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1001번째 로그라이크 헌터(26)>
나는 살아있는 인간을 동반한 채 텔레포트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서울에서 지방까지 내려올 때 그랬던 것처럼. 수아를 공주님 안듯이 안아 들고, 평범하게(?) 하늘을 날아갔다.
“꺄아아악!”
정신이 온전한 수아는, 제트기 뺨아리를 후려갈기는 속도에 정신을 못 차렸다.
“으꺄앗! 히야아아악!! 엄마야아아아아!!”
그저 찢어지는 비명.
수아의 비명 소리가 소닉붐에 휘말려 처량하게 흩어졌다.
“꼬르르륵…….”
결국 얼마 못 가 수아는 내 품에서 기절해 버렸다.
각종 보호마법을 둘렀으니, 속도로 인한 기압 차나 산소부족 때문은 아닐 거다.
그냥 순수하게 놀라서 기절한 듯하다.
“후우.”
그렇게 나는 다시 지긋지긋한 서울로 돌아왔다.
지면에 발을 디딘 내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거주지 물색이었다.
“보자.”
나와 수아가 살던 빌라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
전생에도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새로운 거점이 필요했다.
“이번엔 어디가 좋을까…….”
지금은 서울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엔 최적의 시기였다.
자살한 사람. 타살당한 사람이 수천 트럭이요. 돈 있고 눈치 빠른 새끼들은 지금부터 벌써 지방으로, 해외로 튀었다.
서울 어디든 주인 잃고 텅텅 빈 집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지방이든 해외든. 어차피 뒤지는 건 며칠 차이인데.’
미래를 아는 나로선 그런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아는 사람의 얘기지.
실실 자조하며 중얼거렸다.
“아무렴.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을 테지.”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아무튼 빈집이 많아서 좋다. 긍정적인 결과만 받아들이면 되는 거다.
‘생각해 둔 곳은 몇 개 있긴 한데.’
새로운 거점으로 고려할 사항은 크게 세 가지.
남은 게이트 붕괴 지역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일 것. 그러면서도 수아가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일 것.
그리고 마지막. 현시점에서 생존자 밀도가 최대한 적은 곳일 것.
“마지막도 나름 중요하단 말이지.”
수아를 죽이는 건 5할이 몬스터요, 2할은 자기 자신이다.
그럼 나머지 공백의 3할은 누구일까?
누구겠냐.
타인. 수많은 한국인들이다.
“이번에도 안전빵으로 가야 하나?”
생각이 깊어지니 혼잣말이 술술 흘러나온다.
안전빵. 전생에서 자리 잡았던 곳 중, 수아의 폐사율이 그나마 낮았던 곳들이다.
이번에도 그런 곳 중 하나로 가면. 완벽까진 아니지만 어느 정도 검증된 안전도를 보장할 수 있겠지.
“아니면. 더 완벽한 새로운 스팟을 찾아봐……?”
어차피 이번 생이 노답이라 느꼈으면. 실험을 자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실험은 곧 이번 생의 내가 리스크를 짊어지고, 다음 생의 나에게 메리트를 넘기는 행위.
매번의 회차에 최선을 다하는 나로선… 솔직히 선호하지 않는 편이긴 하다.
‘그래서 발전이 더딘 걸지도 모르겠다만.’
자학 어린 생각을 하며 쓴웃음을 머금었다.
고민을 그렇게 하면 뭐 하냐. 결국 나는, 이번 생에도 안전빵을 택하기로 했다.
“거기로 가볼까.”
푸쉬익!
결정을 마친 나는 ‘안전빵’ 장소로 빠르게 날아갔다.
“꺄우우! 우햐아! 아빠, 빨라! 빨라아!”
기절한 수아와 달리, 등에 멘 이브는 신난다고 난리였다.
무의식적으로 인상을 바짝 찌푸렸다.
‘아까 중요할 때나 좀 깨있지 그랬냐.’
그렇게 핀잔을 주려다, 애한테 뭐 하는 짓인가 싶어서 그냥 그만뒀다.
지나간 일로 왈가왈부해서 뭐 하겠는가. 지금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잘 하자.
“후우.”
쇄애액!
광학 미채로 투명해진 몸이 서울 상공을 빠르게 가로질렀다.
* * *
도착한 곳은 서울 북부.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
정확히는 그 인근에 자리 잡은, 낡고 후줄근한 지하 바(BAR)의 앞이었다.
“주인 있냐.”
거침없이 바의 입구를 열어젖혔다.
띠리링. 출입문에 걸린 풍령이 청아한 종소리를 냈다.
“어머?”
카운터의 어스름한 촛불 조명 아래.
글라스를 닦고 있던 주인장도 나직한 탄성을 흘렸다.
나는 성큼성큼 주인의 앞까지 걸어갔고. 주인… 그녀는 나를 향해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역시 오셨네요. 낮은 확률이라서… 솔직히 긴가민가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그런 말을 한다.
내가 찾아올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듯한 행색. 참고로 나는, 당연히 이번 생에 그녀와 만난 적이 없다.
이것이 분명한 초면이었다.
“오라클에 어서 오세요. 잘 부탁해요, 한정용 씨.”
이내 주인장 여인은 나를 향해 꾸벅, 점잖은 묵례를 날렸다.
오라클(Oracle). 이 지하 술집의 이름이다.
그녀의 특성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이름이기도 하지.
“…….”
주인장을 한동안 빤히 쳐다봤다.
포니테일로 정갈하게 묶어 올린 긴 머리. 말끔하게 잘 차려입은 정장. 조명을 은은하게 비치는 하얀 피부. 눈에 띄게 작은 키와 병약해 보이는 체형.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특이한 점. 양쪽 눈을 시커먼 베일로 질끈 묶어 가리고 있다.
그녀는 맹인. 앞이 보이지 않는다.
‘변한 게 없군. 복장부터… 저 안대까지도.’
전체적으로 선이 얇고 덧없는 인상을 가진,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
익숙한 인상착의를 보며 일종의 안심을 느끼는 찰나.
[인물 정보]
삐빅.
얼굴을 빤히 쳐다봐서인지 현자의 눈이 오작동한다.
그녀의 상태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명칭: 이세라]
[별칭: 오라클, 전(前) S급 헌터, 바 오라클의 마스터]
[체력: 11 마력: 63 신체 상태: 정상]
[힘: 3 민첩: 8 지능: 54 포텐셜: 88]
[최종 전투력: 122]
이름은 이세라.
상태창에서 보이는 대로. 전S급 헌터다.
전투 특성은 무려 예언자.
전투 능력은 특출하게 좋지 않다. 다만 이세라는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헌터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S급 스킬을 보유한 헌터다.
‘아니. 헌터였지.’
지금은 진작에 은퇴했다.
그리고 신분을 숨긴 채 초야에 묻혀, 극히 일부의 친분 있는 고위 헌터들만 드나드는 바를 운영하고 있다.
7백 몇 번째의 전생이었더라.
그때의 기이한 만남이 아니었다면… 이 은거 기인의 존재를 지금도 몰랐을지도 모른다.
“와. 너무 귀엽다! 등 뒤에 그 아기는 누구죠?”
문득 이세라가 큰 소리로 탄성을 질렀다.
그녀의 시선… 은 맹인이니까 틀린 말이고. 마력 파장을 이용한 심안(心眼)이 향한 곳은, 꾸벅꾸벅 졸고 있던 이브였다.
이세라가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제 미래시엔 그런 갓난애는 보이지 않았는데. 이상하네요? 그사이 약간 미래가 틀어졌나?”
미래시. 이세라가 가진 예언 능력을 말한다.
저걸로 그녀는 나의 방문을 미리 알았다. 정확히는… 엿봤던 수많은 미래 중 하나를 염두하고, 어림짐작을 하고 있었다.
“그게 정상이다.”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고. 자연스럽게 이세라의 정면 카운터에 앉았다.
차칵차칵. 이세라는 기다렸다는 듯이 술을 섞기 시작했다.
“좀 사정이 있어서. 아마 얘가 관련된 미래는 하나도 보이지 않을 거다.”
“어머. 그래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미래시도 결국은 던전발 스킬 중 하나. 스킬 면역인 이브에겐 예지도 먹히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까지 설명해 주긴 귀찮다.
“사정이 있으니 그냥 넘어가자. 일리단녀.”
일리단녀.
내가 한참 전의 전생부터 이세라를 부르는 별칭이다.
이유는 별거 없다. 눈깔에 시커먼 안대 두르고 있으니까. 그것뿐이다.
“역시. 보였던 대로 그렇게 부르시네?”
그리고 이세라는 대번 인상을 찌푸렸다.
“그 호칭은 금지예요.”
“왜. 일리단녀가 뭔지 알고.”
“그냥요. 뭔가 기분이 나빠요.”
“이세라도 같은 게임 출신인데. 기분 나쁠 것까지야.”
“……?”
“헛소리다. 잊어버려.”
“아, 네에.”
나는 이세라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카운터의 촛불 너머에서 음영이 짙게 흩어졌고. 불꽃의 움직임에 따라 그림자가 변화무쌍하게 춤을 춘다.
나는 툭 물었다.
“아무리 술집이라곤 해도 너무 어두운데. 촛불 조명이 취향이었냐?”
“주변에 전기가 죄다 끊겨서요. 어쩔 수 없이.”
단전 및 단수 사태는 지역마다 조금씩 시기 차이가 있다.
노원구 일대는 벌써부터 단전 사태가 일어난 모양이다. 그렇다면 수도도 이미 끊긴 상태겠다.
“그새 취향이 독특해진 줄 알았네. 미안하다.”
“아뇨. 정용 씨가 미안하실 게 뭐가 있어요.”
“지나가다 발전기 보이면 하나 훔쳐 와 주지.”
“어머. 그건 반갑네요. 냉장고도 작동을 안 해서 곤란했거든요.”
뭐, 영양가가 없는 잡담은 이 정도로 하고.
나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네게 보인 나는, 내 정체나 자초지종도 전부 말해주던가?”
“네. 1천 번이나 소중한 그녀를 구하지 못한 한정용 씨. 맞죠?”
“족같게도 설명했네. 미래의 나.”
“왜요. 로맨틱하고 좋은데.”
덜그럭.
문득 이세라가 내 앞에 잔 하나를 내밀었다.
“자요. 선물.”
라임 모히토.
이곳에 온 내게 그녀가 항상 처음으로 권하는 술이다.
나는 잔을 받아 들고 꾸벅, 묵례를 했다.
“고맙다.”
“…그게 다예요?”
“다른 말이라도 원하냐.”
“모히토를 마실 때 꼭 해야 되는 대사. 몰라요?”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 잔 해야겠다고?”
“네. 합격. 마셔도 돼요.”
몇 번째 전생이든. 이세라는 만날 때마다 저 대사에 집착한다.
아무튼 이상한 년 같으니.
“음.”
나는 술잔을 슬쩍 기울였다.
부드러운 목 넘김과 상쾌한 향기. 기분 좋은 알싸함이 입 안을 에워싼다.
“내가 여기에 올 확률이 적은 편이었냐?”
“네. 100개의 미래가 있으면, 1개 정도의 빈도로 희박하게 보였죠.”
“1퍼센트 확률로 만난 셈인가.”
“그러게요. 후후.”
진득하게 미소를 머금는 이세라.
나는 술을 한 모금 들이켰고. 살짝 칼칼해진 목을 풀며 다시 말했다.
“왜 내가 이곳에 자리 잡을 확률이 낮은지. 혹시 아냐?”
“왜죠? 그건 좀 궁금하네요.”
“내가 너를 굉장히 기분 나빠하기 때문이다.”
“어머. 너무해요.”
단도직입. 직언직설.
이세라는 과장된 리액션으로 충격받은 척을 했다.
어디까지나 척이다.
“너무해도 그게 사실이야.”
“아무리 사실이라도 그렇죠. 보통 면전에 대고 그런 말을 하나요?”
“거짓말은 절대로 안 하는 주의라.”
“저 상처 받아요?”
“받던가.”
이세라가 미미한 웃음을 두른 채 앙탈을 부린다. 면전에 대고 ‘기분 나쁘다’ 소리를 들은 사람의 반응이 아니었다.
나는 미간을 잔뜩 좁히고 침음을 흘렸다.
“이 대화도 이미 보였던 모양이지.”
“네. 사실 맞아요.”
“쓸데없는 얘기를 했다. 지루했을 텐데 미안하네.”
“저야말로 아는 티를 내서 죄송해요. 이것도 기분 많이 나쁘셨나요?”
“많이는 아니야.”
“그럼 어느 정도로요?”
“국밥 먹다 바퀴벌레 반 마리가 나온 정도.”
“와. 진짜 솔직하시네…….”
그 뒤로 잠깐 침묵이 오간다.
털썩. 나는 안고 있던 수아를 카운터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눕혔다. 그리고 남은 모히토를 원샷해 버렸다.
“내가 왜 찾아왔는지는 이미 알겠지.”
“네. 수아 씨랑 같이 여기 빌붙겠다 이거잖아요?”
“수락. 거절. 3초 내로 결정해라. 난 시간이 많지 않아.”
“맨 처음에 대답해 드렸잖아요?”
이건 좀 신선한 대답이군. 전생에 겪은 적이 없는 반응이다.
맨 처음. 이세라가 내게 맨 처음에 했던 말이라.
“오라클에 어서 오세요. 잘 부탁해요, 한정용 씨.”
이해했다.
지금 타이밍에 나올 환영 인사를 미리 한 거였다. 이 소리냐.
나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신세 좀 진다.”
“네. 얼마든지요.”
고맙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세라의 텅 빈 눈에 비친 미래의 내가, 이미 해줬을 거다.
“아. 제가 나름, 예언자잖아요?”
문득 이세라가 뜬금없는 소리를 시작했다.
“정용 씨 이름으로 사주팔자라도 봐드릴까요?”
이건 그냥 통과의례 같은 거다. 그녀의 소소한 여흥에 어울려주는 거지.
이 여자, 사실 사주팔자 같은 거 볼 줄 모른다.
“…그래. 보려면 봐라.”
어차피 돈이나 수고가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수아의 숙식대 대신해서 흔쾌히 이름을 한자로 풀어서 알려줬다.
“바를 정자에 용 용… 올바른 용? 멋진 이름이네요. 정용 씨.”
“이름이야 아무래도 좋아.”
“이름은 정의의 드래곤이신데. 실물은 왜 이렇게 삐딱하실까요? 후후.”
“그럼 넌 이세라인데 왜 드래곤이 아니냐.”
“…예?”
“이것도 헛소리다. 잊어버려.”
“아, 예에.”
한동안 시시콜콜한 사주팔자 얘기가 왔다 간다.
재물 운이 어떻느니. 연애 운이 어떻느니. 내 운세는 전체적으로 ‘대기만성형’이라고 한다.
“…참으로 유익한 정보구나. 내공 100 준다.”
앞으로 세상 망하기까지 16일쯤 남았는데.
대기만성이 X발 뭔 소용인가 싶다.
“재미없으시죠? 어차피 보름 후면 다 소용없는 얘기니까. 그렇겠네요.”
이세라도 피식 웃으며 헛짓거리를 그만뒀다.
그녀는 닦던 글라스에 새로운 술을 섞어 담았고, 테이블에 사뿐히 올려놨다.
스르륵. 그리고 내 쪽으로 부드럽게 밀었다.
“다른 얘기를 할게요. 좀 더 당신이 흥미 있을 만한 얘기를요.”
담긴 술은 진 토닉.
일단 술 취향은 정답이다. 피식 웃으며 곧장 들이켰다.
“그래라. 미래의 나는 무슨 얘기를 가장 흥미로워 하던가.”
“정용 씨가 더 잘 알잖아요? 다음에 붕괴할 던전은 뭔가. 그리고……. 이번 생의 정용 씨는, 결국 강수아 씨를 살릴 수 있는가.”
“그야 그렇겠지.”
“애초에 그것밖에 관심 없으시면서.”
“그것도 맞다. 문제가 너무 쉬웠나.”
“푸후. 그러네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의 입가에 쓴웃음이 깃들었다.
이내 그녀는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
“참고로 저는… 앞으로 붕괴할 던전에 대해서는, 보이는 게 전혀 없어요.”
“알고 있어.”
“멸망을 막을 방법도, 수아 씨를 살릴 방법도 알지 못해요. 무능해서 정말 미안해요.”
“미안할 것도 없구만. 나도 아직 모르는데 미안해야 하냐.”
“…후후.”
문득 이세라의 입가에 핀 미소가 살짝 일그러졌다.
코 위로 온통 천 쪼가리를 둘러서 그런가. 입술의 미세한 표정 변화가 유난히 잘 보였다.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쪽으론 기대도 하지 않았어.”
자기 주변의 웬만한 미래를 닥치는 대로 읽어 들이는 이세라지만. 영원회귀 동안 붕괴할 던전에 대한 것만큼은 단 하나도 읽지 못한다.
다 안다. 전생에도 그랬으니까.
그걸 알면서도 나는 굳이 여기로 온 거다.
“수아가 지금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정하다. 내가 게이트 붕괴 저지로 외출하는 동안… 수아의 말동무나 잘 해줘라. 내 기대는 딱 거기까지다.”
“…알겠어요. 그건 제가 최선을 다할게요.”
“그래. 그러면 나도 최선을 다하겠다. 인류 멸망 저지.”
“아하하. 믿음직하네요!”
이세라가 과장된 몸짓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녀는 매 순간마다 변화무쌍한 수많은 미래를 읽어 들인다. 즉 대부분의 대화에서, 상대의 반응을 미리 캐치할 수가 있다.
이 특성은 강수아의 멘탈 케어 부분에서 굉장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이곳을 거점으로 하면. 가장 큰 메리트가 바로 이거다.
‘이세라가 살아있는 동안… 적어도 수아가 자살할 걱정은 없다.’
직전에 수아가 많이 힘들어한 점을 감안했다.
그래서 나는 굳이, 많은 후보지 중에서도 여기로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