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만 전생이 날 도와줘-176화 (176/217)

# 176

52장 신격(3)

하늘 위로 수십 발의 붉은 신호탄이 쏘아 올라졌다.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칠흑과도 같은 어둠 속에서 붉은색으로 도색한 공중항모가 모습을 드러냈다.

“적 비행선이 출현했다!”

“대공 방어 준비! 전투기 편대 전원 이륙!”

솔저 지휘관의 보고에 지상의 총지휘를 맡은 인베이더가 목이 터져라 외쳤다.

지상에 설치된 대공포들이 일제히 공중항모를 향해 총구를 겨눴고 임시 비행장에서 전투기 편대가 이륙했다.

대공포가 쉴 새 없이 오렌지빛 포화를 토해냈다. 솔저를 태운 수십 기의 전투기가 어지럽게 비행하며 공중항모와의 거리를 좁혔다.

전투기 편대가 발사한 수십 발의 미사일이 공중항모의 실드에 꽂혀 폭발했다.

“공중항모가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지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중항모가 정면에 나서서 적들을 교란하는 동안 현준은 위원들과 함께 적진 깊숙이 침투 중이었다.

공중항모가 집중 공격을 당하는 모습을 본 위원 몇 명이 우려를 표했지만, 현준은 차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도움은 필요 없을 거예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중항모가 포문을 열고 사방으로 마력 광선을 쏟아냈다. 검은 마정석과 레비앙의 술식으로 3배 더 강력해진 공중항모의 마력 광선에 솔저 전투기들이 종잇장처럼 찢겼다.

“봤죠? 우린 계속 침투합니다.”

현준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대로 적의 지휘부까지 갑니까?”

“예. 공중항모와 지상군이 교란을 펼치고 있으니까 앞을 막는 당분간 앞을 막는 전투 부대는 없을 겁니다. 지휘부 근처까지 진입하면 직속 호위대가 하나 정도는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정찰 기록으로도 알 수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주둔지 공격을 시작하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북한에 주둔 중인 침략군의 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휴전선 전투에 동원되었다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정말이군요.”

“적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휘부 바로 지척에 접근할 때까지 전투 부대는 보이지 않았다. 현준이 기척 감지를 사용하여 적당히 피해다녔다고는 하지만 경계가 너무 허술했다.

위원들은 현준의 말대로 일이 척척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작게 감탄했다.

“앞에 호위 부대가 있습니다.”

현준이 걸음을 멈추며 검지 끝으로 정면을 가리켰다. 그곳으로 헌터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다들 S급 이상이었기 때문에 500m 정도 떨어져 있는 호위 부대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었다. 굳이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더라도 마력 반응이 느껴졌다.

“호위 부대를 맡겨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위원장님께서는 지휘부 본진을 타격할 생각이신가요?”

SS급 헌터의 물음에 현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지휘부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10분 만 호위 부대의 발목을 잡아주면 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작전을 시작하기 전과 달리 헌터들의 목소리에서 활기가 넘쳤다.

“공격…… 시작하세요.”

어둠 속에서 마력을 숨긴 채 대기하고 있던 헌터들이 고개를 들었다. 동시에 수십 발의 마법이 찬란한 빛을 흩뿌리며 밤하늘을 수놓았다.

멀리 날아간 마법들은 지휘부 호위 부대의 머리 위로 일제히 쏟아졌다.

“크아아악!”

“적습이다!”

“대열을 갖춰라! 반격해!”

집중적인 마법 공격에 호위 부대의 2할이 쓰러진 뒤에서야 지휘를 맡은 인베이더가 창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호위 부대의 솔저들이 헌터들을 향해 우르르 몰려왔다.

“위원장님. 계획대로 여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10분 안에 돌아올게요.”

호위 부대의 수가 많지 않다고는 하지만 소수의 위원과 헌터들로 구성된 침투조가 상대하기에 쉬울 정도는 아니었다.

현준은 10분 안에 돌아온다고 굳은 약속을 남겼다. 그리고는 마력을 끌어 올렸다.

-하사신의 음험한 발걸음이 당신을 완전한 어둠으로 안내합니다. 찬란한 빛 속에서도 당신은 그림자가 됩니다.

완전 은신. 현준의 몸이 어둠 속으로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그는 전투 중인 호위 부대를 넘어서 지휘부 본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호위 부대가 있다는 건 지휘부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무인기의 정찰 기록을 봐서 대충 위치는 파악하고 있는 데다가, 기감에 여러 마력 반응이 감지되고 있었다.

그래서 정확한 위치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바로 앞에 있다.’

완전 은신한 상태로 천천히 지휘부 본진을 향해 접근했다. 그의 발걸음에 거침이 없었다.

281번 부대의 대전사, 티링거가 전사했기 때문에 두려울 건 없었다.

‘하나의 부대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대전사라고 했지.’

정보 출처는 레비앙이다.

‘지금 당장 책임 지휘관이 나와도 이길 자신이 있다.’

레비앙이 말해준 정보에 의하면 보통 책임 지휘관보다 대전사의 무력이 우수했다.

그런 대전사를 처리했으니, 281번 부대의 전투력은 상당히 줄었을 게 분명했다.

‘지휘부 본진이다.’

바로 앞에 인베이더들이 보인다. 지휘관 계급이 분명해 보였다. 솔저들이 호위를 서고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현준은 은신의 장막을 벗어 던지며 그들의 진형 안으로 몸을 던졌다.

“커헉!”

진형 안으로 깊숙이 파고들며 번개같이 휘두른 지옥참마도에 인베이더들이 무력하게 쓰러졌다.

얼마 없는 솔저들이 황급히 방진을 구축했지만 매섭게 돌진하는 현준을 막을 수 없었다.

“이기어검.”

도살자 단검이 위로 솟구쳤다.

“마, 막아…….”

“실드를 펼쳐라!”

늦었다. 도살자 단검이 더 빨랐다. 현준을 막기 위해 모여들었던 솔저들의 목에서 피 분수가 솟구쳤다.

현준은 쉴 새 없이 지옥참마도를 휘둘렀다. 무아지경에 빠질 정도였다.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살아 있는 이들은 없었다. 모두 시체가 되어 있었다.

이곳을 지키고 있던 인베이더들은 고작해야 8급 2명에 9급과 10급이 여럿에 불과했다.

신격의 경지에 이른 현준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전력이었다.

“5분이라…….”

시계를 확인한 현준은 피식 웃었다. 10분 안에 돌아간다고 약속했는데, 겨우 5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스스로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조금은 체감이 되었다.

현준은 망설임 없이 격전지로 향했다. 헌터들이 호위 부대와 교전 중이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접전. 현준은 찬란하게 빛나는 오러를 머금은 지옥참마도를 휘두르며 전장으로 몸을 던졌다.

“강현준 씨다!”

“위원장님께서 오셨다!”

현준의 등장으로 헌터들의 사기가 올랐다. 반대로 호위 부대의 기세는 바닥을 쳤다.

지휘부와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준에게 전멸당했으니 연락이 될 리가 없었다.

전장에 있는 침략군의 다른 병력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휘부가 전멸한 탓에 지시를 받지 못하니까 전체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침략사령부의 지휘 체계에서 지휘 계급의 인베이더들이 가지는 권한은 막강했다.

그것은 곧 솔저 지휘관들이 가진 지휘권이 약하다는 걸 의미했다.

‘지휘부가 전멸하니까, 힘을 못 쓰네.’

가슴팍에 고정시켜 둔 무전기에서 긍정적인 보고가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보고 내용을 종합해서 정리하면, 연합군과 한국군의 주력 부대가 이동하여 공격을 시작했고 지휘부를 잃은 침략군 병력은 산발적인 저항을 이어가다가 결국에는 와해 되었다는 것이다.

“커, 커헉…….”

마지막까지 버티던 11급 인베이더가 현준이 휘두른 내찌른 지옥참마도에 흉부가 관통되어 목숨을 잃었다. 이걸로 지휘부 호위 부대는 전멸했다.

“위원장님.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합니까?”

위원회의 SS급 헌터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물었다.

“전선의 상황이 어떻습니까?”

“전체적으로 아군이 우세하지만 3개 지점에서 적들이 대대적인 반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 인베이더라는 놈들이 배치된 곳인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는 거기로 가서 아군 보병대를 지원합니다.”

현준의 말에 위원들과 헌터들이 결의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별동대로 따라나선 헌터들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들에게는 SSS급을 넘어서 신격의 경지에 오른 강현준이라는 막강한 ‘전쟁 병기’가 있었다.

게다가 그 악독한 침략군 병력을 상대로 승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 그들에게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함께하겠습니다.”

헌터들이 무기를 들어 올렸다. 그들을 보는 현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갑시다.”

* * *

한국군의 공격은 매서웠다. 그들은 강현준과 함께 북진했다. 북한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침략사령부 병력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대부분의 정예 병력을 휴전선 전투에서 잃은 상태였다. 남은 이들은 281번 부대에서도 약한 전력을 보유한 분견대 몇 개에 불과했다.

점령 직후, 대부분의 생명체를 학살하기 때문에 점령지를 관리할 주둔군 자체가 많이 필요 없었다. 그래서 북한 지역에 남아 있는 281번 부대의 병력 또한 소수에다가 낮은 전투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북한 지역을 완전히 확보했습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스미스 요원의 보고에 현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북한 지역을 수복하면서 다들 승리에 고취되어 있었지만, 현준의 표정은 여전히 심각했다.

‘아직 중국과 러시아가 남아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휴전선과 북한 지역에서 상대했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적이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 레비앙이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특히 중국 쪽의 주둔군은 전투력이 높은 정예 병력이라는 것 같았다.

‘러시아보다는 중국 쪽을 주의해야 한다.’

정찰 자료들을 보면 중국에 주둔 중인 침략사령부 병력이 본대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었다.

그 많은 헌터들을 보유한 중국이 괜히 순식간에 무너진 게 아니었다. 그 중국을 압도할 만한 병력이 상륙했으니까 버티지 못한 것이다.

“스미스 요원은 위치로 복귀하세요.”

“예, 위원장님.”

스미스가 함교를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차분한 표정의 레비앙이 걸어 들어왔다.

“다음 목표를 정하셨습니까?”

“공중항모는 러시아로 가서 연합군과 합류한다.”

현재 러시아에 집결한 연합군은 시베리아 연방 관구를 포위하고 있었다.

관구를 나누는 경계에서는 매일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치열한 전투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중이다.

“중국을 먼저 공격하는 게 아닙니까?”

“지금 중국은 완전히 점령당한 상태다. 전장이 너무 넓어. 차라리 러시아의 시베리아 연방 관구를 빠르게 정리하고 중국 영토를 전선으로 잡는 게 좋을 것 같다.”

“저는 주군의 뜻을 따릅니다.”

레비앙이 대답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본 현준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러시아로 항로를 변경해. 전속력으로 간다.”

“예, 연합군에는 제가 따로 전달해두겠습니다.”

레비앙의 말에 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북한을 수복한 공중항모가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 이 소식을 전하면 러시아 영토에 있는 연합군의 사기도 충분히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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