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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70화 (70/253)

7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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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제의 입에서 후작이란 말이 나오는 순간 모두 굳었다.

그럴 것이 귀족으로서 가장 높게 올라갈 수 있는 작위가 바로 후작이다.

물론 공작이 되는 방법도 있긴 있지만, 그만한 영지와 힘이 있어야 한다.

돈도 무지막지하게 깨지고.

정통성을 만들기 위해서 교단에 돈을 엄청 먹여야 하니.

“영지도 없는 제게 후작은 과합니다. 폐하.”

리안은 이름뿐인 후작이란 작위로 신센롬 제국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제국의 귀족이란 명분으로 부려먹을 것이 틀림없기에.

“경의 말대로 영지가 없으니 부담스러워할 것 없답니다. 혹. 영지가 필요하다면 적당히 물색해 드리지요.”

기껏 백작령 정도를 주고 작위만 후작을 붙일 것이 틀림없다.

“폐하. 저는 아직 제 선조들이 물려준 땅을 온전히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다른 땅을 먼저 가진다면 다들 손가락질할 것입니다.”

“브루타뉴 공국이었나요? 내 힘을 써서 도와드리지요.”

“폐하께서 간섭하신다면 스랑 제국과 마찰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나 후작위를 가진 제가 그 땅을 가진다면 부담스러워하겠지요.”

테레지아는 리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남편만 해도 자신과 결혼을 하기 위해 자신의 영지를 스랑 제국에 내어놓아야 했다.

하필이면 남편 포로치의 영지는 스랑 제국과의 국경에 있었으니.

“그럼 백작위는 어떤가요? 영지도 알아봐 드리지요.”

리안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알아봐 준다는 영토는 아마도 폴란 지역이거나 게르 왕국에 있는 것 중 하나를 줄 것이다.

폴란 왕국은 내전으로 개판이 된 상태고.

게르 왕국 연합인근의 영지를 받는다면, 그 땅을 지키기 위해 신센롬 제국의 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명예 작위만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으나 영지는 과분합니다. 아직 어려서 여러 개의 영지를 다스릴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리안은 자신의 가문이 가진 영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봉신 관계는 봉토에서 나오니 백작위 정도의 작위를 받아 봐야 신센롬 제국에 충성할 의미가 없었다.

“레온 백작은 어린 나이에 욕심이 없군요.”

“새로 사귄 친우를 배신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폐하.”

“우리 레오폴트가 좋은 친구를 사귄 것 같네요. 우정의 선물로 슐 지역으로 가는 길까지 얻었는데 어미로서 줄 게 없어서 마음이 아프네요.”

뭐라도 받으란 뜻이다.

이미 리안은 레오폴트를 호송한 것에 슐 지역으로 가는 길을 뚫은 것만으로도 신센롬 제국에 엄청난 선물을 한 것이니.

게다가 슐 지역 백성들에게 신센롬 제국의 위용까지 보였다.

“정 그러시다면 네르데르와 협정을 맺어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작은 사업을 하려 하는데, 마잎이 꼭 필요합니다.”

“음… 언급을 받기는 했어요. 그게 레온 백작의 작품이었군요.”

2년간 불가침 조약을 말하는 것이다.

그 조건으로 신대륙에서 나는 마잎의 5%에 해당하는 독점권을 받는 것이고.

“이미 받은 게 많으니 그 정도를 들어 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죠.”

뭔가 여전히 아쉬운 눈치다.

그녀의 머릿속에 리안을 어떻게 옭아맬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리안은 먼저 선수를 쳤다.

“그리고 또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이란 이름으로 또 선물을 해야지.

“앤시드 경에게 진주 광산의 위치를 알려 줬습니다.”

“진주 광산이라니요?”

“사실 고문서에서 알아낸 사실인데, n9932-dana135 요새는 고대에 댐으로 지어진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걸 동작시키면 자연스레 진주도 생성된다는 이야기.

“그런… 그런 대단한 것을 우리 신센롬 제국에 그냥 넘긴다니…….”

군자금에 대한 걱정은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친우의 나라가 승리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 댐을 반대로 작동시킨다면, 슐 지역의 협곡에서 대비를 하고 있는 적에게 다시 타격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아아… 레온 백작 그대는…….”

테레지아는 양심의 한구석이 콕콕 찔렸다.

자신의 아들 친구라는 아이는 아낌없이 도움을 주려 하는데, 자신은 이용할 생각만 했으니.

“레온 백작. 우리 신센롬 제국은 그대에게 크나큰 빚을 지게 되었군요. 원하는 것이 있다면 뭐든지 말해 보세요. 이대로 받기만 한다면 우리 제국의 체면이 바닥으로 떨어질 거예요.”

그녀의 진심 어린 호소에 리안은 속으로 환호성을 지었다.

드디어 각성할 재료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여제께서 온실을 소유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희귀한 식물들이 가득하다고 들었는데, 그중 하나를 받을 수 있을까요?”

“겨우 그 정도 부탁인가요?”

“영지를 되찾으면 특산물이 될 만한 것이 있을까 연구 중입니다.”

그 말에 테레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대의 댐을 알고 있을 정도로 지식이 뛰어난 리안이라면 가지고 가려는 그 식물의 가치가 뛰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아까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이 가지고 있어 봐야 그저 관상용 식물일 뿐이니.

소인배적인 마음으로 살았다면, 지금의 여제도 없었을 것이다.

받았으면 내어 준다. 그리고 신뢰를 얻는다.

“온실에서 원하는 식물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져가세요.”

“레온 백작령이 성장한다면, 그것은 모두 여제의 은혜입니다.”

그 말에 테레지아는 미소를 지었다.

온실에 뭔가 가치 있는 것이 있기는 있나 보다.

그녀는 자리를 파하기 전 리안에게 제안을 던졌다.

“이대로는 백작 그대가 너무 손해를 보는 듯하네요.”

“이미 폐하의 보물을 가지고 가지 않습니까. 어떤 마음에서 허락하셨는지 알기에 더욱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안도 대인배적인 테레지아의 성격을 알기에 이렇게 대놓고 부탁을 한 것이었다.

“이왕 내 보물을 가져가세요.”

리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내 배 속에 아이가 딸이라면 그대와 혼약을 올릴까 하는데 어떤가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여제가 저런 제안을 해 올 줄은 몰랐다.

그만큼 리안이 탐이 난 것이다.

그렇다고 이전처럼 옭아매려는 성격의 제안은 아니었다.

“사제들의 말로 이 아이는 유산될 확률이 높다고 들었어요.”

그럼에도 건강하게 태어난다.

아기 신상이라는 신물이 있던. 없던.

“그러니 너무 부담스러워할 것 없어요. 진짜로 딸이 태어날지도 모르는 일이고. 결혼이 아닌 혼약이니 서로의 상황에 따라 얼마든 파기할 수 있으니까요.”

파기를 하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지만.

훗날 파기를 한다 해도 테레지아가 리안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일 수밖에 없다.

바로 명성.

하브스 가문과의 혼약만으로도 리안의 명성은 율 대륙 전체에 알려질 것이다.

귀족에게 있어 명성은 무엇보다 가치 있었다.

“거절할 수 없군요. 폐하.”

외통수였다.

지금 이 자리에는 여제와 단둘만 있지 않았다.

만약 거절한다면, 하브스 가문의 체면이 떨어진다.

일개 백작에게 혼약을 거절당했다고.

물론 전쟁, 종교, 선약자 등 다양한 이유로 거절이 가능하지만, 리안에게 그 다양한 이유들 중 단 하나도 걸쳐지는 것이 없었다.

거절할 명분이 없는 것.

“그냥 선물이에요. 어차피 배 속의 아이가 딸이고.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큰다면 다시 물어볼 예정이에요. 내 딸들은 정략보단 연애결혼을 했으면 하거든요.”

그러나 결국에는 정략결혼을 하게 된다.

스랑 제국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앞으로 8년 전쟁으로 신센롬 제국의 국력은 계속해 깎이고 율 대륙 제1 국가란 자리를 지킬 수 없게 되니.

“하브스 가문에 폐가 가지 않게 행동하겠습니다.”

이건 예의상 한 말이다.

여제도 알고 있었다.

리안이 해적이라는 사실을.

물론 머지않아 가문을 일으켜 세울 것도 알고 있었다.

* * *

리안은 알현을 마치고 방을 배정받았다.

방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철퍼덕!!

침대에 몸을 던진 것이다.

“후…….”

식은땀이 다 났다.

여제의 마지막 수는 정말이지 어질어질 할 지경.

“크하하하. 꼬맹이. 태중 혼약이라니.”

“놀리지 마세요. 따로 혼약식을 하진 않고 제국의 신문으로 공표만 할 예정이니까.”

진짜로 딸을 선물한 것은 아니고 명성만 빌려준 것이다.

앞으로 리안이 활동하기 편하게.

“거참. 해적의 백이 신센롬 제국이라니.”

항법사는 이해할 수 없단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제 우리도 업종을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요?”

“응? 해적을 그만두자는 거냐?”

“아니요. 누가 그만둔다고 했어요? 합법적으로 하자고 했지.”

그 말에 다들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사략선. 해적으로 잡히면 목이 날아가지만, 사략선으로 잡히면 군법으로 처리되죠. 몸값을 내고 풀려날 수도 있고.”

“호오~”

리안은 브루타뉴(스랑 제국의 속국)의 귀족이고, 잉글슨 왕국과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제는 신센롬 제국 황제의 예비 사위가 되었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고 해야 할까나.”

리안의 말에 다들 개안을 한 눈치다.

합법적이라면, 도시를 털어먹어도 된다.

악명이나 현상금 따위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무역 허가서도 있죠.”

여제에게 마지막으로 받은 선물 중에는 무역 허가서도 있었다.

일단 정식은 아니지만, 임시로 하브스가의 사람이 되었으니 당연했다.

“작물을 처리하기 좋겠군.”

원래 작물은 해적 섬에서 처리하는데, 작물이란 게 원래 처리하기 힘든 법.

그런데, 무역 허가서와 합법적인 사략으로 얻은 물건이라면 또 달라졌다.

“자. 빨리 이곳 일을 처리하고. 우리의 고향 바다로 가자구요.”

리안의 말에 모두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똑똑!

그때 들리는 노크 소리.

문을 열어 주니.

“레온 백작 각하!”

“아아. 앤시드 소령님.”

“아닙니다. 이제 중령입니다!!! 다 백작 각하 덕분입니다.”

“오~ 축하합니다. 앤시드 중령님.”

아마도 원래의 스토리보다 훨씬 더 고공승진할 것이다.

수색에도 특화되어 있으니까.

물론 전쟁에서 죽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래서 뭔가 해 드릴 것이 없나 생각해 보니. 제가 그리 부자도 아니고…….”

“딱히 뭔가를 바라고 추천드린 것은 아닙니다. 그저 미래의 총독과 친분을 쌓아 놓으려 한 것뿐이죠.”

“미래… 의… 총독?”

앤시드의 의뭉스런 표정.

리안은 아차하고 말을 돌렸다.

“그쪽으로 자질이 있어 보여서 말이 헛나왔네요. 흐흐.”

“제가 말입니까?”

“수도까지 오면서 지켜보니 기병 지휘관으로만 있기에는 아까워 보이더군요. 만약 제가 공왕이라도 된다면. 그리고 식민지를 얻게 된다면. 꼭 중령님을 초빙하고 싶습니다.”

리안의 말에 앤시드는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태중 혼약에 관한 소식을 들었다.

그렇다면 공왕이 될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율 대륙의 고위급 군인의 경우는 국가를 가리지 않았다.

적국에게도 고용되어 고국을 상대로 싸우기도 해다.

마치 축구 국가대표의 감독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공왕이 되시길 매일 신께 기도를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중령님. 그런데 감사 인사를 하러 들르신 겁니까?”

빨리 슐 지역으로 출발해야 해서 바쁠 텐데. 이렇게 찾아온 것을 보면 됨됨이도 된 자였다.

“아! 그것이 다름 아니라… 오토호스를 구한다고 들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어디서 사야 할지…….”

고인물인 리안도 그것은 잘 몰랐다.

“제가 아는 곳이 있습니다. 은혜를 갚는다기는 뭐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중령님이 추천한다면 믿을 만하죠.”

* * *

앤시드의 추천으로 리안 일행은 오토호스를 구하러 왔다.

리안, 샤로트, 흐리아 총 세 명이 탈 물건이다.

오토호스의 에고가 들어 있지 않은 순정.

“여긴가? 좀… 많이 허름한데…….”

수도 빈의 오토호스 공방 거리에서도 가장 구석에 위치한 곳.

공장도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낡아 보였다.

“그 땅개 놈이 우리를 팔아 넘긴 건가? 당장 찾아가서는…….”

부선장이 콧김을 내뿜었다.

“뭐. 외관만 보고 판단하긴 그렇죠. 안 그래요? 누님?”

“역시 덜떨어진 부선장보단 우리 아기 상어가 안목이 더 높다니까.”

마법 기계를 보러왔으니 당연히 기관장도 데리고 왔다.

덤터기를 씌지 않기 위해.

“건물 빼고는 완벽해. 저기 일하는 기술자들도 활기차고. 몇 안 되지만 손님들도 만족하는 얼굴이야. 무엇보다 연장 관리가 잘 되어 있어.”

역시 마도 기술자답게 보는 시각이 일반인과는 달랐다.

“그럼. 들어가 볼까나.”

리안은 일행들을 이끌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기계 소리들로 시끄러운 편이었는데, 그 소리를 뚫고 나온 기관장의 놀란 말소리.

“스… 스… 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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