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만 전생이 날 도와줘-197화 (197/217)
  • # 197

    59장 과학 부대(1)

    UN의 방위연합 위원장은 연합군 사령관과 비등하거나 더 높은 위치였기 때문에 백두산 방어선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에 대한 명령권이 있다.

    현준은 백두산 방어선에 주둔하는 모든 연합군 병력에 북진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대부분 병력이 장기화된 전투로 공격에 동원하기 힘들 정도로 지쳐 있었다.

    결국, 얼마 없는 예비대와 그나마 전투 피로가 없는, 새롭게 보충된 병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강현준 공,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 초인맹의 강화 헌터들은 북진에 함께할 것이오.”

    “러시아 알파팀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에 숨어서 저항을 이어가던 헌터들이 얼마 전에 백두산 방어선에 합류했다.

    그들은 레비앙에게 강화 술식을 각인 받고 초인맹에 편성되었다.

    그로 인해 초인맹의 강화 헌터들의 숫자는 4천을 넘게 되었고 러시아 알파팀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고 5백의 강화 헌터들을 보유하게 되었다.

    “공격에 동원할 수 있는 강화 헌터들의 숫자가 5천입니다. 그리고 일반 헌터들의 숫자가 2천에 연합군에서 5만 명의 보병과 기갑 및 공군 전력을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레이스 부길드장, 김태민이 보고했다.

    5만 명의 보병이면 백두산 방어선 북쪽에 주둔 중인 침략사령부의 39번 부대와 41번 부대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한 전력이다.

    레비앙의 강화 술식을 각인한 S급 최하위 이상의 강화 헌터들의 수가 5천이 넘는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다.

    애초에 초인맹이나 알파팀의 소속 헌터들은 B급이나 A급 이상이 대부분이라서 강화 술식을 각인하니 대부분 S급 최하위 이상의 경지에 올랐다.

    침략사령부의 부대 주력을 이루는 솔저들은 주로 A급 하위 수준이었다.

    그렇다 보니 비록 적들의 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승산이 전혀 없는 싸움은 아니다.

    A급과 S급의 차이는 엄청나니까.

    “적의 수는 어느 정도입니까?”

    “깃발로 식별한 결과 39번 부대와 41번 부대가 주둔 중인 걸 확인했습니다, 그 숫자는 12만이 조금 넘습니다.”

    태민이 보고했다. 정찰을 나선 헌터가 ‘39’와 ‘41’이라고 적힌 깃발들을 발견한 것이다.

    “2개 부대가 주둔 중이군요. 둘 다 온전치 않은 상태인 것 같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레비앙이 말했다. 둘 다 온전치 않은 상태라는 것은 차원 도약으로 인해서, 혹은 상륙 이후 전력을 손실했다는 걸 의미했다.

    하나의 침략사령부 ‘부대’는 약 10만 명으로 편성되어 있다. 그런데 백두산 방어선 북쪽의 침략사령부 선봉 부대는 2개의 부대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12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차원 도약 과정에서 상당수의 병력을 잃었다는 게 사실인가 보네.’

    대부분의 부대와 병력을 소실한 상태에서도 연합군을 상대로 이렇게 몰아붙이고 있다.

    ‘만약 제 13침략군단장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차원 균열이 안정화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군단을 상륙시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현준이 악몽급 신격의 경지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제 13침략군단이 온전한 상태로 상륙했다면 연합군은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길드장, 소집된 공격 부대는 지금 바로 북진할 수 있는 상태입니까?”

    군이 준비되었다면 11번 부대가 무너지고 침략사령부의 전방에 공백이 생긴 지금 북진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 현준의 생각은 옳았다.

    지금 극동 지역에 배치된 제 13침략군단 휘하의 부대 중 일부가 11번 부대의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남하 중이었다.

    “가능합니다.”

    “그럼 각 부대에 명령을 전파하세요. 우리는 북진합니다.”

    * * *

    공격 부대가 북진했다.

    초인맹과 알파팀을 주력으로 한 강화 헌터 5천과 일반 헌터 2천, 그리고 연합군의 5만 병력이 북진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땅에서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상군이 전진했고 공격 헬기들과 수송 헬기들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공중 전력은 헬기뿐만이 아니었다.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 백두산 방어선의 임시 공군 기지의 작전 범위였던 만큼 전투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방에 적 비행선단 출현.

    높은 상공에서 정찰 중이던 조기경보기가 적 비행선단의 출현을 알렸다. 각 지휘관은 즉시 각 부대에 전투태세를 취할 것을 명령했다.

    질서를 갖춘 채 전진하던 6만의 병력이 일제히 정지했다. 그리고 약속한 지점으로 산개하여 전투에 대비했다.

    조기경보기의 정찰 범위에 들어온 적 비행선단이 본대의 교전 거리와 닿으려면 아직 30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군인들은 물론이고 헌터들조차 긴장 속에서 전방의 하늘을 주시했다.

    하늘을 가득 채운 구름 떼를 뚫고 비행선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포병대, 준비! 기갑 부대 앞으로!”

    “공중 지원 요청해! 공군의 화력 지원이 필요하다!”

    공격 헬기들과 포병 부대의 화력으로는 부족했다. 전투기와 폭격기의 지원이 필요했다.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공군 전투기 부대 도착까지 20분!”

    지휘부의 장교가 거친 목소리로 보고했다.

    “강현준 공! 곧 전투가 시작됩니다! 저희를 선봉으로 보내 주십시오!”

    “러시아 알파팀도 잊으시면 안 됩니다.”

    초인맹과 알파팀의 간부들이 찾아와 요청했다. 강화 술식을 각인 받은 이후, 연이은 승전으로 인해 그들의 사기는 높았고 복수를 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탐색전이 발생한다면 초인맹과 알파팀의 강화 헌터들을 가장 먼저 보내겠습니다.”

    현준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전투와는 달리 탐색전은 발생하지 않았다.

    제 13침략군단의 휘하, 39번 부대의 선봉대는 마력 광선을 발사하는 것으로 지체 없는 전투에 돌입했다.

    탐색전을 좋아하는 인베이더들이 그 과정을 생략한 이유는 간단했다.

    예전과 달리 최근 여러 번의 전투에서 강화 헌터들의 전투력을 목격하면서 탐색전에서 이길 자신감을 잃은 것이다.

    “모든 전투선, 앞으로! 상륙선단을 엄호한다!”

    선봉 지휘관의 명령에 휘하 인베이더들과 솔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지휘선을 중심으로 전투선단이 앞으로 나서며 마력 광선을 쏟아내는 동안 상륙선단이 무장 병력을 쏟아내기 위해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주군, 지상 병력이 상륙하게 놔둬서는 안 됩니다.”

    레비앙이 조언했다. 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륙선을 격추한다면 굳이 땅 위에서 전투를 벌일 필요 없이 적의 지상군을 증발시킬 수 있다.

    “초인맹을 앞세우는 게 좋을까?”

    “그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들은 피의 복수를 원하고 있으니,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그 갈망을 조금 해소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현준의 말에 레비앙이 대답했다. 그의 지적은 정확했다.

    끊임없는 피에 대한 갈망은 어느 정도 해소하지 않으면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했을 때 피에 취해 명령에 따르지 않거나 싸움에 과몰입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1차 포격 이후, 초인맹과 알파팀의 강화 헌터들을 투입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태민이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그가 초인맹과 알파팀에 명령을 전파하는 동안 현준은 말없이 지옥참마도를 뽑아 들었다.

    -전투인가?

    지옥참마도의 말에 현준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신격의 힘을 사용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39번 부대와 41번 부대의 본대와 싸우기 전에는 마력을 아껴야 했다.

    “1차 포격 개시!”

    포병 부대가 포격을 시작했다. 임시 포대의 설치는 끝났다.

    수작업으로 설치했던 과거와 달리 마법의 힘을 빌리니 순식간에 작업이 끝났다.

    후방에서 설치가 끝난 임시 포대와 자주포들이 일제히 오렌지빛의 포화와 함께 포탄을 쏟아냈다.

    포탄 세례가 선두의 전투선들을 두들겼다.

    “좌표 전달! 화력 집중!”

    포병대는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일부 포대가 화력을 산개하여 적의 시야를 어지럽히는 동안 주력 포병 부대가 화력을 집중하여 전투선을 하나씩 격추했다.

    이 전술로 인해 2척의 전투선은 연합군 공군이 도착하기 전에 격추당했다.

    이윽고 공군이 도착하여 화력 지원을 펼치자 상륙선 2척과 전투선 1척이 더 격추당했고 상륙선단의 상륙 시도도 저지되었다.

    “돌격!”

    “조국의 원수를 쳐라!”

    상륙선단이 주춤하는 사이, 초인맹과 알파팀의 강화 헌터들이 적의 비행선단을 향해 돌진했다.

    레비앙의 손길을 거친 강화 헌터들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전투선단의 마력 광선 포화를 뚫고 깊숙이 침투했다.

    “강현준 공께서 상륙선단을 먼저 치라고 하셨다!”

    “적의 상륙선들을 먼저 공격해!”

    강화 술식과 함께 세뇌가 각인된 상태다. 그 때문에 강화 헌터들은 현준의 지시를 잘 따랐다.

    상륙선단을 향한 맹공격이 펼쳐졌다. 그들이 상륙선단을 학살하는 동안 현준은 전투선들을 상대했다.

    콰아앙! 쾅!

    전투선들이 연이어 공중에서 폭발하고 검붉은 연기를 토해내며 추락한다.

    지휘선의 함교에 있는 인베이더들은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여태껏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왔던 선봉 지휘관 또한 다른 인베이더들과 마찬가지로 공포에 질렸다.

    “이게 무슨 일이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어에만 급급하던 백두산 방어선의 헌터들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반격해 올 정도로 강해졌다.

    수십 개의 차원을 돌아다니면서 전투를 수행한 인베이더, 선봉 지휘관조차 이해가 가지 않는 전력 상승이었다.

    “대체…….”

    선봉 지휘관은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하나의 빛줄기가 함교의 전면 유리를 뚫고 들어와 그의 심장을 꿰뚫었기 때문이었다.

    “커, 커헉…….”

    입 밖으로 붉은 피가 쏟아졌다. 함교의 다른 인베이더들이 몰려와서 쓰러지려는 선봉 지휘관을 부축했다.

    “괜찮으십니까?”

    “머, 멍청이들아……. 도망쳐…….”

    “네? 무슨…….”

    선봉 지휘관이 다급하게 경고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인베이더들의 행동은 느릿하기만 했다.

    그들이 ‘무언가’의 접근을 눈치챘을 땐 이미 전신이 토막 나고 있었다.

    “무, 무슨……!”

    남은 인베이더들이 황급히 무기를 뽑아 들었고 그들의 앞에 붉은 제복을 입은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원 동맹은 아닌데…….”

    차원 동맹의 제복 또한 붉은색이다. 하지만 그들의 고유한 마력 반응과는 달랐다.

    하지만 그들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붉은 제복을 입은 자들의 수장이 날카로운 검을 뽑아 들었으니…….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적들을 멸하라.”

    말을 마치며 검을 휘둘러 인베이더들을 척살하는 그는 친위대장 사혈이었다.

    그는 최근 레비앙이 특히나 신경 써서 강화 술식을 손보고 스스로도 피나는 수련과 실전경험을 거친 끝에 SS급 최상위에 이르렀다.

    그런 사혈의 무력은 함교 안의 인베이더들을 상대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휘하 친위대원들까지 가세하자 함교 안의 인베이더들은 30분을 버티지 못하고 모두 쓰러져 싸늘한 시체가 되었다.

    “적들을 모두 제거했습니다, 대장님.”

    “이걸로 지휘 계통의 일부가 마비되겠군. 좋다, 황제 폐하께 보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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