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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23화 (23/253)

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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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십 대 후반 정도 되는 동기의 의문에 포트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게··· 그러니까.”

“조교수 과정에서 갑자기 사라졌었다는 말은 들었어. 혹시 레스기 교수 때문

이었던 거야?”

“뭐. 그 때문도 있고. 집안 문제도 있었고.”

잠깐. 이건 또 무슨 상황인 걸까? 그리고 레스기?

머릿속이 간질간질한 것이··· 뭔가 떠오를 것 같은데······.

“설마. 레스기 불카 교수를 말하는 건가요? 포트 삼촌 혹시 스케마 대학 나왔

어요?”

참 세상이 좁았다.

대학 동기를 적과 아군으로 만나다니.

그보다.

“어. 그··· 그래. 그런데 선장은 우리 교수를 아는 거야?”

“안다면 안다고 해야 할까. 통신 마법에 독보적인 대가이시지 않나요? 돈을

좀 벌면 후원이라도 하고 싶은데··· 크으.”

게임 중반부터 그로 인해 게임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통신함을 제외한 일반 함선 통신은 시야에서 조금 벗어난 정도.

그런데, 통신 거리가 비약적으로 개선되어 2배 이상의 거리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무슨. 그런 쓰레기 따위가 권위자라고! 그거 다 거품이고 헛소문입니다. 포

트. 너도 논문을 뺏기지 않았어? 단, 중, 장거리에 따른 마나 전파 간섭에 관

한 연구 말이야.”

동기 마법사의 말에 리안은 머리를 망치로 맞은 느낌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연구자는 레스기가 아니라 자신의 부하인 포트란 말.

“서··· 설마. 포트 삼촌. 천재셨어요?”

“내가 무슨······.”

“맞습니다. 이 녀석 천재예요. 우리 기수 수석이 이 녀석이죠.”

동기인 해군 정보 장교가 대신 말해 줬다.

포로인 주제에 갑자기 친한 척이었다.

리안이 포트와 친해 보이니 자신도 리안과 친하다고 착각하는 걸까?

무슨 삼단 논법도 아니고.

어쨌거나 마탑이 아니라 대학은 서클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전투를 목표로 하는 곳이 아니니까.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흐흐흐. 그럼 이야기가 좀 달라지죠.”

계획 전면 수정이다.

원래는 스랑 제국의 통신선을 잡은 뒤 정보를 차단할 생각이었다.

그다음 해적왕의 퇴로를 확보할 수 있는 몇 곳을 찾는다.

이후 스랑 제국에게 후보지 중 첫 교전 장소를 고르게 한다.

그런데, 훨씬 쉬운 방법이 생겨 버렸다.

그냥 후보지 따위가 아닌 한 곳을 정할 수 있는.

암호 해독을 할 수 있는 위대한 천재마법사 포트가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다.

“꿀벌들 정리부터 해야겠네. 한 놈도 빠짐없이. 흐흐흐.”

여왕벌이 바뀌었으니. 여왕을 잃은 꿀벌들은 죽어야지.

“응? 갑자기 무슨 말이야. 선장.”

“여기 있는 거 작동시킬 수 있겠어요?”

그 말에 포터는 기기들을 이리저리 살폈다.

그의 동기는 반대로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난 도와줄 수 없다.”

“그래. 동기를 배신자로 만들 수는 없지. 도움이 없이도 나 혼자 가능하겠어.”

두 사람은 대학 시절 나름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리안은 그런 그를 대우해 주기로 했다.

“아저씨도 독방 드릴게요.”

“배려 감사합니다. 선장님.”

그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그를 감시하기 위해 남아 있던 해병대가 마나

구속구를 채운 뒤 고잉미샤호로 데려갔다.

포트가 여기 기기들을 다룰 줄 알았기에 조작을 도와줄 마법사는 더 이상 필

요 없었다.

원래라면 제국의 본대에 연락해서 전장 예정지를 몇 개 소거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저쪽은 통신선 하나를 잃었기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고.

그런데.

“아저씨. 꿀벌들에게 통신 뿌려요.”

“으음?! 방금 전까지 공격받고 있다고 제국 정찰선들에게 전달했을 텐데? 어

쩌면 항복한 것까지도 이야기했을지도 몰라.”

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다 방법이 있으니. 그리고 거기 해병대 아저씨.”

“네. 선장. 말씀하슈.”

“고잉미샤호에 가서 전달하세요. 전투 준비를 하라고.”

“음?! 그럼 포로들 감시는.”

“백병전은 없어요.”

“알겠수다. 선장.”

해병대는 급히 선교를 나갔다.

그 뒤 준비가 되자 리안은 통신이 가능한 자리에 대충 걸터앉았다.

왠지 자세가 삐딱한 것이 불량해 보인다.

“그··· 그럼. 연결한다?”

“아니. 통신은 제가 할 건데 왜 삼촌이 긴장하고 그래. 빨리 연결하세요.”

포트가 이리저리 물건들을 만졌다.

마법사로서는 2서클에 불과하지만, 통신에 관련해서는 천재가 틀림없다.

잘하면 이 세계 최초로 일반 선박의 중거리 통신을 사용하는 것은 리안 자신

이 아닐까 싶었다.

깜빡!

포트가 제스처를 취했다.

정찰선들과 다중 연결이 되었다는 표시.

그에 리안은 기를 모으고.

“이 얼간이들아!! 지금 당장 이곳으로 튀어와. 여기 좌표는······.”

[누··· 누구냐. 넌!!]

펑~ 퍼벙!!

편대장으로 보이는 자에게 답신이 왔다. 그의 목소리는 중간부터 교전 소리에

묻혀 있었다.

“벌레 같은 놈. 자기 나라 황자의 목소리도 모르는 머저리를 중령으로 앉혀

놓다니. 쯧.”

[이··· 이 황자 전하?!]

리안은 웃음을 참느라 콧구멍을 벌렁거렸다.

그걸 지켜보던 포트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황자를 사칭하다니.

‘그보다 어떻게 속아 넘어간 거지?! 아!!’

포트가 발견해 낸 문서.

거기에는 적의 구성과 작전에 참여한 중요 인물들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

1급 기밀로 취급해야 되는 문서.

원래라면 정보 취급자가 외운 뒤 파기하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교전이 일어났

으면 그때라도 어떻게 해서든 파기했어야 했다.

아마도 업무의 편의를 위해 사본을 몇 장 만들어 돌려 봤겠지.

“좌표를 찍어 줄 테니 즉시 이쪽으로 철수하도록! 얼간이들.”

[저··· 전하. 혹시 지원이······.]

“그래. 잘 하고 있나 불시에 점검을 나왔다가 교전 소식을 듣고 통신선을 급

히 구출했다.”

[그럼 통신함 함장 레고르스 중령은······.]

“싸워 보지도 않고 항복을 한 벌레는 즉참이지. 우리 제국에 그딴 해군 함장

은 필요 없다.”

[그··· 그런······.]

“해적들의 정찰선을 유인해서 이쪽으로 당장 튀어 오도록. 매복해 있을 테니.

너도 목이 달아나기 싫으면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아··· 알겠습니다!!!]

너무도 쉽게 속아 넘어갔다.

통신이 꺼지자 그동안 웬일로 말없이 지켜보던 샤로트가 물었다.

“도련님! 어떻게 한 거예요?”

“뭘 어떻게 해? 내가 누군지 잊었어?”

샤로트는 눈을 데구루루 굴렸다.

“나 원래 브루타뉴 공국의 백작 계승자야. 이 황자의 소문 정도는 들었지. 입

이 걸레인 것도.”

꽤 유명 인사라서 고인물들은 모르는 이들이 없었다.

말투 정도는 따라 할 수 있다.

“어어어··· 그런데 목소리는······.”

“목소리 따위는 같을 필요가 없어. 나하고 두 살 밖에 차이 안 나는 애새끼니

까.”

“도련님도······.”

“나는 미소년이고.”

“음··· 그건 인정해욧!”

방금 정찰 편대장의 입장에서는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

설마 해적 측에 어린아이가 섞여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니.

그냥 적당히 어린 목소리니 착각할 수밖에.

더군다나 자신의 목이 달린 문제다.

“자, 그럼 우리 여왕벌에게도 연락을 해 볼까요?”

“거리가 닿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채널은 아시잖아요. 대충 좌표는······.”

“아······!”

아군의 통신선이 어디에 있을지는 뻔했다.

틀리면 노가다로 몇 군데 찍어도 되고.

어차피 전투가 벌어진 곳에서 조금 떨어져 정찰선들과 정보를 주고받고 있을

테니.

치익!

[뭐··· 뭐냐!! 누군지 밝혀라.]

통신 감도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아니 쓰레기였다.

확실히 해적들이 운용하는 통신선은 너무도 구식이었기에.

새로 나포한 통신선을 해적왕에게 팔면 비싸게 사 줄 것 같기도 하고······.

“고잉미샤호 선장 리안입니다.”

[어라?! 이 목소리는.]

“네. 저 맞아요. 일단 적 통신선을 나포했어요. 적을 기만하는 데 성공해서

이쪽으로 제국 정찰선들이 퇴각할 겁니다.”

[그게··· 무슨······.]

해적 통신선의 선장은 잠시 패닉에 빠졌다.

“싸움은 우리가 대충 이기고 있을 건데요?”

[맞아. 3척이 침몰하고 1척이 항복 그리고 나머지가 도주 중이다.]

“선장 아저씨들에게 전달 좀 해 줘요. 상대가 여기로 와서 속도를 줄이면 통

신선 주변으로 포위해 버리라고.”

[그리 전하지.]

***

쫓고 있는 해적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일단 정찰선에서 그리 전달하니 생각보단 행동이 먼저.

뭔가 파악한 게 있으니 전달했을 테니.

“그 애새끼가 공을 날로 먹어? 우리를 싸움터에 밀어 넣고?!”

명목상 편대장을 맡은 해적 선장. 싸르지는 콧김을 뿜었다.

“그래도 그 녀석이 판을 만들긴 한 것 같은데······.”

“닥쳐! 판은 무슨. 정찰선의 임무도 망각하고 급발진해서 뛰쳐나간 놈이. 전

쟁이 장난도 아니고.”

“우린··· 그냥 용병으로······.”

그의 눈치를 보던 부하의 말소리는 기어들어 갔다.

그냥 크게 보면 공을 독식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적들에게 포위되고도 빠져나온 것 자체가 대단했다.

그렇게 휘젓고 다니지 않았다면 이렇게 손쉽게 승리하지 못했을 거다.

‘그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싸르지는 생각하고 있는 부하에게 호통쳤다.

“뭘 그리 멍때리고 있어. 포병실에 연락해서 저놈들에게 몇 방 먹여 주라 해!”

“알겠습니다.”

퍼버버벙!!!

***

해적 정찰선들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해군들도 어찌어찌 뭉쳐서 진형을 짜 도주를 시도했다.

그 도중에 세 척이 침몰하고 한 척이 이동 불가로 백기를 걸었다.

이미 통신선이 적에게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더는 싸울 이유가 없어졌다.

그런데······.

[너도 목이 달아나기 싫으면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섬뜩한 이 황자에게서 통신이 들어왔다.

다행히 통신선은 구출당한 모양.

“쯧. 그 녀석이 그리 어이없게 죽다니. 술친구 하나를 잃었군.”

함께 진급해서 같이 바다를 다스렸으면 좋았을 텐데.

덕장의 기질이 있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 줄 동료로 점찍어 뒀었다.

“젠장!! 속도를 더 높인다.”

“알겠습니다. 함장님.”

해적들의 숫자가 많았기에 그들의 속도가 더 빨랐다.

그래서 더 속도를 높인다 해도 해적들이 포기하지는 않을 거다.

퍼버버벙!!!

가끔 따라잡히면 이따금씩 사격을 가해 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늘 바다가 거칠어서 명중률은 그닥 좋지 않다는 것.

“해적 놈들. 그래, 열심히 따라붙어 봐라. 네놈들을 지옥으로 인도할 테니.”

그 도움도 되지 않는 황자가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이번 공으로 후계자로 오르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지만, 차라리 그가 황

제가 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대로 제국의 후계가 굳혀지면 이 황자는 공작이 되고 해군을 담당하게 될

거라는 소문이 돌았기에.

“그래. 공을 세우게 도와주지.”

상념은 길지 않았다.

“함장님!! 통신선이 보입니다. 그리고 아까 전 그 철갑선이······.”

“걱정 마. 저 배는 이미 우리 제국 해군이 장악했다고 하니. 속도를 줄인다!”

“네··· 함장님······.”

바다는 너무도 조용했다.

파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선 한 척과 철갑선 한 척 외에는 아무것도 보

이지 않았다.

“다른 함선에 전달해라. 저항을 하다가 타격이 심하면 항복해도 된다고.”

“알겠습니다!!”

조금만 버티면 매복한 이 황자가 포위망을 구축한 채 덮칠 것이다.

그때까지만. 그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함장님! 철갑선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공격하지 말라고 전해라. 이미 아군이 저 배를 접수했다.”

“네!!”

그리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저 철갑선은 자신들을 지나쳐 해적들에게 다가가 기습적으로 포격을 가할 것

이라고.

끼르륵! 끼르륵!!

천천히 해군들의 정찰선 사이로 지나가는 고잉미샤호에서.

“함장님. 통신입니다.”

“그래. 연결해 봐. 누가 저 배를 맡았는지 궁금하군. 인사라도······.”

치이이익~!

고잉미샤호와의 통신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까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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