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1002번째 로그라이크 헌터(18)>
“아, 아… 아, 아파……!”
이브는 벽력같은 싸대기를 풀 스윙으로 처맞고, 반쯤 넋이 나가버렸다.
지켜보던 나도 엄청나게 당황했다.
‘X발. 뭐야. 뭔데.’
무의식중에 손찌검이 나가서 그랬냐고?
아니다. 차라리 그랬으면 이렇게까지 당황 안 했다.
방금 싸대기. 절대 내가 때린 거 아니다.
“야. X발 외계인 조카년아.”
그 순간, 싸대기를 날린 당사자가 이브를 불렀다.
흠칫. 나와 이브가 동시에 그쪽을 쳐다봤다.
“너 수아 애새끼라며. 그럼 이것도 알고 있지?”
강서윤이다.
그녀가 어느새 우리 지척까지 걸어와, 서슬 퍼런 목소리로 으르렁대고 있었다.
덥석! 강서윤의 손이 이브의 새하얀 머리채를 우악스럽게 잡아당겼다.
“아! 아아! 이, 이모! 아파! 아파……! 아프다고!!”
이브는 마구 발광해 서윤의 손을 뿌리쳤다.
그녀가 식식대며 강서윤을 노려본다. 특유의 와인처럼 일렁이는 붉은 눈이, 순간 요사스러운 안광을 뿜었다.
“이이… 때, 때려? 이모, 이모 주제에! 내 뺨을 때렸다 이거지?!”
“보면 모르냐 병신아? 한 대 조졌다. 왜.”
“뭐야! 대체 뭐냐고!! 아빠한테도 맞아본 적 없는데! 어딜 감히!!”
짜아아악!!
재차 심하게 찰진 타격음. 이브의 고개가 아까와 반대 방향으로 꺾인다.
왼쪽 뺨에도 풀 스윙. 추가타를 얻어맞은 것이다.
“오냐. 그래서 이건, 끝까지 참아낸 네 애비 몫이다, 개새꺄.”
태연하게 손을 털며 내뱉는 강서윤.
이브가 퉁퉁 부은 양 뺨을 부여잡고, 입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붉은 눈동자에 빠르게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으… 으욱, 흐에에엥……. 뭐, 뭐야. 뭐냐고……!”
“울어? 뭘 잘했다고 처울어, X발 X같은 외계인 년아. 으응?”
강서윤은 자비 없이 다시 손을 뻗었고.
우지끈! 이브의 머리채를 재차 잡아챘다.
“으, 꺄앗!”
이브가 아찔한 탄성을 흘리며 허우적거렸다.
두 사람의 거리가 한껏 가까워졌다. 강서윤은 속삭이듯이 이브에게 말했다.
“나도 수아도, 어렸을 때부터 엄마한테 반항 한 번 해본 적이 없거든? 왜 그런지 알아?”
“아아아! 아파! 이모, 아프다고! 머리! 머리 놔아……!”
“우리 엄마가 존나게 무서운 사람이었어. 사람 말이 안 통하는 건 개새끼지 애새끼가 아니래. 그런 애들은 줘 패야 말을 듣는다네.”
“으, 으으……!”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응. 실제로 내가 그 덕에 많이 얌전해졌으니까.”
“히이잇!”
강서윤이 담담하게 중얼거리는 말에, 자기 미래를 직감했음인가.
이브는 겁을 잔뜩 먹고 상체를 한껏 움츠렸다.
“이, 이모! 일단, 내 말 좀!”
“족까, X발아. 넌 정용이 말 듣기나 했어? 아니잖아.”
“…으, 으으!!”
“아무렴 잘만 들어줬으면, 넌 지금 안 처맞겠지. 지 애비도 몰라보는 호로 썅년 같으니.”
무지개 반사를 당해버리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지는 이브.
슬슬 코너에 몰린 이브가 안쓰러워지는 한편. 솔직히… 사이다 한 페트 원 샷 한 통쾌함을 느끼는 내가 있다.
‘…팝콘 마렵네.’
흥미진진해져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여까지 와서 내가 개입할 각도 안 나오겠다. 나는 본격적으로 좌판 깔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마침 강서윤의 압박이 절정에 달해가고 있었다.
“너. 내 동생 딸내미 자처한다며. 그렇지?”
“그… 아, 아니. 그게……!”
“그럼 너도 이제 알아둬야지. 응? 우리 집안에서. 아버지한테 그렇게 버르장머리 없이 개기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 뒤는 강서윤답게 말보다 행동이 이어졌다.
빡, 빠악! 빠박!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훈계와 계도의 탈을 쓴, 무자비한 구타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브는 자지러지는 비명을 터뜨렸다.
“꺄아아앗! 그, 그만! 그만해애! 어, 엄마, 엄마한테 이를 거야!!”
“그래 보던가! 똑같이 보고 컸는데, 어? 수아라고 다를 거 같냐?! 방금 너 새끼 바락바락 개기는 꼴 봤으면! 좀 더 패서 사람 새끼 만들라 그러겠지!!”
“으아아아앙!”
머리를 맞고, 등짝을 맞고, 볼기짝을 팡팡 얻어맞는다.
이브는 결국 저항도 포기한 채 꺼이꺼이 울다가, 불현듯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헛, 숨을 한 번 들이키더니.
“…빠아.”
울먹이며 쥐어짜 내듯 중얼거린다.
내가 홀린 듯이 한 발짝 다가가는 순간. 이브가 고개를 퍼뜩 치켜들었다.
“아빠아아아!! 도와줘어어어!!”
눈물 섞인 우렁찬 포효가 쏟아졌다.
전에 없이 엄청난 성량에 놀라길 잠시.
“그래. 알겠다.”
쓴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구경은 여기까지다. 나는 그제야 강서윤의 체벌을 말리기 시작했다.
“강서윤, 그쯤 해라.”
“놔봐! X발!”
처음엔 강서윤이 다크나이트를 자처한 줄 알았다.
우리 사이를 좋게 만들기 위해, 없는 설정을 붙여가며 악역을 도맡은 거라고.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할 때가, 나한테도 있었다.
“아니, 서윤아. 잠깐만…….”
“놔 보라니까! 이런 X발, 버르장머리 말아 처먹은 X발놈의 애새끼!”
그런데 본격적으로 말리려고 보니, 웬걸.
강서윤은 진짜로 그냥 화나서 달려든 것뿐이었다.
“이럴 때 반쯤 죽여 놔야 돼! 그래야 사람 된다니까?!”
“이미 3분의 2는 죽였다. 슬슬 그만하는 게…….”
“야 이 X발 한정용! 네가 그렇게 깝칠 때마다 오냐오냐해 주니까, 애새끼가 이렇게 개새끼가 되는 거야! 알아?! 네 잘못도 있다고!! 반성해, 개새꺄!!”
“…….”
얼굴을 붉히며 식식대는 서윤이를 보고서야 깨달았다.
그래. 내가 대체 무슨 터무니없는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강서윤이 그렇게 생각이 깊을 리가.’
강서윤의 행동 원리는 지극히 단순했다.
이브가 나한테 말대꾸하는 꼬라지가 너무너무 화난 나머지. 눈이 헤까닥 돌아가 버렸다.
던전 생물이고, 위험인물이고 나발이고. 자기 교육 철학대로 애를 훈계한 거다.
“후우… 허억, 헉. 너… 이 새끼. 다음에 또 걸리기만 해.”
“으윽, 후윽! 흐에에엥……!”
한참의 시간을 들여 가까스로 사태를 진정시켰다.
아직도 강서윤은 내게 양팔을 붙들린 채, 이를 바득바득 갈았고. 이브는 그런 내 품에 안겨 펑펑 울고 있었지만.
어쨌든 일단, 이브가 가정폭력(?)에 계속 노출되는 것은 저지해냈다.
‘잠깐. 그러면.’
심적으로 여유가 생기자, 문득 강서윤이 외쳤던 말이 떠오른다.
‘수아라고 나랑 다를 것 같아?’ 분명 이런 말을 했었는데.
‘그 얘기도… 진짜라고?’
강서윤과 같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수아다.
그녀도 방금 같은 일이 생기면… 주저 없이 사랑의 매를 드는 건가, 언니인 강서윤처럼?
아님, 저것보다도 더 격렬하고 다이내믹하게?
“쓰읍.”
잘 모르겠다.
전생에도 관련 데이터가 없으니 사실 확인은 불가. 별로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나의 강수아는 그러지 않아.
“…….”
“…….”
“…….”
어쨌든 좀 많이 과격하긴 했지만.
의외로 강서윤의 충격 요법은 성능이 확실했다.
“…….”
“…….”
“…….”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우리는 침묵의 행군을 했고. 이브는 내 소매를 꼭 붙잡은 채, 한시도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
그리고 전에 없이 강서윤을 두려워했다.
“…야. 왜 자꾸 야리는데, 존만아.”
“히이이!”
눈만 마주쳐도 거의 경기를 일으키는 수준.
그 두려움만큼 이브는 나를 더욱 의지해 왔다. 찰거머리처럼 내 옆구리에 밀착해서, 강서윤에 대항할 방패로 내세웠다.
“…아빠.”
“왜 그러냐. 이브.”
“미, 미안해. 어제, 내가… 잘못했어. 말이 심했어.”
“……?”
그리고 마침내. 나는 이브의 사과까지 받아내는 쾌거를 이룩했다.
기쁘거나 후련하기보단, 일단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뭔 바람이 불어서.”
“갑자기가 아냐. 내 말을 듣고 이모가 엄청나게 화냈잖아.”
“그랬지. 좀 심하게 화냈지.”
“아무 상관도 없던 이모도 그렇게 화를 냈는데. 사실 아빠도 엄청나게 화나는 걸 참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단 말이야.”
격렬했던 공포와 분노가 식어 드니, 현자 타임 비슷한 것이라도 온 것인가.
이브는 한껏 어른스러운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그러냐.”
“응. 그러니까, 미안해. 아빠.”
“미안하다니. 뭐가 말이냐.”
“그냥… 화낸 것도 그렇고, 심한 말한 것도 그렇고.”
“아아. 그거.”
“있잖아. 내 말들, 절대로 진심은 아니었어. 앞으로는, 절대 그런 나쁜 말은 안 할게. 약속할게, 아빠.”
생각보다 스무스한 화해 무드에 한 번 놀랐고.
생각보다 이브가 성숙하고 깊은 사유를 하고 있어서, 한 번 더 놀랐다.
“…흐.”
결국은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힘없이 웃었다.
졸지에 생긴 외계인 자식새끼랑 별짓을 다 해보네.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 나도 미안했다. 이브.”
“으응. 우리, 화해하는 거야?”
“특별히 화해해 주지. 이번만이다.”
“치, 뭐야! 잘난 체는! 히히.”
서윤이와 수아의 어머님.
난 당신의 지랄 과격한 교육 방침에 동의하진 않는다.
하지만 질풍노도의 외계인 애새끼에 한해선, 당신이 옳은 걸지도 모르겠어.
* * *
탕자… 아니, 탕녀가 귀환했다.
화해를 기념하는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딸기우유를 식탁에 산처럼 쌓아 놓은 뒤. 심야가 될 때까지 홀짝거리며, 이브에게 그간의 자초지종을 들었다.
“히히. 그래서, 내가 있잖아……!”
이브는 마치 주점에서 모험담을 푸는 모험가처럼, 신나서 이야기를 늘어놨다.
그녀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요약하면 대충 이렇다.
첫날은 나가자마자 정처 없이 걸었다.
멀리서 보이는 뾰족한 탑이 전에 봤던 기억이 나서, 그 뒤론 그곳을 목표로 걸었다.
그 멀리서 보인 뾰족한 탑이 바로 남산 타워다.
‘전에 봤다’라고 함은, 전번 생의 7차 게이트 붕괴 때를 말하는 걸 테다.
호중천의 까마귀들.
놈들을 죽이는 과정에서 남산 타워를 내 손으로 무너뜨렸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무일푼 이브가 남산 타워 전망대에 입장한 방법도 규명되었다.
대단한 이유는 아니었다. 입구에서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더니, 보다 못한 한 중년 신사가 대금을 대신 내주고 갔단다.
“세상 뭐, 아직까진 살 만하구만.”
“…엥? 갑자기 뭔 소리야, 아빠?”
“그냥. 혼잣말이다.”
어쩌면 살 만한 것도 미남 미녀 한정일지 모른다.
냄새나는 한정용 아저씨가 안절부절 서있었어도, 그 양반이 대금을 내줬을까? 내 생각은 좀 다른데.
아무래도 이브의 독특한 외모와 빼어난 미색이 한몫을 톡톡히 하지 않았나 싶다.
“에… 음, 아 맞다! 그리고, 이상한 아저씨들이 와서! 내 몸도 막 만지고 갔다? 으으, 지금 생각해도 소름 끼쳐!”
간담이 서늘해지는 썰도 흘러나왔다.
X발 몸을 만지고 가? 머릿속 포돌이 포순이가 요란한 사이렌과 함께 총출동한다.
여기는 나도 놀란 나머지, 이것저것 세세히 추궁했다.
“…이상한 아저씨들이라니. 구체적으로 어떤.”
“어떤? 으으음, 아빠. 어떠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돼……?”
“대략적인 인상착의. 생김새 같은 거 말이다.”
“음. 그러니까… 일단 다들 우락부락했고? 남자였어. 아, 여러 명이 몰려다녔고! 시커먼 옷을 입고, 나이대는 다들 제각각이었어.”
“…….”
“날 막 더듬으면서, 자기들끼리 뭐라고 막, 말을 중얼거리는데… 내가 막 싫다고, 하지 말라 그래도 있지? 여러 명이서 내 팔다리를 붙잡더니……!”
“그만. 거기까지.”
점입가경.
갈수록 크리미널 스멜이 솔솔 나다 못 해 진동을 한다.
‘이건, 좀… 직접 봐야겠군.’
원래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조사할 생각은 없었다.
근데 상황이 약간 심각해졌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스킬 발동: 사이코메트리]
이브가 입은 원피스에 황급히 사이코메트리 스킬을 발동한다.
구우웅! 육중한 마력의 울림이 뇌리를 후려쳤고. 이내 섬광 같은 장면들이 머릿속을 속속들이 스쳐 지나갔다.
“으음.”
순간 띵하게 진탕하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나는, 복잡미묘한 한숨을 슬쩍 내쉬었다.
“그래. 대충 알겠다.”
이브의 짤막한 모험을 꼼꼼히 훑어본 결과. ‘이상한 아저씨들’의 정체는 알아냈다.
그래서 좋은 소식이 하나. 그리고 나쁜 소식이 하나씩 생겼다.
‘일단 내가 우려하던 그 상황은, 아니긴 한데.’
무뢰한들에게 희롱을 당한 건 아니다.
‘이상한 아저씨들’은 양복을 차려입은 일련의 남성들이었다.
시커먼 차를 타고 나타나 단숨에 이브를 둘러싼 뒤, 이브의 말마따나 몸의 이곳저곳을 면밀하게 검사했다.
‘그래. 그건 검사였다.’
성적인 의미로 만진 것이 아니다.
놈들은 이브를 검사하기 위해 만진 것이다. 전생에 이세라를 검사했던 내가 그러했듯이.
나는 그 양복쟁이들의 정체를, 분명히 알고 있다.
‘헌터 협회. 감시과 놈들이다.’
스쳐간 면면 중에 한 명.
다행히도 면식이 있는 사람이라 바로 알아봤다.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우드득. 이브 모르게 슬쩍 이를 악물었다.
‘이제 좀 실감이 나는군. 내가 얼마나 안일했는지.’
이브의 외관은 누가 봐도 눈에 띈다.
이건 긍정적인 의미로든 부정적인 의미로든. 둘 다 해당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소녀. 그에 대비되는 요사스럽고 불길한 핏빛 눈동자.
그리고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미색까지.
‘최대한 빨리… 이브부터 회수했어야지.’
아마 누군가가 이브를 목격하고. 즉각 협회에 신고를 넣었던 것이리라.
저 여자애, 엄청 특이하게 생겼는데. 혹시나 던전의 생물… 몬스터가 변장한 건 아닐까?
그런 당연하고 합리적인 의심을 한 거다.
‘X발, 무사히 잘 돌아왔으니 망정이지.’
솔직히 성추행범 이상으로 아찔한 상황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협회 감시과들이 여러 장비를 동원해 검사한 결과… 이브는 그대로 방면되었다.
그래서 무사히 나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검사기엔 일단, 확실히 인간으로 뜹니다. 팀장님.”
“그래……? 확실해?”
“확실함다. 세 번이나 돌려봤는데, 결과 똑같습니다.”
“허어. 내 감이 틀렸나… 딱 봤을 때, 이건 몬스터 빼박이다 싶었는데.”
“그러게 말임다. 그냥 던전 질환 같은 거였나 봅니다.”
이건 이브가 언급했던, ‘남자들이 자기들끼리 중얼거리는 말들’의 전문이다.
인간으로 판명. 협회 공식의 검사기에도 이브는 분명 인간으로 취급되었다고 한다.
정말로 그녀는… 던전의 통상적인 ‘몬스터’가 아니었던 것이다.
‘현자의 눈이 잘못된 게 아니었다. 이거지.’
여독과 썰 풀이에 지친 이브는, 직후 쓰러지듯이 잠들었다.
그러나 나는 한동안 그러지 못했다. 착잡한 심정으로 잠든 이브를 빤히 쳐다봤다.
“…모르겠다, X바.”
이내 나도 한숨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많은 일들이 있어서 피곤한 하루였지만 정신은 어느 때보다 또렷했다.
‘준비는 끝났어.’
일단은 내일 있을 3차 붕괴를 막아낸다.
그리고 그다음엔, 본격적으로 오원태와 함께 이브의 조사에 들어갈 거다.
“이제… 뭐라도 나오겠지.”
진인사대천명.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젠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나와야지. 뭐라도.”
밤은 점점 깊어간다.
이브에 대한 의문도 한층 더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