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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1화 (11/253)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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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의 축복이 육체에 내린 자.

일검으로 나무를 베고 바위를 가르는 규격 외 인간.

이전 시대의 전장에서 홀로 수십, 수백 명을 돌파하며 영웅이라 불리던 자들.

정령 갑옷과 계약할 수 있으며 기사의 자격을 가진 이.

그들을 전사라 부른다.

전사를 키우는 방법은 많다.

국가, 지역, 가문, 체질에 따라 다양했다.

다만, 그 교육법이 아무리 대단해도 타고난 재능만큼은 어찌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재능은 또 어떻게 알아볼까?

교육법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각 문파나 무가마다 요구하는 자질 또한 천차만별.

다만, 모든 무인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이 있으니.

-눈이 좋아야 한다.

물론 동방의 어떤 무투 문파인 ‘이크’는 눈을 가리고 초음파로 눈을 대신하기

도 했지만, 애초에 눈이 보이지 않는 자를 위한 무술이라 그런 거다.

‘이크’의 대종사는 무투 마스터였으며 애초에 태어나길 봉사로 태어났다.

그런 그조차도 이야기했다.

먼저 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재능이라고.

“진짜로 뭔가 보인단 말이지?”

“정말이라니까요. 도련님도 참.”

“역시 SSR+ 처음은 파수꾼부터 시켜 볼까나. 눈을 단련하기 좋으니.”

“네?!”

“보자~ 파수대가 몇 번이었지.”

리안은 주변을 두리번거린 뒤 벽에 걸린 전화기를 들었다.

-131

전화기의 옆에는 각 기관의 번호가 적혀 있었다.

Trrrr~~

몇 번의 신호가 울린 뒤.

-여기는 파수대! 이상 무.

“어. 그래. 나 선장인데.”

군대에 있던 시절을 추억하며 본인을 밝혔지만.

-···네?!

대답이 영 시원찮다.

관등성명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조금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첫술에 배부를 수 있으랴.

“통신 보안. 1시 방향 확인 좀 해 봐요. 그리고 스랑 제국의 깃발을 올리시고.”

***

칠흑 같은 검은 눈동자와 머리카락. 그와 대비되는 하얀 피부의 소녀.

그녀는 뱃머리에서 기도를 올렸다.

“푸른 하늘과 비옥한 땅을 지탱하는 올곧은 여신 탱글이시여. 거짓으로 일관

하는 자를 벌하시고 부디 우리를 올곧게 인도하여 주시길.”

짧은 기도가 끝나자 단검으로 자신의 팔을 베었다.

하얀 팔뚝을 따라 붉은 피가 탐스럽게 뚝뚝.

“기도는 끝났습니까? 세이나 주교님.”

“네. 배려 감사드립니다. 정크 주교님.”

서로 주교라 불렀지만, 믿는 신은 달랐다.

검은 머리 소녀 세이나는 전쟁 신 탱글을 믿는 마지막 고위 사제였다.

그녀가 죽는다면 전쟁 신을 믿는 탱글교는 영원히 단교되거나 오랜 시간 동안

교세를 회복하지 못하리.

반면 노인은 태양 신이자 주신인 쥬를 믿었다.

가장 큰 교세를 자랑하는 종교이기도 했다.

“별말씀을요. 부디 여기의 어린 종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신의 품으로 조용히

떠나 주셨으면 합니다. 그걸 위한 배려이기도 하고요.”

늙은 주교는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불필요한 희생이 나오는 싸움은 말자는 거다.

그냥 알아서 죽으란 말.

“그건 조금 곤란하군요. 우리 탱글교에선 피부가 보라색으로 변한 자들을 사

람으로 보지 않습니다. 올곧지 못한 자는 스스로의 명예를 버린 자. 인간의

존엄성을 잃은 자들입니다.”

주교의 주변으로 피부가 보라색인 사람들이 서 있었다. 아니. 주교 이외에 서

있는 사람은 모두가 보라색 사람이다.

피부색이 정상인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져 차갑게 식어 가고 있었다.

그들은 탱글교의 사제였거나 여객선의 무고한 승객들이었다.

“탱글께선 참으로 잔인하십니다. 이들도 원해서 이리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요. 자유를 포기하지 않고 죽었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가진 채로 신의

품으로 갔겠지요.”

가끔 노예 각인이 실패하는 경우가 있었다.

의지가 강한 자들에게 잘못 각인을 하는 경우엔 죽어 버릴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노예로 길들일 땐 각인 전에 마음을 꺾어 둘 필요가 있었다.

“자결은 죄악입니다.”

“아니요.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죽음을 택하는 것은 투쟁이지요.”

“이러니 우리 성하께서 눈엣가시처럼 여깁니다. 자매께서 여기 계시는 이유이

기도 하지요.”

“그대의 교황은 거짓된 자로군요. 간이고 쓸개고 내어 줄 것같이 하더니 쓸모

가 없으니 이렇게 살인멸구를 행하다니. 어찌 신의 대리라고 하는······.”

쥬교의 교황은 대성전을 위해 탱글교를 끌어들였다.

전쟁을 선동하고 명분을 만드는 것은 어떤 교보다 뛰어나니.

과격한 교리에도 꽤 많은 귀족들이 후원했다.

“살인멸구라니요.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탱글교는 사라져선 안 되지요. 타락

한 탱글교를 정화하기 위해 안배를 두셨습니다. 자매님의 동생 말이지요.”

늙은 주교의 말에 세이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의 동생을 살려 둔 것이다.

아마 꼭두각시가 되겠지.

여기에 있는 노예들과 다를 바 없이.

그것은 곧 배교다.

“감히! 내 동생을!! 늙은 네 모가지를 탱글 님께 가는 길에 선물로 꺾어 갈

것이다.”

소녀의 팔뚝에서 흘러내려 바닥에 고인 피가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빛은 역행해 소녀의 팔뚝을 타고 상처까지 물들기 시작했고 이내 눈과 머

리까지 새하얗게 변했다.

이제 그녀의 모든 것이 순백으로 덥혔다.

옷에 묻은 주인 모를 붉은 피를 빼고는.

슈우우욱!!

소녀는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빨라졌다.

전쟁의 신을 믿는 고위 사제답게 전투에도 능했다.

“막아!!!”

늙은 주교의 일갈에 전투 노예들이 소녀에게 달려든다. 그러나.

샤샤샥!! 투두둑.

몸통을 잃은 머리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파도에 배가 흔들릴 때마다 방향을 바꿔 가며 굴렀다.

타르르르르~

점점 굴러다니는 머리의 숫자가 늘어나 소리가 요란하다.

여린 손에 쥔 단검으로 이런 현상을 만든 것이 신비롭고 놀라울 따름.

그러나 늙은 주교는 여유로웠다.

오히려 죽어 가는 사람들을 물건 취급했다.

“쯧. 하나에 돈이 얼마인데.”

그는 천천히 소녀에게 멀어져 선실 근처의 계단에 걸터앉아 경전을 펼쳤다.

따스한 햇볕이 잘 드는 곳이다.

마치 쥬신이 품과 같이.

그는 경전을 가까이하는 신실한 종교인이었다.

챙!! 스가각! 푸슈슈슈,

한쪽에선 피를 뿜어 대고 있는데, 한쪽에선 경전을 읽고 있으니 참으로 대비

되었다.

그러나 이 대비도 곧 끝날 것이다.

아무리 소녀가 전쟁의 신 탱글교의 고위급 신관이라도 다수의 전투 노예들 앞

에선 한계가 있었다.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노예가 되기 전 일정 이상의 무예를 익힌

자들이었다.

전투 기계가 된 자들.

“하아··· 하아··· 탱글 신이시여.”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탄식했다.

몸속의 피와 함께 점점 신성력이 고갈됨을 느끼고 있었다.

어지러워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제발··· 제발······.

그녀는 빌었다.

이대로 자신이 죽는다면. 이대로 동생을 방치하게 된다면. 그녀의 동생은 이

단아가 된다.

그러나 이곳은 땅의 모양이 ‘⌟’자로 꺾인 곳이다.

해안을 따라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항해하면 거리가 멀었다.

파도가 거칠어도 대각선을 가로질러 운항할 수밖에.

정확히 정해진 항로는 없었다.

다시 말해 다른 배를 마주치기 힘든 곳.

그럼에도 그녀는 간절했다.

그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날 구해 준다면 그자의 말을 탱글 님의 말씀 다음으로 여기리라.

그녀의 간절한 기도가 닿았을까?

“주. 교. 님. 스. 랑. 제. 국. 의. 배. 가. 접. 근. 하. 고. 있. 습. 니. 다.”

완전히 각인에 침식된 노예의 말투에서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고 뚝뚝

끊겼다.

그런 노예를 향해 경전을 읽는 것을 방해받은 늙은 주교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을 방해받다니. 참으로 화가 나는구나. 통신을 준

비하거라.”

***

“선장. 저놈들 은근히 피하는군? 밀무역선이라도 되는 건가?”

항법사가 해도를 보며 말했다.

노골적이게 꼬리를 말고 도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은근히 멀어지는 조류에 배

를 맡기고 있었다.

“호오~ 스랑 제국의 국기를 보고도 저런단 말이지?”

원래 고잉미샤호는 스랑 제국의 군함.

당연히 그들의 국기를 달고 있었다.

보통은 적대적이지 않은 군함을 본 배들은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국가가 달라도 언제 도움을 받을지 모르니.

안면을 익히고자 가까이 스쳐 지나가며 눈인사라도 하는 것이 정상.

“서··· 선장. 통신이 들어왔는데?”

마법사가 빛이 들어오는 수정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서클은 겨우 2서클이지만, 의외로 통신구는 잘 다뤘다.

통신구를 다루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연결해 봐요.”

삑.

-쥬의 은총이 가득하길. 루머 직할령의 주교 정크라고 합니다.

직할령의 주교?

결코 낮은 지위가 아니다. 그리고 정크. 정크··· 정크. 어디서 들어 본 이름.

‘아!!’

그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으니.

‘추기경이잖아!’

교황을 뽑는 투표권이 있는 자.

그런데, 정크는 처음부터 추기경이 아니었다.

‘원래는 이단 심문관이었다지.’

그는 큰 공을 세워 공석인 추기경의 자리 중 하나에 임명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전쟁의 신!!!’

듣기로는 게임 초반부에 마지막 남은 전쟁의 신 주교를 피살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도 바다 위에서.

-교국에 급한 일이 있어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급히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말이 되지 않는다.

발견되기 직전까지는 유유히 바다 위를 부유하다시피 항해하는 그들이었다.

특정한 방향 따위는 없었다.

지금 와서 바쁘다고?

“쥬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본인은 스랑 제국의 최신 쾌속함 고잉미샤호의 함

장 리안이라고 합니다.”

-목소리가······.

“큼큼. 아.아. 죄송합니다. 제가 감기가 걸려서. 콜록. 콜록. 그리고 제 목소

리가 좀 앳되긴 합니다.”

감기가 걸리면 목소리가 갈갈해야 정상일 텐데··· 오히려 어려 보일 정도로

맑고 고왔다.

-음··· 이상한 감기로군요.

잠시 뜸을 들이는 주교.

그런데, 그 뒤로 옅은 소리가 섞여 있었다.

챙!! 챙!!! 쇠 부딪히는 소리.

배가 최신이다 보니 마법 통신 기구의 성능이 좋아도 너무 좋은 탓에 작은 소

리도 증폭시킨 것으로 보인다.

담당 마법사의 통신구 다루는 솜씨도 좋았고.

‘전투?’

보통이라면 그냥 잡소리로 지나쳤겠지만.

‘대박!! 대박이다.’

아직 전쟁의 신 주교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저희는 스랑 제국의 사령부의 명령으로 범죄자를 탐문하고 있습니다.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 배에는 그런 범죄자가 없습니다. 부디 우리 배에 걸린 깃발을 보시고 쥬

님의 뜻을 이행하는 늙은 사제에게 조금의 아량을 부탁드립니다.

검문을 못 하겠단 소리다.

깃발에서 풍기는 신성력으로 봐서는 최소 주교급.

“꼬맹이. 그냥 가는 게 어때? 아무리 다른 신을 믿어도 사제를 털어먹는 건

찝찝해한다고.”

해적만큼 미신을 잘 믿는 족속들이 어디에 있으랴. 그러나.

“흐흐. 못생긴 부선장 아저씨. 의사도 의사지만, 사제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갑자기 무슨 사제.”

배에 사제가 있다면, 선원의 사기 유지에 도움이 된다. 그것도 아주.

거기다가 그들은 의사를 대신할 수도 있는 고급 인력.

둘 다 있으면 금상첨화지만······.

어쨌든 그들을 배에 태우는 것은 매우 까다롭다.

”어떤 정신 나간 사제가 해적선에 타?! 바다의 신이라면 모를까. 저놈들은 태

양 신을 믿는 종교쟁이라고!”

“바다의 신 말고도 해적선에 타는 걸 감지덕지할 그런 정신 나간 종교가 있기

는 있죠. 흐흣!”

“도대체 무슨······.”

또 저 이상한 웃음이다.

부선장의 상식으론 리안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또 그동안의 결과는 좋았다.

“보급품 중에 스랑 제국의 군복 있죠? 그거 입히세요.”

“후··· 알다가도 모를 꼬맹이군. 일단 그리 지시해 놓도록 하지.”

부선장을 두 손을 들었다.

“이거 일이 너무 잘 풀리는데··· 어디서 밀짚모자 하나 구해야 하나······.”

“꼬맹이. 밀짚모자 따위를 어디다 쓰게?”

그 말에 뜬금없이 외쳤다.

“난!!! 해적왕이 될 거야!”

갑작스런 외침에 다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또. 또. 큰일 날 소리. 헤브리디스 제도에서 그딴 소리를 지껄였다간 어린애

라도 모가지가 날아갈 거다.”

“흐흐흐. 말이 그렇다는 거죠. 자. 갑시다. 우리의 군종관님을 모시러!”

고잉미샤호는 정체불명의 교국 선단을 향해 힘차게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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