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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6화 (16/253)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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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고래가 해골을 입에 문 깃발을 펄럭이는 전열함.

무려 함포 90문의 2급 전열함.

해적이 운용한다기에는 과한 물건이었다.

“특이한 전함이군.”

바닷사람답지 않게 창백한 피부를 가진 거한의 노인이 걸걸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도색의 양식으로 봤을 때 군함으로 보입니다. 저런 식으로 색을 입히는 것은

스랑 제국이 잘하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가? 스랑의 군함이 여긴 무슨 볼일이 있어서.”

그는 스랑 제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참고로 지금 이 전열함의 출처도 그들에게서 나포해 기함으로 사용하는 중이

었다.

해적왕이 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모르겠습니다. 저렇게 대놓고 포격을 하고선 떳떳하게 대기하는 걸 봐선 해

적왕이신 선장님을 부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군함이 여기 와서 저런 이상한 짓거리를 할 리가 없기 때문

이다.

참고로 군함은 함부로 해적 섬에 들어오지 못했다.

“그냥 사람을 보낼 것이지. 무식하군. 또 그 일 때문이겠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요?”

해적들에게 지금 가장 큰 이슈라 하면, 당연히 스랑 제국과 잉글슨 왕국의 다

툼일 것이다.

두 나라는 마치 형제와도 같았다.

해협 하나를 마주 보고 위치한 두 나라는 심심하면 싸움을 해 대니 진정한 형

제 아닌가.

“참으로 오만한 것들이 아닌가. 자신들의 편으로 참전해 주면 왕으로 인정한

다니.”

그냥 상징적으로 해적왕이라 불리지 해적들의 위에 군림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

해적왕은 좋게 봐 줘야 섬 주인이고.

해적들에겐 그저 안전한 기항지가 필요할 뿐이니.

사실 해적을 받아 주는 항구는 많다.

아니 모든 항구가 해적들의 정박을 불허하지 않는다.

그저 그 나라의 상선을 털어먹어서 현상금이 걸렸냐 아니냐만 따질 뿐이지.

“통신을 시도해 봅니까?”

“아니야. 얼굴을 직접 보고 이야기해 보지. 게다가 저건 퍽이나 관심이 가는

함선이니 구경도 할 겸.”

“네. 선장님.”

다섯 척의 전열함이 고잉미샤호를 반원으로 포위했다.

나머지 네 척도 무려 3급 전열함이었다.

“음?”

갑판까지 나온 거대한 덩치의 노인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스랑 제국에서 온 사신인 줄 알았더니 꼬락서니가 영락없는 해적이지 않은가.

게다가.

“웬 꼬맹이가?”

해적왕이 모습을 보이자 꼬맹이 하나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선원들의 반응을 봐선 녀석이 선장으로 보였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거프 선장님.”

꼬맹이의 옆에 있는 산적같이 생긴 남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호오~ 너는 올몬드 해적단의 부선장이었나? 그러고 보니 조금 익숙한 다른

놈들도 보이는군. 너희 선장은 어디 가고. 또 그 꼬마는 또 뭐더냐.”

“재수 없게 스랑 놈들에게 뒈졌지 뭡니까. 그래서 새로 모셨습니다. 우리 선

장으로.”

부선장의 얼굴은 뭔가··· 자랑스러워하는 표정.

“그 꼬마가?”

“능력만 좋으면 선장 하는 게 우리 세계의 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래. 틀린 말은 아니군. 이쪽으로 넘어오겠나? 꼬마 선장? 술이나 아니 우

유나 한잔하지.”

해적왕 거프는 손자를 본 할아버지처럼 껄껄 웃으며 말했다.

“어주를 주신다니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크하하. 어주라니.”

“해적왕 할아버지도 왕은 왕이지 않습니까?”

“말은. 그리고 어주가 아니라니까. 우유나 먹다 가라.”

전열함의 갑판에서 리안을 내려다보던 그는 망토를 펄럭이며 안쪽으로 사라졌다.

“이거 생각지도 못한 일이네요.”

“너무 걱정하지 마. 저 영감은 그리 음흉하지 않으니까.”

부선장이 편안한 얼굴로 조언했다.

리안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뒈지지.’

해적왕이 바뀌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스랑 제국과 잉글슨 왕국의 해전에 용병으로 참가했다가 뒤통수를 맞아 저 배

와 함께 수장된다.

다음 해적왕은 뒤통수를 때린 장본인인 플랑크.

플랑크의 끝도 그닥 좋지 못했다. 훗날 샤로트 베리에게 잔인하게 죽임을 당

하게 되니.

물론 그 차차기 해적왕은 지금 리안의 시녀일 뿐이지만.

차르르르!!!

보급장 세바스가 정령 갑옷을 입고 손을 뻗자 나무줄기 뻗어 나갔다.

나무줄기는 고잉미샤호와 전열함을 이어줬다.

“오옷!”

“너무 감탄하지 마십시오. 부끄러우니까. 그보다 우리 함선이 목조가 아니라

조금 힘들군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땅의 정령 갑옷을 입었기에 식물을 급속 성장시킬 수가 있었다.

한 손에는 화분을 들고 있었다.

“귤나무라도 심어야 하나.”

리안은 웃으면서 말했다.

땅의 정령 갑옷을 입은 대전사가 있다면 배에 커다란 과일나무를 못 심을 것

도 없다.

“그런 쓸데없는 짓은 왜 하려고?! 어떨 때 보면 애늙은이 같은데, 이럴 땐 영

락없는 꼬맹이라니까.”

“선장님. 나무를 심는 것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유지 관리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듭니다.”

부선장이 투덜대자 보급과 회계를 책임지고 있는 세바스가 동의했다.

배에서 식물을 기르려면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드는데, 비용에 비해 쓸모가 없

어 보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가뜩이나 일도 많은데, 일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이 배에선 땅 속성은 자신뿐이니.

“아저씨들. 괴혈병의 원인이 뭔지 알아요?”

“바다의 저주지 않습니까? 선장님.”

“꼬맹이가 뭘 알겠나. 어디서 귤을 심으면 괴혈병이 비켜 간다는 미신이라도

들은 모양이지.”

부함장과 달리 보급장 세바스는 나긋하게 설명해 줬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어차피 우리 같은 해적이 원해로 나갈 일이 얼마나 있다고. 거참.”

“앞으로 많아질 거예요. 기대하시라. 두둥~!”

리안이 씨익 웃었다.

영지의 백작으로 시작한 것보다 이동이 자유로운 해적으로 시작한 것은 어찌

보면 행운이 아닐까 싶었다.

큰돈을 들여 모험가를 고용하거나 암시장 경매를 통해 구입해야 하는 아이템

을 쓸어 모을 기회가 아닌가.

“뭐. 일단 넘어가지.”

“다녀오십시오.”

부선장이 리안을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리자 세바스는 고개를 숙였다.

전열함과 연결된 줄기는 미끄럽고 가팔랐기에 리안의 실력으로는 홀로 넘어가

지 못할 것이다.

휙!! 휙!!!

부선장은 능숙하게 줄기를 밟고 달렸다.

그 뒤로······.

“넌 왜 따라오냐?”

“도련님 가시는데, 시녀인 제가 따라가야죠.”

놀랍게도 부선장의 뒤를 바짝 쫓아 온 것은 샤로트 베리였다.

미끄러운 줄기를 아무렇지 않게 밟으며 따라왔다.

“꼬맹이 선장. 저 계집애는 소드마스터의 손녀라도 되는 거야?”

“그보다 지금 자세가 너무 쑥스러우니 목마는 안될까요? 부선장님?”

리안은 원하는 것이 있었기에 도발하지 않고 정중히 말했다.

“뭐. 우리 선장이 원하신다면.”

가는 말이 고우니 오는 말도 고왔다.

부선장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지 공주님 안기에서 목마로 바꿔 줬다.

“가자!! 이랴이랴!!”

“으휴. 괜히 바꿔 줬군.”

곧장 후회하는 부선장.

척! 척!!

전열함을 오르는 데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옷!”

리안은 전열함의 갑판을 보며 감탄을 했다.

고잉미샤호에 비하면 갑판의 넓이가 운동장 같았다.

축구는 오버지만, 농구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내 배에 온 걸 환영하네. 꼬마 선장.”

그때 거대한 노인이 저 멀리서 팔을 벌렸다.

그의 앞에는 커다란 테이블과 음식이 깔려 있었다.

“이럇! 이리야. 갑시다. 부선장님.”

졸지에 꼴이 우습게 된 부선장은 단념하고 빠르게 해적왕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리안은 도착하자마자 뛰어내린 뒤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초대 감사합니다. 해적왕 할아버지.”

최대한 앙증맞고 귀엽게.

“허허허. 귀엽구먼. 귀여워. 제랄드 자네는 이런 귀여운 선장을 모시다니 부

럽군. 부러워. 라때는 말이야!”

갑자기 자신의 옛날이야기를 하며 지랄 맞은 선장을 모신 일화를 이야기해 줬다.

부선장 제랄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초대를 한 손님을 너무 오래 세워 놨군. 어서 안게나.”

해적왕 거프는 손을 휘적휘적 저었다.

자세히 보니 몸이 조금 불편해 보였다.

탁!

그는 리안에게 우유를 대접했고.

쪼르르르.

자신은 리안의 머리통만 한 커다란 대접에 럼주를 따랐다.

사실 저 술을 따르기 전부터 술 냄새가 은근히 풍겼다.

“술주정뱅이가 아니니 너무 그렇게 보지 말거라. 내 몸이 속부터 썩어 가는

중이라서 말이야. 술로 씻지 않으면 하루를 버티기도 힘들어.”

저주 때문이었다.

고위급 사제와 특수한 재료가 아니면 결코 해주 할 수 없는.

술을 달고 사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술과 상극인 저주이니.

“그래서 저 배는 스랑 제국의 것을 뺏은 거라고?”

“제가 또 배 조종 실력이 기가 막히거든요. 해적왕 할아버지.”

리안의 혀 꼬인 말투를 보고 부선장은 기겁을 했다.

꼬맹이 주제에 평소에는 발음이 또박또박한 녀석이었다.

‘이 녀석. 우유를 먹고 취하기라도 한 건가? 설마 애교를?!’

리안은 다 속셈이 있었다.

해적왕 거프에 대해 조금 알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아이를 좋아한다.

그것도 남자아이를.

이상 성애자는 아니다.

손자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리안 또래의 남자아이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리안은 해적왕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저러는 것이었다.

‘아무리 해적왕의 배포가 크다고 해도 고잉미샤호는 탐날 만한 배니까.’

그 예상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저 배를 내게 팔지 않겠나? 내 섭섭지 않게 쳐 주지. 카락급 편대를 짤 정도

로.”

“에이. 해적에게 편대가 왜 필요해요. 상인도 아니고. 그저 빠른 배 한 척이

면 되지.”

리안은 웃으며 말했다.

“보통 꼬마는 아니구나. 껄껄.”

해적의 본질이다.

우르르 몰려다녀 봐야 표적만 될 뿐.

그저 빠르게 다니며 약탈을 하는 것이 백배 났다.

“용병으로 참전해 크게 벌 수도 있지 않느냐. 바다는 늘 분쟁이 끊이질 않는

곳이야.”

해적은 공공의 적이지만, 국가나 영지 간의 전투에서 용병이 될 때도 있다.

“나중엔 적만 늘어나겠지요.”

“크하하. 탐나는 꼬마야. 내가 십 년만 젊었어도. 그렇다면 다른 제안을 하지.”

“들어는 드리죠.”

‘하는 걸 봐선 살려도 드리고.’

리안은 느긋하게 앉아 우유를 한 모금 삼켰다.

“이번에 스랑 제국과 잉글슨 왕국이 한바탕 할 것 같아.”

“용병으로 영입하는 건가요?”

“어차피 너희도 스랑 제국의 배를 빼앗았으니 나쁜 제안은 아닐 거다. 나는

잉글슨 왕국에게 의뢰를 받았다.”

스랑 제국과 화해는 물 건너갔다.

이번 해전에서 스랑 제국의 배를 줄인다면, 리안 측도 나쁠 것이 없지 않겠느

냐는 말.

“몸값이 좀 센데, 괜찮으려나 모르겠네요. 그리고 스랑 제국에게 더 큰 분노

를 받고 싶진 않은데······.”

리안의 말에 검은 수염을 기른 자가 고래고래 소리친다.

“건방진!! 피라미 같은 해적단 주제에 어디서!!”

“그만!”

한 손을 들어 그를 저지하는 해적왕 거프.

리안은 얼굴을 붉히고 있는 자를 흘겨봤다.

‘저놈이 폭군 플랑크인가 보네.’

역사대로 흘러간다면 베리에게 목이 썰릴 놈이었다.

화를 내는 와중에도 녀석의 시선이 베리에게 꽂혀 있었다.

참고로 저놈은 소아성애자다.

‘난 귀여우니 더더욱 조심해야지!’

저놈은 남자, 여자아이를 가리지 않는다.

아주 흉악한 놈이다.

“그래서. 얼마면 되겠나?”

해적왕 거프가 딜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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