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
61장 지구 탈환(1)
극동 전선.
하늘에는 연합 함대가 마력 광선을 퍼부었고 지상에서는 강현준이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앞을 막아선 제 13침략군단의 침략자들의 방어선은 무너졌다.
애초에 그들은 공격 목적으로 건설한 기지가 대부분이라, 연합군의 기지와는 달리 방어 시설이 거의 없었다.
제 13침략군단장, 인저블은 연합군이 이 정도로 강렬한 반격을 해올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
그랬기에 더욱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라면 파죽지세로 북진하는 연합군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중국에 주둔 중인 병력의 대부분을 러시아로 불러들였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실수였다.
연합 함대를 앞세워 러시아로 진군하던 연합군은 곧 일부 병력만 방어선에 남긴 채 텅 빈 것이나 다름없는 중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 * *
“연합 함대다!”
전방에서 망을 보고 있던 솔저가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 함대, 이제는 제 13침략군단에게 있어서 공포가 되어버린 이름이었다.
그 수는 아직 많지 않았지만, 주력을 이루는 양산형 순양함조차 침략사령부의 전투선보다 성능이 우수했다.
그동안 우위를 점했던 공중전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제 13침략군단 예하 부대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총원 전투 준비!”
침략사령부 병력이 베이징 방어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행장에서 전투선단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베이징은 제 13침략군단이 점령 직후, 대규모 학살을 벌인 곳이라 이제는 죽음밖에 남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현재 중요 보급 거점이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방어에 임했다.
지휘선과 21척의 전투선으로 구성된 선단의 사거리 밖에서 가디언이 주포를 발사했다.
콰아앙!
주포급 마력 광선에 직격당한 지휘선이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지휘선을 잃은 전투선단이 짧은 순간 혼란에 빠졌다.
그 틈에 순양함 9척이 전진하며 마력 광선을 쏟아냈다.
순양함의 성능은 전투선보다 조금 더 우수하다.
사거리도 당연히 차이가 난다. 순양함들은 제 13침략군단 전투선의 사거리 밖에서 마력 광선을 마구 쏟아냈다.
전투선단도 전투기 편대들을 사출하며 전진을 시작했지만, 전투 시작과 동시에 벌써 지휘선을 포함해 5척을 잃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저, 전진……! 우리는 이곳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책임 지휘관은 상륙선단까지 모조리 이륙시켜 방어전에 동원했지만, 그들은 괴물 같은 성능을 갖춘 가디언까지 포함되어 있는 연합 함대를 상대로 오래 버티지 못했다.
공중 전력이 전멸하자 순양함들이 먼저 전진하여 침략군의 후방을 향해 폭격을 시작했다.
인베이더들이 황급히 날아올라 견제를 시도했지만, 순양함들의 방공망을 쉽게 뚫지 못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마력 광선의 폭격에 침략군의 후방 포병대가 단숨에 무너졌고 지원 포격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전방 역시 위태로워졌다.
“강현준 공! 부디, 우리를 선봉에 세워주게!”
“조국을 짓밟은 저들에게 피의 복수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초인맹의 강화 헌터들이 찾아왔다. 베이징 점령 작전에 대한 모든 지휘권은 현준에게 있었기 때문에 출진 허락을 받기 위해 온 것이다.
현준은 가디언의 함교에서 투명한 벽 너머로 보이는 전장을 훑었다. 침략군은 아직 패주하지 않았지만, 방어선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지상군의 포격과 연합 함대의 공중 폭격만으로 제압이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초인맹의 염원을 해소해 주고 빚을 달아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출전을 허가하겠습니다. 수송정을 지원해 줄 테니까, 그걸 타고 가세요.”
“감사합니다!”
초인맹의 간부가 힘찬 목소리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수송정이 준비되었습니다.”
초인맹의 간부가 물러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초인맹의 간부가 힘찬 목소리로 보고했다.
현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가디언과 연합 함대의 순양함들에서 수십 척의 수송정이 사출되어 지상을 향해 빠르게 고도를 낮췄다.
“적이 상륙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지상을 향해 빠른 속도로 고도를 낮추는 수송정들을 본 한 인베이더가 황급히 상관에게 보고했다.
베이징에 주둔 중인 침략군은 난리가 났다.
그나마 폭격과 포격에서 살아남아 온전한 기능을 하고 있던 대공포들이 일제히 수송정 부대를 향해 불을 뿜기 시작했다.
“공중 부대는 수송 부대를 엄호하라.”
레비앙의 인형이 차분한 목소리로 지시하자 공전형 골렘들이 고도를 낮춰 정밀 폭격을 시작했다.
얼마 남지 않은 대공포들이 모두 전멸했다.
하지만 침략군 역시 최후의 방어선이 있었으니, 수백의 인베이더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수송 부대의 절반이 당했다. 하지만 결국 남은 절반은 무사히 착륙에 성공했고 수송정의 열린 도어에서 분노한 초인맹의 강화 헌터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우리 손으로 베이징을 되찾자!”
선두에서 초인맹 간부가 목이 터지라 외쳤다. 함성이 울려 퍼지고 침략자들과 초인맹의 강화 헌터들 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들에게는 끝이었으면 좋았으련만, 침략군에게는 안된 일이었지만 혼란스러운 틈을 타 지상군 주력 병력이 포병대의 엄호를 받으며 베이징 시내에 진입했다.
연합 함대에 비해 정예화되어 있지 않은 다국적 연합군이었지만 그 수가 많았다.
베이징의 주둔 침략군은 연합군의 매서운 공세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러시아로 물러났다.
러시아에서 재정비를 끝낸 뒤, 반격한다는 게 제 13침략군단장, 인저블의 생각이었다.
“더 이상 병력을 분산시켜둘 수는 없다. 제 13침략군단은 러시아에 집결한다.”
인저블의 신속한 판단하에,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 전선의 침략군 역시도 러시아로 집결했다.
집결지는 우랄산맥이었다.
중국의 패잔병들과 유럽 전선의 병력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다.
연이은 승전으로 사기가 오른 연합군에게도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결전을 피할 수는 없었고 현준이 지휘하는 연합군 또한 인저블의 제 13침략군단을 격멸하기 위해 우랄산맥으로 전진했다.
연합군 지상 병력보다 기동력이 우수한 연합 함대가 먼저 우랄산맥에 도착했다.
“적이 방어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연합군 지상 병력이 도착하기 전에 견제 공격을 시도해야 합니다.”
레비앙의 인형이 작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무인기가 적들이 완강한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는 걸 확인한 탓이었다.
“잘 아시겠지만, 마법과 마도학의 힘을 빌리면 방어 설비 건설 정도는 금방 끝납니다.”
연합군 지상 병력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인형’은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였다.
합당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금세 줄어들었다.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레비앙의 ‘인형’이 물었다. 그의 본체는 극동 전선의 중앙 기지에서 마도학자들의 양성과 순양함의 추가 건조를 지휘하고 있었다.
‘침략사령부 본대를 상대하려면 지금의 연합 함대 전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가 중앙 기지의 조선소와 연구실에 틀어박히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그 이후로 현준은 ‘인형’을 제외하면 좀처럼 레비앙과 마주치기 힘들었다.
“계획이라고 할 것까지 있나? 우선 주포와 함대 단위의 폭격을 전개한 다음에 내가 반격해 오는 인베이더들과 전투선들을 아군과 함께 쓸어버리면 되는 거지.”
간단하지만 확실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레비앙의 인형도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 시작은 언제입니까?”
레비앙의 인형이 재촉하듯 물었다.
그는 우랄산맥에 도착했을 때부터 적 방어선이 견고해지기 전에 대규모 공격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함대의 재정비가 끝나는 대로 우랄산맥의 적 방어선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다.”
“저희는 어떻게 할까요?”
차원 동맹의 집정관, 이시리아가 말했다.
그녀와 동행한 레빌을 포함한 고위 기사들은 연합 함대가 편성되면서 전선에 나설 일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러다가는 나중에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인지 조심스러우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모습이었다.
“인베이더들과의 교전이 시작되면 ‘가디언’의 최종 호위를 부탁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할게요.”
차원 동맹이 아군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들이 과하게 공을 세우게 할 생각은 없었다.
가디언의 최종 호위는 사실상 나설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시리아와 고위 기사들에게 부탁했다.
이시리아는 조금 아쉬워하면서도 반박하거나 더 주장을 내세우지 않았다.
현재 이곳의 모든 지휘 권한은 현준에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절대 권력을 가진 독재자와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그가 잘못되거나 심하게 어긋난 판단을 내린 적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개입할 명분이 없었다.
“재정비에는 얼마나 걸리나?”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장교를 향해 현준이 차분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3시간 안에 모든 준비가 끝납니다!”
장교의 대답에 현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3시간 후에 공격을 시작하겠습니다.”
현준이 선언하듯 말하고서 함교를 벗어났다.
금세 3시간이 흘렀고 연합 함대는 전함, 가디언을 앞세워 빠르게 전진했다.
“적의 함대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뭐라고? 지상 병력이 도착할 때까지 대기하려는 게 아니었나?”
제 13침략군단 참모부의 예상이 빗나가면서 우랄산맥의 침략군은 서둘러 전투선단과 지상 병력을 동원했다.
“주포는 어디로 조준합니까?”
레비앙의 인형이 물었다. 현준은 짧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주포는 지상의 방어 시설을 파괴한다. 그리고 적의 전투선들은 순양함을 앞으로 전진시켜서 마력 포격으로 전진을 차단한다.”
레비앙의 인형이 입가로 통신기를 가져갔다.
이윽고 연합 함대의 순양함들에게 현준의 명령을 전달했다.
가디언이 주포에 마력을 집중하는 사이, 순양함들이 앞으로 나서며 제 13침략군단의 전투선단을 향해 마력 광선을 퍼부었다.
“제기랄! 전진하라! 저 망할 주포는 반드시 막아야 해!”
그동안 적지 않은 교전을 벌였기 때문에 제 13침략군단에도 가디언의 주포에 대한 정보가 전달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위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잘 알고 있어서 침략자들은 주포의 발사를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 전투기를 사출하며 전투선단을 무리하게 전진시켰으나,
“주포 발사.”
가디언에 마력이 응집되는 속도가 조금 더 빨랐다. 현준은 마력 충전이 끝나기 무섭게 주포를 발사할 것을 지시했다.
순양함의 것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마력 광선이 산맥에 직선으로 날아가 꽂혔다.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산맥이 들썩였다.
마침 주포가 직격한 곳은 방어 시설이 모여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제 13침략군단은 시작부터 적지 않은 피해를 보게 된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