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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45화 (45/253)

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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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장은 따라온 샤로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평소에 무표정하고 엄했던 것과 달리 매우 상냥해 보인다.

“샤로트. 정말 오랜만이구나.”

“네! 시녀장님. 이렇게 다시 볼 줄은 몰랐어요. 흐에에엥!”

다시 만나 반가워서일까? 샤로트는 울먹이며 시녀장에게 안기려고 했다.

“그만! 멈춰.”

어리둥절 샤로트.

“옷이 많이 지저분하구나. 그 꼴로 내게 안기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헤헤. 오는 길에 일이 조금 있어서요.”

둘째 가이스와 투닥거리를 하느라 땅바닥에 뒹굴어서 그랬다.

어찌 보면 승리한 자의 영광의 자국이라고 봐도 무방했지만.

“일이라. 하긴 홀로 도련님을 모시니 일이 많았겠구나. 옷이 그렇게나 더러워

져도 갈아입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너를 그렇게 보내는 것이 아니었는

데······.”

“그게 아니에요. 도련님이 얼마나 잘해 주시는데요!!”

진심이었다.

시녀로서는 아마 세계 최고의 대우일지도 모른다.

“그래. 도련님이야 원래부터 심성이 착하시던 분이었으니. 그래도 널 도울 하

녀가 더 있었으면 좋을 텐데··· 혹시 필요하면 말하거라. 하녀 중 따라나설

아이가 있는지 알아봐 주마.”

시녀와 하녀는 전혀 다르다.

시녀는 귀족 출신으로 가벼운 집안일이나 모시는 귀족을 보조하는 역할.

비서 정도로 보면 되었다.

그에 반해 하녀는 평민 출신으로 각종 잡일을 모두 떠안는다.

“아니에요!! 저 혼자면 충분해요. 세바스 아저씨도 있고. 쿠커 아저씨의 음식

이 얼마나 맛있는데요.”

아무리 시녀와 하녀의 계급 차가 있다 하더라도 다른 여자가 리안에게 알짱거

리는 것은 못 보겠다는 샤로트였다.

“그래? 뭐··· 그렇다면야 강요할 수는 없지. 후···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네···? 음··· 조금 많은 일이 있었긴 한데······.”

일이 너무도 많아서 설명을 못 하는 샤로트.

“상세히 이야기해 줄 필요는 없단다. 그저 궁금해서. 윗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도련님께서 전쟁 영웅이라고 하던데··· 아는 거라도 있어? 이게 전문의

내용이란다.”

시녀장은 샤로트에게 종이 조각 하나를 건넸다.

이 내용은 딱히 고용인들 사이의 비밀은 아니었다.

이미 소문이 다 퍼진 상태.

물론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오해의 소지는 있었다. 종이에 적힌 전문의 내용이라고는······.

[아트로네 백작가는 스랑 제국과의 전쟁 영웅 리안 레온을 정중히 맞이할 것.

그리고 최대한 협조할 것.]

정도로 끝이 나 버렸으니.

이것이 오늘날 장거리 통신에 한계였다.

아마 다시 정기 연락이 오려면, 며칠은 더 걸릴 터.

당연히 지금은 전시 중이기에 잉글슨 왕국은 지방에 통신 마법을 마구 뿌려

댈 여력이 없었다.

저 내용도 장거리 통신기기의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최대한 글자 수를 줄이고

줄이느라 마법사들의 머리털이 꽤나 뽑혔을 거다.

“응? 맞는데요. 전쟁 영웅.”

시녀도 아까 리안을 봤다.

달라진 것 없이 여전히 안절부절못하는 느낌.

물론 리안은 신기해서 두리번거렸던 것이지만.

“후··· 너에게 내가 뭘 기대하니.”

괜히 물어봤다 싶었다.

원래부터 샤로트는 맹한 구석이 많았던 아이다.

거기다 더 없이 리안에게 호의적였으니 뭐든지 긍정적으로 볼 터.

괜히 물어봤다 싶었다.

“자. 네 옷과 손님들이 갈아입을 옷이란다. 받아가렴. 곤란한 일이 있으면 언

제든지 날 찾아오고.”

“네에~! 시녀장님.”

해맑게 웃는 샤로트를 시녀장은 걱정된 표정으로 바라봤다.

처음 궁에 들어왔을 때 하루가 다르게 사고를 치던 아이였다.

지금도 물가에 내놓은 자식처럼 불안불안했다.

“룰루~ 랄~ 라~ 시녀복. 시녀복~!”

그녀는 훌러덩 옷을 갈아입고는 노래를 불렀다.

당연히 시녀장의 착각으로 샤로트에게 시녀복이 주어졌다.

“내 전투복은 시녀복~! 나는야 전투 시녀~!”

시녀복을 입은 샤로트는 옛날 생각이 나서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대전사인 그녀였지만, 딱히 기분 나빠 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시녀 겸. 호위 기사 겸. 파수꾼을 겸하고 있었기에··· 어쩌면 시녀복

은 여러 작업복 중 하나일 뿐이었다.

철컥!

샤로트는 당차게 문을 열고 들어가 외쳤다.

“옷 배달이욧~!! 자자~ 하나씩 받으시고.”

휘리릭! 펄럭!

아주 현란한 솜씨로 옷들을 각자에게 던졌다.

놀랍게도 옷들은 흐트러지지 않고 가지런히 사람들 앞으로 떨어졌다.

“갈아입혀 드릴까요?!”

그녀의 손에 남은 것은 리안의 옷뿐.

“아니. 거절하겠어. 거절의 거절도 사양하겠어.”

“취. 예전에는 제가 많이 갈아입혀 드렸는데. 목욕도 시켜 드리고.”

“그럴 리가 없어!!”

리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이 세계의 생활에 대해 잘 모른다지만, 시녀는 목욕 시중을 웬만해선

들지 않는다.

하녀라면 모를까.

“그보다 왜 이렇게 늦었어?”

“시녀장님과 간만에 면담을 조금 했어요. 헷.”

“으음? 무슨 면담?”

“그러니까······.”

샤로트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시녀장과 나눴던 대화를 리안에게 자세히 전달

해 줬다.

그걸 들은 리안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정보가 통제되었다.

“크아~! 잉글슨 이 센스쟁이들! 좋아. 아주 좋아!!”

딱히 뭔가 의도하지는 않았을 거다.

그저 장거리 통신의 특징상 디테일이 떨어졌을 뿐.

“왜 그러세요? 도련님······.”

“흐흐흐. 갑자기 재미난 것이 생각나서 말이야. 아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

었네. 다들 빨리 챙겨요. 곧 식사들 하러 가야죠. 흐헷흐헤헷!”

리안은 콧노래를 부르며 재촉했다.

뭔가 싸함을 느낀 부선장이.

“또 또!!! 꼬맹이 넌 또 무슨 꿍꿍이냐. 여긴 네 외가 아니더냐.”

“부선장 아저씨는 누굴 악마의 자식으로 아나. 제가 이러는 이유가 다 있지

않을 까요? 저는 지금 뭐든 해야하는 초초하드매우어려움 모드를 플레이 중이

랍니다.”

부선장은 여전히 저 이상한 용어들이 익숙하지 않았다.

“후...그래서 이번에는 뭔데?”

“우리 외가가 이곳 아일리 섬에선 아마 제일 강할 거란 말이죠. 이거 너무 강

해서 탈이긴 한데······.”

식민지 전쟁에 동원되는 바람에 힘이 많이 빠지긴 했다.

덕분에 후계자들이 신대륙에서 줄줄이 죽어 나갔다.

물론 사정은 아일리 섬의 다른 백작가들도 마찬가지라 평균 하향 조정되었을 뿐.

“그게 뭐가··· 자··· 잠깐 너어!! 뭔지 모르겠지만, 사탄의 자식이 맞구

나······.”

“뭔 그런 칭찬을 다. 흐흐.”

리안은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앞장을 서기 시작했다.

사촌 형들끼리 싸워 주면 금상첨화일 거다.

때마침 좋은 아이템도 있고.

“자고로 말 안 듣는 아군은 없느니만 못하다구욧!”

치고받고 하다가 힘이 빠져 아일리 섬의 최강자이자 중재자라는 위치가 흔들

리면, 자신에 대한 의존도가 생길 거다.

그 말은 핏줄이라는 최고의 우군이 생기게 되는 것이고.

타각타각.

식당으로 가는 길에 둘째 가이스를 발견한 리안.

“오우! 형니이임~!!”

폴짝폴짝 뛰며 손을 흔들었다.

반면.

“어··· 어. 그래. 동생아.”

둘째 가이스의 얼굴이 질색한 표정이었다.

예전과 입장이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해야 할까.

오히려 리안이 이 지역의 후계자인 것처럼 보였다.

“저녁 만찬에 가는 길인가요?”

“으응······.”

“그럼 같이 가요. 흐흐.”

일단 둘째는 어찌어찌 구워삶아서 함정을 파는 게 가능할 것 같은데, 첫째는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다.

녀석의 영지(남작령)로 직접 찾아가야 하나··· 라고 생각하는 찰나.

“가이스!! 이노오옴!!!”

한 마리의 불곰을 연상시키는 남자 하나가 성큼성큼 다가와 둘째 가이스의 목

살을 잡았다.

‘정황상 저놈이 첫째네.’

이곳은 아트로네 백작가의 본성이다.

감히 누가 두 명밖에 없는 후계자의 멱살을 잡겠는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다.

“아이고. 형님! 이거 좀 놓으쇼.”

“흥!! 이놈아. 우리 영지의 감자를 싹 긁어가 버리면 내 영지민들을 뭘 먹으

란 말이더냐. 물가 때문에 내 영지민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형님 창고에 보관 중인 감자를 비싸게 풀면 되지 않소. 비싼

이자를 붙여서 꿔 줘도 되고.”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그렇게 좋은 거면 네놈 영지에 있는 감자를 긁어모으

든가!”

참고로 아일리 섬은 밀이 아니라 감자를 주력으로 키운다.

다른 작물도 키우지만, 감자만 한 것이 없었다.

단위 생산력이 높은 이유도 있었지만, 아무 데서나 잘 자라며 생육 기간이 짧

고 노동력 또한 밀에 비해 서는 자비로울 정도다.

그뿐만 아니라 휴경지에 없어서는 안될 작물이다.

감자를 잘만 사용한다면 일 년에 삼모작도 가능했다.

거기다 특히 아일리 섬은 귀족의 수탈이 심한 편이었다.

귀족들도 딱히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닌 게, 아일리 섬 자체가 식민지나 다름없

는 처지다 보니 백성들뿐만 아니라 귀족들도 본 섬에 비해 꽤 팍팍했다.

아일리 왕국에 상납해야 할 세금과 병사뿐만 아니라 관세를 이용해 추가적으

로도 뜯어 가니······.

“아~ 내 영지는 이미 한번 긁었는걸요. 형님도 제가 긁기 전에 미리 긁으시든

가.”

“그걸 말이라고 하더냐!”

“아니 왜 그리 화를 내고 그러슈!”

가이스가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철이 없는 건지. 심성이 못된 것인지.

답답한 첫째가 소리쳤다.

“우리 게일인(아일리 섬 인종)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는 건 아일리 섬의 전통

귀족들이 최소한의 선이란 걸 지켜 줘서다. 우리가 사라지면 우리 자리를 대

신하게 될 테니. 우리가 잉글슨 본섬 귀족들보다 낫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데··· 넌!!”

“형님. 그깟 백성들이 뭐가 무섭다고! 각성자는커녕 마나 유저도 거의 없는데.”

둘째가 비아냥거렸다.

머릿속에 선민사상이 제법 크게 자리 잡은 모양.

아무리 싫어하는 배다른 동생이라지만.

“이 멍청한 놈들아. 젠트리 놈들은 귀족이 아니라도 일이 생기면 백성들 편에

붙을 놈들이다. 그놈들에게는 신분 상승의 기회일 것이니.”

전쟁의 진짜 주력은 부유한 평민들이다.

어차피 각성이야 재능이 있어도 보통의 재력으로는 힘들지만, 마나 유저를 만

드는 것은 그나마 부유한 평민 집안에서도 할 만한 정도.

바로 그 마나 유저가 사용하는 것이 페르시오 대형의 중심이자 보병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마총병이다.

페르시오 대형은 외곽에 장창, 내부에 마총병으로 구성된 2천 명가량의 사각

형 연대 단위로 쪼개어 군대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흥! 그리 답답하면 지금이라도 부유선 부두로 가 보든가. 이미 지금쯤이면

내 부하들이 잉글슨 상인놈들에게 다 팔아치웠을 테지만.”

둘째가 첫째의 멱살을 뿌리치며 뒤로 물러났다.

당연히 첫째는 죽일 듯이 노려봤다.

“이놈이!!”

험악한 분위기.

그러다 첫째의 눈에 뒤늦게 들어오는 낯선 사람들.

처음에는 그냥 둘째의 부하였거니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리안? 네가 왜 여기에 있더냐.”

첫째가 리안에게 다가서려고 하자 자연스럽게 그 앞을 가로막는 샤로트.

최근 부유선 부두에서의 사건으로 위험해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도 긴장을 완

전히 놓치지 않게 된 그녀였다.

“샤로트? 안 본 사이에 미색이 더 올랐구나.”

곰 같은 거대한 덩치의 그와 대비될 정도로 작고 가녀린 소녀.

참고로 첫째는 딱히 이상 성애자는 아니었다.

단만, 샤로트의 장래를 생각해서 눈독을 들이는 것일 뿐······.

“더 이상 접근을 허용하지 않겠습니다. 첫째 도련님.”

“뭐?”

첫째의 눈썹이 살짝 까딱거렸다.

주변의 평가로는 딱히 나쁜 성격은 아니지만, 조금 성미가 급한 편이고 가끔

손이 먼저 나갔다.

옛날 리안이 이곳 백작가에 머물던 시절.

둘째가 정신적으로 리안을 괴롭혔다면, 첫째는 성미가 급하다 보니 가끔 손찌

검을 했다고 할까.

물론 그럴 때마다 뒤늦게 사과는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용서가 될 정도는 아

니었다.

최소한 샤로트에게는 말이다.

“네가 뭘 어쩔 건데.”

“도련님의 옷깃에 손끝이라도 된다면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샤로트는 평소와 달리 진지하게 목소리를 깔았다. 다만, 정령의 기운을 끌어

올리지 않았다.

그것은 명백한 적대적인 행동.

리안의 허락 없이 함부로 적대해선 안 된다.

이곳이 그들의 성임을 잊어선 곤란하다.

“푸하하하. 여전히 맹랑한 꼬마로군. 그냥 내 첩이나 되라니까. 지금도 늦지

않았어.”

첫째는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는데, 그걸 본 둘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너도 혼나 봐라. 크하하.’

아직 첫째는 샤로트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모양.

소문에는 첫째가 2차 각성을 목전에 뒀다지만, 저 맹랑한 시녀는 이미 2차 각

성을 한 중견급 대전사였다.

싸움에 덩치가 중요하다지만, 그건 대부분 동급의 경지에나 해당이 되는 일.

맞붙으면 샤로트가 이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니. 무조건 이긴다.

“혀··· 형님!”

일촉즉발의 상황.

리안이 나서서 분위기를 살짝 누그러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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