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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62화 (62/253)

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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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데려오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아무 집에 들어가서 보이는 시민에게 시장의 위치를 물어보면 될 일.

시장도 계속 시장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망가거나 숨지 않고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여기 시장의 성격이 중립적 영달이었던가.’

리안은 곰곰이 기억을 더듬었다.

어차피 이 게임은 매번 스토리 모드를 할 때마다 랜덤으로 플레이할 백작이 정해졌다.

당연히 신센롬 제국이나 로이센 왕국의 귀족으로 스타트한 적도 있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이곳 시장인 치라고 코틴이라고 합니다.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용맹한 정복자이시여.”

“왜 찾았는지는 알고 있을 텐데?”

리안이 앞으로 나서자 시장은 눈알을 데구르르 굴렸다.

일단 리안의 나이는 둘째 치고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 것이다.

“먼저 승전 축하드립니다. 장군. 시민들에게 알려 전리품을 챙겨 오도록 시키겠습니다.”

욕심이 있는 자들은 목숨을 걸고 죽은 로이센의 군인들에게서 전리품을 챙겼을 거다.

그걸 시장은 도로 뺏어와 바치겠다는 것이다.

만약 리안이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이 도시는 한차례 홍역을 치를 것이다.

“필요 없으니까 전리품은 시장이 알아서 하시고.”

전리품을 챙기면 좋긴 하다만, 지금 이 자리에 널브러진 무기들만 해도 충분하다.

더 챙겨봐야 고잉미샤호의 짐칸만 차지한다.

“성벽 위에 포대도 말씀이십니까……?!!”

마포는 고가의 물건이다.

당연히 대부분의 마포는 최소 유저가 되어야 다룰 수 있지만, 시장에게는 몰래 병력을 육성할 기회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돈보다 무기가 더 가치 있을 수도 있다.

“그것도 시장이 알아서 하고.”

고잉미샤호에 마포를 실어 봐야 무게만 늘어날 뿐이다.

거기다 성벽에 있는 마포들은 무게 대비 성능이 좋지 않았다.

그러니 성벽의 고정포를 쓰는 것이다.

연대장이 오해를 한 것도. 이곳이 내륙이기에 고정포가 머리에 박혀서다.

고잉미샤호의 마포 무장은 그대로 두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다시 말해 리안에게는 별로 필요 없는 물건들.

“대신 우리가 현지 조달을 하는 데 번거롭진 않겠지? 잘 협조하리라고 믿네.”

이 세계에서 군대는 현지 조달이라 쓰고 약탈이라 읽는다.

막무가내로 털기도 하고, 협상을 해서 시간을 정해 놓고 털기도 했고, 알아서 가져다 바치기도 한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최선을 다해 보급을 하겠습니다. 외람되지만, 군대의 규모를 말씀해 주시면, 준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살짝 떠보는 것이다.

이곳의 인구는 적지 않았고. 장정들의 숫자도 적지 않다.

병력의 숫자가 만만하다 싶으면, 과한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

역시나 시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리안이 이끄는 병력의 규모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추정하고 있을 거다.

당연히 리안도 그걸 그대로 말해 주지 않았다.

“부유선을 타고 왔다. 도시의 밖에 있는 부유선 선착장으로 배를 가지고 올 테니. 적당히 성의를 보이도록. 참고로 내 부하들의 인내심이 없는 멍청이들이니까 참고하도록.”

리안은 그 말과 함께 손가락으로 소리를 냈다.

딱!

그러자 세바스가 성큼성큼 다가와 리안의 머리 위에 모자를 씌워 줬다.

그 모자에는 커다란 해골이 박혀 있다.

“해… 해적……?”

“참고로 우리는 지금 신센롬 제국의 이 황자님께 고용되어 있다. 그렇기에 전리품을 남겨 놓는 것이니 그리 알고 있도록.”

“아… 알겠습니다.”

리안은 그대로 코트를 펄럭이며 멀어졌다.

“꼬맹이. 그냥 말로만 해선 들어 처먹을 놈들이 아닌데…….”

“슐 지역이야 그렇다 해도 옆 동네인 게르 왕국 연합은 30년간 전쟁을 겪었어요. 알아서 길 거예요.”

해적인 부선장은 모르겠지만, 이곳은 이곳만의 사정이란 것이 있다.

척하면 척이라고 서로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면 알아서 상납하는 걸 기다리는 것이 나을 때도 있었다.

방금처럼 서로에게 이익이 있을 경우에는 더더욱.

“그보다 배까지는 또 어떻게 간담. 시간이 좀 빠듯한데…….”

“후… 업혀라. 목까지 올라오면 던져 버릴 줄 알아라.”

“칫.”

부선장은 리안을 업고서 곧장 강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역시나 물의 속성답게 강을 밟고 달릴 수 있었다.

첨벙첨벙!

땅에 올라온 이상 고잉미샤호를 몰 수 있는 사람은 리안뿐이니.

철컥! 철컥!!!

고잉미샤호로 무언가 접근하는 듯하자 남아 있던 선원들이 마총을 겨눴다.

대부분 비전투원이라지만, 고잉미샤호의 선원 중 전투력이 심하게 떨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나다. 이놈들아!”

그걸 부선장도 알기에 미리 소리쳐서 알린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마포가 날아올 수도 있었기에.

“서… 선장님. 돌아오셨군요.”

갑판 위로 올라서자 레오폴트가 리안을 반겨 줬다.

긴장을 잔뜩 하고 있다가 이제야 겨우 안심을 하는 눈치였다.

리안도 자리를 비웠고. 선원들까지 대부분 데려간 터라 마음을 졸이고 있었을 거다.

“오래 기다렸어. 요. 생각보다 조금 오래 걸렸네. 요. 황자님.”

아무리 도시의 크기에 비해 지키고 병력의 숫자가 적다고 해도, 그것보다 더 적은 수로 점령했다.

이 정도면 거의 무혈입성에 가까운 속도.

“아닙니다. 선장님. 제가 어려서 전쟁에 대해 잘 모르지만, 도시 하나를 점령하는 데 반나절도 안 걸린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뭐. 그냥 도시에 있던 로이센 군대를 밀어냈지. 진짜 점령은 아니죠.”

어차피 리안이 떠나고 나면 다시 로이센 군대가 돌아와 주둔할 것이다.

다만, 오늘 일이 두고두고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닐 거다.

적은 군대로 도시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테니까.

만약 이 근방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포기하거나 많은 수의 병력을 주둔시켜야 할 것이다.

물론 그때면 리안이 없을 것이지만.

“후딱 챙기고. 다음 목적지로~”

리안은 즉시 선교로 들어가 고잉미샤호를 가동시켰다.

덕분에 기관병들이 분주해졌다.

우우웅~!

은폐를 위해 엔진이 꺼졌던 상태라 재가동하는 데엔 시간이 꽤 걸렸다.

부유선이 가장 취약할 때 중 하나였다.

샤아아아~!

이내 고잉미샤호가 공중으로 온전히 떠올라 선회하기 시작했다.

뗏목을 만들고 남은 잔가지들이 아래로 떨어졌다.

나름 은폐를 위해 고잉미샤호 곳곳에 아무렇게나 올려놓았던 것이다.

투두두둑!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주변의 커다란 나무들도 꺾여 넘어간다.

철갑함이라 지형에 어느 정도는 자유롭다고 해야 할까?

투닥! 쩌저적! 투둑! 투투투투투투둑!

고잉미샤호는 숲을 완전히 가로지르며 내리막을 빠르게 내려갔다.

덕분에 없던 길이 생겨났다.

누군가는 이 광경을 보고 머릿속이 반짝일지도 모른다.

당연히 이걸 이용해서 철갑 부유선으로 길을 닦는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이 비싼 부유선의 내구도를 깎으며 도로를 만드는 것은 그다지 가성비가 좋지 않다.

나무에 가려진 바위에 긁힌다면 당연히 파손된다.

그렇지 않다 해도 하부가 심하게 긁힐 것이고. 당연히 코팅도 다시 해 줘야 한다.

부식이 생길 수도 있고. 그 외 방오 도료로 칠해 놓은 아산화동이 벗겨질 수도 있다.

배 아래가 붉은 이유가 바다 생물(따개비 등)이 붙지 않도록 하는 아산화동의 색상이 붉어서이다.

드르르륵!!!

당연히 리안은 딱히 신경 쓰지 않고 고잉미샤호를 다뤘다.

슐 지역은 세로로 길게 생긴 지역이고. 남쪽의 끝은 신센롬 제국이다.

그곳에 도착해서 무상으로 정비를 받으면 되니까.

덜컹!

선착장에는 이미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고잉미샤호의 전투원들과 이 도시의 시민들이었다.

그들은 입을 반쯤 벌리고 있었다.

배의 크기도 육지에서 다니는 일반적인 부유선들보다 큰 것은 둘째 치고 그 모양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거기다 리안이 아까 전 말했던 것이 헛소리가 아니었는지 깃대의 가장 상단에는 신센롬 제국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일단 시민들은 배를 향해 환호성을 질렀다.

이것은 아마도 생존을 위한 유전자에 탑재된 기제일 것이다.

본능적으로 잘 보여야 된다고 경종을 울리고 있을 거다.

이 땅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센롬 제국의 소유였으니.

“뭐 해. 요. 가서 손이라도 흔들어 주고. 입 좀 털고 와. 요.”

리안이 레오폴트에게 말했다.

당연히.

“꼬… 꼭 해야 합니까?”

“안 해도 상관은 없다만, 하는 것이 좋겠죠?”

레오폴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먹을 불끈 쥐고 갑판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손을 흔들어 줬다.

시민들은 시장에게 언질을 받은 상태.

그들은 열렬히 승자인 레오폴트를 향해 환호해 줬다.

리안 해적단의 승리가 곧 고용주(?)인 그의 승리이니.

“이 황자님!! 만세~!!! 와아아아!”

그들의 함성에 용기를 얻은 것일까?

레오폴트의 얼굴이 상기되기 시작했다.

이내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오늘은 이렇게 떠나지만!!! 꼭 다시 돌아오리라. 그대들에게 미안하다. 조금만. 조금만 버티고 있길 바란다. 제국의 신민들이여!!!”

그렇게 말하고는 뒤를 돌아 당당하게 선교로 돌아왔다.

“하아. 하아… 하…….”

심적으로 꽤 무리를 했는지 거친 숨을 쉬고 있었다.

“잘했어. 요.”

리안은 미소를 지으며 레오폴트 어깨를 살짝 쳐 줬다.

“정말 제가 잘한 건가요?”

“기대 이상으로. 흐흐흐.”

리안은 선교를 나가며 한마디 더 했다.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 요. 뒷일은 내게 맡기고.”

밖으로 나간 리안은 코트를 휘날리며 고잉미샤호를 내려왔다.

부유선의 바람이 선착장 사이로 튀어 올라왔다.

휘이이잉~!

샤로트가 굳이 마포를 끌고 낑낑대며 리안에게 다가왔다.

지쳤을 텐데 호위로서 직무를 다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욕심쟁이다.

이미 전투원으로 몇 인분을 해낸 그녀였다.

“아니.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되지 그걸 왜 계속 가지고 다니냐. 오늘은 쓸 일이 없을 텐데.”

그녀는 오러를 쓴다.

반면 포병들은 유저다.

그들이 만지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기운이 미세하게 잔류되어 정밀도가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보통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샤로트가 괜히 SSR+급이 아니다.

마포에 쿠션을 줘서 쓰는 미친… 년이다.

“아아. 이렇게 훌륭하신 분을 몰라뵙다니. 아까는 무례했습니다.”

시장이 달려와 비굴할 정도로 굽신거렸다.

아까 전에는 소규모로 활동하는 군대로 여겼겠지만, 지금은 그 위상이 달라졌다.

“혹시 제가 뭐라고 불러 드려야 할지.”

“레온 백작. 당연히 보급에 문제가 생긴다면, 저 신형 전함의 깃대에 깃발이 하나 더 걸리겠지.”

리안은 무뚝뚝한 표정을 지으며 사무적으로 이야기했다.

상대는 정치력이 높은 대도시의 시장이다.

감정을 함부로 보여 줄 필요는 없다.

“레온 백작 각하. 절대 섭섭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시장이 뒤를 보며 손짓을 했다.

뭔가 일반적인 손짓과는 다른 것이 암호를 정해 놓은 것 같다.

약탈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받는 현지 조달품의 정도를 나눠 놓은 것이다.

마지막까지 협상을 할 생각이었을 거다.

물론 고잉미샤호의 위용과 황자의 존재로 협상이란 생각은 머릿속에 지워 버린 듯했다.

잘그락. 잘그락.

시민들이 뭔가를 잔뜩 가지고 오고 있었다.

그중에는 상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게 뭔지는 눈치챌 수 있었다.

‘오오오오…….’

리안은 가슴이 두근댔다.

역시 해안가를 돌아다니며 깨작깨작 터느니 이런 대도시에서 한탕 하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다.

더군다나 슐 지역은 이 근방에서 손꼽는 공업 도시.

“시간이 없어서 많이 챙기지 못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됐어. 황자님께서 갈 길이 머니. 그 정도 성의면 충분해.”

리안은 상자를 확인하지 않고 배에 실어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그러자 해적들이 즉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장은 수상한 상자 이외에 다른 것들도 많이 챙겨 왔다.

당연히 그런 것들은 일반 보급품이다.

꼬꼬꼬꼬. 메에에에~ 음머어어~

심지어 닭에 양에 소까지.

신선한 식재료들까지 끌고 온 것이다.

“시장과 이곳 도시의 성의는 잊지 않겠네.”

“이 황자님께 도움이 된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백작 각하.”

역시 시장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어린 리안에게 거리낌 없이 매번 각하란 호칭을 갖다 붙였다.

“그럼 신센롬 제국이 다시 이 땅을 해방시킬 때까지 건강하길.”

“이 황자님과 레온 백작 각하의 앞길에 축복이 가득하길.”

그렇게 인사가 끝나자 리안과 해적들은 고잉미샤호에 탑승했다.

선원들은 갑판 한가운데 놓인 화려한 상자에 눈길을 줬다.

그러나 아무도 만지지 못했다.

선장인 리안이 곧장 선교로 들어가 버렸기 때문.

두구구구구.

이내 배가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떡하니 세워졌다.

“응?!”

선원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으하하하!! 보자 보자. 얼마나 들었는지.”

리안이 선교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 소리를 들은 선원들도 모두 밖으로 달려 나온다.

그들도 내심 신경이 쓰였었다.

당연히 일부는 선원들이 공평하게 나눠 가지는 것이 룰이기에.

“연다. 잘 봐!! 다들… 연다아아아~!!!”

해적 단원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철컥!

* * *

슐 지역 어느 한 요새의 집무실 문이 열렸다.

요새를 담당하던 사령관이 들어온 인물을 보며 크게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잘리톨 리치 장군께서 이곳은 어인 일로……!!”

그는 다름 아닌 로이센 왕국 최고의 명장 중 한 명인 기병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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