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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만 전생이 날 도와줘-167화 (167/217)
  • # 167

    50장 전면전이다(1)

    쿠우우웅!

    압도적인 존재가 내뿜는 위압감은 SSS급의 인베이더들조차 비틀거리게 만들었다. SS급 수준의 인베이더들은 일시적으로 무릎을 꿇을 정도였다.

    “이 위압감은…….”

    “대, 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일리나를 포함한 인베이더들의 얼굴에 짙은 두려움이 묻어 나왔다.

    ‘방금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일리나는 경악했다. 불과 몇 초가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다는 말인가?

    ‘마력의 끝이 보이지 않아.’

    마치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들이밀어 깊은 곳을 보려고 해도 끝은 보이지 않고 대신 아득한 곳에 대한 두려움이 더해질 뿐이었다.

    “감히 전신에게 맞서는 자,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현준의 입 밖으로 아레스의 차가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는 현준의 몸을 움직였다. 들어 올린 지옥참마도에서 오러 블레이드가 솟구쳤다.

    시든밀러의 오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선명하고 거대했다. 5m는 능히 넘을 것 같은 괴물 같은 오러 블레이드였다. 듀렌달의 가호로 강화해도 저 정도의 오러 블레이드를 운용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 이곳에서 선고한다.”

    우우웅!

    오러 블레이드가 공명했다.

    “너흰 모두 죽는다.”

    그것은 강력한 힘이 실려 있는 ‘언령’과도 같았다. 그 말을 내뱉은 순간, 인베이더들의 미래가 결정되었다.

    “죽어라.‘

    아레스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그는 현준의 몸을 움직여 지옥참마도를 휘둘렀다. 5m가 넘는 강대한 오러 블레이드가 지면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앙!

    굉음이 터져 나왔다. 왜 아무도 없는 지면을 공격한 거지? 그런 생각을 품은 순간 오러 블레이드가 변형을 시작했다. 수백, 아니…… 파편이 수천 조각으로 나뉘어져서 사방으로 폭풍처럼 휘몰아친 것이다.

    “온다!”

    거의 빛의 속도였다. 인베이더들은 회피를 시도했지만 모두가 무사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기선이 제압되면서 전투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위압감에 의한 경직에서 풀려나지 못한 SS급 인베이더들이 대부분 피해를 입었다.

    “크아악!”

    “으악!”

    미처 피하지 못한 인베이더들이 비명을 토해냈다. 그들의 몸에서 붉은 피가 솟구쳤다. 동시에 현준이 땅을 박차고 하늘로 솟구쳤다.

    “선명한 검이 비가 되어 쏟아지니, 붉은 꽃이 피더라.”

    아레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며 짧은 지식의 조각이 현준의 의식으로 흘러들어 왔다. 지금 아레스가 현준의 몸을 빌려서 사용한 기술은 주신격만 사용할 수 있다는 고유 언령이었다.

    권능을 담은 말은 곧 언령이 되어 실체화되었다. 하늘로 솟구친 오러가 수천 개로 조각나서 인베이더들을 향해 쏟아졌다. 아레스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현준의 몸을 움직여 가장 강력한 인베이더, 일리나를 향해 몸을 던졌다.

    “이, 잊어라……! 망각해라!”

    그녀는 다시 한번 망각의 권능을 사용했지만.

    “그런 하찮은 술수가 주신격에게 통할 것 같으냐……!”

    평온한 목소리였지만 깊은 분노가 느껴졌다. 일리나가 발산한 권능의 마력은 아레스가 내뿜는 기세를 뚫지 못하고 허공에서 흩어져 사라졌다.

    ‘망각’은 인베이더들이 사용하는 권능 중에서도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이가 적고 희귀한 상위에 속했다. 그걸 단숨에 찢어발기는 아레스의 위엄 앞에 일리나는 절망했다.

    ‘이길 수 없다…….’

    눈앞에서 SSS급 최하위의 인베이더 한 명이 잔혹하게 조각나는 모습이 보였다. 또 다른 SSS급의 인베이더도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힘없이 쓰러졌다. 같은 SSS급인 일리나의 눈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

    SSS급 최하위의 인베이더 둘이 무력하게 당했다. 제대로 된 저항조차 못 했다. 아레스가 강림한 현준이 무심하게 휘두른 오러 블레이드에 허무하게 조각나고 꿰뚫렸다.

    “일리나 경! 여긴 저희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뒤로 물러나서 군을 지휘하십시오!”

    SS급 인베이더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아레스가 한 번 휘두른 오러 블레이드에 4명이 동시에 피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회, 회군하…….”

    “내가 말했을 텐데? 너희는 모두 이곳에서 죽을 거라고.”

    아레스의 목소리가 일리나의 말을 끊었다.

    “도망치지 못할 것이다.”

    아레스가 마력을 끌어 올렸다. 팔을 들어 올리자 솔저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땅에서 거대한 암석의 장벽이 솟구쳤다.

    “이곳은 나의 요새이니 빠져나가고 싶거든 나를 시체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현준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검을 하늘로 들어 올려 심판을 선고할 것이니, 앞에는 피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다.”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시선이 솔저들에게 향한 채 허공에 검을 그었다. 강력한 오러 블레이드는 차원조차 갈랐다. 허공이 찢어지며 공허한 속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파동은 수천의 솔저들을 일격에 토막 냈다.

    사방에서 피분수가 솟구치고 조각난 몸뚱이가 나뒹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아레스는 흡족해했다.

    “피와 비명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군.”

    이윽고 시선이 향한 곳에는 일리나가 있었다. 다시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꺅……!”

    일리나의 왼팔이 툭 떨어졌다. SSS급 헌터인 현준이 의식조차 못 할 정도로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꺄아아아악!”

    “이건 조금 거슬리는 비명이야.”

    아레스의 무심한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혀가 잘려 나갔다. 붉은 피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정확하게 혀만 잘라냈다. 이 무슨 괴물 같은…….’

    지금까지 초신성이나 괴물이라고 불린 현준이 경악할 정도로 정교한 검술이다.

    “으어어…….”

    “숨통을 끊어달라고? 미안하지만 나는 자비롭지 않다.”

    손가락을 까딱했다고 생각한 순간 일리나의 전신에서 핏줄기가 솟구쳤다. 마치 환영검을 사용한 것처럼 순식간에 여러 방향에서 검격이 일리나를 덮친 것이다.

    피할 수 없었다. 그녀의 수준으로는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어, 어떻게…… 이런…….”

    마지막으로 남긴 외침은 어이없게 허공에서 흩어졌다. 숨이 끊어진 일리나의 시신이 힘없이 땅에 굴렀다. 순식간에 인베이더들과 솔저 수천의 생명을 증발시킨 아레스의 시선은 이제 하늘 위에 부유하는 상륙선들에게 향했다.

    “거슬리는군.”

    손을 펼치자 진한 마력이 모여들어 창이 되었다.

    “감히 내 위에 있다니, 건방지다.”

    던져진 창은 수만 개로 분열해 상륙선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 모습은 장관이었다. 왼쪽 진형을 공격하고 있던 에릭의 시선도 자연히 하늘로 향했다.

    “맙소사!”

    6척의 상륙선과 3척의 전투선의 표면이 마력의 창에 뒤덮여 고슴도치가 같은 모습이 되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내 마력의 창이 터지면서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나면서 비행선들이 크게 흔들렸다.

    곧 그들은 검붉은 연기에 잡아먹히면서 지상으로 추락했다. 검은 연기의 굵은 선이 하늘에 그어졌다.

    “이 정도였단 말인가!”

    에릭이 경악했다. 블라디미르를 이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현준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예상하지 못했다. 비행선이 하늘을 장악하고 상륙한 적들이 땅을 뒤덮었을 때만 해도 절망했지만 지금은 희망이 보였다.

    “계속해서 몰려오는군.”

    하늘 높은 곳에 열린 차원 관문에서 계속해서 상륙선과 전투선 같은 비행선들이 몰려나오는 모습을 본 아레스가 차분한 목소리를 흘렸다. 쉴 새 없이 몰려오는 적들을 보는 그 시선에는 즐거움이 묻어 나왔다.

    “이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군.”

    들고 있는 지옥참마도에서 오러가 춤을 췄다.

    * * *

    러시아와 중국이 대규모 공격을 받았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제 13침략군 소속의 281번 부대의 책임 지휘관 로스칼은 여기서 끝을 낼 생각이 없었다. 차원 관문을 여느라 많은 자원이 소모되었고 불안정한 균열을 통과하면서 많은 부하들을 잃었다.

    이미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많은 자원을 소모했다. 책임지는 걸 피하려면 적격자, 강현준을 죽이고 지구를 완벽하게 점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제 13침략군단장, 인저블에게서 최종경고를 받은 뒤다. 이제 물러설 곳은 없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단순히 침략 계획을 성공시킬 뿐만 아니라, 차원을 침략할 때마다 나타나는 오랜 숙적인 적격자까지 죽여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로스칼은 어깨가 무거웠다.

    ‘반드시, 적격자를 죽여야만 한다.’

    지구를 점령하는 건 차선이다. 우선은 적격자, 강현준을 먼저 죽여야만 했다. 예로부터 그랬다.

    점령에는 실패하더라도 침략사령부에 대항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인 ‘적격자’를 죽이기만 한다면 큰 피해를 입더라도 책임에서 자유롭다. 그 정도로 침략사령부에서는 적격자 척살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로스칼 책임 지휘관님. 보고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한참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조금 열리면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로스칼은 주의가 분산되어 있었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이 부관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들어오라.”

    “보고드립니다. 지구의 중국 지역을 완전히 점령했습니다.”

    집무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온 부관이 차분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로스칼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는 예전부터 침략대상이기도 했고 담당 부대는 281번 부대였기 때문에 로스칼은 관련 지식을 숙지하고 있었다.

    ‘아시아에서도 넓은 국토와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을 점령했고 남미도 우리 땅이나 다름없으니 시작은 좋다.’

    하지만 로스칼과 달리 부관의 표정은 다소 심각했다.

    “러시아는 점령하지 못했습니다.”

    “중국 쪽은 성공했는데, 러시아는 점령하지 못했다고?”

    그제야 로스칼의 얼굴에서도 흡족한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눈살을 찌푸렸고 언성이 높아지기 직전이었다. 부관은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점령에 실패했습니다. 투입된 비행선 18척이 격추당하고 6만의 솔저급 병력을 잃었습니다. 부분적인 점령에는 성공했지만 주요 지점은 장악하지 못하고 물러날 것을 지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관의 보고에 로스칼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생각보다 피해가 심각했다. 이 정도면 공격이 실패한 걸 넘어서 처참하게 박살 난 수준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제대로 보고해.”

    러시아의 군사력에 대해서는 보고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침략부대가 이 정도의 피해를 입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로스칼의 목소리가 차갑게 식었다. 덩달아 부관의 표정도 굳었다.

    “적격자가 나타났습니다.”

    “지금 적격자의 무력은 이 정도가 아니었을 텐데…….”

    “척후의 보고에 의하면 주신격의 마력을 감지했다고 합니다.”

    “주신격의 마력이라고……?”

    로스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무래도 SSS급을 넘어선 드높은 경지에 적격자가 도달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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