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만시간 무과금러가 해적으로 살아남는 법-1화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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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걱끼걱 나무 비틀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바닥에선 찰싹거리는 물소리와 악취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당황할 새도 없이 다시 한번 끼걱이는 소리와 함께 한쪽으로 몸이 쏠린다.

뭔가 잘못되어도 확실히 잘못되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이곳은 자신이 자던 방이 아니다.

침대가 아닌 이질적인 바닥.

끼이익! 쿵!!

다시 크게 땅이 기울어지며 문이 열렸다.

열린 문으로 빛이 환하게 쏟아져 들어왔다.

여긴 어디일까?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이리 요란한 걸까?

심장이 뛰고 몸이 떨렸지만, 일단 열린 문밖으로 나갔다.

펑!! 펑!!!

뭔가 터지는. 이어서 쏟아지는 물보라 소리에 놀라 몸을 움츠렸다.

동시에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퍼즐이 맞춰졌다.

나무로 된 복도.

삐걱거리며 이리저리 기울어지는 느낌.

대포 소리.

설마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상황이 너무 공교롭다.

잠들기 직전까지 한 게임에서도 전함이 등장했다.

바다와 육지를 넘나드는 부유함.

“진짜··· 아니겠지.”

라고 뱉는 순간 심장이 쿵쾅거리며 아찔함을 느꼈다.

잠시 찾아온 고요. 그 사이 묻어 나온 목소리가 변성기도 지나지 않은 아이의

것이었기에······.

“미친. 아~아~ 진짜 애새끼 목소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임에 들어 올법한 상황은······.

“아······!”

있다. 그런 일이 있기는 있었다.

헤비 과금러들에게 대판 깨진 뒤 낙심하며 그냥 지껄인 말.

화가 나기 보단 부러웠다.

-아. 금수저로 태어나고 싶다.

라고 말하며 잠이 든 것.

겨우 그걸로 게임에 빙의를 했다고?

말이 안 되지만 이미 사건은 벌어졌다.

일단 급한 것은 ‘왜?’ 따위가 아니라. 상황 파악 먼저.

입고 있는 옷을 내려다보니 재질이 좋았다.

이곳이 게임 속인지 아니면 그냥 이세계로 빙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금수저는 확정.

삐걱. 삐걱.

계단을 올랐다.

맨발인 것은 조금 신경 쓰였지만, 돌아가 신발을 챙길 여유 따위는 없었다.

함포 소리가 나는 걸 봐선 전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선교⌟

낯선 문자지만, 읽을 수 있었다.

끼이이익~!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선교 안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선장님!! 어떻게 합니까? 큰 건수라더니만. 이게 뭐요.”

“시펄 놈들. 왜 다짜고짜 공격하고 지랄이야!”

“협상이고 뭐고. 다 수장시킬 모양이요. 저건 경고 사격 따위가 아니라니까.”

“선장!! 빨리 냅다 튑시다!”

내용만 들어도 대충 상황 파악은 끝났다.

금수저에게 빙의한 것은 좋은데, 왜 하필 이딴 상황인지.

소설처럼 집사나 아니면 어여쁜 시녀가 상냥하게 깨워 주면 안 되는가?

“아니. 저 애새끼는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모르겠습니다. 방금 포격으로 자물쇠가 망가진 게 아닐까요?”

상황이 생각보다 더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선장이 쓰고 있는 모자에 떡하니 해골 모양이 박혀 있다.

귀족 옷을 입은 꼬맹이의 복장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추론되는 것은 납치 또는 유괴.

펑!!!

그때 선실 한쪽이 터져 나갔다.

삐이이-

여파로 이명이 귀에 울렸다.

실눈을 떠 보니 방금 성을 내던 선장은 피떡이 되어 있었다.

그 외에 절반에 가까운 인원들도 바닥에 뻗어 있다.

콜록! 콜록!

역한 광경과 방금 충격으로 구역질이 올라왔다.

“인생 되는 게··· 콜록. 하나도 없네.”

빙의한 지 몇 분 만에 죽게 생겼다.

이럴 거면 빙의를 시켜 주질 말든가.

펑!! 펑!!

저쪽은 기필코 이쪽을 침몰시키겠다는 의지로 계속 공격했다.

명중률이 형편없지만, 이대로라면 조만간이었다.

“제기럴. 선장도 뒈졌고. 조타수도 뒈졌어! 콜록. 콜록.”

“그럼. 부선장님이 조타를······.”

“미친놈아. 해병대 출신인 내가 이걸 어떻게 몰아! 너 이 새끼 항법사잖아.

빨리 키 잡아.”

“저번에 내가 키 잡았다가 배 뒤집힐 뻔한 건 기억 안 납디까? 다 같이 물귀

신이 되고 싶은 거라면 뭐.”

높아 보이는 두 놈이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조타를 잡지 못하는 부함장과 항법사.

괜히 해적이 아니었다.

[선장! 여기 함포실인데, 어떻게 합니까?!!]

[여기 부유실에 물 새요!]

[해병 대기실인데. 어떻게 해! 빨리 선장. 싸워 말어?]

선교와 연결된 금속관들에서 명령 하달을 요청했다.

명령을 내릴 선장은 이미 뒈져 버렸지만, 저들은 알지 못했다.

“항복해도 소용없겠지?”

“저놈들 죽자고 쏘는데, 아마도 저 꼬맹이 놈 때문인 것 같은디··· 씨벌. 그

러니까 귀족들 일에는 끼지 말자니까.”

“그럼. 저놈을 넘기면······.”

“그래도 다 죽을 거요. 애새끼 뒈진 걸 우리에게 씌울 생각인 것 같으니까.”

상황이 대충 정리되었다.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접수 완료.”

앙증맞은 목소리.

선교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래서. 조타수만 있으면 된다. 이거죠?"

코피를 닦으며 조타석 쪽으로 향했다.

꼬마의 미소는 어딘가가 뒤틀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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