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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73화 (73/253)

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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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은 부선장과 샤로트에게 따로 뭔가를 지시했다.

그리고는.

“아이고, 어르신. 괜찮습니까?!!”

달려가 길드장을 부축했다.

일면식도 없었기에 당연히 상대의 반응은.

“넌 누구냐……?”

그 순간 공방 안에 물안개가 가득 차기 시작했다.

리안이 부선장과 샤로트에게 지시한 것이 발동된 것이다.

화속성의 대전사와 수속성 대전사가 힘을 합치면 무엇을 할 수 있느냐? 이런 것도 가능했다.

“갑자기 웬……?!”

그때.

뭔가 박 터지는 소리가.

퍽!! 퍼어어억!! 퍽!!!

“으아아악!!! 아이고……!!!”

비명 소리가 난 것은 다름 아닌 리안의 입에서였다.

“갑자기…?! 왜에…….”

가까이에 있던 길드장은 경악했다.

갑자기 리안이 자신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며 자해를 했다.

눈덩이에 멍이 들고 코피가 터졌다.

“아니… 뭔… 잠깐!!”

리안은 그걸로 그치지 않고 노인의 손을 잡더니 강제로 자신의 목덜미를 잡게 만들었다.

작은 손으로 검지를 잡았는데, 그 과정에서 손톱으로 리안의 목에 붉은 줄이 여러 개 생겼다.

“도대체 뭐 하는…….”

“아이고!! 영감님 그마아아안!!”

오히려 리안의 자해는 더 심해졌다.

아무리 리안이 고잉미샤호의 약체라 해도 마나유저.

부선장에게 체술도 적당히 배웠기에 길드장은 꼼짝없이 당하고 있었다.

사실 길드장도 마나 유저였지만, 전투에는 젬병이었다.

그는 오토호스 연구를 위해 익힌 것일 뿐.

스으으으…….

어느새 자옥했던 물안개가 걷히고.

“도련님!!! 괜찮으세요?!!”

샤로트가 달려와서는.

찰칵. 찰칵!

부축하기는 커녕 빙글빙글 돌며 마도구 카메라를 열심히 찍어 댔다.

증거를 남기는 중이다.

“이게 무슨…! 아니야. 이 꼬마가 자해를 한 거야!!”

그 와중에 노인의 손은 여전히 리안의 목을 조르는 중이었다.

그것이 고스란히 마도구 카메라에 찍혔다.

그때.

“뭐 하는 짓입니까?!!!!”

공방 안으로 건장한 남자 하나가 들어왔다.

“어어…? 앤시드 중령님? 아이고 살려 주십시오!”

그는 자신의 오토호스를 찾으러 오는 길에 또다시 망가지는 꼴을 보고 망연자실하게 한참이나 주저앉아 있었다.

소란이 일자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공방으로 들어 온 것이다.

-저 사람 오토호스 길드장 아니야?

-그런데… 저 꼬마는 누구야? 왜 죽일듯이 목을 조르고 있지?

-그러니까.

소란 때문에 지나가던 행인들도 공방 주변을 기웃거린다.

따분한 일상에 이런 것은 즐거운 구경거리.

공방의 커다란 셔터 문이 활짝 열린 상태라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훤히 보였다.

-젠장! 도망가자.

구경꾼들 사이에는 카메라 마도구를 가진 자들이 인파들 사이로 사라졌다.

워낙 비싼 마도구라 일반인들은 소지하기 힘든 물건.

아마도 길드장과 관련된 인물들이 아닌가 싶었다.

-어어… 저 꼬마… 낯이 익는데… 아!! 리안 레온 백작 아니야? 황자님을 호송해 온.

-맞아! 우리 제국의 귀빈인데…….

-길드장은 레온 백작에게 무슨 원한이 있어서!

-아무리 황자님을 호송해 온 인물이라 해도 아직 어린아이인데… 손속이 과하군.

길드장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고개를 돌려 인파쪽을 보니 자신이 숨겨 둔 부하들은 이미 도망간 상태.

역으로 당해 버렸다.

찰칵! 찰칵!

오히려 사진은 자신이 찍히는 중.

웬 붉은 머리의 계집애가 다 각도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다.

“으아아악!!”

앤시드 중령이 급히 달려들어 길드장의 우악스럽게 팔을 꺾었다.

“당신. 저분이 누군 줄 알고 그런 건가?! 황자님을 호위해 온 귀빈이시다!”

그는 화가 많이 나 보였다.

자신에게도 은인이나 다름없었기에 인정사정이 없었다.

삑!! 삑!!!

그때 치안대가 호루라기를 불며 인파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아마 사전에 길드 측에서 신고를 해 놓은 것 일터.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일찍 도착하지 않았을 테니.

“무슨 일입니까?!!”

치안대는 기사 한 명이 병사를 끌고 있었다.

“이자가 공방에서 행패를 부렸네.”

“그쪽은…….”

“여기. 신분패네.”

앤시드가 한 손으로는 길드장을 제압하고. 다른 한 손을 품에 넣어 신분패를 건넸다.

척!!

그걸 본 경비대가 앤시드를 향해 경례를 했다.

신센롬 제국의 핵심 전력인 기병 중대의 지휘관.

전시니 그 위상이 더 높을 수밖에 없었다.

“연행해 가게. 국빈께 해를 가한 사람이네.”

“알겠습니다. 중령님!”

경비대는 즉시 길드장을 포박했다.

“놔!!! 놓으란 말이다!! 뭔가 잘못되었어. 이건 모함이야.”

그는 그렇게 끌려갔다.

발악하는 소리가 점점 멀어져만 간다.

“레온 백작 각하. 어찌 나서셔서…….”

가장 마음을 졸였던 것은 다름 아닌 세기바라.

뚝심 있고 스스로의 실력에 자부심이 강한 장인인 그였지만, 마음이 여린 자였다.

“그대로 뒀으면 우르르 남작님이 끌려갔을 겁니다.”

밖에 수상한 자가 기웃거리는 것을 이미 발견한 리안이었다.

사기꾼의 눈에 사기꾼만 보인다더니. 그런 쪽으로 생각이 발달해 버렸다.

아니면 원래 그런 기질이 있었는데, 이 세계에 떨어지고 나서 발견하게 된 걸까?

“그보다 큰일입니다. 길드장은 제국에 생각보다 인맥이 넓습니다.”

리안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누군지 알지 않습니까? 저보다 인맥이 넓을까요?”

“아……!!”

리안의 인맥은 여제와 이 황자다.

잔챙이들을 모아 봐야 월척 하나에 비할까.

“그리 걱정이시면 터전을 옮기는 것은 어떻습니까?”

“음……?”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우르르 학파를 키울수 있겠습니까?”

리안의 말에 솔깃한 세기바라.

그는 이곳 제국의 수도 빈의 텃세에 질려 버렸다.

길드가 아니더라도 다른 공방들의 견제도 심각할 정도.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오는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아버지. 우리 꼭 여기서 공방을 운영해야 하나요?

그의 딸이 하루는 하소연을 했다.

그의 제자이자 사위인 피프티 홍은 적지 않은 인종차별을 당했다.

이질적인 동방의 외모.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백작 각하. 여기에서 공방을 차릴 때 각서를 쓰는데, 공방을 폐쇄하고 나면 10년간 다른 국가로 이동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건 아마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리안은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 * *

그 소식은 여제의 귀에도 들어갔다.

“뭐라 했습니까?! 레온 백작이 구타를요?”

레오폴트의 말에 따르면 그의 부하 중 대전사만 6명.

리안 본인만 해도 오러 유저이니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아이는 아니었다.

“타국이라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 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거 체면이 말이 아니군요. 제가 미처 생각을 못 했습니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호위라도 붙여 줬어야 하는데…….”

감시로 받아들일까 따로 사람을 붙여 주진 않았다.

제국의 위신에 흠집이 생긴 셈.

“그래서 얼마나 다쳤다고 합니까?”

“코피가 나고 목이 손톱으로 긁힌…….”

“하필이면 얼굴이라니.”

사제의 신성력으로 치료는 가능하지만, 곧장 말끔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상처는 나을지 몰라도 한동안은 치료 흔적이 남을 수밖에.

“누구랍니까?”

“오토호스 길드장 요시제이 자작이라고 합니다.”

“음? 그 사람이 왜…….”

“여기 첩보부에서 조사한 것입니다.”

테레지아는 서류를 받아 들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오토호스의 성능만큼은 대륙 최강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비리가 있을 줄이야.

원래대로라면 길드를 건드리는 것은 곤란했다.

국가가 장인들을 탄압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

반발로 이탈하면 자칫 외국으로 기술 유출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명분이 생겼다.

“이번 기회에 책임자를 교체해야겠군요. 황실에 우호적인 인물로.”

일이야 어떻게 되었든 리안 덕분이다.

전쟁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선 필요했던 일.

사실 협조가 원활하지 않아 골머리를 싸매고 있던 중이다.

* * *

길드장이라 해도 여제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얼굴 한 번을 보기 위해 그동안 들인 공이 얼마인데, 독대는커녕 잠깐도 만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주야장천 내무장관을 얼굴만 봤을 뿐.

“그분을 이런 식으로 뵐 줄이야…….”

최악의 상황이다.

자칫하다가는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

“후…….”

한숨을 내뱉고 있으니 문이 열리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가장 선두에 선 꼬마가.

싱긋.

해맑게 웃어 보인다.

화가 났지만, 지금은 자신이 을이다.

어떻게 해서든 풀어야 한다.

말을 걸기 위해.

“그… 그……!!”

“우아아악! 저 영감님 또 노려보네!!”

리안은 먼저 반응을 하며 황궁의 기사 뒤로 숨어 버렸다.

그리고는 혀를 삐쭉 내민다.

“요시제이 자작!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요?!!”

“아니. 그게 아니라.”

함께 들어온 내무장관까지 호통을 쳤다.

화가 많이 난 모양.

그럴 것이 길드장들을 관리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그였기에.

이런 인성이 안 된 자가 트리아 왕국의 핵심 산업인 오토호스의 길드장을 맡고 있었다는 것은 내무장관의 능력 부족으로 비칠 수도 있다.

“여제께서 들어오십니다.”

그녀의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표정은 차갑게 식어 있었으며 그녀의 눈빛을 받아내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어머니 잘못했어요.’라며 빌고 싶을 정도.

“여… 여… 제 폐하를 뵙습니다.”

당황한 길드장이 어버버거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정말 하마터면 어머니라 부를 뻔했다.

“요시제이 자작. 정말 실망이 큽니다.”

“황송하옵니다. 폐하.”

그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제왕의 눈빛은 감히 일반인이 받아 낼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냥저냥 제위를 물려받은 테레지아가 아니다.

그녀는 마초미가 넘치는 헝그 왕국의 의회에서 수많은 기사들을 감동시켜 충성을 받아 낸 인물이다.

헝그 왕국 각지에서 여제를 위해 들고 일어났으며 외세와 싸워 신센롬 제국을 지켜냈다.

“그대는 우리 제국의 국격을 바닥에 던졌어요. 그것도 작위를 가진 자가 무슨 추태인지 모르겠습니다.”

“억울…….”

“지금 억울하다는 말이 나옵니까?!! 그대가 그동안 힘이 약한 공방에 횡포를 부려 온 것을 모를 줄 알았습니까?!”

“그것이…….”

“참으로 뻔뻔한 사람이군요.”

테레지아는 서류 뭉치를 요시제이 자작의 앞에 던졌다.

“이… 이건.”

“그대가 벌인 죄들이지요. 책임을 지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사형은 면해 드리죠.”

“사… 사형!!”

사실 여제라 해도 귀족 작위를 가진 자를 사형시키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컸다.

더군다나 그는 온화한 이미지로 황제에 오른 인물이다.

“그리고 리안 레온 백작에게 배상도 해 줘야 할 겁니다. 합의서는 그 서류 윗장에 함께 있으니 읽어 보도록 하세요.”

그녀의 말대로 요시제이 자작은 서류에 눈길을 돌렸다.

“이… 이런……!!”

물론 그 금액이 말도 되지 않았다.

상대가 아무리 고위 귀족이라 해도 얼굴에 상처가 살짝 난 정도인데 처사가 심했다.

“승복할 수 없다면 결투를 해도 됩니다. 다만, 레온 백작의 대리 기사로는 제 근위대장이 나설 거란 것만 알아 줬으면 하는군요.”

테레지아의 뒤쪽에는 제국의 소드 마스터라 불리는 인물이 서 있었다.

일인 군단이라 불리는 것이 바로 소드 마스터.

물론 그것은 과장된 이야기고 홀로 테르시오를 구성하는 연대급 정도는 쓸어 버릴 수 있을 거다.

“그런…….”

결국 요시제이 자작은 울며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이 여기까지 온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슥슥! 찍!

그는 사인을 하고 지장을 찍었다.

“꼴도 보기 싫으니 그만 물러나세요.”

“폐하… 제게 한 번만 더 기회를…….”

“그대에겐 이미 수많은 기회가 있었음을 기억하길 바라요.”

“폐… 하!!!”

그는 근위대에게 끌려 밖으로 나갔다.

“후… 레온 백작.”

그녀는 멀어지는 그를 보며 인상을 찌푸린 뒤 리안을 불렀다.

“네. 폐하.”

“많이 다쳤나요? 대응을 했어도 정당방위로 인정을 했을 텐데…….”

“아무리 그래도 폐하의 손님으로 온 자로서 어찌 분란을 일으킬 수 있겠습니까.”

리안이 정중하게 말을 하자 테레지아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아아. 부끄럽네요. 자국의 귀족들이 그대를 반의반만큼이라도 본받았으면…….”

큰일 났을 거다.

도적에 사기꾼이 판을 치는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

리안은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신센롬 제국에는 기사도를 지키는 충신들이 많습니다. 어딜 가나 미친놈들은 있는 법이니 심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어찌 이렇게 말을 이쁘게 할꼬. 아가 보고 있느냐?”

테레지아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물론 뒷말은 생략되어 있었다.

그녀는 이미 마음속으로 리안을 사위로 점찍어 놨으니.

“내 이대로는 부끄러우니 보상을 해 줘야겠어요.”

“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이미 자작이 사인한 서류만 봐도 배가 부르다. 며칠은 굶어도 될 만큼.

“그럼 한 가지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레온 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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