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만 전생이 날 도와줘-65화 (65/217)

# 65

19장 변화의 바람이 분다(1)

쾅! 쾅! 쾅!

굉음과 함께 정면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선두에서 달리던 특수 경찰 장갑차가 폭발과 함께 전복되었다.

특수 경찰국에서 운용하는 장갑차는 경장갑차 분류에 들어가기 때문에 로켓탄 세례를 버티기에는 부족했던 것이다.

“미, 미친! 도심 한복판에서 로켓탄이라고?”

뒷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한 습격에 한석은 경악했다. 현준도 이제야 태식이 특수 경찰서조차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지. 응전한다.”

태식이 무전기에 대고 말하자 차량 행렬이 일제히 멈췄다. 로켓탄 공격에 당하지 않은 장갑차 2개가 현준이 탑승한 세단의 전후방을 막는 방패가 되었다.

전방의 장갑차에서 적들을 향해 기관총 사격을 퍼붓는 동안 세단에 탑승해 있던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하차하여 전투태세를 갖췄다.

“옵니다.”

현준이 말했다. 사방에서 빠르게 접근하는 다수의 기척이 느껴졌는데 그 수가 결코 적지 않았다.

외진 곳도 아니고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일을 벌이는 대담한 배후가 누군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자주 있는 일입니까?”

“검은 마정석에 관해서는 가끔 있는 일이죠.”

“그런데 왜 저는 이런 내용의 뉴스를 본 적이 없을까요?”

인터넷 기사와 뉴스 채널을 자주 보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정체불명의 교전이 있었다는 내용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던전 레이드 시대의 시작과 함께 치안이 악화되고, 인터넷의 사건 사고 뉴스는 매일 같이 갱신된다고는 하지만, 이런 규모의 대형 사건을 못 보고 넘어갔을 리가 없다.

“강현준 씨. 언론 통제라고 들어봤어요?”

태식이 물었다. 그의 주위로 사람 머리통만 한 화염구 십여 개가 생성되었다. 현준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태식은 설명을 이어가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강현준 씨의 생각만큼 깨끗한 나라가 아니에요.”

더 이상 덧붙이지 않았지만, 설명은 충분했다. 기척도 꽤 가까워져서 대화를 계속할 여유도 없었다.

“플라이!”

“저도 엄호하겠습니다!”

진아가 먼저 비행 마법을 사용하자 한석도 자신만만하게 외치며 위로 솟구쳤다.

괴인과의 교전에서 입은 부상은 특수 경찰서에서 회복을 끝낸 상태였기 때문에 힘이 넘쳤다.

로켓탄 세례를 퍼부은 이들은 기관총 사수한테 모두 제압당한 것인지, 전방은 조용했다.

하지만 전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어둠 속에서 10여 명의 복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 개의 검붉은 화염이 비행 상태인 두 사람을 노렸다.

진아가 방어 마법을 펼치는 동안 한석이 윈드 커터로 반격했다.

“여기도 옵니다.”

공중전이 벌어지는 동안 지상은 긴장 속에서 서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조심하세요. 약한 놈들은 아닙…… 가, 강현준 씨!”

태식이 복면인들에 대해 경고를 하는 순간에 이미 현준은 적들을 향해 몸을 던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태식은 한숨을 내뱉으며 엄호를 시작했다.

“파이어 캐논!”

S급 헌터가 되면서 태식이 각성한 특수 능력은 ‘마법’이었다. 그래서 그는 전투계 헌터임에도 불구하고 ‘고위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커다란 화염구가 복면인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강력한 고위 마법이었지만, 그들은 침착하고 일사불란하게 분산 진형을 펼치면서 방어하거나 회피를 시도했다.

“크악!”

“커헉!”

2명이 불길에 휩싸여 쓰러졌고, 남은 이들은 현준과 태식을 노렸다.

“와라.”

현준은 차분하게 마력을 끌어 올려 가호를 발현했다.

-시든밀러의 용맹한 검이 당신과 함께합니다. 정의로운 용기가 무너지지 않는 한, 검은 부러지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방패를 들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시든밀러의 가호만 활성화했다. 푸른 오러가 검에 깃들었다.

“오호라? 오러 블레이드?”

“오러 사용자라고 자만하지 마라.”

“그분께 선택받은 우리의 상대가 될 수는 없다.”

“우리는 특별하니까.”

친절한 설명이 이어지고 현준의 앞에 선 복면인 넷이 들고 있는 창과 검에도 오러가 깃들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푸른색이 아니라 검붉은 빛을 띠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수 경찰국 소속도 아닌 것 같은데 좋은 말로 할 때 비켜라.”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현준은 복면인들과의 거리를 일순간에 좁히며 검을 휘둘렀다.

“크아아!”

창을 든 복면인이 비명과 함께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우리 중 제일 강한!”

“형님께서 일격에?”

“보통 상대가 아니군!”

동료가 흘린 피가 붉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설명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합격진을 펼칠 수밖에!”

“2호기! 3호기! 합격진이다!”

마치 전대물에 나오는 용사들처럼 현란하게 움직이며 뭔가를 하려고 했지만, 현준은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사, 사라졌…….”

정신을 차렸을 때 그들의 시야에 현준은 없었다. 너무 빨라서 움직임을 쫓을 수 없었다.

“커, 커헉…….”

“큭!”

“아악!”

팔과 다리가 잘리고 심장이 꿰뚫려 쓰러지고 나서야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척을 찾아내지 못한 상태로 숨이 끊어졌다.

순식간에 복면인 넷을 처리한 현준은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여 상황을 파악했다.

하늘에서는 마법 공격을 주고받는 공중전이 한창이었고, 바로 앞에서는 태식이 복면인 2명을 상대하고 있었다.

싸우는 모습을 보니 복면인 3명이 최소 A급 상위의 실력자로 보였지만 태식은 여유로웠다.

‘원거리 쪽을 처리해야…….’

그래서 아무 걱정 없이 몸을 돌린 순간이었다.

“크아아악!”

날카로운 비명 소리. 복면인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목소리가 익숙했다. 현준은 황급히 몸을 돌렸고, 곧 그의 눈에 피를 흩뿌리며 복면인들과의 거리를 벌리는 태식이 보였다.

“제기랄!”

현준은 욕설을 내뱉었다. 복면인 3명 중 2명은 더 이상 인간의 모습이 아닌 괴인 상태였다.

한석과 돌아오는 길에 처음 만났던 괴인보다 더 괴물 같은 모습이었다.

“우오오오!”

나머지 한 명은 변신 중인 것인지 몸을 마구 뒤틀며 지저분한 체액을 사방에 뿌리고 있었다.

‘3번째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마력을 끌어 올렸다.

“이기어검!”

시동어와 함께 허리에 걸려 있던 도살자 단검이 변신 중인 괴인을 향해 총탄처럼 쏘아졌다.

매섭게 날아간 도살자 단검은 허벅지를 노리는 듯했지만, 결국에는 목에 꽂혔다. 예측할 수 없는 이기어검의 변칙적인 움직임에 변신 중이던 괴인은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현준은 계속해서 검을 들고 남은 괴인 2명의 앞을 막아섰다. 괴인들은 촉수와 날카로운 집게발을 겨누고 검붉은 불꽃을 쏘았다.

-카르타고의 정의로운 방패가 당신을 수호합니다. 위대한 수호가 함께하는 한, 당신을 위협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어느새 그의 왼손에는 방패가 들려 있었다. 가호의 발현과 함께 오러가 깃들자 현준은 방패를 들어 올려 검붉은 불꽃을 막아냈다.

“협력하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태식이 감사를 표했고, 괴인들은 현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일반인의 눈에는 그저 순식간, 0.1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시간이었다. 괴인들은 현준의 앞과 뒤를 점하고 있었다.

-리퍼의 잔혹한 살의가 깨어납니다. 살아 있는 존재라면 본능적인 두려움을 피할 수 없습니다.

검과 방패로 방어하는 대신 마력을 운용하여 리퍼의 가호를 활성화시켰다.

섬뜩한 살기가 해방되면서 짧은 순간이지만, 현준을 공격하려던 괴인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하지만 살기에 의한 제압 상태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아아아앗!

괴인 하나가 마력을 운용하자 그의 주위로 순수한 마력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속박을 풀기 위한 무식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살기로부터 자유로워지자 괴인 둘이 현준을 향해 합격진을 펼쳤다.

-크어어어!

검붉은 화염을 머금은 촉수 여럿이 사방에서 현준을 노렸고, 다른 한 명은 현란하게 창을 휘둘렀다.

“엄호할게요! 윈드 커터!”

진아와 한석은 마법 전을 펼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태식은 시동어를 내뱉으며 공격 마법을 완성했다.

4개의 바람의 칼날이 창질을 하는 괴수의 몸에 박혔다. 그리고 태식은 경악했다.

“이, 이럴 수가!”

단련된 A급 헌터의 몸도 절단할 정도의 날카로움을 자랑하는 상위 마법 윈드 커터가 제대로 박혔음에도 불구하고, 괴인은 조금 비틀거리며 미량의 피를 쏟아낼 뿐 큰 피해를 입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마법계 헌터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분명히 상위 마법인데…….’

태식은 마른침을 삼켰다. 생각보다 적의 수준이 높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난하게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괴인으로 변하고 나서는 모든 상황이 변했다.

‘반년 전까지만 해도 F급 헌터였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괴인 둘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현준의 뒷모습을 보는 태식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F급 헌터 출신이라고 하기에는 모든 동작이 너무 깔끔했다.

보통 2차 각성으로 압도적인 무력을 손에 넣어도 실전 경험 부족으로 실제 전투력은 등급에 비해 부족한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 눈앞에서 싸우고 있는 강현준은 아니었다.

-그아아앗!

찰나의 순간에 수십 번의 검격이 폭풍처럼 휘몰아치자 괴인의 촉수들이 토막 나서는 후두둑 쏟아졌다.

-이, 인간 놈이!

“네가 마치 인간이 아니라는 것처럼 말하네?”

검을 회수하며 답했다. 눈앞에 있는 괴생명체의 외견은 이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났다.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아아앗!

촉수를 잃은 괴인이 검을 뽑아 들며 달려들었다. 창을 든 괴인은 옆으로 물러나면서 검붉은 화염구를 쏘며 동료를 엄호했다.

검으로 화염구를 베어내면서 방패를 휘둘렀다.

콰앙!

방패에 얻어맞은 괴인이 멀리 튕겨 나갔다.

“이기어검!”

현준은 도살자 단검을 움직여 건물 벽에 처박힌 괴인의 숨통을 끊었다. 그리고 남은 한 명을 향해 몸을 돌린 순간이었다.

“조심하세요!”

태식의 외침과 함께 창을 든 괴인의 몸이 폭발했다.

“큭!”

큰 폭발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수류탄 하나가 터지는 정도였고, 거리가 조금 있는 데다가 방패가 있어서 파편에도 다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저, 정신 계열인가?”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웠다. 계속해서 구역질이 나왔고, 시야가 점점 어두워졌다. 현준은 간신히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한석은 이미 추락해서 차가운 도로에 얼굴을 처박고 있었고, 진아도 힘없이 땅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태식도 주저앉은 채 붉은 피를 입 밖으로 쏟아냈다. 특수 경찰관들도 쓰러진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대체, 이게 무슨…….”

슬슬 한계였다. 진아와 태식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다, 단치히…….”

지켜야 할 이들이 없어지니 단치히도 응답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던 복면인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쓰러지면 저들의 무기가 난도질을 시작하겠지. 그러면 모든 것이 끝나는 거다.

“크으윽…….”

힘이 빠졌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데우스의 절대적인 의지가 운명에 간섭합니다.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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