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
60장 연합 함대의 시작(3)
대기권 밖에서 지구의 상태를 살피고 있던 비행선단의 지휘선 함교는 가디언의 존재를 포착하고 난리가 났다.
“미확인 비행 물체, 통신을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습니다.”
함교의 통신 담당 인베이더가 보고했다.
지휘관 인베이더는 눈살을 찌푸리며 정면으로 시선을 향했다. 투명한 벽 너머로 거대한 몸집의 비행체, 전함 가디언의 모습이 보였다.
“군단 지휘부에는 연락을 해봤습니까? 아군 전투선은 아니겠죠?”
지휘관 인베이더가 물었다. 곁을 지키고 있던 부관이 입을 열었다.
“제 13침략군단 지휘부에서는 대기권 밖에 존재하는 비행선단이 저희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눈앞의 비행체는 적이 확실합니다.”
‘지구의 비행선은 얼마 전에 격침되었다. 그렇다면 차원 동맹에서 비밀리에 보낸 비행선일까?’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눈앞의 비행선이 아군이 아니라는 게 가장 중요했다.
지휘관은 고개를 젓는 것으로 잡념을 털어내고는 통제단에 올라서며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침략사령부의 이름으로 전방의 비행체를 격추하겠습니다.”
“총원 전투 준비!”
제 13침략군단의 비행선들이 가디언을 향해 속력을 높여 빠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가디언은 침략사령부의 일반적인 전투선보다 2배 정도 거대했지만, 함교의 지휘관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적은 단 하나. 지휘선 1척과 전투선 3척이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동력에 마력을 충전을 끝내두세요. 사정거리에 들어오는 즉시 일제 사격합니다.”
지휘선과 전투선들이 전진했다.
“곧 미확인 비행체가 사거리에 들어옵니다.”
전투가 임박했다. 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적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구조의 비행체였기 때문에 함교에는 가벼운 긴장감이 조성되었다.
조금 더 거리가 좁혀졌다. 선두의 전투선이 일제히 포문을 개방한 순간이었다. 가디언의 정면에서 폭풍처럼 강렬한 마력이 직선으로 뻗어 나와 선두의 전투선을 관통했다.
“대, 대체 무슨 일이…….”
“3번 전투선의 함교와 연락 두절!”
지휘선 함교의 인베이더들이 경악했다. 가디언의 마력 광선이 생각보다 위력적이고 사거리가 길었다.
단 하나의 두꺼운 마력 광선에 꿰뚫려 거대한 구멍이 생긴 전투선이 검붉은 연기를 토해내며 지구로 추락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전속으로 전진한다! 속력을 높여라!”
지휘선이 먼저 속력을 높였다. 조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전투기 사출! 적의 화력을 분산시킨다!”
지휘선과 각 전투선에서 사출된 전투기들이 편대를 이뤄 가디언을 향해 속력을 높였다.
남은 전투선 2척도 산개한 채 전진했다. 산발적으로 사출된 전투기들이 가디언을 향해 달려들었다.
현준은 가디언의 제 1함교에서 모든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마력 레이더를 차분하게 살피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전투기들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이전까지 봐왔던 전투기들의 속도와는 달랐다. 아무래도 동력에 무리가 갈 정도로 가속을 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레비앙.”
현준은 레비앙, 정확히 말하면 그의 갈라진 인격이 부여된 ‘인형’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함교의 투명한 벽 너머를 응시하고 있던 인형이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예, 말씀하시지요. 주군.”
“저번에 말했던 전투 골렘 말이야, 공중 전투 형태도 있다고 했었지?”
“공전형 골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가디언에 탑재된 골렘은 두 종류였다. 육전형과 공전형, 모두 레비앙이 질드레의 일기장에 확인한 술식을 바탕으로 제작한 것으로 아직 실전에 투입된 적은 없었다.
인형의 물음에 현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실전 데이터를 얻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는데?”
적의 수는 많지 않았다. 1척이 주포를 정통으로 맞고 증발했으니 남은 수는 지휘선을 포함하여 3척에 불과했다. 그들에게서 사출된 전투기들이라고 해봤자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공전형 골렘들을 준비시키겠습니다.”
레비앙의 인형도 납득했다.
“무인 전투기 편대도 대기시킵니까?”
“그게 좋을 것 같네, 공전형 골렘의 수는 많지 않으니까, 뒤를 받쳐줄 병력이 필요하겠지.”
침략군의 전투기 편대들이 어느 정도 거리를 좁혀온 순간, 가디언에서 공전형 골렘들과 무인 전투기 편대들이 일제히 사출되었다.
사출된 공전형 골렘들과 전투기 편대들은 곧 적의 비행전력과 교전을 시작했다.
“아군이 우세합니다!”
함교의 장교 하나가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옆을 보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레비앙의 인형이 보였다.
질드레가 개발하여 일기장에 기록해둔 술식이라고는 하지만 그걸 구체화하여 각인 작업을 한 이는 레비앙이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적 전투선들이 마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곧 마력 광선에 의한 포격이 시작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함교의 장교들이 상황을 보고했다. 제공권 싸움에 잠시 집중한 사이, 침략군의 비행선들이 가까이 접근해 온 것이었다.
꽤 먼 거리였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온 걸 보면 기관에 무리가 갈 정도로 달려온 것이 분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동력이 과열되었고 마력 광선의 충전 시간이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걸리게 되었다.
현준은 함교의 투명한 벽 너머로 그들을 매섭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마력 광선 포격 개시!”
주포는 충전 중이었기 때문에 마력 광선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현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지시하자 개방된 포문에서 일제히 마력 광선을 쏟아냈다. 침략군의 비행선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푸른색과 검붉은 빛깔의 마력 광선이 우주 공간에서 서로 교차하여 서로의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날아들었다. 이윽고 ‘충돌’이 시작되었다.
콰아앙! 쾅!
가디언에서 발사된 수십 줄기의 마력 광선은 침략군의 지휘선 1척과 전투선 2척에 분산되어 꽂혔다.
“크윽!”
“출력이 이 정도일 줄이야!”
전투선 2척은 물론이고 지휘선조차도 선체가 크게 흔들렸다. 함교에 탑승한 지휘관은 예상치 못한 고출력에 크게 당황했다.
심지어 지휘선 1척과 전투선 2척의 마력 광선 포격이 집중되었음에도 가디언의 실드 손상은 경미해 보였기 때문에 더욱 절망했다.
“도대체 어디서 저런 괴물이 튀어나왔다는 말인가!”
지휘관은 답답한 마음에 통제단을 강하게 내려쳤다. 그가 분노하는 짧은 순간, 옆을 지키고 있던 전투선 1척이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가디언의 연이은 마법 광선 포격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제기랄!”
입 밖으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제 지휘선을 포함해 2척의 함선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도저히 이길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군사 지도를 보니, 사출한 전투기 편대의 상황도 좋지 않아 보였다.
솔저 전투기들이 공전형 골렘들에게 밀리면서 제공권이 가디언 측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벌써 공전형 골렘 일부가 지휘선 쪽으로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지만, 침략군의 솔저 전투기들은 그들을 막을 여력이 없었다.
“대공 화망을 구축한다! 적의 공중 전력에 대응하라!”
“방공망 형성!”
지휘선에 달린 대공포들이 일제히 포화를 내뿜었다.
공전형 골렘 몇 기를 격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들의 지속적인 공격에 옆을 지키던 전투선이 실드를 잃었다.
“제, 제기랄! 후방으로 빠지라고 지시해!”
다급하게 명령을 내렸지만 조금 늦고 말았다.
가디언에서 발사된 주포가 전투선을 직격했고 곧 강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실드를 완전히 잃은 상태에서 가디언의 주포를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지휘관님! 전투선을 모두 잃었습니다!”
“신속히 후퇴해야 합니다!”
후퇴를 종용하는 부하들을 보며 지휘관은 이를 악물었다.
“침략사령부의 군세는 적을 앞에 두고 물러나지 않는다!”
굳이 덧붙이지 않았지만, 가디언의 사거리가 길어서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전진한다! 속도를 최대한 높여라!”
홀로 남은 침략군의 지휘선이 마력 광선을 쏟아내며, 계속해서 속력을 높였다.
그 모습을 가디언의 제 1함교에서 지켜보고 있던 레비앙의 인형이 두 눈을 빛냈다.
“자살 공격을 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인형의 말에 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 광선의 출력을 최대로 높여서 전진을 격추한다.”
“예! 마력 광선 출력, 최대로!”
“최대로!”
제 1함교의 장교들이 현준의 지시를 복창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마력 광선의 집중 포격에 노출된 지휘선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굉음과 함께 장렬히 폭발했다.
“적선의 마력 반응이 소실되었습니다. 완벽한 승리입니다.”
레비앙의 인형이 짧게 손뼉을 쳤다.
제 1함교에 모여 있던 장교들도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축하드립니다! 군단장님!”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대부분 무한의 군단 소속이었기 때문에 아콘의 의지를 이어받은 현준에 대해‘ 군단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현준은 그들의 축하를 받으며 통제단에서 물러나 레비앙의 인형의 옆으로 다가갔다.
“레비앙.”
“예, 말씀하시지요.”
“이 사양으로는 양산이 힘들다고 했었지?”
“예……. 인적, 물적 자원의 소모가 너무 큽니다.”
현준의 물음에 인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양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그럴 여건이 되지 않았다.
“양산형으로 개량하는 건 힘든가?”
“어렵지 않습니다, 이미 조금씩 진행 중이었고요. 인력 자원만 충분하다면 조만간에 양산기의 대량 생산에 돌입할 수 있습니다.”
레비앙의 인형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하자 현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양산가의 대량 생산이 시작된다면 연합군은 부족한 공중 전력을 보충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구에 상륙한 침략군을 압도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 * *
교육 과정을 수료한 마도학자들이 본격적으로 현장에 투입되었고 순양함이라는 이름이 붙은 양산기의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순양함 2착이 선행 건조되었고 가디언과 같은 함대에 편성되었다.
그동안 가디언은 극동 전선 곳곳에 나타나 활약했다.
제 13침략군단에서는 이 거대한 신형 비행체를 상대하기 버거운 ‘전력’으로 판단하고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형 전투선의 설계도까지 연합군 측에 넘어간 마당이라, 그들로서는 당장 방법이 없었다.
유럽 전선도 폴란드에서 안정되어 있었고 극동 전선은 계속해서 북진 중이었다.
침략 초기와 달리 상황이 전체적으로 연합군에 전황이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을 흘러 침공이 시작되고 반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시점, 전함과 순양함으로 편성된 연함 함대가 편성되었다.
검은 마정석으로 영구 소환한 군단병들과 골렘들로 대부분 채워진, 사실상 현준의 순수한 사병 조직의 탄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