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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8화 (18/253)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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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이 인사를 하자 플랑크의 눈이 리안 일행을 슬쩍 핥고 지나갔다.

“미소년과 미소년과 미소녀라. 크하하하!!”

갑자기 소름 끼치게 웃어 대는 플랑크.

그의 눈은 여전히 리안의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내 순결이 위험하다!’

해적왕을 꼭 살려야 하는 이유가 생겨 버렸다.

“도련님. 저 사람 기분 나빠요.”

샤로트도 리안의 옷깃을 슬며시 잡았다.

원래 스토리대로라면 둘은 최악의 악연이다.

최종 승자는 샤로트 베리가 되었지만, 해적 섬은 둘의 싸움으로 한참이나 홍

역을 치러야 했다.

“흐어어··· 윽··· 읏··· 윽······.”

무려 1,000페니를 주고 산 레오폴트는 경기까지 일으킨다.

어디선가 따뜻한 지린내가 올라왔다.

이 어린 소년도 플랑크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

“리안 선장. 오늘 밤 내 별장에 초대를 하지. 거기 미소년, 미소녀와 함께 말

이야.”

가서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꼬투리라도 잘못 잡히는 날에는 아주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초대는 감사하지만, 이제 막 섬에 도착했기에 점검해야 할 것이 많네요. 검

은 수염 선장님.”

리안의 말에 표정이 싸늘하게 식는 플랑크.

사르르.

동시에 시야에서 흐려졌다. 아니, 놓쳤다.

천이 팔락거리는 소리.

“도련님!!”

이상함을 감지한 샤로트가 급히 리안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검은 연기와 함께 샤로트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밀며 나타났다.

샤로트가 리안을 뒤로 밀치지 않았다면, 리안이 있어야 할 자리.

“헙!!”

부선장조차 반응하지 못했다.

뒤늦게야 검을 뽑았고. 그 뒤를 따르던 선원들도 덩달아 무기를 꺼냈다.

리안의 호위를 위해 남은 선원들이었다.

“이 섬에서 말이야. 내게 검을 뽑고 멀쩡한 놈이 있었을까?”

“아저씨가 먼저 무례한 행동을 하니까 그런 게 아닐까요?”

리안은 무덤덤하게 받아쳤다.

“난 그저 가까이에서 이야기하고자 했을 뿐이지.”

“그렇군요. 우리 실력이 모자라 과민반응을 했네요. 다들 무기 내려요!”

리안의 말에 무기를 도로 집어넣는 부선장과 선원들.

철컥. 철컥.

플랑크는 혼자였지만, 싸우기 부담스러운 존재다.

해적 섬에서 해적왕을 제외한 5명의 강자 중 한 명.

커다란 덩치와 맞지 않게 빠른 기동과 은밀함으로 암살에 특화가 되어 있었다.

소드마스터는 아니지만, 최상급의 경지.

어느 국가에 가든 환영받을 만한 실력자다.

“좋은 판단이다. 꼬맹이.”

“같이 싸워야 할 동맹이니까요. 아군에게 긴장할 필요는 없지요. 해적왕 할아

버지가 실망하실 거예요.”

동맹이란 말은 일종의 경고다.

해적왕이 직접 스카웃한 인물이 바로 자신이기 때문.

전쟁 이전에는 건드리고 싶어도 건드리지 못하게.

‘이래서 백이 좋은 거구나.’

비공식이긴 했지만, 해적왕은 소드마스터다.

거기다가 그가 직접 나서지 않는다 하더라도 해적 섬 최고의 세력과 추종자를

가진 것이 그다.

아무리 플랑크가 날고 긴다 해도 해적왕의 기침 한 번에 바닥에 바짝 엎드려

야 하는 게 그였다.

“까부는구나. 어린아이답게 말이지.”

“바다 위에선 훨씬 더 까불거립니다. 재기 발랄함이 특기인지라.”

“크하하하. 그래. 그 실력을 한번 보겠어.”

“조만간 보여 드리죠. 훗.”

“기대되는군.”

플랑크는 검은 안개처럼 다시 사라졌다.

“후··· 빌어먹을. 저놈이랑 얽혀서 좋은 꼴을 본 놈들을 못 봤는데······.”

부선장이 이마에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러며 눈알을 아래쪽으로 데구루루 굴려 샤로트를 보았다.

플랑크의 움직임을 유일하게 간파한 것이 그녀였기에.

“보험으로라도 빨리 가르쳐야 하나.”

리안에게 붙어 떨어지지 않는 껌딱지인 만큼 호위로는 최고다.

그녀가 최소한의 실력이라도 가진다면?

그것도 필요 없다. 적의 암습을 단 한 번이라도 저지한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방금처럼.

“암살 성향의 놈들에게는 최악의 상성이니까요.”

리안이 부선장의 속내를 읽었는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샤로트가 플랑크를 꺾고 차차기 해적왕이 된 것도 이런 특성에 기인했다.

둘의 성향은 완전히 상극이다.

태양과 어둠.

-여자와 칼을 섞는 걸 두려워하는 쥐새끼군.

원래 스토리에서 샤로트 베리는 틈틈이 플랑크에게 일기토로 도발했고. 초반

에 붙어 본 플랑크는 상성이 좋지 않음을 알고 일기토를 피했다.

덕분에 겁쟁이 플랑크란 오명이 붙기 시작했고. 그녀의 세력은 걷잡을 수 없

이 커져만 갔다.

“하긴. 이 녀석 눈이 좋지.”

“얼른 가요. 우리 안의 원숭이가 된 느낌이네.”

지나가던 구경꾼들의 시선이 모여들어 있었다.

플랑크에게 개긴 인물로 관심이 높아졌다.

-저 꼬마 누구야?

-선장이라던데······.

-저건 올몬 해적단 부선장 제랄드 아니야?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아마 조만간 이번 일이 해적 섬의 모든 주점에 소문으로 퍼질 것이다.

아마 한동안 선원을 보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같다.

플랑크에게 찍힌 해적단에 합류할 선원이 있을지 모르겠다.

“구경났어?! 비켜!!”

부선장이 고함을 지르며 길을 텄다.

플랑크에 비해 약할 뿐이지 부선장의 실력도 나쁘지 않다.

더군다나 무장한 선원들의 숫자도 꽤 되었다.

괜히 길을 막거나 시비를 걸어 봐야 피차 피곤해질 뿐이다.

그렇게 인파를 뚫고 도착한 곳은.

“저긴가 보네. 호의가 너무 강한데······.”

제법 큰 별장이었다.

해적 섬에서 웬만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 않고서야 이런 아지트를 얻을 수

없었다.

리안이 올몬드 해적단을 이어받긴 했지만, 올몬드 해적단도 이런 아지트는 절

대 구하지 못한다.

“100명은 들어가겠네요.”

방이 100개란 말은 아니었고 그만큼 컸다.

거기다 해적들은 춥지만 않다면 아무 곳에 던져 놔도 잘 잔다.

거기에 럼주 한 잔까지 주면 충성심까지 올라갈 거다.

“놈들이 좋아하겠네. 비싼 여관비를 아낄 수 있을 테니까.”

해적 섬에 입항하면, 절반은 배에 머물고 절반은 육지에서 회포를 푼다.

밤이 되면 돈을 아끼고자 배에 돌아와 자는 녀석들도 있지만, 웬만해서 여관

에서 덤터기를 씌며 묵는다.

배에서 자는 것은 지긋지긋할 테니.

그렇다고 여관이 좋냐고 하면? 그것은 아니다.

차라리 길바닥에서 노숙을 하고자 하는 녀석들도 있지만, 가진 걸 다 털리고

싶다면 그래도 된다.

해적왕이 좀도둑까지 해결해 주지는 않으니까.

“저기 별채만 제외하고 자유롭게 쓰도록 전달해 주세요.”

“반대가 아니고?”

원래라면 본관을 선장과 간부가 쓰고 별채를 일반 선원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할 거다.

“간부들은 알아서 본관에 있는 방을 쓰고. 별채는 내 전용.”

“흐음. 귀족이라 욕심이 적은 건가?”

“귀족이라 욕심이 많은 거죠. 저 건물을 통째로 내가 쓰는 거니까요. 그리고

저기 뷰가 기가 막힐 것 같으니까.”

“뷰?!”

“높은 지성인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게 있답니다. 흐흣.”

리안은 곧장 별채로 향했다.

확실히 본관보다는 별채가 바다 쪽으로 확 트여 있어 풍경이 예술이었다.

“호텔이 안 부럽네.”

시설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나 욕실에 마도구들이 배치되어 있어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바로 쓸 수 있

었고. 화장실도 수세식이었다.

해적이 쓰기에는 쓸데없이 고급인 별장이었다.

“해적왕 거프 님의 손자가 쓰던 곳이군요.”

뒤를 돌아보니 보급관 세바스가 와 있었다.

항구 관리소의 일을 다 처리한 모양이다.

“그런데··· 저 아이는······.”

세바스의 시선이 레오폴트를 향해 있었다.

지저분해서 눈에 띄는 것은 둘째 치고 여전히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오다가 주웠어요.”

“별로 쓸모가 없어 보이는 데··· 뭐. 선장님 취향입니까?”

“남자예요.”

“호오~ 그건 그것대로 흥미롭군요.”

리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됐고. 좀 씻겨 주세요.”

“네? 제가 말입니까?”

“땅의 정령 갑옷과 계약한 전사이지 않습니까?”

“이런. 땅 속성인 것이 처음으로 후회스럽네요.”

세바스가 이마를 턱 하니 짚었다.

동시에 그의 몸이 갑옷으로 덮이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세바스는 줄기를 뻗어 레오폴트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곧장 욕실로 향했다.

슥삭슥삭.

여러 개의 줄기가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욕실에서 나는 소리가 소란스럽다.

들어간 지 5분도 되지 않아.

대롱대롱.

알몸의 레오폴트가 매달려서 밖으로 나왔다.

“신기하게도 진짜 남자아이네요.”

“흉하니까 빨리 옷이나 입히세요!!”

리안의 옆에 있던 샤로트도 얼굴을 붉히며 슬쩍 고개를 돌렸다.

녀석의 중심에 달린 것은 결코 어린아이의 크기가 아니라고 해야 하나······.

유전병으로 쇠약한 몸을 가졌지만, 강해 보이는 곳도 있었다.

휘리릭~!

세바스는 덩굴을 이용해 끌고 오던 가방을 풀더니 레오폴트에게 즉시 입혔다.

마치 유능한 집사를 보는 것 같았다.

참고로 짐가방에는 각종 가재도구가 들어 있었다.

“기회가 난다면 하녀들을 납치해 올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커다란 저택을 관

리하려면.”

다만, 발상만큼은 해적의 그것을 벗어나지 못했다.

보통은 고용을 먼저 떠올려야 하는 것 아닌가?

“노예 시장에서 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세바스가 알아서 해요.”

“알겠습니다. 선장님.”

그는 인사를 올리고 나서는 가방을 끌고 다니며 방 이곳저곳에 물건들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자라 빗자루와 걸레를 들고서 이곳저곳을 쓸고 닦았다.

“도··· 도와드릴게요.”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샤로트가 달려가 도왔다.

둘이 함께 있으니 영락없는 집사와 시녀였다.

확실히 샤로트도 시녀 출신답게 집안일이 능숙해 보인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세바스는 그런 그녀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 실력이라니.

“저··· 저도······.”

그때 눈치를 보던 레오폴트가 움직이려고 했다.

“체통에 안 맞게 청소는 무슨. 넌 가만히 있어.”

“네에?!”

레오폴트의 눈이 커졌다.

“높임말이라도 써 줘? 레오폴트 이 황자님.”

“어··· 어떻게 나를······.”

레오폴트는 몸을 덜덜 떨었다.

정체를 알면서도 존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때문.

불과 몇 달 사이에 그는 세상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사··· 살려 주세요. 제발. 절대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돌려만 보내 주신다

면···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요. 흐으윽.”

“질질 짜지 마!”

리안의 말에 레오폴트는 눈물을 뚝 그쳤다. 몸을 부들부들 떠는 것은 멈추지

않았지만.

“오줌도 싸면 안 돼. 방금 전에 씻은 데다가 새 옷이잖아. 보니까 그거 내 활

동비에서 지불된 것 같은데······.”

해적단에 어린 남자 옷이 왜 필요하겠는가.

세바스가 저택으로 오는 길에 구입한 것으로 보였다.

아마도 자신의 활동비에서 비용 처리가 될 것이다.

“죄··· 죄송합니다.”

레오폴트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

대륙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진 제국의 황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비참했다.

“죄송할 것은 없고. 그냥 적당히 기회 봐서 신센롬 제국으로 보내 줄게.”

“네?!!”

레오폴트가 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게 이득이니까. 대신 적당히 보상이나 해 줘.”

이미 살리는 것이 이득이다.

리안의 적국인 스랑 제국과 신센롬 제국의 결혼 동맹을 막을 수 있기에.

거기다가 조금 더 이득을 받으면 좋을 듯했다.

“어떤 걸······.”

“신센롬 제국의 항구에서 거래 허가증이라도 발급해 주든가. 무관세면 더 좋

고. 부업으로 장사를 좀 하게 말이야.”

“그··· 그건··· 제가 어떻게······.”

저게 뭔지도 모를 거다.

무관세 거래 허가증.

상인들에게는 무적에 가까운 에디터 아이템이나 다름없다.

특히나 봉건제 성향이 강하며, 관세가 심한 신센롬 제국이라면 더더욱.

다른 상인들은 감히 대적하지 못하리라.

“그냥 테레지아 여제님을 만나거든 부탁이나 해 봐. 그분 성격상 입을 싹 닦

을 분은 아니니까.”

“저··· 저희 어머니를 아십니까?”

“이 대륙에서 너희 어머니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대륙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진 신센롬 제국이지만, 그렇다고 가장 강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중앙 집권화가 가장 개판인 곳이다.

더군다나 황제는 선제후들의 투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름만 황제나 다름이

없을 때도 있었다.

가장 봉건제가 심한 나라.

그런데, 그녀는 외세의 침략을 기회로 선제후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그 일화는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그··· 그렇죠··· 어머니께선 유명하시죠.”

“됐고. 너도 마나 로드 뚫어 놔라.”

“네?!”

녀석의 마나 로드를 뚫는 것도 그 이유.

멀쩡하게 배달하기 위해서다.

녀석은 몸이 허약해도 너무 허약했다.

돌려보낸 날에 하필이면 감기라도 걸려 기침을 콜록거리면 배달하는 입장이

곤란하지 않겠는가.

이왕이면 건강하게 보살핀 것으로 해야 뜯어낼 것도 많지 않을까?

추가로 얻고 싶은 물건이 더 있긴 있었다.

“그래. 다 같이 수련하자!!”

스랑 제국과 잉글슨 제국의 해전까지는 시간이 조금 있었다.

그 전에 정령 갑옷과 계약하려면 단전이든 서클이든 만들어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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