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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4화 (4/253)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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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친!!! 쥐인짜 성콩해차나.”

앞니가 없는 화포장이 흥분했는지 발음이 심하게 샜다.

카논포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갔던 이유.

그것은 매우 간단했다.

꾀어 내기 위해.

해군은 시간을 들여서 안전하게 해적선을 제압하려고 했다.

아무리 화력이 약한 갤버포라고 해도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

운이 나쁘면 부유실에 맞을 수도 있다.

아까처럼 선교를 때릴 수도 있고.

결국. 시간이 지나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

상대의 생각을 고쳐먹게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후 최선의 수는 역장탄을 쏴서 상대의 마나 엔진을 잠시 먹통으로 만드는

방법밖에 없는데······.

문제는 역장탄을 맞힌다 해도 다가갈 때쯤 되면, 회복해서 도주해 버린다는 것.

애초에 보유 수량도 적은 역장탄을 맞힌다는 보장도 없고.

그렇기에 선택한 것이 약을 올려서 꾀어 낸 다음, 거리를 좁히고.

포가 아닌 대전사를 이용해 적선에 직접 역장탄을 붙인 것이다.

이후 백병전이 일어날 테지만, 3명의 기사가 이탈해도 병력의 우위로 밀어붙

일 수 있으니.

특히 해적은 하나하나가 실전을 많이 겪은 정예들이다.

“아오. 씨발. 뒈질 뻔했네.”

귀여운 외모를 한 꼬마의 입에선 상스러운 말이 나왔다.

땀으로 앞머리가 미역처럼 이마에 달라붙은 것만 봐도 얼마나 힘들었음을 짐

작할 수 있으리라.

“걸레짝이네. 걸레짝이야. 아호······.”

꼬마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너덜너덜해진 배를 감상했다.

정통으로 맞은 것이 없음에도 이랬다.

역시 카논포의 위력은 대단했다.

“뭐 해! 아저씨들. 빨리 넘어가!!! 무기가 없으면 주방에서 국자라도 들고 튀

어 가라고!!”

꼬마는 만족하지 않고 배 전체와 연결된 통신관에 외쳤다.

해적들은 그 말에 호응해 줬다.

와아아아아!!!

고함을 지르며 적함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타다다다당!

콩 볶는 소리가 이어졌다.

마나석을 충전시켜 특수한 쇠 구슬을 발사시키는 마총 소리였다.

소리의 진원지는 당연히 해군 쪽이 아니라 해적 쪽에서다.

그럴 것이 해군은 무려 마나 역장을 세 발이나 맞았다.

마나총 또한 역장탄의 영향을 받는다.

먹통이 된 마총을 재장전을 해야 하는데, 그들의 결속력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베테랑 병사들도 많았지만, 아직 배에 적응이 되지 않았는지 신병처럼 어리바

리를 탔다.

이래서 환경이 중요하다.

“뭐 해요! 아저씨들은 안 갑니까?! 저쪽은 정규군이에요. 지금 어린아이 고사

리손이라도 빌려야 한다구요.”

그 말에 선교에 있던 모두가 꼬마에게 황당한 시선을 꽂았다.

그럴 것이 진짜로 그 고사리의 손을 빌린 게 그들이니.

“호오~ 예쁘네.”

꼬마는 진짜로 뱉은 말을 지킬 것인지 죽어 있는 선장의 허리에 꽂힌 마권총

을 빼어 들었다.

파괴력, 정확도, 사거리, 연사 속도. 모든 측면에서 일반 마총에 비해 떨어지

지만, 휴대성이 좋다는 점 하나로 더럽게 비싼 녀석이다.

“뭐 합니까?! 갑시다. 여기 아저씨들도 해적이니 한주먹 할 거 아니에요?”

그걸로 모자라 들기도 힘든 커틀러스를 들었고······.

스윽.

해적 선장의 해골 그림이 그려진 모자를 썼다.

너무 커서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다들 선장 말 안 들을래요?”

그 말에 다들 주섬주섬 무기를 챙겨 들고 꼬마의 뒤를 따랐다.

그극. 그그극.

꼬마는 근력이 약한지 커틀러스를 제대로 들지 못하고 바닥에 끌며 걸어갔다.

길지 않지만, 옆면이 넓어 은근히 무거운 검이다.

영락없이 해적 놀이를 하는 꼬마의 모습.

“귀족 아이들은 원래 저리 겁이 없나?”

“시체를 봐도 아무렇지 않아 하잖아.”

“그것도 모자라 선장의 무기를 챙겼어.”

선원들이 수군거리며 뒤를 따랐다.

사실 이것은 그리 놀랄 것이 아니다.

으으으.

꼬마는 속이 울렁거렸지만, 참았다.

선장의 시체는 포격에 제대로 맞아 처참했다.

이것은 현실이 아니다. 이것은 현실이 아니다. 나는 게임 속으로 들어왔다.

결코. 이것은 현실일 리가 없다.

속으로 미친 듯이 주문을 외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정신이 붕괴해 버릴 것이니까.

현실인지 게임 속인지 분간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일단 살아남고 봐야 한다.

이건 재앙과도 같았다.

눈앞의 재앙은 일단 피하고 보는 것.

바닷가에서 바닷물이 빠르게 밀려가는 것을 봤다면, 생각하지 말고 높은 곳으

로 달려야 한다.

곧 거대한 해일이 올 테니.

어떤 멍청한 놈이 그 자리에서 해일의 원리를 분석하며 있겠는가.

재앙은 인간의 힘으로 막지 못한다.

피하지 못한다면, 즐기기라도 하자.

챙!! 챙!! 탕~앙~ 탕탕탕!!

밖은 요란했다.

뱃머리가 서로 대각선으로 붙은 상태.

그곳에선 이미 백병전이 일어났다.

와아아아!!

그것도 잠시.

쪽수와 준비성에서 해적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태였고 순식간에 적선으로

뛰어넘어 갔다.

“굳이 우리도 가세할 필요가······.”

그때 코 위에 작은 안경을 걸친 마법사가 중얼거렸다.

“에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저씨는 마법사잖아요.”

“겨우 2클래스다만······.”

“그 정도면 대기사와 대등하게 싸우진 못해도 서포터는 할 수 있겠네요. 어

어!! 저기! 저기~! 빨리.”

“어어어업!!”

갑자기 다그치자 마법사가 놀라서 어버버거리다가 급히 ‘그리스’를 사용했다.

덕분에 해적 전사와 싸우던 기사가 살짝 휘청거렸고. 그 틈에 해적 전사는 기

사의 뚝배기를 날려 버렸다.

꼬마는 알지 못했다.

그 기사가 자신의 영지 소속의 기사인지.

“아~! 랭킹 101위의 이 엄청난 지휘력. 그래. 그 똥손 핵과금러들이 이 세계

에 떨어졌으면 꿈도 못 꿀 일이지. 암. 그렇고말고. 스킵밖에 할 줄 모르는

그놈들과 비교하는 게 웃기지.”

꼬마는 싱글벙글 웃으며 앞으로 전진했다.

그 헛소리에 뒤따르는 마법사와 항법사.

“랭킹 101위? 핵과금? 스킵?”

도대체 저 꼬마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저기. 항법사님. 저거 귀족 용어인가요?”

“원래 저 나이 때는 이해 불가한 말이나 행동을 하기도 하니까. 심기를 거스

르지 말자.”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저 꼬마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겠지.”

군함의 갑판 위에는 꽤 많은 해군 병사들이 고기가 되어 널려 있었다.

붉은 액체가 바닷물 위로 흘러내렸다.

-끄아악!! 의무병······.

-살려 줘··· 아악!

-흐어엉. 여기서 죽고 싶지 않아.

그게 아니라면 아직 살아서 울부짖는 이들.

-항복. 항복······.

-반항하지 않겠소.

겨우 일부만이 멀쩡하게 무기를 버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첨벙!! 첨벙!!!

그때 배 옆으로 욕지거리를 하며 배 위로 기어오르는 남자가 있었다.

“아!!오··· 씨부··· 러······.”

“부선장이나 돼서 농땡이나 부리고. 쯧. 안 되겠네요.”

꼬마가 혀를 찼다.

“빌어먹을 꼬맹이 놈. 네놈 때문이잖아. 그 무거운 역장탄을 들고 기껏······.”

“선장에게 말하는 본새가 영~ 아니네요. 못생긴 아저씨.”

“누가 선장이라는······.”

“배만 가져다 붙이기만 하면 이 몸이 선장이라면서요. 못! 생! 기! 고! 기억

력이 나쁜 부선장 아저씨.”

생쥐 꼴을 한 부선장은 눈을 끔뻑였다.

그런 말을 한 적이 분명 있다. 뭔가 홀린 느낌으로.

“그게··· 그러니까······.”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선장과 조타수가 죽은 지금 올몬드 해적단은 와해 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조타수와 선장을 대신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을 만든 것이 꼬마라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선장과 조타수가 살아 있었더라도 불가능한 일을······.

“일단 급한 일 먼저 처리부터 하고 이야기하죠. 아직 이 배의 함장이 잡히지

않았어요.”

정령 갑옷을 입은 함장이 저 멀리 배 꽁무니까지 밀려나 분투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거의 반쯤 포위 된 상태였는데, 조만간일 것 같다.

정령 갑옷이 무적은 아니다.

“음. 내가 직접 잡아 오지.”

“그건 부하들에게 맡기고. 선교를 아직 장악 못 했으니 부선장 아저씨가 직접

가서 한 놈도 빠짐없이 잡아 와요.”

***

자신만만하던 함장이 선교를 밖으로 나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쿵~ 하는 커다란 충격 이후 마총이 발사되는 소리가 들렸다.

타다다탕!!탕!탕!!

갑작스러운 소란에 케네이나 레온 백작 부인의 손에 들린 부채가 바닥으로 떨

어뜨렸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철컹!

선교의 문이 열리며 해적 무리가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승자 특유의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떤 이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을 들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자니 정신이 아득히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모두 끌고 나가!!”

해적 중 하나가 외쳤고 선교에 있는 승무원들은 속절없이 끌려나갔다.

저항하기에는 쪽수의 차이도 심했고. 제대로 무장을 한 사람은 부함장밖에 없

었다.

“꺄아아악!!”

멍하니 오돌오돌 떨기만 하던 백작 부인은 그대로 머리끄덩이가 잡혀 해적에

게 끌려갔다.

“호오~ 이런 배에 귀부인이라니.”

“놔!! 놓으란 말이다. 내가 누군지······.”

퍽!!!

해적은 다짜고짜 백작 부인의 배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배를 맞은 부인은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을 느꼈다.

“이제 조용해졌네. 흐흐. 이런 미녀라니.”

“언제는 황금 돌고래 점원이 세상에서 제일 이쁘다며!”

“그야. 그건 다른 쪽으로 미녀고. 흐흐.”

해적 하나가 음흉하게 웃자 누런 이빨이 들어났다.

언제 양치를 했는지 악취가 스멀스멀 퍼진다.

“아··· 안 돼!! 내가 누군지······.”

“고년 참 시끄럽네.”

퍽!!

다시 배를 가격하는 해적.

백작 부인은 바닥에 그대로 꼬꾸라졌다.

“시발. 선장이 선교에 있는 것들을 빨리 잡아 오라고 했었는데······?”

“그 꼬맹이가 언제부터 선장이라고?”

“몰라. 간부들이 죄다 가만히 있는 걸 봐서는 인정한 것 같기도 하고······.”

나자빠진 백작 부인을 보고 두 해적이 잠시 고민하는 사이.

“뭣들 해! 얼간이들아.”

“부선장! 살아 계셨소?! 마지막에 바다로 꼬꾸라지길래 뒈졌는 줄 알았더만.”

역장탄을 붙이고 도주하던 중 재수 없게 역장탄에 휘말려 정령 갑옷이 해제되

어 버렸다.

덕분에 지금 생쥐 꼴을 한 상태.

“미친놈들. 평생을 물질을 했는데, 물에 빠져 뒈질 리가 있나.”

“어휴. 상어는 뭐 하나 몰라. 저 인간 안 물어 가고······.”

“뭐라고?!”

“하하. 아니요. 부선장이 살아 돌아올 줄 알고 이렇게 길들여 놨수다.”

바닥에는 백작 부인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새로 나타난 남자는 두 해적보다 훨씬 더 사나워 보였다.

“나··· 나는 레온 백작 부인이다. 풀어 준다면······.”

“뭐라는 거야. 끌고 와!! 선장이 데려오란다.”

부선장은 뒤돌아섰다.

귀에 들어간 물이 들어갔는지 머리 한쪽을 톡톡 치며 멀어졌다.

꺄아아악!!

결국 백작 부인은 머리끄덩이가 잡혀 갑판으로 끌려갔다.

그곳의 중심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난간에 걸터앉은 앙증맞은 꼬마.

“리··· 안!?”

레온 백작령의 최우선 승계자 리안 레온.

앙증맞은 녀석의 머리에는 어디서 주워왔는지 해적 모자를 쓰고 있었다.

‘저 여자가 나를 아는 모양이네. 내 이름이 리안인가?’

꼬맹이 리안은 시야를 가리는 해적모를 슬며시 올렸다. 그러고는 적당히 아는

척 대사를 날려 줬다.

“여기서 만나네요.”

“다··· 당연히. 어머니 된 입장에서 자식을 구하러 온······.”

“그런 것 치고는 대포가 너무 정직하게 날아오던데······.”

“그건 내가 아니라··· 저기 저자가 멋대로!!”

백작 부인이 손가락을 가리킨 곳에는 해군 함장이 포박된 채 있었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선장. 어떻게 할 거냐. 다 죽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몸값을 받기엔 상대

가 너무 거물이야······.”

부함장이 쩔쩔매며 리안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가 쩔쩔매는 이유는 자신의 머리로는 도저히 답이 없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조타수라도 살아 있었더라면 모를까.

“음······.”

리안은 고민에 빠졌다.

이 정도까지 일을 벌였다면, 틀림없이 귀족가의 후계 문제다.

제국의 함선까지 끼어 있다면, 최소 백작가 이상.

이제야 이해가 갔다.

원래 게임을 시작하면, 백작으로 시작한다.

게임 시스템 자체가 백작령 이상급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내가 후계 1순위인가 보네.’

아무래도 백작 작위부터 챙기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교전은 어쩔 수 없었던 일이고. 일단 영지로 돌아가 상황을 보고······.”

그때 백작 부인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리안! 너에게 속았구나!! 우리가 속았어.”

딱 봐도 높아 보이는 해적 간부(부선장)가 리안에게 지시를 받는다.

백작 부인의 눈에는 리안이 해적을 매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우리가 네놈을 해적에게 납치 의뢰를 하게 만든 것이 네놈의 짓이 아니더냐!

외가에서도 제대로 취급을 못 받는 놈이 유능한 모략가라도 둔 모양이구나.”

리안은 제발 그 유능한 책사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 백작 후계자라면, 누군가 보좌를 하고 있었을 텐데······.

왜 깨어났을 땐 혼자였을 까?

“내 더는 후계 문제에 끼어들지 않으마. 너를 백작으로 인정하겠다. 그러니

이만 풀어 다오.”

백작 부인은 방금 전 자신을 끌고 온 해적들을 보았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며 급히 말을 이어 갔다.

“그리고 케르시안을 불러 줬으면 하는구나. 믿지 못하겠지만, 그에게 잡은 약

점을 너에게 양도하마. 그의 충성을 받으면 쉽게 백작위를 계승할 수 있을 거

다.”

“케리시안?”

“레온 백작령의 무관장 말이다! 너도 계승을 제대로 마치려면 그가 필요할 것

이 아니더냐.”

“케리시안. 케리시안. 케리시안······.”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인데······.

“잠깐! 레온?!”

“그래. 승계를 위해 바다 건너온 게 다 레온 백작위를 승계하기 위해서······.”

“씨발.”

‘좆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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