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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72화 (72/253)

7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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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겉이 허름한 것에 비해 내부는 깔끔하게 잘 관리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활기찼으며, 세세한 곳까지 꼼꼼하게 처리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물건들은 미완성품인 부품들로 이루어져 나열되어 있었다.

같은 부품들도 미묘하게 모두 달라 보인다.

“공방 기술자들을 보니 뭔가 실례가 가네요.”

리안의 말에.

“다들 오갈 데 없는 자들을 거뒀습니다. 이곳 텃세가 보통이 아니거든요.”

특허가 없는 세계는 도제와 길드 시스템에 의해 운영된다.

기술을 지키기 위해 꽁꽁 감추며, 자신들끼리 똘똘 뭉친다.

혹자들은 기술이 퍼지면, 모두가 혜택을 누릴 거라 말하지만,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엄청난 노력이 든다.

그 기술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부작용으로 배타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아…….”

왠지 이해가 간다.

세기바라 우르르도 그렇고 그의 제자들은 뛰어났다.

그런 것에 비해 공방은 터무니없이 구석진 곳에 있었으며,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형편없는 건물.

이들도 외부인인 것이다.

기관장 헤르미와 헤어질 때는 다른 지역에서 공방을 운영했다고 했으니.

“장사하기 팍팍하겠습니다.”

“그래도 알음알음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어떻게 유지는 하고 있습니다.”

나름 제국 안에서 엘리트였던 앤시드도 그중 한 명일 것이다.

“일단 간단한 테스트를 하겠습니다. 성격, 성향, 습관 그리고 체격에 따라 조정해야 하니까… 그런데, 세 분 모두 아직 성장기이니. 체격 부분은 부속 교환이 쉽게 만들어야겠군요.”

세기바라 남작은 메모장에 이것저것 끄적이기 시작했다.

“자. 이곳에 앉아 보실까요?”

그가 리안 일행을 데려간 곳은 테스트실.

그곳에는 카우보이 체험 게임에서나 볼 법한 기구가 있었다.

둥근 모양의 원통에 말안장을 씌워 놓은 모양.

“나 먼저!! 도련님. 제가 먼저 해도 될까욧?”

샤로트가 손을 번쩍 들었는데…….

“아. 샤로트 베리 경이라고 했나요? 아까 운행을 하는 걸 보았기에 따로 보지 않아도 됩니다. 다른 조건은 다 무시하고 무조건 튼튼하게 만들어 드리면 될 것 같군요. 오러의 기질은 저쪽에서 확인을 도와드리죠.”

짝짝!

그가 손뼉을 치자 조수 한 명이 샤로트를 데리고 한쪽으로 갔다.

그곳에는 혈압을 재는 듯한 도구가 있었다.

“자. 다음은 거기 숙녀분?”

“제 조수입니다.”

“조수라면…….”

“이곳까지 타고 온 부유선의 부조타수로 키울 예정이죠.”

그 말에 흥미로운 얼굴을 하는 우르르 남작.

확실히 보통 꼬맹이들이 아니다.

“자. 그럼 올라가실까요?”

“네. 감사합니다.”

흐리아 민은 잡아 주는 손을 수줍은 듯 잡고선 사뿐히 올랐다.

요조숙녀가 따로 없다만…….

“자. 그럼.”

짝짝!

박수를 치자 또 다른 기술자가 어떤 스위치를 올렸다.

달가락!

시작과 동시에 움츠렸던 몸을 피고 안정적인 자세를 잡는 흐리아 민.

“안정적이군요. 유연하고 리듬감이 좋습니다. 밸런스도 좋고. 타고났군요.”

훈련이 아니라 테스트다.

당연히 기구를 타는 것과 조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렇지만.

“조금 더 출력을 높여 봐.”

로데오 기계는 요동을 치며 기수를 떨어뜨리려 과격하게 움직였다.

“와우~~ 재밌어요. 백작님!! 씬~~난~~다아아~~”

조신하던 그녀의 표정이 활짝 폈다.

뭔가를 갈구하는 눈빛.

“음… 정말 놀랍군요. 이렇게 완벽한 기수는 정말 오랜만이에요.”

세기바라 남작은 턱에 손을 괴고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다.

그 와중에도.

슝~ 슝~ 슝~

로데오 기구는 회전하며 위아래로 요동친다.

흐리아 민은 한 손으로 안장을 잡고선 춤을 추듯 즐기는 모습.

위이이잉~!

이내 기구는 멈췄고. 그녀는 아쉬운 표정으로 내려왔다.

“자. 그럼 레온 백작님.”

리안은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왔다며 기대감을 품고 로데오 기구에 올랐다.

딱히 어려울 것은 없을 것 같았다.

흐리아 민을 보니 쉬워 보인다.

“준비되었습니다.”

자신 있게 기구에 올라타 자세를 취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탈칵!

스위치가 올라가는 소리.

동시에 몸이 쏠리는 기분이 들었다.

“우에에에에!!!”

갑자기 소리를 지는 리안.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

딸깍! 딸깍!!!!

금방이라도 몸이 튕겨 나갈 것 같다.

분명 흐리아 민은 즐겁게 탄 것 같은데…….

그나마 마나 유저라 떨어지지 않고 악착같이 버텼다.

“흥미롭군요. 흥미로워…….”

세기바라 남작이 흐리아 민 때처럼 아주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수첩에 계속 뭔가 열심히 끄적거린다.

‘저 반응! 역시. 나도 흐리아 민만큼은 아니라도 재능이 있나 봐.’

리안은 그 와중에 속으로 기대를 했다.

“그만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기구는 멈췄고 리안은 바닥에 내려오자마자.

철퍼덕!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머리가 핑핑 돌고 속이 울렁거렸다.

“좀 괜찮으십니까?”

“뭐. 이 정도야… 웁!!웁!!”

리안은 부축을 받고서 겨우 일어설 수 있었다.

뭔가 불편한지 입을 막고서…….

“다음 테스트를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네. 바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세기바라가 데려간 곳은 혈압 테스트기를 닮은 기계.

그 옆에는 테스트를 마친 흐리아 민이 서 있었다.

세기바라는 조수에게서 테스트 결과 용지를 받았다.

“오오. 이럴 수가. 마나의 기질이 오토호스를 몰기에 매우 적합하군요. 가장 중요한 것은 끊기지 않고 가늘고 길게 뽑아낼 수 있는 형질. 그리고 순간 폭발력. 변칙적인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임기응변!”

아주 칭찬이 끊이질 않았다.

그걸 본 리안은 조금 주눅이 들었지만, 흐리아 민은 자타가 공인하는 SR급 재능이지 않은가.

“자. 이제 레온 백작님 앉아 주시죠.”

그 말에 두근거림을 누르며 리안이 자리에 앉아 팔을 집어넣었다.

병원에 온 느낌.

지직. 지직.

살짝 팔이 따끔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앞에 앉은 여자 조수가 리안에게 조언한다.

“계속 마나를 유지해 주세요.”

뭔가 간호사 같은 느낌이다.

지직. 지직.

의외로 기계는 마나의 응집을 흐트러뜨리며 운용하는 것을 쉽지 않게 만들었다.

그래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마에선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등에선 식은땀이 흘렀다.

지지지징징징!!

한쪽에선 기다란 용지에 뭔가가 인쇄되어 나왔다.

심전도 그래프같이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모양.

“흐음… 흥미로워. 정말 흥미롭군.”

이번에도 남작은 뭔가 대단히 오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테스트가 끝나자 리안이 물었다.

“어떤가요?”

“이런 재능은 저도 처음입니다.”

“흐흐흐. 그런가요?”

리안은 참으려 했지만, 기대감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최악의 재능입니다. 이건 오토호스를 탈 수 없는 형질입니다. 크게 다칠 수도 있어요. 구매를 하러 온 고객이지만, 말리고 싶습니다.”

“네에에에? 이미 앤시드 경의 오토호스를 타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놀라운 겁니다. 이건 타자마자 통제가 불가능해져서 꼬라박아야 정상이거늘.”

그가 흥미로워 한 것은 다른 쪽이었나 보다.

“감각의 문제입니다. 가령 이렇게.”

세기바라는 종이 한 장을 찢어 뭉치더니.

툭!

쓰레기통으로 던졌다.

다만,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튕겨나왔다.

“힘을 얼마나 써야 될지 직감적으로 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해도 힘조절을 잘 못 하는 사람도 있죠. 다만. 백작님의 마나 출력이 낮은 터라 크게 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위험합니다.”

마나의 출력 조절을 하는 직관력이 떨어진다는 말.

그나마 세기 조절이 가능한 것은 힘이 적어서라니…….

“부유선을 직접 몬다는 것도 신기합니다. 이런 재능으로 어떻게 슐 지역을 관통해 왔는지…….”

저건 학자로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

갑자기 이론과 전혀 다른 돌연변이가 튀어나온 것이다.

리안은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마나는 제3의 감각.

보통 부유선이나 오토호스를 처음 탈 때 저 감각을 쓰지만, 리안은 그렇지 않았다.

눈이 정답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육체와 마나가 그것에 끼워 맞춰졌던 것이다.

리안이 처음 해적선을 조종했을 때 단 한 번이라도 마나를 사용해 본 적이 있었다면, 감각 사이에 오는 괴리감으로 부유선은 바다에 처박혔을 거다.

운이 좋았던 것이다.

‘고인물이 아니었으면 시작부터 게임 오버였네.’

최악의 재능에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부유선을 몰 수 없는 건 아니니 다행이다.

“스승님!!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때 첫 번째 제자 피프티 홍이 테스트실로 들어왔다.

뭔가 표정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

“어… 이건…….”

그런데 그의 시선이 용지에 가더니… 묘한 얼굴을 했다.

종이에 그려진 그래프에 눈을 박고선 세세히 관찰했다.

“레온 백작 각하의 테스트지다. 그보다 손님이라면…….”

세기바라도 손님이 누군지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그놈들입니다. 길드에서 왔어요.”

“후… 지긋지긋한 놈들이구나.”

그 말에 리안은 속으로 뭔가 기대를 했다.

문제가 생긴 모양.

그 문제가 무엇인지는 대충 생각해도 알 것 같았다.

‘텃세겠지.’

“함께 가 봐도 되겠습니까? 세기바라 남작님.”

“후… 땅뙈기 하나 없는데, 이제 남작도 아니지요.”

나름 옛날에는 영지가 있는 귀족이었나보다.

성이 특이한 것을 봐선 율 대륙 중심 국가의 귀족은 아닌 것 같고.

아마 폴란 지역의 출신인가 보다.

의외로 그쪽 지역에서 부유석이 많이 나오니. 자연스럽게 그쪽을 연구하는 쪽으로 갔겠지.

“능력이 있으시니 고토는 아니더라도 우르르 가문을 재건할 땅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이제 모르겠습니다. 이 공방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후… 그래도 각하의 오토호스만큼은 최선을 다해 만들어 드리고 닫겠습니다.”

그때.

우당탕탕!!!

밖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공방주 나오라고 해!!! 길드비가 밀린 지 언제야!!”

리안이 고갯짓을 하자 부선장이 앞서 나가 문을 열었다.

그 뒤로 문밖을 나가니 건장한 사내들이 깽판을 치고 있었다.

공방 사람들은 말리다 밀쳐 넘어지고. 주저앉은 사람도 여럿 보였다.

“왜들 이러시오!!”

세기바라는 뒤따라 나와 호통쳤고 어떤 염소수염의 노인이 가까이로 다가와 역으로 호통친다.

“길드비를 떼먹고 이 거리에서 장사를 계속 할 셈이냐?!!”

“갑자기 20배로 올리면 저희보고 어떡하란 말입니까? 길드장님.”

“전쟁 때문에 그런 것이야. 자네 공방만 그런 것이 아니니 억울해하지 말게나.”

그때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기술자 한 명이 소리쳤다.

“공방주님!! 아닙니다. 다른 공방은 20배를 내고 18배는 돌려받는다고 합니다. 전쟁 때문에 오른 것은 두 배예요. 우리를 망하게 하려고 저런 겁니다.”

“닥쳐!! 감히 우리 트리아 오토호스 길드를 모욕하는 거냐!!! 증거가 있더냐!!”

염소수염 노인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건…….”

“증거도 없이 모함하다니! 모두가 힘든 시기에 그런 되먹지도 않은 트집으로 길드비를 떼먹을 셈이야?!”

상황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어디 가서 호소도 하기 어려운 상황.

저 정도로 뻔뻔하게 나온다면 윗줄에도 연이 닿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리안이 나서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아무리 명예 백작위를 받았다지만, 엄연히 외지 사람이다.

“저놈은 우리가 데려가겠다. 감히 길드를 모함하다니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겠지.”

그 말에 건장한 사내들이 방금 전 기술자를 끌고가려 했다.

“왜… 왜이러십니까?!! 이건 횡포입니다!! 으아악!!”

사내들은 기술자를 힘으로 억눌렀다.

결국.

“당장 그만두지 못하겠습니까?!!”

화가 난 피프티 홍이 달려들었다.

그의 움직임을 보아하니 각성자.

“으아아악!! 사람 잡네!!!”

이미 저들도 피프티 홍이 각성자임을 아는지 가까이 붙기도 전에 나자빠졌다.

퍽! 퍽!! 퍽!

그리고…자해(?)를 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염소수염 노인도 근처까지 달려가더니 혼자서 나자빠졌다.

“아이고!! 이놈들 사람 잡네…! 공방주,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그깟 하찮은 기술이 뭐라고… 아이고. 아이고~~! 공방주의 사위가 사람 잡네!!”

그걸 본 리안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저것들. 길드인지 자해 공갈단인지… 샤로트. 혹시 사진기 있어?”

“네. 도련님. 아직 파수병을 그만둔 건 아니거든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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