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만 전생이 날 도와줘-142화 (142/217)

# 142

41장 이제 SS급은 내 상대가 아니야(5)

“크아아악!”

“커헉!”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피 분수가 솟구쳤다. 현준의 일격을 버티지 못한 A급 헌터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잘린 팔과 다리가 나뒹굴었다.

지옥참마도를 휘두를 때마다 적들은 힘없이 쓰러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알파팀의 수는 많았다.

‘최소 S급의 회복계와 보조계의 지원을 받고 있다.’

버프를 받고 있는 것인지 A급 헌터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리고 쓰러진 이들도 치명상이 아니라면 10분 만에 일부 회복된 상태로 일어나 검을 겨누고는 했다.

몰려오는 적들이 너무 많아서 모든 적에게 치명타를 선사하거나 확인 사살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알파팀의 헌터들은 조직적인 협공 진형을 배운 최정예들이었다. 상대하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대체 어디지?’

현준의 눈에서 살기가 피어올랐다. 지옥참마도를 휘둘러 알파팀 헌터들을 쓰러뜨리면서도 차가운 시선으로 주위를 훑었다.

회복계와 보조계 헌터들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은신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건가?’

전투 중만 아니었다면 찾아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숨어 있는 회복계와 보조계를 찾는데 모든 마력을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플레임!”

하늘에서 살피면 조금 나을까? 하는 심정에 플레임을 불렀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고 대신 들려온 건.

“크아아아악!”

인간의 형태로 변한 플레임이 내지르는 비명이었다.

“제기랄!”

욕설이 튀어나왔다. 고개를 돌려서 플레임의 상태를 파악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알파팀 헌터들의 공격이 쏟아지고 있어서 다른 데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상황이 좋지 않다.’

비명이 들린 걸 보니 플레임은 요격당해 인간 형태가 된 것 같았다. 250명이 넘는 알파팀 헌터들은 숨어 있는 회복계와 보조계 헌터들의 지원을 받으며 폭풍처럼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페트렌코를 먼저 죽였다면 알파팀의 기선을 제압한 상태로 전투가 시작되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는 현준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무섭게 뒤로 한참을 물러나 다른 알파팀 헌터들의 보호를 받으며 마법만 퍼붓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이 있다면 지옥참마도의 흡혈 효과 덕분에 소량이지만 지속적으로 마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라이키리의 가호를 사용했어야 했다.’

마력 소모가 크지만, 페트렌코를 먼저 제거했다면 기선 제압 정도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후회에 가깝지는 않았다. 페트렌코가 SS급 최상위의 헌터인 만큼 라이키리의 가호를 사용한 빛의 일격을 완전히 회피할 가능성도 있었다.

‘만약에라는 가정은 무의미하다.’

현준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위협에 대응해야 했다.

-주인. 플레임의 상태가 좋지 않다.

지옥참마도가 말했다. 그는 현준과 달리 전투 중에 플레임의 상태를 살필 수 있었다.

“정확한 상태는?”

-여기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부상을 입은 것 같고 50명 이상의 알파팀 헌터들에게 포위되어 있다. S급도 7명 정도 붙어 있는 것 같군.

잘 보이지 않는다고 불평하기는 했지만 지옥참마도는 플레임의 상황을 꽤 자세히 정리하여 말해주었다.

“도대체 S급을 몇 명이나 동원한 거야!”

현준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내뱉으며 도살자 단검을 ‘이기어검’으로 움직였다. 그를 향해 맹렬히 돌진해오던 A급 헌터의 목에 도살자 단검이 꽂혔다.

측면에서의 기습에 A급 헌터는 일격에 절명해 버리고 말았지만 적은 여전히 많았다.

알파팀 헌터들이 계속해서 파도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완전 은신을 사용할 시간조차 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군.”

다굴에 장사 없다는 표현이 있다. 그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계속되는 인해전술과 집중되는 공격에 현준의 집중력이 분산된 틈에 페트렌코가 날려 보낸 얼음 창이 왼쪽 허벅지를 관통한 것이다.

“으윽!”

지옥참마도의 마법 저항 덕분에 상위 마법까지 영향을 받지 않지만 이건 고통의 저주까지 섞여 있는 고위 마법이었다.

심각한 통증이 밀려오면서 현준은 신음을 흘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동안 전생의 방에서 보낸 시간이 없었다면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을지도 모를 정도의 고통이었다.

“어떠냐? 이제 무릎 꿇을 마음이 생겼나?”

멀리서부터 페트렌코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신의 마법이 현준의 허벅지를 관통했다는 걸 확인한 것인지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부상을 입은 현준이 주춤하자 알파팀 헌터들이 이리떼처럼 거리를 좁혀 왔다.

“내가 잘못 생각한 모양이야.”

현준이 혼잣말과 함께 지옥참마도를 들어 올렸다.

“처음부터 너흴 상대로 마력을 아끼면 안 되는 거였어.”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마력을 아끼며 소극적인 태도를 했던 게 화근이었다.

플레임이 요격당하고 나서야 현준은 생각을 고쳤고 ‘전력’을 다하기 위해 마력을 끌어 올렸다.

-이스텔이 붉은 마법서를 펼칩니다. 일시적으로 화염 마법의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이스텔의 가혹한 불꽃이 함께합니다. 화염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합니다.

-이스텔이 가진 붉은 마법사의 권능을 행사합니다. 화염계 마법의 위력을 3배 강화합니다.

다량의 마력을 잡아먹는 가호였지만 광역 살상에 특화되어 있는 이스텔의 가호를 모두 발동했다.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고 정면에 붉은 마법서가 펼쳐졌다.

“인페르노.”

차분하게 시동어를 내뱉는 것으로 마법을 완성했다.

화염계 고위 마법 중에서도 가장 수준이 높고 대마법에 가깝다는 ‘인페르노’의 완성과 함께 하늘이 붉게 물들고 지면이 갈라지면서 용암이 솟구쳤다. 심지어 이건 평범한 인페르노가 아니었다.

이스텔의 가호로 3배 강화된 인페르노였다. 유효 범위와 화염의 위력이 일반적인 인페르노 마법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현준은 이스텔의 가호를 통해 화염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중이었다. 모든 화염의 그의 지배하에 있다.

“크아아아악!”

“조심해!”

“유도 술식이 각인된 마법인 것 같습니다!”

현준이 손을 휘저을 때마다 알파팀 헌터들이 뜨거운 불길에 휩싸여 비명을 내질렀다.

갑작스러운 광범위하고 치명적인 고위 마법 때문에 협공 진형이 무너졌다. 현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하사신의 가호를 사용했다.

-하사신의 음험한 발걸음이 당신을 완전한 어둠으로 안내합니다. 찬란한 빛 속에서도 당신은 그림자가 됩니다.

현준의 몸이 은신의 장막 속으로 사라졌다.

“사, 사라졌다!”

“찾아라! 탐색 마법을 전개하라!”

사라진 현준을 찾기 위해 알파팀 헌터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부상자들이 뒤로 물러나고 마법계 헌터들이 탐색 마법을 펼쳤지만 이미 ‘완전 은신’ 상태가 된 현준을 쉽게 찾아낼 수는 없었다.

“마력 반응이 없습니다!”

“기척 감지 불가!”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페트렌코는 욕설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삼키며 입을 열었다.

“저놈을 먼저 죽여라.”

페트렌코의 손끝이 플레임을 가리켰다. 직속 부관, 바실리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전기를 입가로 가져갔다.

“우선 공격 목표를 변경한다. 날개 달린 놈을 먼저 죽여라.”

차가운 명령이 전달되었다. 예비대 역할로 대기하고 있던 알파팀 헌터들 30명이 추가로 플레임을 향해 몸을 날렸다.

“크, 크윽! 하찮은 인간 놈들이!”

플레임은 저항을 멈추지 않았지만, 상황은 점점 불리해졌다.

“내가 나서야겠군.”

페트렌코가 나섰다. 수십 개의 얼음 창이 플레임의 몸을 꿰뚫었다.

“커, 커헉…….”

얼음이 붉게 물들었다.

“목을 쳐라!”

“죽여 버려!”

여러 개의 얼음 창에 꿰뚫린 채 간신히 서 있는 플레임을 향해 이리떼처럼 달려드는 수십 명의 알파팀 헌터들. 그 순간 현준은 죽음을 직감하고 눈을 감았다.

“형님…… 죄송합니다.”

소환수의 목줄로 인해 충성심이 깊어진 플레임은 마지막으로 현준을 떠올리며 모든 것을 포기했다.

그는 이제 곧 날카로운 창과 칼이 자신의 목을 찢어 놓을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더 이상의 고통은 없었다.

“커, 커헉!”

“크아악!”

고통 대신 찾아온 것은 조금 전까지 그의 목을 노렸던 알파팀 헌터들이 내지르는 날카로운 비명이었다.

플레임은 눈을 떴다. 무기를 들고 돌진해오던 알파팀 헌터들이 피를 쏟아내며 쓰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은신의 장막을 뚫고 나온 현준이 현란한 움직임으로 지옥참마도를 휘둘렀다.

-듀렌달이 당신과 함께합니다. 찬란한 광휘가 정의로운 검에 깃듭니다.

듀렌달의 가호까지 사용했다. 강화된 오러 블레이드는 모든 존재를 베었다.

-달콤한 피의 냄새가 리퍼를 흥분시킵니다. 깨어난 본능은 잠시나마 당신을 살육에 특화된 학살자로 만듭니다.

일방적인 학살이 계속되면서 리퍼가 깨어났다.

-리퍼와의 동조율이 1차 해방의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피에 젖은 살인귀가 당신을 살상에 특화된 인간 병기로 만듭니다. 이제 당신의 눈에는 적대하는 존재의 모든 취약점이 보일 것입니다.

달려드는 알파팀 헌터들의 몸에서 붉은 점이 보였다. 헌터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붉은 점의 위치도 변하는 걸로 보아 실시간으로 약점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현준은 망설임 없이 도살자 단검을 날려 보내 붉은 점을 꿰뚫었다. 일격에 취약점이 관통당한 알파팀 헌터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효과 좋은데?”

실시간으로 취약점이 보인다. 알파팀 헌터들은 현준이 지옥참마도를 휘두를 때마다 무력하게 쓰러졌다.

페트렌코의 마법을 파괴하느라 상당히 많은 양의 마력이 소모되기는 했지만 지옥참마도의 흡혈로 아슬아슬하게 버틸 만했다.

“쉬어라. 플레임.”

“혀, 형님…… 죄송합니다…….”

“아니. 너는 충분히 잘 싸웠다.”

이제 절반 정도 남았다. SS급 최상위의 페트렌코와 S급 최상위의 바실리크가 있기는 했지만, 현준과 마찬가지로 그들 또한 상당량의 마력을 소모한 상태였기 때문에 질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길드 사무소 단지 방어를 위해 배치된 친위대를 소환하거나 만약을 위해 숨겨둔 ‘비장의 수’를 사용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제기랄…….”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는 마력 반응에 욕설이 튀어나왔다. 차원 관문이 열리고 수십 기의 헬기 편대와 수백 명은 넘을 것 같은 러시아 육군 병력이 쏟아진 것이다.

그들 중에서는 일부이지만 수준 높은 헌터 병력도 섞여 있는 것인지 강한 마력 반응도 섞여 있었다.

“차원 마법을 부리는 헌터를 먼저 처치했어야 했나?”

후회해도 늦었다.

“미안하지만 강현준. 내가 이겼다.”

페트렌코가 마법으로 목소리를 키운 채 말했다. 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비열한 웃음을 흘리는 모습이 바로 코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이대로라면 질 수도 있다.

‘그건 싫은데…….’

아무래도 비장의 수단을 써야 할 것 같았다. 현준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이것만큼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며 들어 올린 그것은 ‘검은 마정석’이었다.

“형님! 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부탁한다.”

플레임이 성치 않은 몸으로 앞에 나섰다. 현준은 차분하게 대답하며 질드레가 알려준 술식을 사용해 검은 마정석에서 마력을 뽑아냈다.

-아콘이 위대한 명령으로 차원 관문을 개방합니다. 무한의 군단을 호출합니다.

순식간에 거대한 차원 관문이 열렸다. 알파팀 헌터가 열어놓은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규모였다.

“거, 거짓말…….”

“차원 관문이 이렇게 크다고?”

“대체, 뭐가 소환되는 거지?”

알파팀 헌터들이 당황하는 사이, 현준은 무한의 군단에 신호를 보냈다.

“군단 소환사의 이름으로 명한다. 무한의 군단은 내 명령에 집결하라.”

-군단, 철갑무장 기병대의 일부가 소환에 응합니다.

-군단, 높은나무 저격 여단의 일부가 소환에 응합니다.

-군단, 국민 무장 돌격대의 일부가 소환에 응합니다.

그리고 차원 관문을 넘어 1천의 군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내 차례다.”

학살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