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만 전생이 날 도와줘-139화 (139/217)

# 139

41장 이제 SS급은 내 상대가 아니야(2)

“크아아악!”

“크윽!”

“커허억!”

알파팀의 헌터들이 비명을 쏟아냈다. 몇 명은 피를 토하기도 했다. 현준의 앞을 막아선 S급 헌터는 비교적 멀쩡했지만 예상치 못한 강렬한 살기에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무슨 놈의 살기가 이렇게…….”

“죽고 싶지 않으면 비켜라.”

서슬 퍼런 목소리로 말하며 허리에 걸려 있는 지옥참마도에 손을 가져갔다.

허튼짓하면 무력시위도 망설이지 않겠다는 무언의 표현이었다. 의미는 충분히 전달된 것인지 S급 헌터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 우리는 알파팀이다! 설마 러시아와 대적할 생각이냐?”

SSS급 헌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SS급과 S급의 수도 결코 적지 않다. 그런 초강대국을 상대로 네가 검을 뽑을 수 있을까? 라고 S급 헌터가 생각을 한 순간이었다.

“허억!”

이미 현준이 뽑아든 지옥참마도의 끝이 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빠, 빨라…… 보이지 않았다.’

반응조차 할 수 없었고 순간적으로 검을 뽑았다는 기척조차 읽지 못할 정도였다.

아득한 강자 앞에서 느끼는 허망한 무력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비켜라, 알파팀. 나는 인내심이 좋은 편이 아니야.”

차갑게 내뱉으며 다시 살기를 끌어 올렸다. 알파팀의 조장, S급 헌터는 덜덜 떨리는 두 손을 들어 올려 보이며 천천히 옆으로 비켜섰다.

알파팀의 다른 헌터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미 그들은 현준에게 기선이 제압된 상태.

그 누구도 감히 저항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당연한 반응이다. 지금 그들의 눈에 비치는 현준은 자비 없는 포식자였으니까.

“자랑스러운 러시아의 선봉 전선을 책임지는 알파팀이 적에게 등을 보이다니! 이게 무슨 일이냐!”

짜증 섞인 외침과 함께 정문이 열렸다. 짧은 머리를 붉게 물들인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현준에게 닿았다.

“알파팀의 페트렌코다. 이름을 밝혀라.”

“강현준이다.”

“강현준? 아, 대한민국의 SS급 헌터?”

현준이 이름을 밝히자 페트렌코의 표정이 변했다. 명백한 비웃음.

“독립 지휘권이라도 행사하려고 오셨나?”

“정확하게 알고 있네.”

“운이 좋아서 변방의 ‘소국’에서 최강의 이름을 얻었다고 기고만장하는 꼴이라니…… 어이가 없군.”

혼잣말처럼 말했지만 주변의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목소리가 컸다.

러시아어로 말했지만 레이스 길드 집행부 헌터들은 비싼 통역 장비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페트렌코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감히! 길드장님께!”

태민이 단검을 뽑아 들었다.

“용서할 수 없다!”

그는 ‘맹신하는 눈먼 기사’다. 충성을 바친 주군에 대한 모욕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주군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무기를 들 수 있는 충신이었다. 설령 그 대상이 SS급 최상위의 실력자라고 할지라도.

-말리지 않을 건가?

태민이 페트렌코를 향해 몸을 던진 찰나의 순간, 지옥참마도가 현준에게 물었다.

지금이라도 개입한다면 충돌 직전에 말릴 수 있다. 하지만 현준은 고개를 저으며 싸늘한 미소를 머금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다음 순간.

“크아아아악!”

지면을 뚫고 나온 얼음 거인이 휘두른 팔에 얻어맞은 태민이 땅에 처박혔다.

“크, 크윽…….”

그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굳은 얼굴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서늘한 냉기를 머금은 얼음의 창이 목젖에 닿았기 때문이다.

“부하 교육을 참 잘 시켰군.”

페트렌코는 비열한 미소를 머금은 채 얼음의 창을 살짝 움직였다. 창의 끝이 태민의 목젖을 파고들면서 핏물이 맺혔다.

“큭…….”

태민은 분한 표정으로 신음을 삼켰고 페트렌코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쓱 훑었다.

마지막으로 시선이 향한 곳에는 현준이 있었다.

“지금이라도 무릎을 꿇으면 오늘 있었던 일은 불문에 부칠 수도 있다. 어떤가? 솔깃하지?”

“싫다면?”

“그러면 이 친구는 죽을 수밖에 없겠네.”

페트렌코는 정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태민의 목에 닿은 얼음 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 모습을 보는 현준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충성스러운 부하가 쓰러져 있는 걸 외면할 생각도 없다.

“그거, 찌르면 넌 죽어.”

“해봐.”

도발과 함께 페트렌코가 행동했다. 그리고 현준 또한 마력을 일으켰다.

-라이키리의 빛이 당신을 아득한 저편으로 인도합니다. 빛과 함께 한줄기의 섬광이 되어 적을 꿰뚫으세요.

현준이 한 줄기 빛이 되었다. 빛의 군마를 탄 그의 질주를 막을 수 있는 이는 없었다. 페트렌코가 내찌른 얼음의 창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꿰뚫었다.

“없어?”

“난 분명히 경고했다.”

차갑게 내뱉으며 다시 마력을 끌어 올렸다.

“그거 찌르면 죽는다고.”

-하사신의 음험한 발걸음이 당신을 완전한 어둠으로 안내합니다. 찬란한 빛 속에서도 당신은 그림자가 됩니다.

“아, 알파팀! 집결하라!”

페트렌코의 지시에 알파팀 헌터들이 그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모두 무기를 뽑아 들고 주변을 경계했다.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기랄! ‘완전 은신’인가?”

완전 은신 상태의 적을 찾는 건 쉽지 않다. 공격 직전에 은신을 풀릴 때 기척을 읽는 방법이 있지만 실패할 경우 치명상을 피할 수 없다.

페트렌코는 욕설을 내뱉으며 주위를 살폈다. 그러다 이내 눈앞에 있는 대한민국의 헌터들에게 시선이 닿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것인지 그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번졌다.

“알파팀! 저 앞에 있는 놈들을 전부 죽여라!”

“전부 죽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아무리 그래도 죽이라는 명령이 이렇게 쉽게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인지 조장급의 S급 헌터가 되물었다.

“모두 죽여! 감히 위대한 러시아의 알파팀에 무기를 겨눈 놈들이다!”

알파팀의 헌터들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레이스 길드 집행부 헌터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무기를 들어 올렸다.

당장이라도 충돌이 일어날 것만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무거운 긴장 속에서 알파팀의 조장급 헌터 한 명이 검에 오러를 피어 올린 순간.

허공을 찢고 나타난 현준이 검집으로 알파팀 조장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 갈겼다.

콰아아아앙!

폭발하는 듯한 충돌음과 함께 알파팀 조장의 머리가 지면에 꽂혔다.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작은 크레이터가 생겨날 정도.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S급 헌터라서 머리통이 박살 나지는 않았지만,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의식을 잃고 말았다.

“조, 조장님!”

“조장님을 지원한다!”

“공격! 적을 제압한다!”

S급 헌터를 압도하는 현준의 무력에 대부분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지만 유독 충성심이 강한 소수는 무기를 휘두르며 일순간에 거리를 좁혔다.

“나서지 마세요. 제가 제압합니다.”

현준은 집행부 헌터들을 향해 간단한 지시를 내린 뒤, 땅을 박찼다. 3m 정도 되는 높이로 뛰어오른 그를 향해 공격 마법이 연이어 날아들었다. 하지만 현준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사, 상위 마법이 안 통한다고?”

수십 개의 바람의 칼날과 화염구가 현준의 주위에 접근하기 무섭게 무력하게 흩어지거나 녹아내리는 모습에 알파팀 헌터들은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적이 마법 저항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고위 마법을 준비해!”

“전투계는 전 방향에서 포위 공격을 전개한다!”

대인전 경험이 풍부한 정예들답게 마법 저항 장비의 존재에도 곧바로 연속 공격을 준비했다.

그 모습을 보며 페트렌코는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마법을 캐스팅했다. 대마법이 완성되려는 찰나, 그는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이 지경까지 왔는데, 저렇게 침착하다고?’

눈앞에서 칼부림이 벌어지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레이스 길드 집행부 헌터들은 소름 끼칠 정도로 차분했다.

그들은 나서지 말라는 현준의 지시를 지키기 위해 철저하게 방관자가 되었다. 페트렌코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건가?’

본능이 심상치 않은 기류를 읽고 경고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외면했다.

어느새 아공간에서 소환된 스태프의 끝을 현준에게 겨누며 입을 열었다.

“프로스트 노바.”

SS급 대마법이 완성되었다. 치명적인 냉기와 얼음을 소환하는 강력한 대마법. 블리자드에 비해 범위가 좁은 대신 더욱 강력한 냉기를 소환할 뿐만 아니라 정밀 유도가 가능하다.

-주인! 대마법 온다!

지옥참마도의 경고와 동시에 사방에서 모든 것을 얼려 버릴 것 같은 참혹한 냉기가 생성되어 손을 뻗어 왔다.

현준은 단번에 이 대마법의 정체가 ‘프로스트 노바’라는 걸 알아챘다.

‘이건 못 피한다.’

마력 소모가 극심하겠지만 질드레의 가호로 마법 술식을 파괴해야만 한다. 현준은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접근하는 냉기를 향해 손을 뻗었고 그 모습을 본 페트렌코는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 자살할 생각?”

“아니, 전혀.”

그 순간 가호를 발현했다.

-질드레의 마력이 마법 술식을 침식합니다. 어두운 진리의 이름으로 마력의 강제 해산을 명령합니다.

질드레의 마력이 닿자 냉기가 허무하게 사라졌다.

“대마법을 파괴했다고?”

페트렌코가 경악했다.

“다음은 너다.”

현준이 차갑게 내뱉었다. 멀쩡한 척하고 있었지만 사실 SS급 대마법을 파괴하느라, 상당한 마력이 소모된 상태였다.

“대마법을 어떻게 파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마력이 얼마 남지 않았을 거다! 모두 공격해!”

마법 술식 파괴에는 많은 마력이 소모된다는 것 정도는 지식이 깊은 마법계 헌터라면 알 만한 정보였다.

페트렌코가 애써 침착하게 지시를 내리자 알파팀 헌터들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현준에게는 마력을 회복할 수단이 있다는 것을.

“크아아악!”

“커헉!”

지옥참마도를 휘두를 때마다 알파팀 헌터들에게서 피 분수가 솟구쳤다. 지옥참마도의 흡혈 능력이 발동하면서 조금씩이지만 마력이 회복되었다.

오러 같은 위험한 능력은 사용하지 않았다. 죽일 생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알파팀 헌터들은 현준을 죽여버릴 생각이었는지 대놓고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지옥참마도는 S급 장비라서 오러 블레이드와 충돌해도 절단되지 않았다.

“크아아악!”

20명이 넘는 알파팀 헌터들이 제압되는데 걸린 시간은 5초. 급소를 피하긴 했지만 대부분 일어서기 힘들 정도의 부상이었다.

회복계 헌터까지 철저하게 베었다. 이걸로 페트렌코와의 ‘대화’에 개입하기는 힘들 것이다.

“페트렌코라고 했었나……? 지금부터 대화를…….”

“할 것 같냐!”

현준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페트렌코가 스태프를 들어 올렸다. 수십 개의 고위 마법이 완성되었다.

수백, 수천 개의 얼음 창과 거대한 냉기 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특수 능력은…… 영창 파기인가?”

흥미롭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현준을 보며 페트렌코가 비열한 웃음을 흘렸다.

그의 특수 능력이 영창 파기이기는 했지만 수십 개의 고위 마법을 한 번에 완성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조금 무리했다. 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어디! 이것도 모두 파괴해 보거라!”

마법이 쏟아졌다.

“어려운 일은 아니네.”

그저 손을 흔들 뿐, 다른 동작은 없었다. 그리고 모든 고위 마법이 ‘소멸’했다.

수천 개의 얼음이 흘러내리듯 소멸하여 흩어지는 광경에 페트렌코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괴,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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