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만 전생이 날 도와줘-7화 (7/217)

# 7

2장 아직 부족하다, 더 강해져라(4)

“C급 헌터 안성수의 파티가 던전에 진입하고 3일이 흘렀지만, 연락이 없습니다. 던전 아웃이 예상됩니다.”

던전이 생성되고 일주일 이상 공략되지 않으면 마수들이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 현상을 ‘던전 아웃’이라고 불렀다.

“대응팀이 이동 중입니다. B급 헌터 1명에 C급 헌터 5명입니다. 미공략 던전을 클리어하기에 충분한 전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던전 관리국에서 소집한 1차 대응팀이 던전 입구에 집결했다.

그들의 임무는 던전 아웃이 발생하기 전에 미공략 던전을 클리어하는 것이었다.

“지금 바로 돌입합니까?”

대응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B급 헌터가 질문을 던졌다. 던전 관리국 직원은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진입했던 파티의 전력으로 볼 때 하루 정도면 공략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3일째인 지금까지 나오지 않을 걸 보면 전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길게 설명하지 말고 대답해주시죠.”

“던전 관리국에서는 지금 당장 진입하는 게 좋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던전 관리국 직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팀원들은 시선을 교환했다. 그들이 던전 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이었다.

“자, 잠깐만요! 던전이 방금 클리어되었습니다!”

문이 열리고 피투성이의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던전 관리국의 직원이 황급히 그에게 달려갔다.

“던전 클리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다른 헌터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다 죽었어요.”

함께 던전 공략을 시도한 동료들이 모두 죽었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평온했다.

마치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그 모습에 직원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허, 헌터 자격증을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네. 여기요.”

그는 피로 물든 헌터 자격증을 꺼내 직원에게 건넸다. 그것을 확인한 직원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이름은 강현준…… F급 헌터라고……?’

고개를 들었을 때 이미 그는 헌터 자격증을 다시 챙기고서 멀어지고 있었다.

* * *

“팀장님!”

던전 관리국 헌터과 2팀의 박경호 대리가 사무실 안으로 뛰어들어 왔다.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상사인 이상훈 팀장을 찾았다.

“박 대리? 왜 벌써 들어왔어?”

상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던전 기록 조사가 지금 끝났을 리 없는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럼 뭐가 중요한데?”

상훈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맡은 일을 끝내지 않고 돌아온 부하 직원이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2차 각성이 의심되는 헌터를 찾았습니다!”

“뭐? 진짜야?”

1차 각성은 흔히 말하는 헌터의 힘을 얻는 것으로 지금에 와서는 비교적 흔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2차 각성은 달랐다. 그들은 ‘특별’했다.

폭풍의 드레이크.

서리칼날의 블라디미르.

전율의 에리나.

잔영의 에릭.

전 세계에 4명밖에 없는 SSS급 헌터들은 모두 2차 각성자들이었다. 통계적으로도 2차 각성자들은 최소 S급 이상의 헌터로 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재능 있는 헌터를 관리국 소속으로 만든다면 승진은 따 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였다.

“제가 볼 때는 틀림없습니다!”

“일단 썰 좀 풀어 봐.”

“이걸 보시죠.”

경호는 상훈에게 스마트폰으로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누구야?”

“강현준이라는 이름의 F급 헌터입니다. 2시간 전에 B급 정예 던전에서 ‘혼자’ 생환했습니다.”

“피투성이로?”

“그렇습니다.”

짧은 대답과 함께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경호를 보며 상훈은 한숨을 내뱉었다,

“박 대리.”

“예, 팀장님.”

경호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좋은 정보를 물고 왔으니,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진짜 2차 각성자라면 이 난이도에서 피투성이가 되어서 나올 리가 없어.”

“하지만 팀장님! F급 헌터가 B급 정예 던전에서 살아 돌아왔습니다! 2차 각성이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어요!”

“일이나 해.”

관심 없다는 투로 손을 휘젓는 상훈의 모습에 경호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왜 상훈이 낙하산 소리를 듣는지 이제 알 것 같았다.

‘2차 각성이 확실해…….’

경호는 확신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권한이 없었다.

“팀장님. F급 헌터가 혼자 B급 정예 던전에서 생환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2차 각성일 확률이 높습니다. 관리국에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강현준 헌터를 스카웃 해야 합니다.”

강한 헌터는 곧 힘이다. 그것은 국가 기관인 던전 관리국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다.

“내가 계속 재방송해야겠어? 가서 일해.”

“알겠습니다…….”

상훈이 언성이 높아졌다. 경호도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최고의 조건으로 현준을 스카웃 하고 싶었지만 헌터과 소속의 대리가 뭘 할 수 있겠는가? 포기하는 게 편했다.

* * *

현준은 던전 관리국의 의무동에서 대충 치료를 받은 뒤, 정산 센터를 방문했다. 마정석을 매각하기 위해서였다.

전신에 피 묻은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그를 의식하는 이들은 없었다. 부상 입은 헌터는 흔히 볼 수 있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안내원이 다가와 물었다.

마정석 매각은 보통 파티장이 맡아서 처리하기 때문에 정산 센터를 방문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헤매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마정석 매각 때문에 왔습니다.”

“저쪽에서 순번표를 뽑고 기다려주세요.”

친절한 설명이었다. 현준은 안내원이 말해준 장소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대기는 길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산을 담당하는 여성 사무원 앞에 앉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헌터님. 마정석 매각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사무원이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며 물었다. 현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옆에 놓여 있는 저울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루팅 하신 마정석을 전부 여기에 올려주시겠습니까?”

가방에서 마정석들을 꺼내서 저울 위에 올려놓았다. 적지 않은 양이었다. 사무원은 저울의 무게를 체크했다. 그리고 감정 기기를 꺼내서 마정석의 품질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B급 정예 던전을 클리어하셨나 봐요?”

“감정은 끝난 건가요?”

쓸데없는 말을 길게 하는 건 질색이었다. 현준의 물음에 사무원은 마정석을 최종적으로 점검하고는 입을 열었다.

“네. 정산 끝났습니다. 2천만 원이에요.”

“2천만 원이요?”

원래대로라면 최소 4명에서 많게는 6명이 나눠야 할 금액이었다. 하지만 현준은 홀로 생환했기 때문에 2천만 원 전액을 가져갈 수 있었다.

가슴이 뛰었다. 최하층 F급의 삶에서 이런 큰돈을 만져 볼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헌터 자격증을 보여주시면 바로 입금 절차를 시작할게요.”

“여기 있습니다.”

사무원은 현준이 건넨 헌터 자격증을 확인했다.

‘강현준? 이 사람은…….’

상부에서 내려온 지시가 있었다.

‘F급 헌터 강현준이 찾아오는 즉시, 보고하라.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무원은 그것을 기억해내고는 조심스럽게 상사에게 현준이 정산 센터에 왔다는 사실을 전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현준은 그저 2천만 원을 받을 생각에 들떠 있었다.

“입금 완료되었습니다.”

“끝난 겁니까?”

현준이 질문을 던진 순간이었다.

“강현준 헌터님. 잠시 저와 동행해 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뒤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남자는 현준에게 명함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그는 던전 관리국의 조사관이었다.

“생환 조사인가요?”

현준이 물었다.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던전 공략 도중에 사상자가 발생하거나 홀로 생환하면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이런 종류의 조사는 형식적인 것이다. 던전 안에서 벌어진 일을 알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습니다. 30분 정도만 시간을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0분입니다. 저도 시간이 많지 않아요.”

“감사합니다. 헌터님.”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조사는 정중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고 10분 만에 끝났다. 그리고 헌터과에서 박경호 대리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강현준 헌터님?”

“네. 전데요?”

“여기 C급 헌터 자격증입니다. 갑작스럽지만 이번에 생환하신 던전의 공략이 확인되어서 심사과에서는 헌터님께서 더 이상 F급에 머무를 실력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했습니다.”

기쁜 소식이었다. C급부터는 진정한 헌터의 영역이었다. 현준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입가에는 선명한 미소가 번졌다.

“강현준 헌터님이 더 대단한 능력자라는 걸 알고 있지만, 제 권한으로는 C급이 최선이었습니다.”

경호가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더 좋은 혜택을 주고 스카웃 제안을 하고 싶었지만, 그에게는 권한이 없었다. 슬픈 현실이었다.

“‘지금은’ 이 정도로 충분합니다.”

지금 당장은 과한 욕심이 없었다. C급 헌터가 되었으니, 행동의 제약이 상당히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아! 넵!”

현준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건 바로 스켈레톤 챔피언이 드랍 한 방패 아이템을 감정사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미감정 상태의 아이템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 감정하고 쓰는 게 효율적이었다.

던전 관리국 주변에는 감정소가 많았다. 현준은 그중에 한 곳을 골라 들어가서 방패를 꺼내 놓았다. 튼튼해 보이는 원형의 철제 방패였다.

“100만 원입니다.”

1시간 전이었다면 두 손이 덜덜 떨릴 만한 금액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감정을 시작하겠습니다.”

감정사들은 헌터와는 다른 특이한 능력을 각성한 이들이었다. 그들의 능력은 아이템이 숨기고 있는 진정한 힘을 깨어나게 만든다.

“감정이 끝났습니다.”

감정사는 서류의 작성을 끝내며 말했다.

“B급 아이템입니다. 방패에 적혀 있는 아이템 이름은 ‘원한이 깃든 방패’입니다. 특별한 능력은 없고 마정철로 만들어져 있어서 오러를 잘 받아들이고 일반 철제 방패보다 더 튼튼합니다. 여기 감정서에 제가 말한 내용을 모두 기록해 두었으니, 참고하시면 될 겁니다.”

감정서를 받아 든 현준은 집으로 돌아갔다.

‘쉬어야겠어.’

던전에서 생환한 직후라서 그런지 피곤했다. 쉬고 싶었다. 그는 낡은 침대 위에 몸을 던지기 무섭게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익숙해진 꿈의 공간에서 눈을 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문은 낯설었다.

카르타고와는 달리 칠흑처럼 어두운 흑색의 나무문이었다. 현준의 시선이 명판으로 향했다.

[배후의 그림자]

혜진이 죽었을 때, 찬사를 보냈던 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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