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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8화 (8/253)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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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었다.

상황이 너무 급격하게 흘러가다 보니.

“하하. 잊고 있었습니다. 선장님을 납치할 당시 함께 있었던 시녀였습니다.”

“혹시 다른 인물들은요?”

“수행 기사가 한 명 있었는데, 전투 중 죽었습니다. 대기사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군요.”

리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 보니 잡혀 오기 전 자신의 수행원은 꼴랑 둘이 전부.

백작위 계승자임에도 너무 초라하다고 해야 하나.

아마 외가 쪽에서도 큰 기대하지 않은 것이겠지.

그만큼 레온 백작가의 현 상황은 개판이란 말이었다.

“이쪽으로 불러 주세요.”

“알겠습니다.”

세바스가 손가락으로 딱! 하고 소리를 내자 그녀가 이쪽으로 끌려왔다.

그녀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도련님.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어요. 죽기 전에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아아

아······.”

뭔가. 위화감이 살짝 드는 듯한 표정과 말투.

보통은 펑펑 울거나 겁에 잔뜩 질려야 정상 아닌가······.

나이도 리안 자신과 그다지 차이 나 보이지는 않았다.

발육 속도야 여아가 더 빠르니.

“저희가 따로 손을 대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세바스가 다급히 변명을 했다.

어린아이는 조금만 학대해도 정신이 나가 버리는 경우가 있으니.

여자아이의 정신이 이상해 보이니 해명을 할 수밖에.

그런데, 해적 선원 하나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세바스 님. 그래도 우리 꼬마 선장님보단 정상 같은데······.”

“듣고 보니 그렇네. 이 아이와 선장님의 표정이 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머리 색도 비슷한 것이 같은 핏줄이 아닐까요? 살짝 정신이 이상한 것

도······.”

해적 선원들은 이상한 논리를 펼쳤다.

리안은.

너네들이야 말로 정신이 나간 것 아닌가?

이것들이 누구와 비교를 하는 거야?!

라는 표정을 짓고선 살짝 모자라 보이는 소녀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자신과 마찬가지로 붉은 머리.

아일리 섬의 귀족인가?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곳의 귀족들은 의외로 붉은 계통의 머리카락이 많으니.

다만 어두운 와인색인 리안과 달리 소녀의 머리는 아침과 함께 타오르는 역동

적인 태양 빛을 닮았다.

확실히 하얀 피부에 손끝이 상하지 않은 걸 봐선 하녀가 아니라 귀족 출신의

시녀로 보였다.

시녀를 수행원으로 붙여 줬다는 말은 외가 쪽 또한 백작가 이상이란 말이다.

시녀를 고용할 궁전이 있는 것은 백작가부터이니.

“이름이 뭐였지?”

“샬롯 베리예요!! 나중에 백작이 되면 첩으로 삼겠다 하셔 놓고. 힝~ 너무하

세요. 매일 놀리기나 하시고.”

볼이 빵빵해지며 삐친 표정을 짓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말이다.

참으로 천연스럽다. 아니. 그냥 바보인가?

어쩌면 이런 걸 백치미라 부를지도.

그녀의 미소를 보고 있자면 따라서 헤실헤실 웃고 싶지만··· 리안은 결코 웃

을 수가 없었다.

“살롯?!! 베리?!! 처어업?! 첩이라고?!”

충격과 공포.

이 빌어먹을 꼬맹이가 과거에 무슨 약속을 한 건지.

“소녀도 정부는 바라지 않아요. 세 번째 첩으로도 만족하지만요. 흐흣.”

그녀는 해적에게 양팔을 붙잡힌 상태에서도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일처제가 기본이지만, 계승 백작부터는 세 명의 첩을 둘 수 있다.

이는 계승법과 관련해 여러 정치적인 문제가 섞인 결과물이다.

“농담이에요~ 헤헷. 첩으로 안 삼아 주시면 조금 섭섭하겠지만.”

섭섭? 무슨 그런 섬뜩한 말을.

절대 저 천연한 얼굴에 속아선 안 돼.

해적 여제 샤로트 베리.

소드 마스터이자 영웅 등급 SSR+

진정한 핵과금러들을 위한 영웅.

한때 핵과금 유저들에게 요상한 리세마라 열풍을 불러일으킨 원흉이기도 했다.

게임 방식 자체가 독특해서다.

싱글 게임을 플레이하고 엔딩을 보면 보상을 받는다.

그 보상들로 PvP를 하기도 하고 다음 싱글 게임을 더 수월하게 진행이 가능하다.

싱글 게임에서 더 많은 보상을 받으려면 게임을 길게 끌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

그럼에도 핵과금 유저들은 그녀를 얻는 데 실패하면 과감하게 게임 오버를 하

고 다시 플레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더 사악한 것은 한 번 얻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온전한 캐릭터를 해금시키기 위해서는 조각을 얻어야 하니. 이 짓을 계속 반

복해야 한다는 것.

게임 회사에선 그걸 보고선 좋다고 관련 유료 상품들을 쏟아 냈다.

물론 리안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그런 그녀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

그보다 저런 SSR+급 영웅을 첩으로 삼는 건 좋은 거 아니냐? 라고 할 수 있겠

지만······.

그녀는 절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다른 의미로 말이다.

-내게 반했다고? 목숨이 두 개인가 보군.

그녀의 게임 속 대사이다.

그저 그런 게임 캐릭터의 대사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매우 섬뜩하다.

그녀는 자신과 동침한 수백여 명의 남자들의 목을 댕강! 잘라서 헤브리디스

제도에 있는 항구의 입구에 장식했다. 눈에 띌 정도로 화려하게.

사이코패스처럼 보일지는 모르나.

바로 거기서 그녀의 대단함을 알 수 있다.

왜냐면······.

사실 그녀는 해적 중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인물이기 때문이

다. 해적 섬의 창녀도 해적으로 쳐 준다면 말이다.

무슨 말이냐면 해적 섬의 창녀가 해적들의 고향 헤브리디스 제도의 지배자가

되었다.

-난 명예로운 해적이야. 은혜를 알거든.

또 다른 대사다.

그녀라고 해서 모든 남자를 죽이지는 않았다.

단, 열여섯 명.

그들은 사지 중 하나만 잘렸을 뿐이다.

목숨 대신이라 하면 싸게 친 것일지도.

그녀가 아무것도 모르는 창녀 시절에 검술이나 각종 필요한 지식을 이것저것

가르쳐 준 손님들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대단한 걸 가르쳐 준 것은 아니다.

E급도 안되는 능력치를 가진 자들이 가르쳐 봤자지.

단지 샤로트 베리, 그녀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치는 천재였을 뿐.

자. 여기서 더 소름 돋는 것은? 그녀의 검술적 재능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먼 훗날 자신과 동침한 남자들을 모조리 아니 대부분 ‘찾아내어 죽였다.’라는

것이 포인트다.

그녀는 수백 명의 손님을 하나하나 기억했다. 실로 괴물 같은 암기력이다.

거기다가 기회가 올 때까지 참는 인내심도 있었다.

힘을 얻은 뒤 탈출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힘을 기르며 오랜 시간 창녀로 있었

으니.

한편으로는 동침한 남자들을 모조리 죽여 버린 것도 이해가 가기도 했다.

기억력이 그 정도로 좋다면, 고통 또한 쉽게 잊히지 않았겠지.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간에게 망각이란 축복일지도······.

“도련님?!”

“우아악!!! 미안. 잘못했어!! 용서해 주세요······.”

“네?”

“아니야. 큼.”

그녀가 부르는 소리에 놀라 나자빠질 뻔했다.

‘서방님은 특별히 천천히 잘라 드릴게요. 한 점. 한 점.’이라고 말하며 해맑

은 미소로 사지를 자르는 걸 상상해 버렸다.

“푸··· 풀어 주세요. 세바스 아저씨.”

“알겠습니다.”

세바스의 표정은 그렇게 좋지는 않아 보였다.

‘진즉에 죽였어야 하는데.’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졌어도 어린아이는 어린아이.

지인이 주변에 남아 있다면,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에.

“이 아이를 건드리지 않게 선원들을 주의시켜 주세요.”

‘죽고 싶지 않다면.’

샬롯이 동침한 남자들을 모두 죽인 것이 대한 이유는 가설일 뿐이다.

찝찝한 것은.

-사랑해 줄게. 영원히.

그저 애정 어린 저 대사 때문이다.

그녀는 해적왕이 된 이후에도 동침한 남자들을 죄다 죽였으니.

만약 과거의 고통이나 복수심 때문이 아니라 그냥 특이한 성벽일 뿐이라면?

원래부터 정신적으로 조금 아픈 아이라면?

건드리는 순간 머리가 잘려 장식되는 미래가 내정될 뿐이다.

“그것도 알겠습니다. 선장님의 애인을 건드리는 간 큰 놈들은 없을 겁니다.”

‘아니라고!!’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세바스와 선원들은 고개를 살짝 숙인 뒤 후다닥 물러갔다.

선원들은 분주했다.

정리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런데··· 해적들이 왜 도련님을 따르는 거죠······?”

‘그걸 이제서야 궁금해한다고?!’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설명을 하자니······.

“그건······.”

“그렇군요!”

아직 설명도 하지 않았는데? 뭘 알았다는.

“도련님의 귀여움을 저들도 깨달았군요!”

그걸 말이라고······.

“도련님의 몸속에는 위대한 지고왕의 푸른 피가 흐르지요. 우연히 초대 지고

왕님의 어릴 적 초상화를 본 적이 있는데, 분명 도련님과 무척이나 닮았었어요.”

커다란 눈이 햇빛에 반사되어 보석처럼 반짝였다.

뭐야? 저딴 걸로 납득?

잠깐. 지고왕이라면··· 머지않은 과거에 멸망한 아일리 왕국 왕을 부르는 이

름이다.

리안 자신의 외가가 백작가임이 확인 사살이 되었다.

지금 아일리 섬에 남은 백작들은 모두 과거 5대 왕국의 소왕 그러니까 지금으

로 치면 공작의 후손이나 다름이 없으니.

지고왕과 소왕들이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서로 피를 섞었다.

귀족 사회에선 흔한 일이다.

“생각해 보면 나쁘지 않네. 아주 좋아!”

지금은 한 평의 땅뙈기도 가지지 못했지만, 아일리 섬 그 자체에 명분이 생겼다.

힘만 가진다면, 합법적으로 왕이 될 수 있단 말이다.

거기다 당장 백작위를 획득하지 못한다 하여도 레온 백작령에 대한 압박 명분

도 있다.

압박 명분을 가지면, 해당 땅을 실효지배하는 순간 백작위를 인정해 주는 전

통법이 있다.

그 전에 넘어야 할 산이 많겠지만.

“네?! 지금이 좋은 상황인가요?”

“당연하지. 미래에 군단장도 눈앞에 있고 말이야.”

그녀는 소드마스터임과 동시에 통솔력 또한 사기급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먹고. 무럭무럭 자라거라. 샬~롯!”

“원래부터 도련님보다 키는 더 컸는데요?!”

샤로트는 뭔가 불만이라는 표정으로 볼을 빵빵하게 만들었다.

“더 클 거다. 분명.”

지금 얼굴 그리니까 실물과 게임 일러스트는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몸은 빈약했는데, 성인이 된 그녀의 몸은 어마무

시해진다.

동안 얼굴에 역동적인 몸.

그런 걸 베이글이라고 부르는 건가?

뭔가 조금 바보 같기도 하고 천진난만한 것 같기도 해서 해적왕과 절대 어울

리지 않았지만.

유저들의 인기 투표에서 절대로 5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는 마성의 캐릭터이기

도 하다.

물론 남녀로 엮이는 것은 피해야겠지만.

설마 섭섭하다고 죽이지는 않겠지······??

싸늘하다.

솨아아아!!

바다에는 여전히 상어들이 득실거렸다.

가끔 첨벙거리며 섬뜩한 물소리가 들렸다.

저기 저 상어들보다 무서운 여인이 내 부하다.

무섭지만, 든든하기 짝이 없다.

거기다가 그녀의 충성스러움을 확인하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리아아안!!! 설마 이대로 다 죽일 생각은 아니지?!”

백작 부인이다.

시끄러우니 재갈도 물려 놓으라 했는데, 풀렸나 보다.

여자라고 조금 느슨하게 묶어 놓은 모양.

급기야.

투다다닷!!

그녀가 달려왔다.

느슨하게 묶인 것은 빌어먹을 재갈뿐이 아닌가 보다.

“도련님! 미친 여자예요. 제가 막겠어요. 이야아압!!”

누가 누굴 보고 미친 여자라는지. 라는 생각도 전에 샤로트가 백작 부인에게

달려들었다.

당연히 기대를 했지만.

“꺄아아악!”

너무 허무하게 저 멀리 날아가 버리는 가냘픈 소녀.

“샬롯!!”

성인은 성인이었다.

샤로트도 지금은 그저 그런 꼬맹이 여자아이밖에 되지 않았다.

“젠장!”

리안은 급히 레이피어를 앞으로 내밀고 작동시켰다.

푸욱!

칼날이 백작 부인의 허벅지를 관통했지만.

“꺄아악!! 더러운 꼬맹이가!!!”

백작 부인은 고통을 참고 리안의 머리채를 잡았다.

그녀의 손에는 작은 과일이나 깎을 법한 작은 단도가 쥐어져 있었다.

어린아이인 리안에겐 그것조차 위협적이었다.

“끄응!”

옆에 둔 마권총을 잡으려 했지만, 팔이 짧아 닿지 않았다.

꼬맹이인 것이 이렇게 서러울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게임 오버라고?!

하긴. 이 게임은 어이없게 게임 오버 당하기로 유명한 엿 같은 게임이긴 했다.

각종 암살부터 사냥터에서 사슴뿔에 받혀 죽기도 했다.

심하면 술을 먹고 계단에서 굴러 떨어 죽기도 했고.

현실판이 되었는데도 변하는 게 없네.

“서··· 선장!!”

주변에 있던 해적들이 급히 몰려왔다.

화르르!!

그때 그녀가 단검을 든 손에 화염이 일어났다.

놀라 단검을 놓쳤다.

“선장을 구해라.”

“떼어내!!”

“빨리.”

“뭐가 이리 힘이 세!!”

선원들이 급히 그녀를 리안에게서 떼어냈고.

“이 미친년이!!”

“감히. 우리 선장을.”

“아오. 졸지에 선장을 또 잃을 뻔했네.”

일반 해적 선원들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들도 리안이 없으면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퍽!! 퍽!!! 퍽!!

백작 부인은 선원들에게 마구잡이로 구타를 당했다.

“꾸에에엑!!”

처음에는 반항하는가 싶더니 역시 매에는 장사가 없나 보다.

몸을 새우처럼 마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선자아앙!!! 괜찮아?”

통신을 담당하는 마법사가 어리버리하게 달려와 물었다.

어찌나 허겁지겁 뛰어왔는지 코에 대충 걸친 작은 안경이 삐뚤어져 있다.

“아오! 저 여자 묶은 게 누구야?!”

리안이 소리치자 선원들이 시선을 피했다.

해적 주제에 포박도 제대로 못 했다는 것은 자격 미달이란 말.

돛으로 움직이는 범선이 아니지만, 바다에선 매듭을 묶을 일이 많다.

“죄송합니다. 선장님. 저희 잘못입니다. 그보다 이년을 당장!!!”

고참으로 보이는 해적이 즉시 사죄를 했다.

대충 보니 백병전으로 갑판장이 죽은 터라 저 고참병이 대신 일을 처리하는

모양.

“됐어. 그만해요. 그러다 죽겠네.”

보는 눈이 많다.

백작 부인이 죽으면 곤란하다.

친족 살해자라는 오명을 씔 수도 있다.

그걸 최악의 죄악으로 여기는 종교가 많다.

물론 같은 피가 흐르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명목상 어머니였다.

죽여도 해군들이 없는 데서 죽여야 한다.

“아씨. 그냥 얌전히 있었으면 알아서 풀어 줬을 건데.”

독기가 장난이 아니다.

저 여자를 그냥 풀어 줬다간 레온 영지에 악질적인 소문이 퍼질 가능성이 백

퍼센트다.

나중에 해적들을 이용해 계승 전쟁을 할 생각이라 그 소문이 독이 될 것이다.

영지를 다스리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고. 다른 귀족들에게 명분을 줄 확률이

높다.

“환장하겠네. 마법사 아저씨.”

“어··· 어. 그래. 선자앙.”

“치료해 줘요.”

“읭? 진짜로?”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구타를 좀 당했다고 죽겠느냐만, 사람은 어이없게 죽기도 하니.

“선장이 그러라고 하면. 뭐. 다만 손등은 마법에 당해서 흉터가 남을 수도 있

어. 내가 의사는 아니라서.”

“상관없어요.”

겨우 2서클에 불과하지만, 마법사는 마법사.

그는 손가락 크기의 플라스크를 꺼내 반은 그녀에게 먹이고 반은 손등에 뿌렸다.

“꺄아아악!!”

마법에 당했으니 쉽게 아물지 않을 거다.

거기다 상당히 아플 거다.

마취와 같은 것은 전문 의사가 아니면 힘들다.

더군다나 마법사는 겨우 2서클에 불과하다.

“무슨 해적선에 의사도 없나.”

“얼마 전에 감기로 죽었어.”

“아니. 무슨······.”

황당해서 어이가 없었다.

의사라고 감기에 걸리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여유가 생기면 빨리 의사부터 구해야겠네.”

이 엿 같은 게임은 구르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

이것저것 갖춘 중반이면 모르겠지만, 별 되지도 않는 요상한 이유로 뒈질 수

도 있다.

“꼬맹이!! 출항 준비가 끝났다. 그보다 뭐야. 저년은 왜 저러고 있는 거야?

출항 전에 바다의 신께 산 제물이라도 바치려고?!”

다가온 부선장의 말에 쓰러져 있는 백작 부인이 꿈틀댔지만, 선원들에 의해

단단히 포박된 상태였다.

“그냥 좀 일이 있었어요. 저 여자는 감옥에 처박아 놓으세요. 영지를 찾을 때

까진 데리고 다녀야겠네.”

“알겠습니다! 선장!!”

고참 해적이 그녀를 끌고 갑판 아래로 내려갔다.

덕분에 갑판 위는 조용해졌고 모두의 시선이 리안을 향했다.

리안은 예전부터 해 보고 싶은 말이 있었다.

밀짚모자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큼. 큼!! 출항이다. 짜식들아!!!”

“우오오오오!!!”

그 외침에 해적들이 응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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