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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번째 로그라이크 헌터-66화 (66/235)

66화

<1001번째 로그라이크 헌터(52)>

살아있는 이세라를 업고 금의환향(?)했다.

레드스컬과 한바탕 푸닥거리를 벌이는 동안, 날은 꼴딱 새서 이미 다음 날 아침을 넘어 한낮을 보는 시각.

당연히 수아도 잠에서 깨어있는 상태였다.

“오빠아! 어, 어디 갔었어요! 일어났는데 저밖에 없어서, 저! 얼마나 무서웠……!”

수아는 울먹이며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가, 이내 우뚝. 내 등에 업혀있는 이세라를 눈에 담고 모든 행동이 정지했다.

“…오랜만이네요. 수아 씨.”

태연하게 미소 짓는 이세라.

그런 그녀를 본 수아의 반응은…….

“오빠!! 이, 이 썅년! 이 개년이 왜 여기 있어요?!”

경악. 그리고 엄청난 분노와 경계였다.

썅년에 개년이라. 수아의 입에서 엄청 오랜만에 욕이 나왔다.

회귀를 반복한 내 체감으로는, 거의 몇 년 만에 들어본 느낌이다.

“…정용 씨.”

이세라가 내게 슬쩍 눈짓했다.

내려달라는 기색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등에서 내려줬다.

처척. 당당하게 걸어간 이세라가 강수아와 대치했다.

“…….”

“…….”

이세라는 특유의 차분한 표정.

반면 수아는 적대감 어린 시선을 잔뜩 쏘아 보내고 있었다.

긴장과 적막이 주점에 감돌았다.

“잠깐, 여자끼리 대화 좀 할까요? 수아 씨.”

먼저 말문을 튼 건 이세라였다.

수아는 흠칫 한 발짝 물러섰고, 이내 코웃음 치며 고개를 팩 돌렸다.

“하! 우, 웃겨. 내가 왜요? 당신 같은 인신매매범이랑 단둘이 대화라니. 미쳤어요? 또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는데!”

“아… 참, 그랬었죠. 그러네요.”

그제야 이세라도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인신매매 같은 거짓말을 왜 해가지고 일을 피곤하게 만드냐. 물론 회귀 경력 1천 번인 나조차 일이 이렇게 될 거라곤 꿈에도 몰랐다만.

“둘이 진득하게 얘기나 나누고 있어라, 난 이브랑 놀아주고 있는다.”

어쨌든 나는 이브를 번쩍 들어 어깨에 짊어졌다. 그리고 주점 입구로 유유히 걸어갔다.

어엇. 수아가 당혹스러워하며 내게 손을 뻗었다.

“오, 오빠! 정말 나가요?! 이, 이 여자랑 저만 두고?!”

“그래. 나는 있어 봐야 방해만 될걸.”

“아니, 오빠! 이 개년이 또 험한 짓이라도 하면 저는……!”

“절대 그럴 일 없다, 수아야. 이것만큼은 내가 장담할게.”

“하, 하지만……!”

“나를 믿어, 그리고 나를 믿는 너를 믿어라.”

“…또 뭔 개소리예요, 그게.”

수아가 볼을 잔뜩 부풀리며 볼멘소리를 꿍얼거린다.

어떻게 명대사로 비벼보려 했더니, 개소리인 걸 단박에 간파해 버리는군.

‘아 몰라.’

난 이제 모른다. 이세라가 해놓은 거짓말이니, 이세라가 결자해지하겠지.

어차피 난 입 열어봐야 재앙만 몰고 온다 이거야.

“…한 시간쯤 지나고 다시 온다.”

나는 수아를 향해 손이나 흔들어 줬다. 건투를 빈다는 의미였다.

끼이익, 덜컹. 닫히는 출입문 너머로, 수아의 불안한 표정이 천천히 사라져 갔다.

“아빠아!”

불쑥. 어깨에 널려있던 이브가 날 올려다본다.

기대에 찬 시선이 한껏 쏟아졌다.

“나랑 놀아주려고? 응?”

나갈 구실로 적당히 내뱉었던 거였는데, 그건 또 귀신같이 들었네.

귀찮아질 각이 보여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빠아! 놀아줄 거야? 응? 으응? 으으응?”

“…뭐, 그래. 어차피 시간 때워야 하니까, 같이 산책이라도 가자.”

“우햐! 좋아! 아빠랑 산책! 나도 좋아!”

이브가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기쁨을 표출한다.

그래도 나랑 논다고 저렇게 기뻐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기대에 부응해 줘야겠다는 의무감은 든다.

계단을 올라 지상에 도착했다. 나는 이브를 지면에 사뿐히 내려줬다.

“놀러 가자, 이브.”

“응응!”

파지직! 아공간 인벤토리를 열었다.

내부를 뒤져, 따듯하게 데워놓은 딸기우유 한 팩을 이브에게 건넸다.

“헛……?”

이브가 화들짝 놀라서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 얼떨떨하게, 마치 신의 선물처럼 우유를 공손히 받아들었다.

“삐, 삥크맘마! 그것도, 따듯한 삥크맘마다!”

“먹어라, 상이다.”

“헤에? 아빠아… 나, 상 받을 짓 했어?”

답지 않게 눈치를 살살 보는 이브.

당장이라도 딸기우유를 먹고 싶어 안달 난 듯한데, 꼴에 머리가 좀 굵어져서인지 자제심이란 게 탑재된 모양이다.

피식. 입가에 쓴웃음이 생겨났다.

“했지, 이번에 아주 중요한 일을 해줬다.”

“으응… 그런가아? 나, 나는 잘 모르겠는데에.”

“어쨌든 먹어도 된다. 어른이 주면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받으면 되는 거야.”

시즌1463417413호 꼰대 멘트 발사.

물론 이브는 딸기우유를 허락받아서 헤벌쭉할 뿐이다.

“으응! 히히, 역시 아빠가 최고야!”

딸기우유를 단숨에 뜯어 꼴깍꼴깍 마셔대는 이브.

한참을 들이킨 이브가 우유 팩에서 입을 떼고, 숨을 몰아쉬었다.

“푸하아! 후으으……!”

이브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고의 행복을 거머쥔 모습이다.

저대로 열반에 들어 승천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

“가자, 산책.”

“응응! 헤헤.”

아무튼, 나는 이브를 데리고 거리를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으휴우. 춥다아, 추버, 아빠!”

“그렇구나.”

12월도 벌써 중순이다.

어제부터 내리던 비는 그새 그쳤지만, 오히려 비 그친 후라 그런가 공기는 폐를 얼릴 것처럼 싸늘하다.

‘인벤토리 오픈.’

파지직! 인벤토리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후드가 달린 검은 파카 하나를 꺼냈다.

“입어라, 이브.”

“후엥?”

“감기는 모르겠고, 외계인이라도 추운 건 싫겠지.”

꺼내든 파카를 이브의 어깨에 둘러줬다.

이브가 신기한 듯이 입혀진 파카를 쳐다봤고, 이내 내 쪽으로 시선을 올렸다.

“으으음……!”

정확히는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옷 쪽을 보고 있다.

내 외투와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일 것이다.

“와아! 아빠랑 똑같은 옷이야! 똑같애!”

“맞아, 그럴 거다.”

똑같은 거로 인벤토리에 열 벌 정도 있다.

그냥 내가 저 옷을 좋아한다. 그래서 만화 주인공 마냥, 이 시커먼 파카만 줄창 돌려가며 입는다.

“우히히! 나 아빠랑 커플이다, 커플! 으햐아~!”

“대체 어떤 새끼가 그런 말만 골라서 가르치냐, 이브.”

올스탯 만렙의 괴물이라도, 내 신체의 내열성과 방한성은 평범한 인간 수준이다.

물론 불 계열, 얼음 계열 던전을 대비해 내성 증가 스킬은 입수해 놨다. 근데 날씨 춥다고 그 스킬을 발동시키는 건… 닭 잡겠다고 소 잡는 칼 쓰는 격이지.

‘그나저나 이 주변은… 여전하군.’

나는 을씨년스러운 주변을 둘러보며 가만히 생각했다.

우중충하게 구름 낀 하늘 아래, 우리가 걷는 아파트 단지는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아빠. 엄청 조용해!”

“그러게 말이다.”

“세상에 우리밖에 없는 것 같아!”

“…그러게 말이다.”

물론 우리밖에 없는 건 절대 아니었다.

그나마 덜 무너진 아파트 몇 채에서 드문드문 생체 마력들이 느껴지고 있다. 그사이 전보다 수가 엄청나게 줄긴 했다만.

줄어든 이유야 뭐. 여길 탈출했거나, 자살했거나, 타살됐거나.

제가 사람인데 끽해야 그 셋 중 하나겠지.

“저건…….”

주위를 슬쩍 훑어봤다.

거리의 가로수가 죄다 잘려 나가 있었고, 곳곳에 찌그러진 드럼통과 그을린 자국이 보인다.

‘불 피운 흔적이군.’

연일 영하권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버튼 누르면 난방 되던 시절은 이제 없다. 그로 인한 생존의 발악들이다.

저거야말로 아직 이 거리에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는, 부동의 증거였다.

“으웅. 아빠, 여기 재미없어! 딴 데 가자, 응?”

이브가 지루한 표정으로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왔다.

맞는 말이다. 솔직히 나도 걷기 지루할 정도인데, 애새끼인 이브는 오죽했을까.

“그래, 다른 데로 가자.”

나는 고개를 가만히 끄덕인 뒤. 발길을 반대편으로 옮겼다.

“이번엔 좀 북적이는 곳으로 가보자, 이브.”

“헤에! 북적북적? 기대된다! 얼른 가자, 아빠!”

사람이 북적이는 곳.

단지에서 멀지 않은 번화가로 향했다.

번화가에 들어서자, 이브가 멍하니 탄성을 흘렸다.

“헤에…….”

완전히 망해버린 상가 구획이었다.

연속된 던전 붕괴와 테러의 여파로 박살 난 건물들이 잔뜩, 모두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채 방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까 아파트 단지가 너무 조용했다면, 여긴 너무 시끄러웠다.

“저 새끼 잡아! 죽여버려!!”

“이, X발! 개 같은 새끼들이… 기어이!!”

“꺄아아악! 왜, 왜 이러세요! 그만! 제발 그만해!!”

“이 세상에 구원은 없습니다! 여러분! 모두 이 세상 것들을 벗어던지고, 저희 던전교 선지자들의 뜻을……!”

콰앙! 두두두두!

상가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들려오는 비명과 고함. 파육음과 파쇄음, 폭발음까지.

“저 헌터 새끼 먼저 죽여!!”

“으아아아아!!”

삼삼오오 모인 인원들이, 서로 영역 다툼으로 죽이려 달려든다.

더 강한 세력이 약한 세력에게서 식량과 금품을 빼앗고, 백주 대낮에 겁탈하고, 세 치 혀로 설파하고 현혹해 사람들을 속이려 든다.

“꺄아아아악!!”

“으아아악! 사, 살려줘!!”

“으하하하하핫!!”

아비규환. 지옥도.

그 자체였다.

“야, X발.”

그런 수라도를 태평히 가로지르는 내가 띠꺼워서인가.

나를 향해 누군가 대뜸 욕설을 퍼부었다.

“너희, 거기 애새끼랑 남자. 거기 서봐.”

문득 인근 상가건물에 죽치고 있던 다섯 명의 사내가 어슬렁어슬렁 기어 나왔고, 단숨에 나와 이브를 둘러쌌다.

아마 평소 같으면 귀찮은 소란을 피하기 위해, 재빨리 자리를 이탈했을 거다.

‘이놈들은…….’

하지만 놈들의 어깨에 박혀 있는, 장미와 십자가 모양 문신.

그것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 나는 도망치려던 생각을 고이 접었다.

“너 X발 존나 팔자 좋다, 응?”

“누구 허락 맡고 여기 지나가냐? 우리가 허락해 주디? 이 개새꺄.”

멘트 꼬라지가 딱 엑스트라 시정잡배들이었다.

놈들의 행색을 빠르게 훑었다. 네 명은 각목과 못 박은 배트, 빠루 등으로 무장했다.

다만 중앙의 한 놈, 얘는 아무 무장이 없다.

‘저놈이 리더인가.’

나는 오히려 무장이 없는 그놈을 주시했다.

나를 빤히 쳐다보던 그놈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 듯하다. 놈이 확신을 담아 툭 내뱉는다.

“너 법사류 헌터냐? 연장이 없구만.”

지금 세상에 연장 없이 털레털레 돌아다닌다?

백이면 백, 캐스터계 헌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니나 다를까, 푸화악! 중앙의 남자가 양손을 불꽃으로 휘감았다.

“X발, 그래도 같은 업계 출신의 정이 있지. 야, 가진 것만 다 내놓고 꺼져.”

“…….”

“옆에 흰머리 애새끼는 놓고 가라? 애가 X발, 와꾸 귀염상에 유니크하게 생긴 게, 돈 많은 변태 새끼들이 불티나게 사줄 거 같네. 크크큭.”

남자의 끈덕진 시선이 이브에게 향했다.

이브는 흠칫 어깨를 떨었고, 내 바지를 꽉 붙잡으며 내 뒤로 숨어들었다.

“…흐음.”

나는 그때까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숨을 슬쩍 들이켰다가, 이내 뒤적뒤적. 주머니를 뒤적여 뭔가 꺼냈다.

놈들의 시선이 내 손아귀로 향했다.

“아앙?”

동전. 짤짤이였다.

10원짜리 하나, 100원 세 개, 그리고 500원이 하나.

나는 그것을 손에 쥐고, 척. 놈들의 앞에 대뜸 내밀었다.

“지금 가진 거, 이거밖에 없다.”

“푸허, 허허헛!”

“이거라도 좋으면 가져가라. 갖기 싫으면…….”

푸화악!

곧장 내 머리통으로 화염구가 날아왔다. 나는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얻어맞았다.

“…이 개새끼가.”

사내가 서슬 퍼렇게 욕설을 내뱉는다.

화르르륵. 시뻘건 화마가 내 안면을 감싼 채 거세게 타올랐다.

“X발 좀 좋게 말해주니까, 핫바지로 보이냐? X발아.”

악귀나찰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린 화염계 캐스터. 놈이 씹어뱉듯 중얼거리며 내게 성큼성큼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스킬 발동: 염제의 가호]

아까부터 눈앞에 떠있던 패널을 물리는 한편.

쥐고 있던 100원짜리를 엄지 위에 올리고, 검지로 힘껏 짓눌렀다.

“싫으면 말든가.”

투콰앙!!

엄지를 튕겨 100원을 발사했다.

캐스터 남자 역시, 내 기습에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읏……!”

푸각! 질펀한 파육음이 울린다.

남자의 머리통이 동전에 꿰뚫리는 소리였다.

“끄, 어.”

짤막한 단말마.

철퍼덕. 남자가 바닥에 쓰러졌다.

휑하니 뚫린 뒤통수 안, 시뻘겋게 곤죽이 된 내용물이 얼핏 보인다.

“흐아, 아아아아악!!”

“뭐, 뭐야… X발! 혀, 형님!!”

지켜보던 따까리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놈들이 떨리는 눈으로, 귀신 보듯 나를 주시한다.

“동전 튕기기는 너무 십덕 같았나?”

나는 그쯤에서 농담을 주워섬겼고, 머리를 감쌌던 화염을 손짓 한 방에 걷어냈다.

상처는커녕, 그을린 자국조차 남지 않았다.

“너희들, 던전교 소속이지.”

움찔. 놈들이 일제히 몸을 떨었다.

그 반응만으로도 충분했다. 애초에 어깨의 문신을 본 시점에서 거의 확정이긴 했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너희는 모레다.”

그리고 한마디 남겼다.

아마 놈들은 알아듣지 못했겠지만.

“…모레 보자고.”

이건 사형선고였다.

“가자, 이브.”

“으, 으응.”

이브와의 작은 모험은 끝이 났다.

번화가에서의 해프닝 때문인가, 이브는 꽤 지친 기색이었다.

그녀는 주점 오라클 앞에 와서는, 내가 새로 건네준 딸기우유를 마시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캬하! 역시 집이 최고야, 응!”

그것이 이브의 최종적인 감상이었다.

그렇게 1시간을 어찌저찌 뻐긴 후, 오라클에 돌아온 우리를 반기는 것은…….

“아, 오빠! 왔어요?”

“어, 그래.”

“딱 좋을 때 왔어요! 세라 언니가 우리 먹으라고 과일 화채 만들어 준대요!”

“…응?”

“자, 빨리요! 들어와요! 언니랑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구요!”

그새 친자매마냥 사이가 좋아진 수아와 이세라.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거기에 있었다.

“…….”

잠깐 상황 파악이 안 돼서 멍하니 있었다.

이내 네 사람이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고, 이세라가 준비한 비장의 과일화채를 오순도순 먹게 되었다.

나는 그제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이세라.”

“아, 네?”

곧장 이세라에게 귓속말을 했다.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거냐.”

“예? 마법이요? 갑자기?”

“전에도 그랬었지. 저 까탈스럽고 고집불통인 수아를, 어떻게 한 시간 만에 구워삶았어. 대체 무슨 대화를 나눈 거냐.”

“아… 그거요. 난 또 뭐라고.”

“비법, 제발 비법 좀 알려줘. 부탁한다.”

나름 심각하게, 진심을 담아 물어봤다.

수아의 멘탈 케어는 회차를 가리지 않고 항상 중요한 문제니까.

구워삶는 비법을 알아두면, 당장 다음 회차에서도 써먹을 여지가 엄청 많다.

‘뭐 별게 S급 스킬이냐.’

나한텐 이거만큼 쓸모 있는 실전 스킬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이세라의 대답은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푸흐, 알려드려도 소용없어요.”

“뭐?”

“어차피 정용 씨는 절대 못 써먹는 방법이에요. 죽었다가 깨어나도, 아니. 죽었다 회귀하셔도요.”

“…….”

이세라가 미묘한 시선으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이내 장난기 어린 미소를 배실배실 머금었다.

“그러니까, 그냥 여자들끼리의 비밀로 해둘게요!”

“여자들끼리의 비밀…이라니.”

말하는 꼬라지를 보아 내 성별이 문제인 것 같다.

내가 회귀한다고 성별이 바뀌는 건 아니니, 그럼 죽었다가 깨어나도 못 써먹을 방법이 맞다.

그렇다면 더 이상의 추궁은 무의미하다.

“그래, 네 똥 굵다.”

“아이, 말을 해도!”

눈앞의 화채나 철근처럼 씹어 삼켰다.

…맛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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