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세기 천마실록-0화 (1/29)

제 0화 "Model 1908"

딸랑, 딸랑, 딸랑, 딸랑.

사천의 중심 도시 성도(成都)의 느지막한 오후는 항상 인파로 북적거린다. 물밀 듯 몰려오는 인해 사이로 전철이 하나 지나고 있었다.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철마의 모습. 하루에도 저것에 치이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수십 년을 헤아렸을 그에게는 영 적응되지 않는 것이었다.

전철이 몰아온 바람이 귓전을 스친다. 그것의 뭉특한 후미가 눈앞을 스쳐 지나가며 하나의 인영을 드러냈다.

전각에 매달린 화려한 붉은 전등들 사이로.

“오랜만이오, 당가주.”

“...네놈이 어찌...!”

"많이 쇠약해졌구만. 이제는 고수라고 칭하지도 못하겠어."

천마.

두발을 서양식으로 이발하고, 멋들어진 검은색 코트 차림으로 빼입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그의 기억에 남은 얼굴이 맞았다.

당가주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린다. 분명 오래전에 황군에 의해 체포되었을 터. 다시는 볼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면면이었다.

천마는 코트 자락 안쪽으로 팔을 집어넣었다. 곧 다시 빠져나온 손에는, 묵색의 쇳덩이 하나가 들려있었다.

루거 P08.

천마가 쥐어 든 암기의 이름이었다.

“헙!”

당가주가 소매에서 암기를 꺼내들었다. 찰나에 이루어진 동작. 산공독을 묻힌 쇠바늘이었다. 조금이라도 스친다면 공력을 끌어내지 못할 터.

그러나 당가주의 손이 출수되기도 전에, 천마의 손가락은 당겨졌다.

타앙!

묵직한 총성이 북적이는 시내를 흘렀다.

“커허...!”

핏물 섞인 가래가 당가주의 입으로 울컥 새어 나왔다. 난데없이 일어난 살해의 현장. 민초들의 비명이 분분하다.

“먼저 가 있으시게. 조금 늦게 뒤따라 갈테니.”

묵빛 코트 자락이 석양을 등지고 휘날렸다. 사내의 등은 태산과도 같이 무거웠다.

천마.

아니, 이제는 의화단(義和團)의 이름을 짊어진 사내의 뒷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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