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만 전생이 날 도와줘-135화 (135/217)

# 135

40장 남미 레이드(2)

인공섬이 공격당하기 직전에 혈맹이 소환에 성공한 인베이더는 셋이었다.

그들 중 13급인 이지크와 11급인 알자스는 적격자의 빈집을 공격하기 위해 수원으로 향했지만 10급 인베이더, 카르센은 소수의 솔저들과 함께 남미로 가서 선봉지휘부를 세웠던 것이었다.

“솔저 지휘관은 현 상황을 보고하라.”

돌로 만든 의자에 앉아 있는 트롤이 입을 열자 굵은 목소리가 넓은 공동에 낮게 깔렸다. 그는 10급 인베이더, 카르센이었다.

“솔저 지휘관, 하칼! 보고 드립니다!”

어둠 속에서 뼈로 만든 투구를 쓴 오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복장은 주술사에 가까웠지만, 체격은 전투계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거대했다.

“남미 전역의 균열을 통해 게이트 생성을 성공적으로 유도했습니다. 남미 대륙의 국가들이 대응 병력을 소집하여 저지선을 구축하고는 있지만, 그전에 대부분의 게이트가 생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으로 저희는 절반의 임무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칼이 힘차게 외쳤다. 목소리에서는 기쁨의 감정이 묻어 나왔다. 그들의 임무는 침략사령부의 병력이 상륙할 수 있도록 선봉지휘부를 세우고 균열을 확장하는 것이었다.

성공적으로 선봉지휘부를 세웠을 뿐만 아니라 게이트를 열면서 균열 확장을 시작했으니 하칼의 말대로 절반의 성공이다.

“차원 관문을 넘으면서 입은 피해가 심각하다. 이 임무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실패하면 책임 지휘관님께서 부담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

카르센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281번 침략부대의 책임 지휘관 로스칼은 990036번 표적에 나타난 ‘적격자’를 처단하기 위해 대규모 차원 도약 계획을 세웠다.

균열이 안정되지 않아서 차원 관문을 통과할 때 9할 이상의 병력을 잃는 상황이라 부관과 참모들이 만류했지만 결국 진행하여 3명의 인베이더와 수백의 솔저급을 상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베이더 수십과 1만에 가까운 솔저들이 목숨을 잃었다.’

침략사령부의 병력이 많다고는 하지만 수십 명의 인베이더가 전투에 투입되지도 못하고 목숨을 잃었으니, 적격자를 처리하지 못한다면 책임 지휘관, 로스칼의 입장이 난처해지는 건 분명하다.

‘검은 마정석이 유실되지 않아서 다행이군.’

운이 좋았는지 몰라도 병력의 대부분을 잃었지만 검은 마정석의 손실은 극히 적었다.

균열을 열고 게이트를 생성할 때 사용되는 검은 마정석이 차원 이동 중에 다량 유실되었다면 이런 대규모 레이드를 유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카르센 경.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방심하지 마라. 신호가 잡힌 지 1년이 되지 않았는데, 알자스 경과 이지크 경이 전사한 걸 보면 이번 ‘적격자’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어쩌면 벌써 선봉지휘부의 위치를 파악하고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최선을 다해 선봉지휘부를 방어하고 적을 격멸하겠습니다!”

하칼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외쳤지만 카르센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라나는 불안감을 좀처럼 쉽게 자르지 못했다.

‘이상한 기분이다…….’

그는 외면했지만, 그 감정은 ‘불안’이 아니라 ‘공포’였다.

* * *

“게이트 오픈까지 30분도 안 남았는데, 헌터들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콜롬비아 육군 대대장, 후안 중령이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무전기를 집어 들었다.

그의 부대는 레이드 경보가 발령되면서 급히 출동했는데, 운이 나쁘게도 피난 유도나 저지선 수비가 아닌 공격대에 편성되면서 레이드 게이트가 열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에 배치되었다.

레이드 상황국의 예상이 100% 정확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후안 중령은 이번에도 그들의 예상이 빗나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대대장님. 헌터들은 아직입니까?”

휘하 중대장 1명이 불안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다가와 질문했다. 당연한 모습이었다. 헌터들이 없으면 마수를 상대로 군대는 큰 힘을 쓰지 못한다.

화력을 쏟아부으면 마수 사살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효율이 좋지 않다. B급 마수 몇 마리만 나타나도 군인들이 떼죽음을 당할 것이다.

“파티 편성이 늦어져서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군. 이쪽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아.”

“대대장님! 레이드 게이트가 형성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통신병의 보고에 후안 중령은 욕설을 내뱉으며 지휘소 밖으로 나왔다.

머리 위로 검붉은 구름이 생성되기 시작했고 멀지 않은 곳의 허공이 쩌억 갈라지면서 공허한 속을 드러냈다.

“뭐, 뭐야…… 진행 속도 왜 이렇게 빨라?”

후안 중령은 레이드 게이트를 처음 보는 게 아니었다. 육군에 복무하면서 3번 정도는 본 적이 있었고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빨리 진행되는 경우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게이트 생성까지 30분 정도는 남았을 텐데?”

레이드 상황국이 틀리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이런 걸 원한 게 아니었다.

“총원 전투 배치!”

불평은 길지 않았다. 후안 중령은 즉시 대대의 병력을 전투 위치로 이동시켰다. 생성되기 시작한 게이트를 향해 군인들이 총구를 겨눴다.

“헌터 없는 공격대라…… 망했군.”

전진 배치된 중대의 부사관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예상보다 게이트 생성이 빠른 탓에 헌터들이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수들과 싸워야 할 상황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라고는 돌격소총과 기관총, 그리고 박격포와 대전차화기가 전부였다.

전차 대대와 헌터 병력의 지원이 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단 레이드가 시작되면 언제 도착할지 장담할 수 없다.

“공격 헬기 편대가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비행 전력이라면 제시간을 맞출 수 있겠지.”

병사의 말에 부사관은 생성 중인 게이트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게이트 생성 완료까지 10초 전입니다!”

관측병이 장비를 통해 분석한 결과를 전파했다. 그리고 10초가 지나자 찢어진 공간에서 오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일정 수준을 넘긴 헌터들에게는 사냥하기 쉬운 대상이었지만 여전히 인간의 한계에 머물러 있는 군인들에게는 공포스러운 적이었다.

타앙!

사격 지시는 없었다. 누군가 실수로 당긴 방아쇠로 인해 울린 총성은 전염병처럼 산발적으로 퍼져나갔다.

“크워어어어!”

집중 총격에 선봉의 오크들이 하나둘씩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마수라고 해서 현대 무기에 완전 면역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수가 ‘마력 피부’라는 무색의 보호막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대 무기로 조금씩 ‘마모’시켜서 파괴하는 게 가능했다. 다만, 그 ‘마모’의 수준이 헌터들에 비해 극도로 비효율적일 뿐이다.

“오, 온다!”

누군가 공포에 질려 외쳤다. 총알을 비처럼 쏟아붓고 공격 헬기 편대가 기관포를 사격하고 미사일을 쏘았지만 몰려나오는 오크들의 수는 여전히 많았고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왔다.

“갈겨! 접근하지 못하게 해!”

“접근하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물러나야 합니다!”

“제기랄! 헌터들은 아직입니까? 이대로는 다 죽습니다!”

군인들은 쉬지 않고 방아쇠를 당기면서도 헌터들을 찾았다. ‘마수’라는 거대한 재앙 앞에서 헌터들은 한 줄기 희망이었다.

콰앙!

하늘에서 경차만 한 크기의 화염구가 떨어졌다. 화력지원을 맡은 10여 명의 군인이 화염에 휩쓸리면서 화력망에 빈공간이 생겼다.

“오, 오크 주술사다!”

“헬기 편대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게이트에서 모습을 드러낸 오크 주술사가 손을 휘젓자 자비 없는 바람의 칼날이 공격 헬기 편대를 처참하게 찢어 놓았다.

두 쪽으로 갈라진 공격 헬기들이 검붉은 연기를 토해내며 추락했다.

“으아아악!”

“크아아악!”

뒤이어 오크들이 저지선을 넘었고 군인들과 백병전이 벌어졌다. 총검을 장착한 군인들이 달려들었지만, 오크를 이길 수는 없었다.

신체적인 조건의 차이도 분명했고, 무엇보다 오크들이 수도 더 많았다.

“지원군이다!”

처음 배치된 병력의 대부분이 전멸했을 때였다. 건물 옥상들에서 헌터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윈드 커터!”

“아이스 스피어!”

“파이어 캐논!”

마법 엄호와 버프를 받으며 전투계 헌터들이 마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헌터들이 합류하자 상황은 바뀌는 것 같았다.

“다음 웨이브가 옵니다!”

누군가가 외쳤다.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탓에 2번째 웨이브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헌터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무기를 들어 올렸고 군인들 또한 게이트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숨 막히는 긴장 속에서 게이트가 열렸다.

턱.

녹색 피부에 중갑을 갖춰 입은 오크의 발이 땅에 닿았다. 아니, 닿았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맨 앞에 있던 B급 전투계 헌터 3명이 피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일격에 즉사.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오, 오크 검성…… 커헉!”

“크아아악!”

하위라고는 하지만 S급 마수. 그가 오러를 머금은 검을 휘두를 때마다 헌터들의 몸에서 핏줄기가 솟구쳤다.

지금 이곳에는 A급 헌터가 겨우 3명이 있을 뿐이었다. S급 마수를 제압할 전력이 부족했다.

“협공이다!”

“저 검성부터 처리해!”

B급 헌터 다수가 앞으로 나섰다. 다른 이들이 A급 이하의 마수들을 상대하는 동안 A급 헌터 셋이 B급들의 엄호를 받으며 오크 검성을 상대했다.

“크아아악!”

“끄르르륵!”

A급 헌터 2명이 목숨을 잃었고 홀로 남은 한 명이 오러를 머금은 단검을 오크 검성의 목에 꽂아 넣는 데 성공했다.

“헉, 허억…….”

오크 검성을 쓰러뜨린 A급 전투계 헌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저앉았다.

오크 검성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A급 2명과 B급 14명이 쓰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S급 마수의 벽은 높았다.

“밀어붙이세요!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새로운 지원이 도착했다. 오크 검성의 뒤를 이어서 상륙한 마수들이 빠르게 정리되었다.

하지만 오크 검성이 깽판을 쳐놓은 탓에 마수를 모두 처치하기 전에 3번째 웨이브가 터졌다. 다시 한번 차원이 찢어지면서 게이트가 마수들을 토해냈다.

“오, 오크 검성…….”

“제기랄!”

“저걸 어떻게 처리하라는 거야!”

오크 검성만 셋이었다.

“인간이다.”

“대족장님의 명령이다.”

“모두 죽여라.”

오크 검성들이 무기를 들어 올렸다.

“끝났다…….”

누군가 말했다. 헌터들의 눈동자가 절망에 물들었고 군인들은 전의를 상실한 채 총구를 내렸다. 도저히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쳐라.”

가장 계급이 높아 보이는 오크 검성이 명령하자 대검을 든 이가 먼저 움직였다.

선명한 오러를 머금은 대검을 휘두르며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진 순간.

콰앙!

“커, 커헉?”

군인들에게 닿지 못하고 굉음과 함께 뒤편의 벽에 날아가 처박혔다. 묵직한 뭔가에 얻어맞은 듯 흉부가 함몰되어 있었다.

“일격이라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

남은 오크 검성 둘은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지만, 동료를 일격에 날려버린 원흉은 보이지 않았다.

“어딜 보는 거야? 이쪽이야.”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오크 검성 둘의 배후에서 강현준이 은신의 장막을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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