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만 전생이 날 도와줘-50화 (50/217)

# 50

14장 권모술수의 달인(2)

[특정 길드를 향한 무차별 테러?]

[수십 명이 죽었다. 특수 경찰국은 침묵?]

[부패한 특수 경찰국, 이대로 좋은가?]

난리가 났다. 운이 좋았던 건지 석규가 알고 있던 기자 중에 메이저 신문사에 몸을 담고 있던 이가 한 명 있었다.

메이저 신문사에서 선봉의 깃발을 들자 인터넷 뉴스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날 저녁 마침내 방송국까지 움직였다.

“특수 경찰국에서 헌터 기동대를 보내주었습니다.”

태민이 보고했다. 결국, 특수 경찰국도 행동에 나선 것이다.

메이저 신문사는 물론이고 공중파 방송국까지 관련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했으니 ‘배후’의 압력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관찰자의 태도를 고수하는 건 무리였다.

“인원은 얼마나 됩니까?”

“2개 중대에 1개 소대입니다.”

그렇다면 최소 120명이다. 부패하고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역시 공권력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대급 병력은 길드 사무소에 배치되었고 2개 중대는 조로 나뉘어서 저희 길드원들이 주로 이동하는 경로와 던전 게이트 등에 배치되었습니다. 순찰도 강화되었다고 합니다.”

솔직히 120명으로 무차별적인 테러를 모두 방어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들이 정부 기관이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공권력을 건드리면 일이 커지기 때문에 안데르센에서는 공격을 중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계속 움직일 수 있지.’

아직 안데르센은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증거가 남지 않았지만 상관없는 일이다.

특수 경찰국은 실버 티어 길드가 상대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대이기 때문에 안데르센은 공격을 중단할 것이다.

그러나 현준은 어둠 속에서 그들의 집행부를 계속해서 저격할 수 있다.

“집행부장.”

현준은 의자에서 일어나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말씀하십시오.”

“난 당분간 집에 있을 겁니다. 무슨 뜻인지 알겠죠?”

“예, 알리바이를 증언할 인원을 확보해 두겠습니다.”

집행부 사냥을 계속한다는 말이었다. 다행히 눈치 빠른 태민은 숨겨진 의미를 파악한 모양인지 현준이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었다.

“일단 집으로 가죠.”

“제가 수행하겠습니다.”

태민이 앞장섰다. 현준은 그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공간이 있는 3층으로 향하는 길, 2층에서 소진이 조심스럽게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현준아.”

오랜만에 듣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2차 각성 직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최근 며칠 동안에도 그녀는 많이 힘들어했다.

“좀 괜찮아요?”

현준은 자연스럽게 2층의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진이 뒤따라 왔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았다.

“지금은 조금 나아진 것 같아.”

소진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그녀는 힘겨워하면서도 최근 있었던 안데르센의 저택 공격에서 활약했었다.

도움이 되고 싶었으니까, 용기를 낸 것이다. 현준은 그런 소진의 성격이 좋았다.

힘들더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면 용기를 낸다. 그게 그녀였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요.”

“응, 힘들면 꼭 말할게.”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소진을 보며 현준은 티 나지 않게 짧은 한숨을 흘렸다.

그녀의 성격상 심리적으로 힘들어도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속으로 삭인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무리하지 마.”

소진이 말했다. 하지만 그건 현준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나도…… 뉴스 봤어.”

비공식 길드전 수준을 넘어선 요란하고 무차별적인 이 테러 사태를 공중파 방송국에서도 중요하게 보도하고 있으니 소진도 모를 리가 없었다.

특히 오늘 아침에 현준의 자택에도 헌터 기동대 병력이 5명 정도 배치되었으니 더욱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혹시 힘이 필요하면…… 내가 도울게. 그러니까 너무 힘들면 무리하지 말고 나한테 말해줘.”

얼마 전에 재심사를 통해 A급 확정을 받았기 때문에 소진도 자신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졌는지 알고 있었다.

각성 직후 던전에서도 느꼈지만 얼마 전에 있었던 저택에서의 안데르센 집행부와의 전투에도 참여했기 때문에 스스로가 가진 힘의 무게에 대해 확실하게 느끼고 있을 터였다.

“솔직히 이런 힘이 갑자기 생긴 게 무섭긴 해. 그래도 너한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기뻐. 그냥 조금 혼란스러운 거야.”

“누나…….”

“난 언제나 네 편인 거 알지?”

“고마워요.”

위로를 해주려다가 되려 응원을 받았다. 소진은 선명한 미소를 남긴 채 방으로 돌아갔다.

현준은 완전히 닫히지 않은 문을 향해 힐끗 시선을 던졌다가 3층으로 올라갔다.

거실에 앉아서 차를 마시며 5분 정도 기다리자 계단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윽고 태민이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길드장님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이 확보되었습니다. 그리고 1층의 경호원들과 이웃 주민들도 차의 진입을 확인했습니다. 이걸로 알리바이는 문제없습니다.”

“수고했습니다.”

현준은 말을 마치며 장비를 꺼내놓고 점검했다. 그 모습을 본 태민은 품속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서 건네주었다.

“오늘 새벽 안데르센 집행부의 집결 계획입니다.”

“생각보다 빨리 확보했네요.”

“길드장님께서 기본 정보를 제공해 주셔서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레이스의 정보력이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현준이 보낸 그림자가 대부분의 조각을 찾아오고 있으니 남은 조각을 찾아내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바로 이동하실 생각입니까?”

“아무래도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태민과의 짧은 대화를 끝내며 현준은 마력을 끌어올렸다.

-하사신의 비정한 어둠이 당신을 장막으로 인도합니다. 어둠이 함께하는 한 당신은 그림자가 됩니다.

현준의 몸이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그림자와 완벽하게 동화되는 그 모습에 태민은 속으로 감탄사를 연발하며 1층의 경호원 구역으로 복귀했다.

* * *

안데르센 길드장 집무실의 문이 노크도 없이 거칠게 열렸다.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공격적으로 달려 들어온 남자는 안데르센의 길드 집행부장을 맡고 있는 이규환이었다.

그는 다급할 뿐만 아니라 어딘가 불만이 가득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길드장님! 설마 진짜 ‘그걸’ 사용할 생각입니까?”

“그게 자네의 귀에도 들어갔나?”

“저는 집행부장입니다. 그리고 제 부하들이 그걸 관리하고 있었고요. 제가 모르면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런가? 내가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군.”

날카로운 항의에도 불구하고 성진은 능글맞은 미소를 흘리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정면에서 보고 있는 규환은 화가 폭발할 것만 같았다.

지금 성진은 집행부의 일을 집행부장 모르게 처리하려고 한 것이다.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길드장님, ‘그건’ 사용하지 않기로 저와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규환의 물음에 성진은 입꼬리를 슬쩍 끌어 올렸다.

“그때와는 상황이 변했네.”

어이가 없는 대답에 규환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수습하고는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뉴스는 보셨습니까?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무차별적인 테러의 배후로 저희가 지목된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걸 사용하기 위해 대학살을 벌인다면…… 이건 결코…….”

“집행부장답지 않은 생각이군. 목격자들도 모두 죽여 버리면 된다네.”

“그 말씀은…… 어린아이들이나 노약자들까지……?”

“나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겠네. 이만 나가보게.”

성진은 술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말했다.

“길드장님!”

“나가게.”

규환이 다시 항의하려고 했지만, 성진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손짓하자 어디선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3명이 나타나 규환을 에워쌌다. 결국, 그는 분한 마음을 삭이며 집무실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 * *

어둠 속에서 현준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CCTV가 밀집된 도심에서 벗어난 그는 은신을 해제한 후 비밀리에 준비한 차를 타고 경기도의 어느 빈민가에 도착했다.

태민의 보고서에는 분명 사람이 살고 있다고 적혀 있었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비어 있는 마을처럼 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지만, 현준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시체…….’

피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작은 건물 안에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분명했다.

‘다 죽인 건가……?’

근처에서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전부 죽은 것 같았다.

학살의 현장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준의 호흡은 차분했고 눈동자에 담긴 감정은 차가웠다.

전생의 방에서의 과격한 수련 방법과 동조율 상승은 현준의 감정에 무뎌지게 만들었다.

‘이건 잘만 하면 이용할 수도 있을 것 같네.’

현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는 어딘가에 모여 있는 다수의 기척을 감지했다.

‘누군가 있어.’

최소 20명 이상이다.

“사, 살려주세요…….”

“제발…….”

가까이 접근하자 공포에 물든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전해졌다. 더 이상은 지체할 수 없었다.

그들이 모두 죽기를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아직 현준의 인간성은 그 정도로 희미해지지 않았다.

그는 집행부의 가면을 착용한 채 어둠 속에 숨어 건물 안으로 스며들 듯 조용히 침투했다.

“머리통을 깨버려.”

“으, 으아아…….”

가면을 쓴 집행부 헌터가 어린아이를 붙잡고 있었고 그 앞으로 둔기를 든 헌터가 다가오고 있었다.

현준은 둔기를 들고 있는 헌터를 향해 리퍼의 단검, ‘도살자’를 던지는 것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커헉!”

“꺄아아아악!”

어린아이를 붙잡고 있던 헌터가 피 분수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하지만 둔기를 들고 있는 헌터는 현준이 던진 단검이 복부에 꽂혔음에도 불구하고 쓰러지지 않았다.

“광전사……?”

눈동자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광화’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특수한 장비나 마법에 따라 부여되는 ‘상태 이상 현상’이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한계까지 전투 활동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귀찮은 버프였다.

“제기랄! 광화가 발동됐어!”

“일단 피해!”

출입문을 지키고 있던 집행부 헌터 2명이 도망치려 했지만 현준이 놓아줄 리 없었다.

“회수.”

어느새 왼손에 단검, ‘도살자’의 손잡이가 닿았다. 현준은 그걸 힘차게 던졌다.

“컥!”

한 명이 쓰러졌다. 현준은 벨트에 걸려 있는 다른 단검을 뽑아서 다시 던졌다.

날아간 단검은 황급히 방패를 들어 올리던 집행부 헌터의 목에 꽂혔다. 그는 벽에 피칠을 하며 털썩 주저앉았다.

‘남은 건 1명…….’

광전사만 남았다. 현준의 차가운 시선이 그에게 닿았다. 광전사는 피로 물든 둔기를 들어 올리며 거친 숨결을 토해냈다.

“도핑 상태인가……?”

현준은 차분하게 거리를 좁히며 아공간 주머니에서 방패를 꺼내 들었다.

-카르타고의 정의로운 방패가 당신을 수호합니다. 위대한 수호가 함께하는 한, 당신을 위협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시든밀러의 용맹한 검이 당신과 함께합니다. 정의로운 용기가 무너지지 않는 한, 검은 부러지지 않을 것입니다.

검과 방패에 깃든 오러가 선명하게 빛났다.

“와라.”

도발적인 태도로 말했다.

광전사는 이성이 마비된 상태였고 통제해 줄 마법계 헌터도 없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다.

광전사는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었고 둔기를 크게 휘둘렀다.

둔기가 방패에 닿는 순간 현준은 카르타고의 가호를 사용해 반격을 가했다.

-카르타고의 수호가 정의로운 반격을 전개합니다. 흔들림 없는 방패는 날카로운 창이 되어 당신의 적을 노립니다.

날카로운 오러 파편의 폭풍이 광전사를 덮쳤다.

“크아아아아!”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붉은 피가 터졌다. 현준은 비틀거리는 광전사의 심장에 오러를 머금은 검을 밀어 넣었다.

광전사라고 해도 심장이나 뇌가 파괴되면 죽는다. 현준의 일격에 심장을 당한 그는 힘없이 쓰러졌다.

-정의를 대변하는 자, 듀렌달이 당신의 정의로운 심판에 찬사를 보냅니다. 그는 당신이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나설 겁니다.

또 누군가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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