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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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은 따뜻한 테레지아의 환대에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여제 폐하.”
“자. 이리로. 황궁으로 초대하겠어요.”
그녀는 오토마차로 인도했고. 그 크기는 황실 의전용이라서 그런지 상당했다.
리무진을 양쪽으로 붙여 놓은 정도.
오토호스도 총 8기가 끌었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리안은 여제의 옆에 서는 영광을 얻었다.
감히 누가 제국의 황제와 나란히 설 수 있단 말인가.
그 모습은 모두가 볼 수 있었다.
오토호스는 상황에 따라 지붕을 오픈할 수 있게 되어 있었으니.
와아아아아아!!!
마차가 출발하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여제의 양쪽에 리안과 황자가 나란히 서 있었다.
부아아앙~!!
하늘에선 바람 속성의 대전사가 지나가며 꽃가루를 뿌렸다.
뭔가 장비를 덕지덕지 붙이고 있었는데, 훗날 저것이 발전해 공군이 만들어진다.
빰~! 빠바바밤!!
음악은 장황했고 앞길은 확 트여 있었다.
제국의 수도는 아름다웠다.
SSR+급 통치자 테레지아 하브스.
그녀가 얼마나 수도를 잘 관리했는지 알 수 있었다.
참고로 이 나라는 최근 전쟁을 안 한 시기가 더 적을 정도임에도 이 정도다.
“아름다운 수도입니다. 폐하.”
“칭찬 고마워요. 백작. 아마 저쪽에 궁전이 새로 지어지면 율 대륙 최고의 문화 도시가 될 거랍니다.”
사기급 통치력에 사기급 미모.
그녀는 애를 몇 명이나 나은 유부녀로 보기 힘들 정도로 여전히 빛이 났다.
다만. 유저들 사이에 SSR+급 답지 않은 일이 언급되는데.
바로 몇 년에 걸쳐 만들어질 여름 궁전 쇠부레다.
1,441개의 방이 있는 거대한 규모.
더 놀라운 것은 저 궁전이 전쟁통에 완공된다.
저 궁전을 지을 돈으로 로이센과의 전쟁 군비를 더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과 동시에.
전쟁 중에 궁전을 지을 정도면 내정을 얼마나 잘해야 할까? 생각도 든다.
물론 그녀에게는 도깨비 주머니가 있긴 있었다.
바로 데릴사위로 들인 그의 남편이자 신센롬 제국의 바지 황제 포로치다.
여자를 밝히고 다른 능력은 바닥에 가까운데, 이 게임에서 미다스의 손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단연 그였다.
손만 대면 돈이 터진다.
츠츠츠츠츠.
마차는 우아하게 황궁에 도착했다.
내부도 화려함의 극치를 달렸다.
괜히 하브스 가문이 율 대륙 최고인 것을 증명하듯.
“여정이 쉽지 않았을 거라 예상됩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알현실에서 기다리겠어요.”
“배려 감사합니다. 폐하.”
“그럼. 잠시 뒤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을게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레오폴트를 데리고 떠났다.
‘역시 보통이 아니네.’
잠시 시간을 갖는 것은 리안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레오폴트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일 거다.
그 후 평가를 가질 것이고 리안에 대한 대우를 내릴 것이다.
“이리로 모시겠습니다. 백작 각하.”
“네~ 네~~ 빨리 가요.”
시종이 리안을 안내하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백작위를 가진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는데, 기품은커녕 하렘가의 소년처럼 껄렁해 보인다.
옷이 아니었다면 정말 착각했을 거다.
“저기. 시종 아저씨. 일행이 오면 이쪽으로 보내 주십쇼.”
“아… 알겠습니다. 레온 백작 각하.”
잠시 후 일행도 도착했고 리안이 있는 귀빈 대기실로 보내졌다.
“으리으리하구만. 저기 장식 하나만 떼가도 한 달은 놀고먹겠네.”
부선장이 탐욕스러운 눈으로 장식품을 바라봤다.
“흐흐. 경보기가 울려서 개쪽을 당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누가 진짜 가져간대. 쯧.”
아쉬움에 침을 질질 흘리면서 아닌 척은.
이곳에 있는 장식품들은 하나 같이 명품이었다.
귀빈 대기실 중 가장 좋은 곳을 내어 줬을 테니.
“그보다 가지고 왔어요?”
“네. 공자님. 입구에서 태양의 신 사제들과 실랑이가 있었지만, 여제께 드리는 선물이라 나중에 주교가 참관을 하겠답니다.”
“봄의 여신과 관련된 물건이라 관심이 많겠지.”
주교급이 되면 대번에 신물의 성질을 알아차릴 것이다.
참고로 전쟁 신의 주교인 세이나가 가지고 온 것은 어느 어촌 마을에서 가지고 온 아기 상이었다.
* * *
집무실.
그곳에는 테레지아와 레오폴트 단둘만이 있었다.
이곳은 각종 보안 마법으로 떡칠이 되어있었기에 이곳을 택한 것이다.
“레오폴트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어렸을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아 실종되었을 때 걱정했는데.”
“이제는 건강해요!”
“그래. 봤다. 아까 전 씩씩하게 달려오던 모습을. 마나 유저가 된 거야?”
레오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정이 힘들 거라면서 선장. 아니 레온 백작이 배려를 해 줬습니다.”
“우리 가문의 핏줄이 유저가 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돈을 꽤 썼겠구나.”
황실의 입장에선 푼돈이겠지만, 일반 귀족에게 몇천 페니의 돈은 무시 못 할 돈.
“네. 아낌없이 돈을 써서 영약을 먹여 줬어요.”
그 말을 들으니 리안에 대한 고마움이 커졌다.
그래도 그녀는 제국의 통치자.
감정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었다.
“아들아. 이제 이야기를 해 보렴. 너의 모험을…….”
그녀의 말에 레오폴트는 눈물을 글썽이며 옛날이야기를 끄집어내었다.
리안이 등장하기까지는 절망 그리고 또 절망이었다.
“뭐?! 해적 선장…? 그리고 해적섬의 실세에게서 너를 지켜 내다니 보통 배포가 아니구나.”
“레온 백작은 배포란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에요. 어머니.”
레오폴트가 이야기를 이어 나갈 때마다 그녀는 놀라움에 입이 점점 벌어졌다.
아무리 리안을 동경하는 레오폴트가 어린 마음에 과장을 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걸 감안하고 들어도 그는.
‘군신!’
지상에 강림한 군신 그 자체를 보는 것 같았다.
특히 스랑 제국과 잉글슨 왕국의 해전에서의 활약은 일군을 맡겨도 될 만한 업적이었다.
자신의 아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운 것은 조금 괘씸했지만.
사실 그녀는 몰랐다.
리안이 마음을 먹었다면, 해전은 무승부가 아닌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날 수 있었다는 것을.
그랬다면 당연히 레오폴트를 앞세워서 일시적으로 양군을 물리지 않았을 거다.
“뭐? 슐 지역을 그냥 관통한 것이 아니라고?”
이번에는 슐 지역에 관해서였다.
유유히 관통하며, 대표적인 세 개의 도시에 신센롬 제국의 이름하에 이 황자가 행군을 했다.
그것은 로이센 왕국에 대한 농락이었다.
“맙소사.”
슈우퍼 카를 대공이 정예병들을 이끌고 n9932-dana135 요새로 진군을 시작했다.
러드 다운 백작은 징집된 병사들을 모아 보헴 지역에 주둔한 로이센 왕국과 대치를 하러 갔고.
그걸 이미 승인한 그녀였지만, 불안함은 어쩔 수 없었다.
“로이센에게 제대로 한 방을 먹일 수 있겠구나. 이번 전쟁에서 이기면 지도상에서 지워 버려야겠어.”
물론 그리될 리가 없었다.
리안이 이렇게 슐 지역으로 들어가는 관문을 뚫어 준 것은 패널티였다.
“어서 그 아이 아니 레온 백작을 만나 봐야겠어.”
뭐든 과장이 되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레오폴트와 이야기할수록 오히려 자신이 그를 과소평가했단 생각이 들었다.
* * *
귀빈 휴게실에서 느긋하게 우유를 홀짝이는 리안이 중얼거렸다.
“꽤 오래 걸리네.”
물론 예측은 하고 있었다.
워낙 저지른 일들이 많으니 그걸 요약해서 들어도 적은 양이 아니었다.
특히나 어휘력이 조금 달리는 레오폴트에게 듣는 거라면 더더욱.
“여기~ 우유 한 잔 더~!”
리안이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꼬맹이 그러다 설사한다.”
“이런 신선한 우유는 황궁이 아니라면 먹기 힘들다구요. 그리고 설사보다 키가 더 중요하거든요!”
한 번씩 불안감을 느낄 때가 있었다.
여자가 아무리 발육이 더 좋다 해도 샤로트보다 작은 것이 마음에 걸린다.
이런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키가 안 크면 그것만큼 뼈아픈 것이 어디 있을까.
그러니 부지런히 관리를 해야지.
“레온 백작 각하.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오. 기다리다가 우유배 채우는 줄 알았네.”
리안은 껄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시겠습니다. 백작 각하.”
시종은 리안을 데려가며 황당한 얼굴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건달처럼 걷더니 점점 그 걸음걸이가 단정해졌다.
알현실이 열리기 직전에는 미약하게나마 품격이 느껴졌다.
“드… 들어가시죠.”
“땡큐. 시종 아저씨~”
리안은 손 인사를 해 준 뒤 자동으로 열리는 알현실 문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레온 백작.”
“오늘 두 번째 뵙는 것인데도 폐하께서는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봄의 여신께서 강림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입니다.”
“백작은 아직 어린데 어른을 놀리면 곤란해요.”
그녀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다고 리안은 그 미소에 넘어가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 이곳에 옭아매려고 할지 항상 경계해야 한다.
허투루라도 약속을 잘못하게 되면, 졸지에 눈앞의 여자의 종신 노예가 되어 버릴지도 모르니.
그렇게 엮인 자들이 이 제국의 지탱하는 중이다.
“아부가 아닙니다. 그래서 봄을 닮은 폐하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니 선빵으로 선물 공세를 퍼부어야지.
이제부터 누가 누가 더 이득을 많이 주느냐의 싸움이다.
뺏기가 아닌 주기의 싸움.
“폐하. 쥬 신을 모시는 미천한 종이 먼저 확인해 보겠나이다.”
“네. 그렇게 하세요.”
역시나 태양의 신 주교가 나섰다.
세이나는 그에게 아기 신상을 넘겼다.
“이것은…….”
진품을 직접 만져 보니 예사의 물건이 아님을 알아차렸을 거다.
“봄의 여신님의 기운이 담긴 신물입니다.”
“그대는…….”
“저는 전쟁 신의 주교 세이나라고 합니다.”
“아니… 전쟁 신이라면…….”
아마 아는 것이 있는 눈치.
하긴 제국에 있는 주교라면 급이 떨어지지 않았을 거고. 교황청에서 이단 심문관으로 무슨 일을 꾸미는지도 알 것이다.
이제는 사라졌어야 할 그녀가 나타났으니 내심 속으로 많이 놀랐을 거다.
“언제 태양 신 교황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야 할 텐데. 안부나 전해 주시죠.”
그녀의 말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참고로 전쟁 신 사제들은 훌륭한 암살자이기도 했다.
아마 교황은 한 번씩 밤잠을 설치지 않을까 싶다.
“알겠습니다. 세이나 주교.”
특히나 그녀의 이름은 교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편이다.
전쟁 신의 마지막 주교.
“그래서 그게 뭔가요?”
두 사람이 기 싸움을 벌이고 있자 테레지아가 물었다.
“이 신상은 아이를 지켜 준답니다. 튼튼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으며, 이 신물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금실도 좋아지고…….”
등등 설명이 이어졌다.
두 종교의 주교가 보증을 하니 테레지아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그녀는 티가 잘 나지 않지만, 뱃속에는 아이를 임신 중인 상태.
그것 때문에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그녀도 자신의 가문이 가진 유전병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아아. 이렇게 진귀한 물건을 선물해 주다니. 그 어떤 것보다 가치가 있으……?”
갑자기 그녀가 말을 멈췄다.
배에서 무언가 느껴질 것이다.
‘태아인데도 반응을 하나 보네.’
리안은 왜 그런지 알고 있었다.
배 속의 아이가 봄의 사제가 될 재능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아이의 이름은 앙드네드.
훗날 대륙 최고의 미녀가 될 아이다.
높은 확률로 스랑 제국과의 정략결혼에 희생되며, 그 끝이 좋지 않았다.
“신성력?”
“봄의 기운이…….”
두 주교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테레지아에게서 신성력이 발현된 것이다.
“축하드립니다. 폐하.”
“폐하. 신의 선택을 받으셨습니다.”
두 주교는 먼저 인사를 올렸다.
다만, 모두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축복을 받은 것은 테레지아가 아니라 배 속의 아이 앙드네드였다.
“고마워요. 봄의 여신님이라면 제 아이는 무사하겠죠?”
100%라고 보면 된다.
변수가 생겨 그녀가 죽거나 독에 당하지 않는 한.
아니 웬만한 독도 다 정화될 것이다.
앞으로 그녀는 독살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조금 아쉽긴 하네.’
물론 리안이 가지고 있어 봐야 쓸모가 없다.
봄의 사제가 없으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고대의 자료들에 따르면 봄의 사제의 아이는 유산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아. 이런 축복을. 감사해요. 레온 백작. 이런 귀한 선물을 주시고.”
테레지아는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아마도 저것은 과거에 유산하거나 약하게 태어나 죽은 아이들에 대한 기억 때문이겠지.
“내 그대에게 제국의 명예 후작 위를 내리겠어요.”
신물 하나에 후작? 과해 보이지만 과하지 않다.
특히나 그녀는 아무런 간섭도 없는 잊혀진 신의 선택을 받았으니 실은 없고 득만 있는 샘.
거기에 더해 리안을 옭아매기 위한 작업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