겁니까?!”
“모르겠습니다. 도무지…….”
참고로 부유선이 내륙에서 밤에 움직인다는 것은 이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전쟁 때는 가끔 대량의 물자를 위해 밤에 움직이기도 했지만, 그때는 대규모 병력과 라이트 마법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여제의 예비 사위라고 하니 우리가 감히 거부할 수는 없죠. 미리 알았다면 성대한 환영식을 준비했을 텐데…….”
그들은 단지 아쉬울 뿐이었다.
다만, 미리 연락을 받았을 땐 환영식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그보다 무슨 일로 밀라노정 의장을 보자고 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보고 판단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황가의 사람이 부담스러웠다.
지금 신센롬 제국은 전쟁 중이었으니 혹시라도 전쟁 비용을 징발해 갈지도 몰랐다.
* * *
리안은 새끼 손톱보다 작은 수정구를 만지작거렸다.
‘진짜 미친놈들!’
설마 했더니 진짜로 교황청이 나섰다.
이걸 어떻게 알았냐고 하면, 오는 길에 비둘기만 보이면 잡아들였기 때문이다.
-포트 삼촌. 이거 해석할 수 있겠어요?
-어렵지 않지.
전서구는 한 마리만 띄우지 않는다.
당연히 유실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전서구를 쓰는 입장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암호를 이용하니까.
다만 그 암호란 것이…….
-이거 태양신 사제들이 쓰는 거잖아. 교황청 전서구를 함부로 잡아도 되는 거야? 다시 놓아줘야 하는…….
누군가에게는 너무 허술해서 문제지만.
-내용은요?
-별거 없어. x가 지난 3일 오전 그랏츠를 지나갔다고… 잠깐? 설마 x가 우리야?
-아마도 그런 것 같네요.
이왕 이리된 김에 교황청에 인사를 좀 드려야 할 것 같긴 했다.
그러려면 중해의 강자 베넷 조합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는데, 그들은 국가가 아니라 단체였다.
마침 나폴리에 적당히 협상할 만한 사람이 있기는 있었다.
“나폴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레온 백작 각하! 저는 각하께서 찾으시던 나폴리 의회의 의장 진 밀라노정이라고 합니다.”
밀라노정은 진주 양식으로 큰돈을 벌고 있는 가문이다.
또한 베넷 조합의 조합원으로 나름 영향력도 있었고.
신센롬 제국의 일원인 시칠리 왕국령의 수도 격인 나폴리시의 의장을 맡고 있으니 리안을 무시하지도 못했다.
“저는 의장 진 밀라노정 님을 뵙자고 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 혹시 베넷 조합의 도움이 필요하신지.”
“네. 요즘 중해에 해적이 설친단 말이 돌아서요.”
리안이 웃음을 짓자.
“이교도들이 설치긴 하는데… 여기까지는 감히 오지 못합니다.”
“글쎄요. 중해의 해적이 이교도들만 있는 건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