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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31화 (31/253)

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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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크는 당연히 콧방귀를 뀌었다.

오히려 황당해하기까지.

“뭐냐?! 그 창남은··· 이런 자리에 데리고 오다니 네놈도 단단히 그놈에게 빠

졌구나.”

“황제국의 이 황자님을 모욕하고도 네놈이 무사할 것 같아?”

“······?”

모두의 눈에는 물음표만 한가득이었다.

도대체 누가 황자고 누가 모욕을 당했다는지 모르겠다는 표정들이다.

특히나 스랑 제국의 이 황자라면 방금 선교로 들어가지 않았던가.

“잊었나 본데 스랑 제국 옆에 제국이 하나 더 있지. 대륙에서 가장 넓은 국가

가.”

“설마 신센롬··· 제국!”

그제야 모두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갑자기 이런 협상 자리에서 신센롬 제국의 황자가 튀어나온단 말인가.

더군다나 신센롬 제국은 예전에 벌어졌던 대륙의 큰 전쟁에서 스랑 제국의 우

방이었다.

다시 말해 적국인 잉글슨 왕국 측에서 나온다는 것 자체가 황당한 소리.

“모두 예를 갖추세요. 신센롬 제국의 이 황자님이신 레오폴트 하브스 님이십

니다.”

리안은 마치 사회자가 연설을 하듯 레오폴트를 부각시켰다.

속으로는 ‘제발 오줌만 지리지 말아다오’라고 외치며.

-오줌을 지리거나 말을 제대로 못 할 경우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늦어질

거야.

리안은 협박을 단단히 해 뒀다.

그렇기에 레오폴트는.

부들부들.

다행히 잔잔하게 떠는 걸로 끝이었다.

아마 있는 힘 없는 힘을 끌어모아 겨우 버티는 중일 거다.

“아니··· 하브스 황가가 왜 여기서······.”

일단 모두들 당황하긴 했으나.

리안의 장단에 맞춰 예를 갖추기는 했다.

다만, 실감이 나질 않는 모양새.

“그··· 그 말을 어떻게 믿지?!!!”

플랑크가 급히 항의했다.

만약 레오폴트가 진짜로 신센롬 제국의 이 황자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과거가 주화등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럼 내가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거짓을 말한다고 생각해?! 어린아이를 좋

아하는 변태 놈아!!!”

“그··· 그럴 수도 있지.”

“아무리 내가 뭣 모르는 꼬마라도 황가를 사칭할 정도로 간이 크지는 않겠지.

만약 내가 거짓이라면 신센롬 제국에선 좋다고 이 전쟁에 참여하겠지. 두 제

국이 사이도 좋겠다.”

바다에 그다지 관심이 있는 나라가 아니다.

그럴 여유도 여력도 없었다.

집안 단속만으로도 골치가 아픈 나라다.

무역은 아예 한자 동맹이란 상인 집단에게 맡겨 놓을 정도.

문제는 육군.

지금 분쟁이 되는 곳은 스랑 제국 안에 있는 영토이니 그들이 참여하면 전쟁

이 커지게 된다.

스랑 제국도 그걸 바라지 않아 해군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던 거고.

여전히 노디르망과 앙쥬에서 스랑 제국에게 세금은 꼬박꼬박 내고 있으니 그

곳을 쑤셔 봤자 자신들만 손해였다.

자칫 내전으로 퍼질 우려도 있고.

물론 주인이 잉글슨 왕국의 국왕이니 독을 몸속에 품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제 반대로도 이야기해 줄까? 변태 놈아.”

“뭘 말이냐.”

“이 옆에 계신 분이 신센롬 제국의 이 황자님이시라면 말이야.”

그 말에 플랑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스랑 제국에서 네놈을, 그러니까 여기 계신 이 황자님을 모독한 네놈을 감싸

고 내어놓지 않으면 신센롬 제국에서도 참전을 하겠다고 하지 않겠어?”

봉건제가 가장 심한 국가.

그렇기에 체면도 가장 중요시하는 국가다.

더군다나 철혈 여제가 다스리는 지금이야말로 그 어떤 때보다 제후들이 황제

의 말을 가장 잘 듣는 시기이기도 하다.

여장부로서 제후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으니.

“내··· 내가 언제 그분을 모독했다고······.”

플랑크의 목소리가 살짝 기어들어 갔다.

“증인은 많아. 아주 손쉽게 구할 수 있지. 아, 멀리 갈 필요가 있나? 여기 있

는 모두가 증인인데.”

“······.”

리안은 싱긋 웃었다.

그때.

“음. 뭐가 이리 소란스럽지?!”

방금 전 선교에 들어간 스랑 제국의 이 황자가 그사이를 못 참고 밖으로 튀어

나왔다.

짜증이 치솟아서 선교로 들어갔지만, 궁금해서 나와 본 것이다.

자기만 두고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영 탐탁지 않은 모양.

저 성격만 아니었다면, SR급이나 SSR급의 지휘관이 되었을 거다.

“뭐야. 레오폴트 너도 이번 전쟁에 참여했나? 골치 아프군. 신센롬 제국은 여

전히 우리의 우방으로 알았는데······.”

스랑 제국의 이 황자가 신센롬 제국의 이 황자를 알아본 것이다.

“오··· 오랜만입니다. 크··· 클로도 형님.”

“으··· 음. 예전에는 미안했어. 밀어 넘어뜨린 건 실수였다고.”

갑작스러운 사과.

원래라면 사과를 할 클로도가 아니었다.

지금 당장이 급한 것이다.

여기 이 전쟁에 신센롬이 끼이게 되면 얼마나 골치가 아파지게 되는 건지 아

는 거다.

신센롬의 육군만큼은 무시하지 못한다.

특히나 기사단은 대륙 최강으로 알려져 있다.

“그 목의 상처는 여전하구나. 내 돌아가면··· 잠깐··· 그런데 너 실종되었다

고 들었는데······?”

반점이 아니라 상처가 맞다.

어릴 적 클로도가 레오폴트를 밀친 적이 있다.

그때 책상에 있던 마법 시약이 떨어져 반점이 생긴 것.

피부 미용에 관련된 것인데, 너무 다량으로 쏟아서 부작용으로 반점이 생겨

버렸다.

“괘··· 괜찮습니다. 이 반점이 아니었다면 큰일 날 뻔했으니까요.”

레오폴트는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어떻게 알아봤냐고? 목에 특이한 반점. 소문으로 들었거든.

만약 반점이 아니었다면, 리안이 알아보지 못했을 거고.

이렇게 구원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되면 저 눈앞에 검은 수염을 기른 끔찍한 남자에게 끌려갔을 테지.

레오폴트 입에서 목의 상처가 아니라 반점이라 언급된 이유다.

“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지? 뭐. 일단 치우고 원하는 게 뭐냐?”

“저··· 저놈만 내어 주면 저는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옛일도 잊어 드

리죠.”

레오폴트는 용기를 내서 클로드에게 요청했다.

클로드는 곧장 답을 줬다.

“뭐. 그리 말한다면 당연히 내어 줘야지. 우리의 우정을 위해서 말이야.”

그 말에 플랑크는 한숨을 푹 쉬었다.

“후~!”

진짜로 신센롬의 이 황자였다니······.

자포자기하는 한숨과도 같아 보였지만.

사르르르~!!

그의 신형이 그림자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일에 모두가 순간 두리번거렸다.

사라진 플랑크가 하려는 짓이야 뻔했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즉시 리안은 나지막하게 외쳤다.

“샤롯!”

혹시나 몰라 샤로트 베리를 데리고 왔다.

쟁쟁한 실력자들이 모인 회담이라지만, 거리는 어쩔 수 없다.

“네. 도련님. 맡겨 주세요.”

아마도 레오폴트를 인질로 잡아서 도망갈 생각이겠지.

도망갈 곳은 세상에 많았다.

서쪽에 신대륙. 남쪽에 검은 대륙. 동쪽의 이교도들의 땅. 그 너머에 동방도

있고.

다만, 평생을 쫓겨 다녀야 할 것이다.

신센롬의 암살자들에게서.

쾅!!!

충격과 함께 소리가 울렸다.

그곳에는 샤로트와 사라진 플랑크가 서로 충돌한 채 대치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화염으로 일렁거리는 샤로트를 보며 플랑크는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겠지. 불과 얼마 전에는 반응하는 것이 고작이었으니.

“거참 변태 놈아. 똑같은 걸 두 번이나 당할 거라고 생각해? 멍청하고 멍청하

군.”

조소를 띄며 비웃는 리안.

그 웃음은 보는 이로 하여금 속이 들끓게 하기에는 충분, 아니 과했다.

“죽여 버리겠다!!! 으아아아!!!”

분노한 플랑크가 힘을 끌어 올렸으나.

퍽!!!

그의 뒤에서 거대한 손이 나타나 목덜미를 잡았다.

단지 그뿐인데 플랑크의 움직임이 위축되었다.

물에 젖은 생쥐 같다고 해야 하나.

“그만하거라. 꼴사납다. 플랑크.”

“혀··· 형님!”

“배신해 놓고 잘도 형님이라 부르는구나.”

해적왕은 플랑크를 바다로 던졌다.

그냥 던진 것이 아니다.

피슈우우우~!

바람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고 강하게.

펑!!!

바다에는 포탄이 떨어진 듯 요란하게 물보라가 생겼다.

그걸로 끝낼 생각이 없었던 해적왕은 자신도 바다에 뛰어들어 플랑크를 낚아

챈 다음.

철썩! 철썩!!!

사정없이 물 위에 패대기치기를 반복했다.

“으악!! 형님. 그마아안!!! 제발~”

“아직 입이 살았군.”

해적왕은 물 속성 정령 갑옷을 입었기에 바다 위에 떠 있을 수 있었다.

마치 땅 위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철썩! 찰싹!!

그래서 그런지 플랑크가 물에 반복해서 패대기쳐질 때마다 딱딱한 바닥에 처

박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주변 바다의 밀도를 조절했을 확률이 높았다.

역시 소드 마스터.

호수도 아닌 파도가 치는 바다 일부를 통제하고 있었다.

그것도 광범위하게.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도 흥미로운 듯했다.

“대단하군.”

“해적왕이 저 정도일 줄이야.”

“소드 마스터란 소문이 헛소문은 아니었군.”

저 정도의 통제 범위라면, 전열함 이하의 전투함 정도는 한 번에 뒤집을 수

있을 거다.

물론 그 정도의 힘을 쓰고 나면 탈진하겠지만.

철퍼덕!

하지만 지금 탈진한 것은 그가 아니었다.

탈진한 플랑크가 레오폴트 앞에 끌려왔다.

해적왕의 참교육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플랑크는 완전히 기진맥진.

고개는커녕 손가락 들 힘조차 남지 않았다.

“서해의 무지렁이 해적 거프가 신센롬 제국의 이 황자님을 뵙습니다.”

플랑크의 등을 짓밟은 채 투박하게 인사를 하는 해적왕.

“으··· 음. 되었습니다. 예를 거두세요.”

레오폴트의 말에 해적왕은 고개를 든 뒤 사과를 했다.

“한때 제가 데리고 있던 놈이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송구합니다. 이 황자 전하.”

“그··· 그대가 지시한 일도 아니니 염려 마세요.”

기세를 줄였다지만, 역시 소드 마스터의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부담스러

워하는 레오폴트.

해적왕은 ‘모두가 리안 같지는 않군.’이란 생각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일단 족쇄를 채우겠습니다.”

누군가가 마나 구속구를 가지고 왔다.

이 배는 잉글슨 왕국의 기함이니 저런 물건은 얼마든지 있었다.

레오폴트가 정체를 밝힌 이상 잉글슨 왕국 측의 손님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

철컥!

축 처진 팔을 뒤로 꺾어 구속구가 채워졌다.

마나를 다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정 이상의 육체적인 힘도 쓸 수 없다.

일반인보다 못한 힘만 낼 수 있을 뿐.

그걸 지켜보던 스랑 제국의 이 황자가 분통을 터뜨리며 방방 뛰었다.

“이런!! 멍청한··· 저놈이 저리로 넘어가게 방치하다니.”

원래라면 자신들이 구속구를 채워 넘겨줘야 모양새가 나거늘 자칫 레오폴트가

위험할 뻔했다.

신센롬 제국과 외교적 문제로 번질 뻔한 순간이다.

“죄송합니다. 이 황자 전하. 저희가 부족했습니다.”

스랑제국의 기함에도 실력자가 많이 타고 있었지만, 인지하고 반응했을 땐 이

미 넘어간 뒤였다.

녀석은 능력을 이용해서 최단거리로 레오폴트를 향해 달려갔으니.

“알면 되었다. 그보다 저 아이는 뭐지?”

그걸 막아선 소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스랑 제국 이 황자.

“어떻게 어린 소녀 따위가 막아선 거지?”

잉글슨 왕국의 배에 탄 자들도 뒤늦게 반응을 했지만 가장 먼저 대응한 것은

샤로트 베리.

활활 타오를 것 같은 붉은 머리와 잘 어울리는 화염 계열이었다.

그녀는 다소곳하게 리안의 뒤에 가서 섰다.

“탐나는 재능이야. 외모도 그렇고 장래성도 밝고.”

플랑크도 제법 이름이 있는 전사였다.

살짝 밀리긴 했지만, 그의 대시를 한순간에 잡아 세웠다.

“그리고 저놈은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고?”

당연히 소녀의 주인으로 보이는 리안에게도 관심이 갔다.

그때 슬그머니 남해 제독이 이 황자에게 다가왔다.

서류 하나를 정중하게 건네며.

“서해 제독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저 소년 선장과 인연이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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