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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63화 (63/253)

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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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리톨 리치 장군은 프리들 국왕이 신임하는 장군 중 한 명이다.

그렇기에 슐 지역으로 오면서 전권을 받고 온 상태.

슐 지역에 있는 어떤 군대도 자유롭게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기병을 모두 내놓고 명령을 기다리도록.”

“알겠습니다. 장군님.”

리치 기병대장은 빠르게 이동했다.

요새나 주둔지가 나올 때마다 기병이 있다면 합류시켰고. 명령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렸다.

동시에 슐 각지에 파발을 보내도록 했다.

당연히 보급은 현지 조달이었다.

약탈은 없었고 딱 필요한 만큼만 징발해 갔다.

“장군!!! 제3 공업 도시 아키루루가 당했다고 합니다.”

“뭐?!!”

아키루루는 슐 지역 북부로 오히려 로이센 왕국과 가까운 곳이다.

참고로 슐 지역 자체가 세로로 길게 생긴 형태.

북쪽 끝은 로이센, 남쪽 끝은 신센롬 제국의 수도인 트리아 왕국과 닿아 있었다.

좌측으로는 게르 왕국 연합의 나라들과 닿아 있고.

리안이 게르 왕국 연합을 따라 아래로 이동하다 갑자기 동쪽으로 꺾어 슐 지역에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곧장 도주를 해도 모자랄 판에? 도시를……?”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부유함으로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도시 하나를 공격한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었다.

“지도를 가지고 와라!! 최대한 큰 걸로.”

그말에 부관이 바닥에 조립형 지도를 깔기 시작했다.

가로세로 4미터의 큰 지도였다.

슐 지역을 차지하기 전부터 준비해 온 지도로 나름 상세했다.

오히려 슐 지역의 원래 주인이었던 신센롬 제국이 보유 중인 지도보다 더 정확하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음… 길은 총 네 곳인가?”

신센롬 이 황자가 타고 있다는 부유선이 갈 수 있는 경우의 수.

첫 번째는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두 번째는 동쪽 폴란 왕국 쪽으로 빠진다.

세 번째는 남서쪽 보헴 지역으로 넘어간다.

네 번째는 남쪽 신센롬 제국의 수도가 있는 트리아 왕국으로 넘어간다.

여기서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세 번째 선택지인 보헴 지역은.

신센롬 제국과 전쟁을 벌이기 위해 원래 슐 지역에 주둔했던 군대들이 보헴 왕국으로 이동해 있다.

사실 슐 지역의 그 공백 덕분에 리안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것이고.

네 번째 선택지인 신센롬 제국 방향은 더더욱 내버려 둬도 된다.

좁은 협곡으로 이어진 부유선이 다닐 수 있는 길은 단 한 곳.

험난한 지형인 것은 둘째 치고 그 중간을 가로막는 두 개의 최악의 요새.

하나는 로이센 왕국이 또 하나는 신센롬 제국이 소유 중이다.

당연히 양측 모두 그쪽 방면으로 공격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동쪽으로 간다.”

잘리톨 리치 기병대장이 선택한 곳은 바로 동쪽 폴란 방향이다.

뛰어난 기동력을 바탕으로 먼저 가서 기다린다.

주변의 주둔지나 도시의 인력으로 부유선이 다닐 수 있는 길들을 봉쇄하고 기습한다면, 어렵지 않게 이 황자를 잡을 수 있을 거다.

“저기… 대장님! 혹시 다른 방향으로 가면 어떻게 합니까?!”

“왔던 길을 돌아가는 것이라면 지금 쫓아도 늦고… 다른 방향이면……?”

리치 장군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씩 하고 웃었다.

“뒤쫓아가면 돼.”

그리되면 오히려 더 잘되었다.

이 황자가 탄 부유함은 앞뒤로 갇히게 될 것이니.

다만. 로이센 왕국의 기병 명장 잘리톨 리치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 * *

“와아아아!!! 선장에게 충성을! 위대한 선장에게 축복을!!! 능력 있는 선장에게 경배를!!!”

고잉미샤호는 축제 분위기였다.

당연히 그럴 것이 아주 대박을 연달아 터뜨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전 도시를 떠난 뒤 곧장 서남쪽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또 다른 도시에 도착했고.

당연하다는 듯이 보급이란 이름으로 군자금을 뜯어낼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번에도 피해는 거의 전무.

“꼬맹이… 무섭군… 이 정도를 받아도 되나…….”

“반은 뱉어 내야 하죠.”

“그래도 어마어마하군…….”

부선장조차 두 번째 상자를 열었을 땐 기가 죽어 버렸다.

생각해 보라.

겨우 부유선 한 척에 많이 타 봐야 얼마나 타겠는가.

겨우 300 남짓한 병력.

그들이 한 도시를 들릴 때마다 3만 규모의 부대가 1시간 동안 약탈할 금액을 얻어 낸 것이다.

그것도 잡다한 물건들이 아니라 돈으로 말이다.

해적 선원은 하늘에서 돈벼락을 맞은 기분.

“백 배다. 백 번을 아니… 원래라면 삼백 번을 털어야 이 정도는 나오나…….”

부유한 지역의 도시는 일반적인 해안 도시와는 스케일이 달랐다.

애초에 해적들은 어촌이나 상선을 털지, 대비가 잘 되어 있는 항구에는 얼씬도 하지 못한다.

그러니 못해도 몇백 배가 차이 날 수밖에.

“반을 도로 뱉어야 한다잖아.”

“그래도 얼마야. 정신 차려. 선장은 신이라고!!”

3:2:2:3.

선장:간부:운영비:공동분배 순이다.

이들은 곧장 배에서 내려도 될 만큼 벌어들인 것이다.

“나 해적 섬으로 돌아가면 은퇴한다. 미수기에게 청혼할 거다. 그리고 오래오래 행복…….”

“크하하. 잘 가라. 난 죽을 때까지 선장을 따라 다날 테니. 언젠가는 간부도 달고 말이야!”

“……?! 내가.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또 대박을 친다면…….”

“넌 가뜩이나 멍청한데, 흥분하면 더 멍청해진단 말이지.”

대부분의 선원들은 단기간에 너무 많이 버는 바람에 은퇴할 생각조차 못 했다.

상식 밖의 수익이다.

리안을 따라다니다 또 잭팟을 터뜨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그것은 리안에 대한 맹신을 낳았다.

“음하하하!!! 더 더! 찬양하라~~!”

리안은 갑판 위에서 동전을 마구 뿌려 대며 소리쳤다.

우와아아아!!!

선원들이 동전을 주우며 환호했다.

완전 광란의 파티였다.

“저기 선장님.”

그때 세바스가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응?”

“기분을 내시는 건 좋은데. 그거 다 선장님 개인 운용비에서 나갑니다.”

“으으응?”

리안은 상자 안에서 한 움큼 쥐었던 동전을 다시 내려놓았다.

던진 동전들을 어떻게 계산할까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세바스는 각성한 대전사다.

집중하면 충분히 근사치를 유추해 낼 것이다.

지금 리안이 하는 행동은 분배가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는 모두가 함께 즐겼으니 일반 운용비로 계산하겠지만. 다음번에 뿌릴 때는 주의해 주십시오.”

“휴우. 깜짝 놀랐잖아요. 헤헤.”

리안은 살짝 비굴하게 웃었다.

돈은 벌어도 벌어도 모자랐다.

리안은 아직 본인의 땅이 없으니. 본인의 전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징집이 아니라 용병을 잔뜩 고용해야 한다.

땅따먹기는 부유선으로 할 수 없다.

특히나 육지에선 가성비가 최악이다.

지금은 전쟁이 아닌 약탈 중일 뿐.

“자자! 진정하고. 다음 목적지로 가자아아!”

리안의 말에 다들 환호하다 말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슐 지역이 넓긴 하지만, 더 털어먹을 곳이 남았는가?

도대체 슐 지역은 얼마나 잘사는 지역이기에 대도시 두 개를 털고도 또 있단 말인가?

“애송이~! 설마 남쪽으로 갈 생각이야? 그곳에 추격당할 수도…….”

한 곳이 있긴 있다.

“괜찮아요. 흐흐.”

“적들에게 추격당하면 갈 수 있는 곳은 남쪽 길을 이용해서 신센롬 제국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설마?!”

리안은 싱글싱글 웃기만 했다.

* * *

슐 지역의 동쪽.

조금만 더 가면 폴란 왕국과 국경선이 있는 곳.

잘리톨 리치가 지휘하는 로이센의 기병대는 한참이나 기다렸다.

부유선이 다닐 수 있는 길목은 모두 차단했고. 요새에 있는 공성포를 반격할 수 없는 고지대에 배치했다.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오기만 와 봐라.”

사실 다 필요 없고 기병만으로 때려 박으면 충분했다.

기병 병력은 3천이기에 눈에 띄는 순간 뼈까지 발라먹을 자신이 있었다..

“장군님!! 급보입니다. 근처 요새에서 통신을 해 왔습니다.”

통신 마법사도 데리고 온 터라 어찌어찌 통신이 가능해졌다.

당연히 세팅을 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복잡한 장비가 설치된 채 다니는 부유선과 달리 기병들은 장비를 분해한 채로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되돌아갔다더냐?”

가장 합리적인 것은 돌아가는 것이었을 거다.

겨우 부유선 한 척으로 적진인 슐 지역에 들어와서 뭘 하겠는가.

아무리 전쟁을 위해 대부분의 병력이 빠졌다고는 하나 곳곳에는 요새와 주둔지가 있었다.

하나의 연대만 잘 지휘해도 부유선 한 척은 손쉽게 처리 가능하다.

거기다 부유선이 다니는 길은 뻔했…….

“아닙니다.”

“응? 그럼 이미 나포되었나? 아쉽군. 누가 잡았다더냐.”

그렇다.

너무도 뻔해서 주둔지 몇 곳이 서로 연락만 닿는다면 손쉽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잘리톨 리치 장군의 병력이 기병들을 이끌고 급파된 것은 혹시나 몰라서였다.

“아닙니다… 제2 공업 도시까지 털렸다고 합니다.”

“음…??? 그곳은 보헴 왕국과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인데……!!”

리치 장군은 머리가 멍해졌다.

자신이 출발한 곳이 보헴 왕국 방면이었다.

만약 자신이 곧장 북쪽의 제3 공업 도시(리안이 첫 번째로 턴 도시)로 향했다면 마주쳤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게 아니라도 금방 따라잡았을 거다.

“아니… 그 전에!! 그곳은 두 개의 요새를 뚫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

주요한 도시이기 때문에 그 도시에 진입하기 전에 당연히 지키는 요새가 있었다.

이 황자가 탄 부유선이 그곳을 털었단 말은.

“설마…!! 보병대도 함께 왔다는 건가…? 속도가 나오지 않을… 텐데… 아니면 대규모 봉기인가?!”

부유선은 요새를 뚫지 못한다.

그게 상식이다.

가장 처음에 뚫린 관문 요새는 방심했을 뿐이다.

지금쯤이면 모든 요새에 소식이 전해졌을 터.

“요새들은 멀쩡하다고 합니다.”

“응?! 그건 또 무슨…….”

리안은 지금 길을 개척하며 다녔다.

고인물이 괜히 고인물이 아니었다.

그걸 모르고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선 귀신을 보는 듯했다.

고잉미샤호는 목선이 아니라 철갑선이었다.

“젠장!! 일단 이동한다. 유기적으로 연락 체계를 구성한다!”

상식이 벗어났다.

그는 유능한 장군답게 곧장 유동적으로 대처했다.

1천 명의 병력을 쪼개어 연락병으로 돌렸다.

통신 마법에 의존한다면 대응하지 못한다.

“나는 여기서! 여기까지 이동할 것이다. 그러니 각 조들은 자신이 맡은 경로로 이동하며 정보를 가지고 합류하라.”

1천 명의 기병을 사방으로 퍼뜨리기로 한 것이다.

‘이 황자! 도대체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이지?’

* * *

딱히 마법이랄 것은 없었다.

그저 야간을 이용해 산 넘고 물 건너서 열심히 빨빨거리며 움직일 뿐.

그렇게 도착한 세 번째로 도착한 도시는 훨씬 수월했다.

그곳에는 이미 신센롬 제국의 지원을 받는 비밀 조직이 있었으니.

언제든지 봉기할 수 있는 인원이 2천 명이나 확보된 상태였다.

근방에 신센롬 제국의 군대가 다가오면 들고 일어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화… 황자님!!!

이 황자의 얼굴만 보여 주면 만사 오케이.

당연히 비밀 조직을 수장은 귀족이었고. 그는 이 황자의 용모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어. 그래. 그래요. 만나서 반가워요~

수장을 상대하는 일은 당연히 리안이었다.

작전에 대해 세부적으로 나눠야 했으니. 어버버하는 황자를 내세웠다간 신뢰를 받지 못할 거다.

-오오!! 황자님. 그런 방법을… 과감하십니다.

-그럼. 저희는 도시를 장악한 채 조금만 버티면…….

-한 달 안에 정말……?!

리안은 고잉미샤호에 실린 무기를 반출해 민병대를 무장시켰고. 야밤에 함께 기습해 도시의 주둔군들을 몰아냈다.

시민들은 환호했고. 2천 명으로 시작한 민병대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에잇!! 이번에는 건진 게 별로 없네.”

리안은 투덜거렸다.

이번에 턴 도시는 슐 지역의 수도나 다름없는 제1 공업 지역이었음에도 1/10 정도밖에 건지질 못했다.

물론 그것만 해도 엄청난 금액이지만, 살짝 배가 불렀다고 해야 하나.

우오오오오!!!

다만, 해적들의 사기는 드높았다.

민병대가 결성되는 바람에 이번에는 한 푼도 못 건질 줄 알았지만…….

-이곳으로 신센롬 제국의 군대를 진격시키기 위해선 정치 자금이 필요하다네.

-얼마 안 되지만, 성의를 받아 주십시오.

그렇게 자신들의 민병대를 유지하기도 빠듯할 텐데 돈까지 쥐여 줬다.

그 모습에 선원들이 열광을 한 것이다.

-벼룩의 간도 빼 드실 분이야.

-나 결정했어. 진짜로 선장을 평생 따라다닐 거야!!

-우옷! 나도.

그들에게 리안은 최고의 선장이었다.

* * *

로이센 왕국의 기병대장 잘리톨 리치 장군은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들었다.

“제1 공업 도시가 봉기했다고?!!”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고잉미샤호가 여기저기 등장할 때마다 현지인들의 도움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정황은 없었다.

그런데, 가장 큰 도시에서 봉기라니.

“설마… 이걸 위해서?!”

리치 장군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사실 그는 용맹한 돌격 부대의 장수이지 정치나 전체적인 전장을 살피는 것에는 적성이 맞지 않았다.

다만.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제1 공업 도시는 신센롬 제국과 먼 곳이 아니다.

다만 그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산맥이 문제다.

그 사이에 유일한 길은 천혜의 요새 두 개가 있고.

양국이 하나씩 점령하고 있는 상태.

“고립인데…….”

막혀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도시 홀로 버텨 봐야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지금 당장에야 어떻게 못 하겠지만, 로이센 왕국이 마음을 먹는다면 손쉽게 함락이 가능할 것이다.

“장군. 어떻게 합니까?!”

부관의 물음에 리치 장군은 오토호스에 올랐다.

“그곳까지 내려갔다면 움직일 곳은 두 곳뿐이다.”

남쪽 요새 또는 되돌아오는 길.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황자가 탄 부유선은 스스로 갇혔다.

되돌아온다면 자신과 마주칠 것이고. 남쪽으로 향한다면 최강의 요새에 막힐 것이다.

“지금 출발해도 늦지 않을 거다.”

리치 장군 그는 생각하기보다 행동하는 장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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