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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21화 (21/253)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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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선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잡으러 가냐고?

그야 뻔하지 않은가.

적들이 포위해 오는 방향을 거꾸로 유추해 보면 된다.

후방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을 테니.

“아참!! 증거는 잘 남기고 있겠죠?”

“확인해 보지.”

-Trrrrr

리안의 말에 부선장이 연결한 곳은.

“여기는 파수대! 이상 무랍니다아아아~!!”

상큼하고 발랄한 목소리.

그녀는 파수대 위에서 아주 신나게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빌어먹을 좀 가만히 있으라고!!”

샤로트를 말리는 파수병.

리안의 지시대로 그녀의 첫 근무지는 파수대였다.

“꺄르르. 너무 재밌는걸요.”

도대체 뭐가 재밌다는 걸까?

저 여자아이의 머릿속에는 꽃밭만이 가득한 걸까?

“넌 어떻게 멀미도 안 하냐?!”

“멀미를 안 해서 너무 재밌어욧. 헤헤헤.”

“가뜩이나 좁고 흔들리는데.”

“좁고 흔들려서 너~무 재밋어욧. 헤헤헤.”

“아오. 정신 사나워서 원.”

“정신 사나워서 너어~~무~재밌어욧. 헤헤헤.”

파수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파수대는 꼭대기에 위치했기에 배가 조금만 흔들려도 심하게 기울어졌다.

가장 뱃멀미가 심한 곳이다.

반대로 가장 멀미가 약한 곳은 배 아래쪽 후미고.

"그래. 그래. 재밌어라~. 기록은?"

“카메라 찍는 것도 너어무~우~ 재밌어요. 헤헤헤.”

그녀는 기록 마도구를 들고서. 찰칵찰칵! 날아다니듯 침몰하는 적 함선을 열

심히 찍어댔다.

떨어지지 않게 허리에 로프가 걸려 있었지만, 위태로워 보이기 짝이 없었다.

“아오. 원숭이가 따로 없네. 비싼 거니까 안 떨어뜨리게 조심하고. 흔들림 없

이 선명하게 찍어야 해. 기록 구슬(필름) 하나당 남길 수 있는 영상의 수는

한정되어 있으니까.”

“네에~~!”

고참 파수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알아서 잘 할 거다.

기록 마도구인 카메라는 흔들리지 않게 찍는 것이 관건인데, 시켜 보니 오히

려 자신보다 나았다.

일단 부선장에게 보고를.

[기록은 잘 남기고 있소. 부선장.]

“그래? 특이 사항이 있으면 바로 보고하고.”

[알겠수다. 그보다 이 계집애는 언제까지 여기 둬야 합니까? 아주 정신 사나

워 죽겠수다.]

“뭐. 그야. 선장에게 따로 물어봐. 배치시킨 것은 선장이니까.”

어쨌든 기록은 잘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서, 서언장님! 남서쪽에서 3척이 이쪽을 향해 접근합니다.”

레이더병이 보고를 해왔다.

“좋아. 좋아. 아주 좋아! 연막탄을 쏘세요.”

“이런 거지 같은 바다에서?! 단체로 싸운다고? 그보다 응할까?”

“붉은색을 쏴요. 통신선을 발견했다고 하면 올 겁니다.”

부선장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통신선이 어디에 있다고! 이거 구라 치다 걸리면 우리 해적단의 신뢰

도가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걱정 마세요. 통신선이 어디에 있을지는 뻔하니까. 그보다 이 떨거지들을 짬

처리해 줄 아군이 필요해요.”

“아오. 모르겠다. 네가 선장이니.”

부선장은 파수대에 다시 연락을 했다.

잠시후.

삐우우우웅~! 팡!

하늘 높이 무언가가 날아가 붉은 연기를 퍼뜨렸다.

이걸 본 해적 정찰선들이 몰려올 것이다.

원래라면 정찰선은 교전하지 않지만, 상대 통신선의 위치를 발견했다면 말이

조금 달라진다.

붉은색은 통신선 발견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짜 놨다.

“자자~!! 이리로 오라고.”

일단 여왕벌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놈들을 조금 뭉쳐 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런 다음 아군 해적들에게 짬 처리를 시켜 놓고 유유히 시야 밖에 숨어 있는

적 통신선에게 가면 된다.

물론 그 전에.

“젠장. 이러다 포위당하겠는데?”

부선장이 의자를 톡톡 두들기며 초조해했다.

해전은 그다지 소질이 없는 그였다.

바다라도 잠잠했으면 기회를 봐서 적선에 몰래 올라서 교란이라도 했을 텐

데··· 지금으로써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모든 걸 눈앞 조타석에 앉아 있는 귀여운 꼬마에게 모두 맡길 수밖에.

끼리리릭!!

배가 파도를 타고 미친 듯이 방향을 틀었다.

정정한다. 귀여운 꼬마가 아니라 미친 꼬마다.

“으하하하. 오라고. 더, 더, 더!!”

적들이 포위망을 좁혀 오고 있는데 리안은 미친 듯이 웃으며 소리쳤다.

이 포위망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억지로 한 곳으로 빠져나가려면 몇 척이 내뿜는 포격에 다각도로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고잉미샤호가 최신형 철갑선이라지만, 그리되면 사실상 침몰이다.

여기있는 적들이 아무리 작고 빠른 쾌속선들이지만, 완벽하게 포위된다면 최

소 네 척 이상의 사정권에 들어가면 전열함과 맞먹는 화력이다.

해전에서는 결코 포위를 당하면 안 된다.

약점이 그대로 노출되니.

“서언장님! 아군. 아군으로 추정되는 배들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배들이 전열을 갖춘 채 접근하고 있었다.

적들의 위치는 이미 파악한 상태.

정찰 편대의 숫자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더 나올 적은 없다.

편대가 접근하는 방향도 그렇고.

그 말은 아군이란 말.

“좋아. 아주 좋아!”

열심히 시간을 끈 보람이 있었다.

한편.

***

정찰 군함 중 가장 지위가 높은 함장이 답답함에 소리쳤다.

“도대체 왜 아직까지 포위망이 완성되지 않지? 적들이 곧 들이닥칠지도 모른

다고.”

해적선에서 신호탄이 쏘아져 올랐다.

어떤 색이 뭘 의미하는지 서로 모르는 상태이다.

“이상하리만큼 포위망이 약한 쪽으로 빠져나갑니다.”

해군들은 은밀히 서로 통신을 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물망을 만들었다.

그런데, 저 요상하게 생긴 해적선은 귀신처럼 냄새를 맡고 다른 방향으로 침

로를 변경했다.

덕분에 걸릴 듯 말듯 걸리지 않았다.

“설마 포위당하고 있단 걸 아는 걸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배의 선장이 누군지 몰라도 배포가 대단하군.”

슬슬 포기해야 될 것 같기도 했다.

처음 신호탄을 쏴 올린 곳에서부터 꽤 이동해 적들과 조우할 가능성이 적을

수도 있다.

신호탄을 보고 찾아온 해적들은 수색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모르는 일. 슬슬 포기를······.

“어어···?! 걸려들었습니다.”

“하하하. 좋군. 빨리 저 배 선장을 보고 싶어. 어떤 낯짝을 했는지 궁금해.

인격 파탄만 아니면 상부에 보고해서 회유를 해야겠다.”

완전히 포위가 되면 하얀 깃발을 올릴 것이라 생각했다.

당연하다.

억지로 포위망을 뚫고 나가려는 순간 최소 3척 이상의 배에게 일제 사격을 당

할 테니.

그런데······.

***

리안은 자신만만했다.

“슬슬 맡겨 놓고 가 볼까나.”

“이걸 빠져나갈 수 있다고?”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손톱을 물어뜯던 부선장이 물었다.

“여전히 우리 못생긴 부선장 아저씨는 선장에 대한 존경심이 부족하군요? 흐흐.”

“아니. 그렇다기보단······.”

끼리리릭!

부선장이 말하는 도중 고잉미샤호가 급격하게 기울어지며 방향을 바꿨다.

“으엇··· 설마··· 저쪽으로?”

“아까 말했잖아요. 조류는 우리 편이라고.”

그리 말하고는 기관실과 통신을 연결했다.

“누님. ESP(자세 제어 장치) 해제해 주세요.”

[또 날뛸 건가 보구나. 우리 귀여운 아기 상어.]

“그런 귀여운 애칭으로 부르지 말아 주실래요? 저는 몬스터입니다. 그것도 흉

악한!”

츠츠츠츠츠츠!!!

고잉미샤호의 기관실이 흉악한 몬스터처럼 울부짖었다.

ESP가 풀리며 모든 안전장치가 풀렸다.

“이거. 우리도 바빠지겠군. 자칭 몬스터님이 맘껏 휘저을 수 있게 움직이자

고! 뭐 해?! 빨리 안 움직이고!!”

기관장 헤르미의 일갈에 기관실은 분주해졌다.

엔진에 안전장치가 해제되었다는 말은 기관병들이 수동으로 한계를 조절해 줘

야 한다는 거다.

츠츠츠츠츠!!!

고잉미샤호는 크게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돌더니 파도에 올라탔다.

외부에서 볼 때는.

“안절부절못하는군. 빠져나갈 곳은 없다. 포위망을 더 좁힌다.”

도망갈 구멍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조금 이상한 것은 크게 빙글빙글 돌면 돌수록 속도가 높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걸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조타수였다.

“함장님 이상합니다.”

“뭐가? 이대로라면 저놈은 포위당해서 백기를 올릴 수밖에 없어. 이제 곧 모

든 배의 사거리에 들어온다고.”

“그게. 비정상적으로 속도가 높습니다. 저 배는 곧 제어 불가 영역에 도달합

니다.”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

다만, 조타수 사이에서 흔히 선을 그어 놓은 속도라는 것이 있었다.

특히나 오늘처럼 파도가 거친 날에는 평소보다 속도를 낮춰야 한다.

마치 눈길처럼 말이다.

그런데······.

“꼬··· 꼬맹이. 이건 너무 심하잖아.”

부선장이 의자를 불끈 잡았다.

내색을 안 하려고 했지만,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오랜 세월 바다에서 보낸 것이 부질없을 정도로.

“뭘. 이런 걸로 그러세요. 이제부터는 직진입니다. 방향을 바꿀 필요 없이 중

심만 잡으면 돼요. 이미 파도에 올라탔어요. 이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덜컹!

그 말을 하는 순간 배가 출렁였다.

“조금 흔들리기는 하지만 뭐. 안정권이에요.”

리안은 싱글벙글 웃고 있는 중이었다.

속으로는 살짝 식은땀이 났지만······.

“그런데 정말 저쪽을 뚫을 수 있는 거냐?”

“파도가 심한 날은 닻을 내리지 않는 이상 배를 고정하지 못해요. 다시 말해

조류 속도까지 계산한 완벽한 포위망을 만들려면 포위를 계획한 시점에서부터

완벽한 계산을 해야 하는데. 흐흐흐.”

그런건 자신과 같은 고인물이나 할 수 있다.

배를 파도가 치는 정면도 아니고 옆면으로 받아 내며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포위망을 구축할 때 밀려나는 것까지 계산하거나 단체로 절묘하게 회

전하며 계속해서 이동해야 하는데 그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후자는 단체 훈련이 필요하다. 그것도 빡세게.

“그리고 이 판을 누가 짰는데. 그렇게 하게 놔두겠어요?”

적들은 포위 그물 속에 고잉미샤호를 몰아넣었다고 생각했지만, 반대였다.

적들의 거리를 일일이 보며 타이밍에 맞춰서 포위망 안으로 들어가 준 것이다.

“저놈들은 멍청하게 너무 일찍 포위망을 만들어 버렸어요. 저것 보세요. 흐흐.”

실제로 얼마 가지 않아 리안의 예상대로 되었다.

“함장님. 한쪽 포위망이 느슨해졌습니다.”

“다시 조여.”

“그것이··· 적 함이 빠져나가려는 방향이······.”

“뭐··· 뭐야!!”

스랑 제국의 배들은 포위망을 조율하기 위해 배를 움직여야 했다.

다시 말해 함포가 있는 옆면이 아니라 정면으로 파도를 거슬러 올라야 한다.

“상대 돌파합니다.”

“젠장!! 저걸 비집고 들어온다고?!! 쏴! 침몰시켜도 좋다.”

퍼버버버벙!!!

고잉미샤호가 포위를 뚫고 나가자 급해진 스랑 제국의 함선들은 사격을 시작

했다.

캉!! 카가강!!!

철갑으로 된 고잉미샤호에 포탄이 맞으며 요란한 소리가 났다.

“흐흐!! 이거 방탄 유리 아니 방탄선이야!!!”

맞은 건 겨우 두 발. 그 두 발도 그다지 큰 데미지를 받지 않은 것······.

[선장님! 해병 대기실에 포탄이 맞아 2명이 중상입니다.]

은 아니었다.

그런데, 해병 대기실에는 제법 많은 선원이 타고 있었을 텐데 겨우 두 명인

것이 이상했다.

[포탄이 뚫고 들어오는 순간 세바스 님이 막으셨습니다.]

“오오. 역시 세바스 집사님.”

그는 유능한 집사이자 유능한 전사였다.

“어떻게. 어떻게 두 발밖에 안 맞은 거지?”

부선장이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모양.

엉성하게라도 포위망이 형성되면 최소 3척의 배에게 집중 사격을 받게 된다.

완벽한 포위망이면 4척이고.

“말했잖아요. 파도에 탔다고."

방금은 포위망이 순간적으로 무너진 상태였다.

더군다나 한 척을 제외하고 거리상 갤버포만 쏠 수 있었다.

그조차도 파도가 거칠어 명중률이 형편없었다.

"물론 이런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훗! 이러니 여자들이 뻑이

가지.”

“어떤 여자가 너 같은 정신 나간 꼬맹이한테··· 아. 한 명 있긴 하네. 둘 다

맛탱이가 살짝 간 것이 참 잘 어울린단 말이지.”

그때 파수대에 있던 샤로트가 재채기를 했다.

“에취~”

그녀는 콧물을 닦고 상황을 주시했다. 그리고 그녀는 다수의 배가 전열을 갖

추고 접근하는 걸 목격했다.

그 배들의 깃대에는 저마다 다른 문양의 해골 깃발을 나부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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