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1001번째 로그라이크 헌터(18)>
천라에 휘감긴 백족이 온몸을 잘게 경련한다.
―끄륵… 크로로로로록!!
천라는 단일 개체 기준으론 가히 최고 성능의 군중 제어 스킬.
물리적인 완력으론 절대로 끊어낼 수 없다. A급 중에서도 상위 티어 스킬이지.
오직 디스펠 스킬. 그것도 나보다 지능이 높은 자가 사용한 해주 계열 스킬로만 풀어낼 수 있다.
‘그만큼 지속시간이 짧다는 게 흠이지만.’
적어도 지속시간 동안은 잠잠하겠지. 백족은 마법이라곤 못 쓰는 무지성 괴물이니까.
제압을 마친 뒤 다시 이브에게 시선을 뒀다.
“그래. 뭐가 하고 싶은 거냐. 이브.”
“갸우. 우우우!”
이브는 여전히 내 상의 앞섶을 꾹꾹 당기고 있다.
아무리 봐도 상의를 풀어달라는 의미인 것 같다. 나는 의아해하면서도, 일단 와이셔츠 단추 윗부분을 조금 풀어헤쳤다.
그제야 이브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갸우! 응애!”
그리고 쩌억. 별안간 입을 한껏 크게 벌리더니.
내 가슴팍에 얼굴을 확 들이밀었다.
“…어?”
내가 멍하니 탄성을 흘리는 순간.
콰자작! 이브가 내 가슴팍을 그대로 물어뜯었다.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리는 명치.
“큭, 무슨……!”
나는 깜짝 놀라서 그녀를 황급히 떼어냈다.
이브의 아귀 힘이 장난 아니다. 가슴이 통째로 뜯겨나가는 듯한 고통이 일었다.
“푸햣!”
이브가 참았던 숨을 한 번에 토해낸다.
내 명치 쪽에 선명한 이빨 자국이 났고. 거기서 핏줄기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콸콸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브를 감싼 하얀 포대기가 순식간에 새빨갛게 젖어간다.
“헤에. 쿠쿠쿡.”
그리고 이브.
얼굴을 내 피로 새빨갛게 물들인 이브. 그녀가 도통 어린애 같지 않은 사특한 미소를 지었다.
말려 올라간 입술 사이. 어느새 날카롭게 자라있는 송곳니가 비쳤다.
“이브. 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
이 빌어먹을 외계인 년이.
꼴에 외관이 애새끼라고 인간적인 대접을 해줬더니. 제 버릇 개 못 주고 주인을 물어버리는군.
몬스터는 죽어도 몬스터란 말인가. 문자 그대로 기르던 개새끼한테 물린 기분이다.
‘주인 무는 개새끼는, 필요 없어.’
숨겨진 비밀이고 나발이고. 당장 죽여 버려야겠군. 죽여서 위협을 제거하겠다.
그렇게 다짐하고 오른손에 스파크를 모으는 그 순간.
[아이템 발동: 하트 기어]
삐빅.
내 눈앞으로, 익숙한 패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
순간 숨이 덜컥 멎었고.
푸쉬익. 오른손에 모이던 스파크가 씻은 듯이 흩어졌다.
[생명력을 담보로 혈천갑을 소환합니다. 소비할 생명력을 결정하십시오.]
“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상상도 못한 패널의 등장에 적잖이 당황했다. 이렇게 당황한 건, 하트 기어가 이브로 바뀌어버린 이후로 처음이었다.
“…아.”
그래. 맞네. 하트 기어로 바뀌어버린 이브.
그제야 깨달음의 탄성을 흘렸다.
‘왜. 지금까지 그걸 간과하고 있었지.’
하트 기어에서 부화한 게 저 종말의 이브다. 이브는 곧 하트 기어 그 자체다.
그래서 그 하트 기어가 가진 아이템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아부부. 갸우?”
문득 이브가 옹알이를 하며 내 얼굴을 빤히 올려다봤다.
빨리 소비할 생명력을 정해줄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흡사 그렇게 들려온다.
“하. 하하.”
나는 허탈하게 웃었고.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래. 밑져야 본전이지. 결심한 나는 다시 입술을 뗐다.
“소비 생명력 최대로.”
그러자 씨익.
이브가 입꼬리를 한없이 비틀어 올렸다.
“갸우.”
콰자작!
이브가 다시 내 가슴팍을 물어뜯는다.
아까보다도 송곳니가 더 깊게, 갈비뼈 너머까지 파고들었다.
가슴을 사정없이 후벼파는 이물감.
“크윽.”
낮은 신음을 흘렸다.
이브의 송곳니가 마침내 심장에 닿았다. 순간적으로 심장박동이 멈춘다 싶더니.
두근, 두근! 이번엔 전에 없이 격렬하게 고동치며 더운 피를 쏟아냈다.
“푸햐아!”
한참이 후. 이브가 온 얼굴을 피범벅 한 채 얼굴을 떼어냈다.
그녀는 황홀경에 취한 듯 몽롱한 눈빛을 했고. 이내 할짝, 혀를 내밀어 입술의 피를 핥았다.
그리고 이브는, 천천히 입술을 뗐다.
“…배불러어. 아빠아.”
배부르다고. 아빠라고.
어눌하지만 확실한 발음과 어조다. 나는 눈을 부릅뜬 채 이브를 쳐다봤다.
그러나 제대로 들은 건지 판단할 시간은 오지 않았다.
[생명력 소비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여, 혈천갑이 진정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푸화악!
곧장 이브의 형체가 흐물흐물 허물어졌고. 이내 새빨간 혈전(血栓)이 되어, 나를 뒤덮어버렸기 때문이다.
끈적끈적하고 기분 나쁜 핏덩이에 전신이 뒤덮인 순간.
‘이 느낌은……!’
나는 불쾌함보다 먼저 찾아오는 익숙함에 헛숨을 삼켰다.
맹렬하게 흐르던 핏줄기는 이내 투구와 갑주 형태로 굳었다. 그것도 당연히 익숙한 형상이었다.
“…혈천갑.”
완전히 익숙한 형상은 아니다.
외관이 전과는 살짝 달라져 있었다.
투구부터 흉갑, 그리고 각반까지 한층 더 날 선 느낌으로 벼려졌고. 선명한 선홍색이었던 것이 전체적으로 우중충한 검붉은 빛깔을 띄었다.
‘이건, 방패인가?’
가장 큰 변화는 왼쪽 팔뚝에 부착된 원형 방패.
버클러처럼 작고 단단히 고정된 원형 방패였는데, 방패 정면에 극도로 세밀한 드래곤의 머리가 양각돼 있어 임팩트가 굉장했다.
[종말의 이브의 특수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스킬 상세 정보를 확인하려면, ‘종말의 이브 특수 스킬 상세’를 영창하십시오.]
그리고 그런 패널이 떠올라 시야를 어지럽혔다.
지금까지 내가 사용하던 ‘하트 기어 특수 스킬’이 아니다. 종말의 이브 특수 스킬이라는 게 또 생겼다고 한다.
저건… 몰라. 진짜 나도 뭔지 모른다.
지금 처음 보는 놈이다.
“…종말의 이브. 특수 스킬 상세.”
홀린 듯이 명령어를 영창했다.
삐빅. 내 앞으로 스킬 상세창이 하나 떠올랐다.
[스킬 정보]
[스킬명: 종언의 함성]
[타입: 방어형/카운터]
[효과: 왼팔의 버클러로 모든 충격을 흡수. 10초 내 재영창 시 80% 위력으로 충전된 에너지를 전량 방출.]
[효력 범위: 특수장비 ‘바이탈 버클러’ 정면 부분 한정.]
[상세: 1차 개량된 혈천갑의 ‘바이탈 버클러’가 장착됐을 때만 사용 가능. 바이탈 버클러로 적의 공격을 막아낼 시, 모든 해로운 효과를 무시하고 충격을 흡수, 재방출한다. 재사용 대기시간은 5분이다.]
패널을 다 읽은 뒤.
나는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1차 개량이라고.”
내가 입고 있는 혈천갑이 바로 ‘1차 개량’을 거친 상태.
혈천갑이 지금 모습으로 개량된 이유는 너무 자명하다. 하트 기어가 부화해 종말의 이브로 성장했기 때문이겠지.
‘1차 개량이 있다는 건.’
그렇다는 건 이어서 2차, 3차 개량도 존재하나? 혈천갑이 여기서 더 강해질 여지가 남아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개량의 조건은… 정확히 뭐지?
―크레레레레레렉!!
한없이 파고들던 상념이 찢어지는 괴성으로 흩어졌다.
볼 것도 없이 장송의 백족이다. 때마침 천라의 지속시간이 끝난 듯했다.
나는 인상을 바짝 찌푸린 채 놈을 노려봤고.
“흐.”
이내 히죽.
입꼬리를 한껏 말아 올렸다.
“마침 잘 됐구나. 복족아.”
안 그래도 신 스킬을 시험해볼 모르모트가 필요했는데. 몸길이 200미터에 달하는 초거대 실험 쥐가 눈앞에 있었다.
방금까지 나한테 꼼짝없이 속박당한 덕분에 약이 머리끝까지 오른, 아주 탐스러운 실험체.
―키에에에엑!!
백족이 한층 광포하게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일말의 지성을 찾아볼 수 없는 무지성 돌진. 아까처럼 일부 머리통만 늘여서 공격하는 일말의 겁대가리조차 상실한 모습.
천라에 묶여있던 게 어지간히 화가 났나 보다.
“속박 플레이는 싫어하는 편인가?”
나는 신랄하게 비웃으며 블러드 스트림을 사용했다.
푸화악! 내 신형이 빠르게 공중으로 솟구친다. 짜릿한 속도감을 맛본 나는, 상승하는 와중에 온몸을 잘게 떨었다.
‘그래. 이거지……!’
이 속도감.
순간이동에 가까운 폭발적인 질주감.
거짓말 좀 보태서, 잘렸던 다리가 다시 붙은 듯한 해방감을 느꼈다.
“어디. 그럼.”
백족과 눈높이가 같아질 때까지 쾌속 상승을 한 뒤. 왼팔을 전방으로 치켜들었다.
키잉! 내 의지를 읽은 것인가. 버클러 전면에 새겨진 드래곤의 눈이, 새빨간 안광을 폭사하기 시작했다.
[스킬 발동: 종언의 함성]
스킬이 발동되었다.
그리고 백족의 거체는 이미 나의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콰아아앙! 산만 한 추악한 살덩이가, 내가 내민 버클러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크욱……!”
순간 묵직한 압박감이 전신에 엄습한다.
쿠구구구구! 충돌한 지점을 중심으로 가공할 충격파가 퍼졌다. 공기가 요동쳤고, 흙먼지와 함께 지면이 속절없이 터져나간다.
“후우.”
충돌의 여파가 잦아든다.
나는 공중에서 단 1센티도 밀리지 않은 채 백족의 돌진을 막아냈다.
오히려 들이받은 장송의 백족이 다리를 발발거렸고. 내게서 주춤주춤 멀어졌다.
―크륵… 크레에에엑!!
콸콸콸.
놈이 들이받은 부분의 갑피가 해머에 맞은 양 움푹 패었다.
거기를 중심으로 시뻘건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쿠에에에엑!!
놈의 길쭉한 몸통과 다리도 온통 기괴한 방향으로 뒤틀려 있었다. 신경 쪽이 끊어진 건지, 꽤 많은 다리가 움직임을 완전히 멈춰버렸다.
나는 새삼 버클러 표면을 손끝으로 쓸어보며 감탄했다.
‘성능 확실한데. 이거.’
기왓장을 격파할 때. 부수면 덜 아프지만 못 부수면 손이 더럽게 아픈 법.
백족이 전력으로 돌진해 온 충격이 오롯이 역풍이 되었고. 그대로 자기 육체에 쏟아진 거다.
작용과 반작용.
고졸인 나도 아는 간단한 물리법칙이다.
“근데 아직 안 끝났다. 복족아.”
지금부턴 던전과 이세계의 영역. 지구의 물리법칙을 초월한다.
장송의 백족. 네가 받을 ‘반작용’은 한 번이 아니다.
“줬던 거. 다시 가져가라.”
바닥에 널브러져 빌빌대는 백족의 몸통 한복판.
불길한 드래곤이 새겨진 버클러의 전면부를 바짝 가져다 댔다.
“…종언의 함성.”
곧바로 스킬을 재영창했다.
번쩍! 버클러의 드래곤이 안광을 뿜어냈고. 굳게 닫혀있던 용의 아가리가 쩍 벌어졌다.
그리고.
―크오오오오오오!!!
천지가 진동하는 거대한 포효가 들린다.
콰과과광! 동시에 무형의 거대한 파동이 드래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폭력적이고, 압도적이고, 또한 위압적인 힘의 응집체.
물리화된 폭력. 그 자체였다.
―크… 에에에에엑!
백족은 제로거리에서 그것을 얻어맞았다.
공포와 고통에 찬 신음이 밤공기를 찢었고, 어느 순간 푸화아악!
백족의 온몸이 폭발. 그대로 수백, 수천 개의 육편 쪼가리로 변해버렸다.
[제84던전, ‘진화의 끝자락’의 던전 마스터 ‘장송의 백족’이 세계와 단절되었습니다.]
백족이 요단강 너머까지 사출되었다.
이 힘은 백족의 공격을 그대로 되돌려 준 것. 그만큼 백족의 돌진 공격이 가공할 위력이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게이트가 힘을 잃고 소멸합니다. 던전의 붕괴가 종식됩니다.]
후두두둑.
백족의 두터운 살점과 피. 그리고 장기 쪼가리들이 하늘에서 뒤섞여, 우박처럼 질척하게 쏟아졌다.
나는 한동안 침묵을 지키며 멍하니 서있었다.
“…….”
초토화된 어린이대공원이 순식간에 혈색으로 물들어 간다.
숨이 막힐 정도로 피비린내가 자욱해진다.
[던전 마스터 ‘장송의 백족’ 사냥 보상을 획득합니다.]
[스킬 ‘탐식’을 획득하셨습니다.]
보상 타임에선 눈살을 조금 찌푸렸다.
탐식(貪食). 이미 있는 스킬이다.
[스킬 ‘탐식’을 이미 보유하고 있습니다.]
[스킬 강화 포인트를 1포인트 획득하셨습니다.]
‘필요 없어.’
무심결에 입 밖으로 중얼거릴 뻔했다.
탐식 스킬은 특정 조건의 음식을 먹으면, 그 에너지를 일시적으로 스테이터스로 환원해 주는 스킬이다.
스킬의 효율은 확실히 폭발적이다. 끝내주는 편이지.
등급상으론 B급 스킬이지만. 만렙을 찍은 지금은 스탯 증폭 효율이 A급, 아니 S급 스킬 부럽지 않을 정도다.
‘사람을 산 채로 먹어야 돼서 문제지.’
문제는 그 ‘특정 조건의 음식’에 부합되는 게, 이 지구엔 인간밖에 없다.
조건 하나. 말이 통할 정도의 지성체일 것.
조건 둘. 무조건 생식을 할 것.
“아무리 나라도… 그건 좀.”
솔직히 말하면. 안 써본 건 아니다.
하지만 정말 극한의 극한,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거르는 편이다.
나는 감성이 많이 박살 난 거지. 태생이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일단 그냥 꽝 나왔다 치고.”
한숨을 흘리며 시선을 조금 멀리 던졌다.
현자의 눈과 천리안 스킬, 그리고 청력 증폭을 위해 사운드 캐치 스킬을 동시에 발동한다.
“흐음.”
시야를 잡은 곳은 어린이대공원 영역 너머.
어느새 광진구의 번화가까지 흘러든 수백 마리 키메라가 선명하게 포착된다.
―꺄아아아악!!
―끄아아악! 사, 살려줘!!
무참한 학살.
동시에 게걸스러운 포식의 현장.
시가지 도처에서 키메라들이 민간인들을 붙잡아 산 채로 사지를 뜯어먹고. 꾸역꾸역 몸집을 비대하게 불려나가는 중이었다.
―컥, 끄, 그억……!
―아, 안 돼. 내 팔. 머, 먹지 마… 크, 그아아악!!
―살려, 살려줘. 제발. 살려주세요……! 아아! 으그아악!!
번화가가 피와 살점으로 흥건해진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탄과 절규가 스킬로 증폭되어, 귓가에 선명하게 때려 박힌다.
―씨, 씨발… 막아!! 사람들 못 처먹게 막으라고!!
그것을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는 헌터 부대들의 사투도 보인다.
A급, 심지어 S급으로 보이는 헌터 부대도 다수 교전 중. 전황은 나름 팽팽한 편이다.
―크욱……! 아까보다, 가, 강해진 거 같은데……?!
―조심해!! 이 새끼들, 사람을 섭취하면 회복한다!!!
그러나 끊임없이 회복하고 진화하는 수천 마리 키메라들에 의해, 서서히 전선이 밀리고 있는 모습도 똑똑히 눈에 들어왔다.
상황을 보자마자 전말이 대충 가늠되었다.
‘뒷걸음질 치다 쥐 잡았구나. 호성아.’
헌터 협회의 주전력이 대부분 저쪽에 몰려 있었다.
헌터 새끼들 왜 아직도 출동 안 했나 했더니. 내가 장송의 백족과 싸우는 새에, 방침이 시민 대피 최우선으로 바뀌었나 보다.
그 와중에도 협회의 이미지 실추를 두려워한 거겠지.
민간인 학살을 더 이상 방치할 수가 없었던 거다.
“이건 지휘부가 판단을 잘했네.”
실제로 여기는 이미 대강의 정리가 끝난 상태. 던전 마스터도 죽었고 게이트는 닫혔다.
결과적으론 그게 최적의 판단이 되었다.
“그러면.”
나는 투구 속에서 희미하게 미소 지었고.
차르륵! 오른손을 공중에 휘둘렀다. 손등의 사복검이 채찍처럼 길게 늘어진다.
며칠 안 썼다고, 벌써 감개무량한 기분이다.
“도탄에 빠진 민중을 구하러 가볼까.”
영웅 출현의 시간이다.
콰콰쾅! 지면을 박차고, 역류하는 유성처럼 하늘로 솟구쳤다.
단 5분이면 충분했다.
―크레레레레렉!!
―꿰에에에엑!!
―키약! 키갸아아악!!
인간의 비명이 키메라의 비명으로 대체되는 데까지. 딱 5분이 걸렸다.
그렇게 5차 붕괴는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