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
59장 과학 부대(2)
39번 부대의 선봉대가 처참하게 무너지면서 현준이 지휘하는 공격대의 앞을 막을 장애물은 모두 사라졌다.
북진을 예상하지 못했기에 주둔 중인 부대가 대응할 시간을 벌기 위해 그나마 준비되어 있던 선봉대를 먼저 보냈지만 설마 이렇게 쉽게 길을 내어줄지는 몰랐다.
39번 부대와 41번 부대의 책임 지휘관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군이 방어 태세는 어느 정도 준비되었나?”
“70% 정도입니다.”
41번 부대 책임 지휘관의 물음에 부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70%의 방어 태세면 싸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부대의 책임 지휘관의 입장에서 볼 때 불만족스러운 결과임은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라면 지금쯤 방어 태세가 90%는 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백두산 방어선의 연합군이 제대로 된 반격을 펼치지 않은 탓에 39번 부대와 41번 부대는 나태해져 있었다. 그래서 방어 태세가 평소보다 느릴 수밖에 없었다.
“서둘러라, 곧 적들이 온다!”
전방 지휘를 맡은 6급 인베이더가 휘하의 인베이더들과 솔저들을 재촉했다.
전방 포병대에 실탄이 지급되었고 마력을 머금은 냉병기로 무장한 솔저들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연합군의 지상 병력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나타났다.
그들의 선봉에 현준과 친위대가 있었다.
“포격 개시!”
지휘관 인베이더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를 신호로 각 포탑과 포대가 연합군을 향해 포탄을 퍼부었다.
하지만 무력하게 당했던 과거와는 달랐다. 연합군의 강화 마법계 헌터들이 일제히 마력을 일으켜 방어 마법을 전개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침략군의 포탄은 연합군 헌터들의 방어 마법을 꿰뚫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계속된 포격에 몇 개가 관통되긴 했지만, 이전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방어 마법이 튼튼해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초인맹과 알파팀의 강화 헌터들도 그걸 인지했고 이런 술식을 발견한 현준에 대한 존경과 경외가 더욱 깊어졌다.
“탄약 보급! 서둘러! 놈들이 전진하는 걸 최대한 저지해야 한다!”
보급병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쉴 새 없이 탄약이 보급되었고 포탑과 포대의 포신은 과열되어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보급 부대! 서둘러! 우리가 시간을 벌어야 한다!”
39번 부대와 41번 부대의 방어 태세는 온전치 않았다. 준비가 먼저 끝난 전방에서 먼저 적들의 기세를 꺾고 진군 속도를 늦춰야만 했다.
하지만 선봉에 있던 현준이 그걸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다.
“직접 나서실 생각이십니까?”
태민의 물음에 현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적 포병대의 화력이 생각보다 강해서 제압해야겠습니다.”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부길드장은 이곳의 지휘를 부탁합니다. 제가 믿고 맡기는 거 아시죠?”
S급 수준의 무력을 가진 태민은 인베이더들과의 전투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준은 지금 깊숙이 침투하여 적진을 뒤흔들어 놓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다수의 인베이더들과의 전투가 불가피하다.
“예, 알겠습니다…….”
후방에서 지휘를 맡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최대한 부드럽게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현준과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태민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그는 순순히 대답하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레비앙을 찾아가서 제대로 된 강화 술식을 각인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강화 술식의 초기에는 부작용이 염려되었던 탓에 길드의 주요 간부들은 각인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부작용이 해결된 이후로도 친위대와 집행부, 그리고 초인맹과 알파팀 헌터들에게 우선으로 각인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길드 간부층은 제대로 된 강화 술식의 각인이 진행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준은 몰랐지만, 이걸로 인해 일부 간부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태민 또한 마찬가지였다. 충성심은 그대로였지만 조금이나마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도 다시 길드장님의 곁에서 함께하고 싶다.’
강한 열망이 피어났다. 낯선 강화 술식에 대한 두려움도 그 간절한 바람에 묻혀 희석되었다.
“오, 온다!”
“특전대 앞으로!”
인베이더와 솔저가 섞여서 편성되어 있는 일반 부대와 달리, 오직 인베이더들로만 구성된 특전대가 전진 배치되었다.
“막아라!”
“전방 포병대는 뒤로 물러나라! 포대랑 포탑은 버려!”
침략자들의 진형은 긴박하게 흘러갔고 인베이더들과 솔저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이 포대를 비우기도 전에 현준이 먼저 황금의 검을 뽑아 들며 신격의 힘을 해방했다.
그가 황금의 검을 휘두르자 하늘에서 빛나는 검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크아아악!”
“커헉!”
“사, 살려…….”
특전대 소속 인베이더 50명이 모두 전신에 빛의 검이 꽂힌 채 피를 주르륵 흘리며 쓰러졌다.
그걸로도 모자라 수천의 전방 포병대 또한 몰살당했다.
한 번에 다량의 마력을 소모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지상군, 전속으로 전진. 공군은 지상군의 진군을 엄호한다.”
현준은 공중에서 신격의 힘을 갈무리했다. 그리고 무전기를 입가로 가져가 지휘를 이어갔다.
하늘이라 발밑으로 전장이 훤히 내려다 보여서 군을 지휘하기 편했다.
연합군은 적 전방 포병대와 특전대의 시체를 밟고서 전진했다. 현준이 활약했지만 아쉽게도 39번 부대와 41번 부대의 방어 태세가 완성되는 게 조금 더 빨랐다. 그들은 굳건한 방진을 갖추고 연합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군이 공습을 시도했지만, 방공망을 뚫지 못하고 전투기들만 잃었다.
“부길드장, 초인맹과 알파팀을 전진시키세요.”
피의 복수를 꿈꾸고 있는 두 집단이 본격적으로 활약할 시간이 찾아왔다.
-예, 알겠습니다.
무전기에서 부길드장, 김태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연합군 진영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최전선에서 싸우던 기갑 부대가 뒤로 물러나고 강화 헌터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이 교체되면서 생긴 공백은 포병대와 공군이 엄호했다.
포병대와 공군의 엄호를 받으며 침략자들의 진영에 깊숙이 파고든 강화 헌터들이 마력을 흩뿌리며 맹활약을 펼쳤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접전이었다. 강화 헌터들이 활약을 펼쳤지만, 침략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이곳저곳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고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현준은 지휘를 중단하고 황금의 검을 다시 뽑아 들며 개입했다.
그가 황금의 검을 휘두를 때마다 인베이더들이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하지만 적들은 계속해서 몰려왔다.
전투가 치열해지고 있을 때, 6번 부대까지 도착하는 바람에 연합군의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다.
6번 부대가 합류하는 걸 기점으로 침략자들이 매섭게 반격을 시작했다.
강화 헌터들은 적들의 공격을 그나마 버텨냈지만, 일반 헌터들은 맥없이 쓰러졌다.
-위원장님! 부디, 후퇴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승인하겠습니다. 뒤로 물러나세요.”
-가, 감사합니다!
공격대에 편성된 일반 헌터 2천 중 절반이 전사하자 지휘관은 현준에게 후퇴 명령을 요청했다.
일반 헌터들이 포진한 곳은 급격하게 뒤로 밀리고 있었다.
이대로 놔둔다면 포위당해서 전멸하는 건 정해진 수순이라고 생각했기에 현준은 그들에게 후퇴 명령을 내리고 강화 헌터들의 일부를 보내서 그 자리를 채우게 했다.
-예상보다 적들의 저항이 거셉니다.
어깨에 착용한 무전기에서 김태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선봉에 서서 적들의 정예 병력을 상대하고 있던 현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상이고 적들과 교전 중이라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신격의 힘을 사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적의 특전대, 인베이더들이 쉬지 않고 몸을 내던져 시간을 벌고 대전사 셋이 기회를 보며 치명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을 파악하고 제대로 된 지휘를 내리기가 힘들었다.
-공군이 무력화되었습니다! 공격 헬기 편대들도 90% 이상 잃었습니다!
-포병대가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저항 불가!
-보병대가 패주 중입니다!
절망적인 보고가 잇따랐다.
‘여기서 가호를 쓸 수밖에 없다.’
현준의 두 눈이 차갑게 빛났다. 마력을 끌어 올리자 전생의 가호가 반응했다.
-절실한 요청에 따라, 데우스의 절대적인 의지가 운명에 간섭합니다. 일시적으로 주신격의 권능이 반경 50m의 모든 적의 시야를 1초 동안 차단합니다.
아주 많은, 다량의 마력이 빠져나갔다.
1초, 길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귀찮게 하는 인베이더 다섯의 목을 치고 물러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크아악!”
“크윽!‘
갑작스럽게 시야를 차단당한 인베이더들은 당황할 틈도 없이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내질러야만 했다. 다섯의 인베이더가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무력하게 쓰러지는 그들을 두고 현준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강현준 공!”
“저희가 엄호하겠습니다!”
초인맹의 강화 헌터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의 수는 9명. 대전사 셋을 상대하기에는 부족했지만, 가호를 사용할 시간 정도는 벌어줄 수 있을 것이다.
마력을 끌어 올리자 전생이 반응했다.
-엘빈의 호령에 맞춰 군대가 진군합니다. 가호가 함께하는 한 그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패주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가호가 발동했다. 전장이 엘빈의 가호의 영역에 들어왔다. 패주하던 보병대가 다시 집결했다. 공격당하던 포병들이 권총과 기관단총까지 사용해가며 결사 항전의 의지를 불태웠다.
물러나고 있던 일반 헌터들 또한 다시 전방으로 전진했다.
“가, 갑자기 이놈들이……!”
지휘관을 죽여도 다시 달려든다. 중대의 절반이 쓰러져도 남은 이들은 싸운다. 팔과 다리를 잃어도 폭탄을 입에 물고 달려든다.
그야말로 광전사의 향연이 따로 없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이건 패주한다는 기준을 넘어서 군대 전체를 광전사들의 집단으로 만드는 무시무시한 가호였다.
말 그대로 목숨 바쳐 미친 듯이 전투에 임하는 연합군의 모습을 보며 현준은 싸늘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 순간이었다.
-게슈타인과 구국의 의지가 함께합니다. 구국의 이름하에 잔혹한 수단이 묵인될 것입니다.
-동조율에 따른 현재 해방도는 2단계입니다. 수만의 군세에 잔혹한 흑마법을 사용했지만, 구국이라는 이름하에 비난은 없을 것입니다.
게슈타인의 가호가 발동되었다. 설마 했는데 엘빈의 가호는 흑마법이었던 모양이다.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군의 사령관과 같은 모습이었는데, 실제로는 좀 음흉했던 사람인 것 같다.
현준이 짧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는 동안 연합군은 39번 부대와 41번 부대, 그리고 6번 부대로 구성된 침략군을 몰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격렬하게 저항하는 모습에 현준은 그들의 주둔지에 뭔가 숨겨져 있다는 의심을 품게 되었다.
‘저기 뭔가 있다.’
궁금증은 곧 해소되었다.
“설마 여기 과학 부대가 주둔 중이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전투가 끝나고 종합 보고를 받은 레비앙이 말했다.
과학 부대.
탐나는 보상이 가득할 것 같은 부대 이름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