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8화 〉78 (78/94)



〈 78화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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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과 연희를 포함한 후발대는 엠티가 진행 될 방으로 들어서다 표정을 굳혔다. 밝고 활기가 넘쳐야 정상인 엠티의 저녁이 지나치게 조용했다. 선발대는 대부분 바닥에 누워서 잠이 들어있었다.

"뭐...뭐야... 죽은 거 아니지?"

누군가 약간 무섭다는 듯이 말했다.

"어...왔냐...?"

문 근처에 있던 사람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야. 뭐야...다 왜이래..."

수현이 작게 인상을 쓰고 물었다.


"야...니들 후발대로 온  다행이야... 우리 오자마자 산 탔다. 것도 뛰어서..."

몸을 일으켜 앉은 아이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슬슬 다른 사람들도 앓는 소리를 내며 일어나기 시작했다. 혜정은 대충 무슨 일인지 아는 듯 손을 꽉 쥐었다.

"장석경....분명 그거 하지 말랬는데...."

혜정이 화난 얼굴로 씹듯이 말했다.


"어? 후발대 왔냐? 이제 애들 다 깨워라. 다들 체력이 저렇게 없어서..."


뒤에서 석경이 바비큐 용품  개를 손에 들고 그들에게 외쳤다. 고개를 휙돌린 혜정이 잽싸게 뛰어가서 석경의 등을 강하게 후려쳤다. 찰진 소리가 크게 울리고 석경의 비명이 엠티촌에 울렸다. 방에서 슬금슬금 나오던 사람들은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석경이 털리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후발대는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선발대의 꼴과 석경의 모습을 보며 웃었다. 어쨌든 한숨 자서 체력이 좀 올라온 선발대와 운동을 안 해서 팔팔한 후발대는 슬금슬금 술마실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산이라 그런지 해가 금세 지기 시작했고, 드럼통의 붉은 불빛과 고기의 기름진 냄새는 금방 여행 분위기를 다시 살려냈다.

"야, 수현아... 나 아직  쑤시는데, 혹시 멍들었냐?"


석경은  익은 고기를 입에 우겨 넣고 웅얼거리며 티를 들어올렸다. 수현은 등짝에 희미하지만 확실히 찍힌 손자국을 보고 큭큭거리며 웃었다.

"형, 형 보니까 갑자기 연인끼리 운동은 자제 해야 되나 싶네요. 내일이면 더 찐해지겠는데요."

수현이 고기를 전부 잘라 옆으로 정리하며 말했다. 둘은 얼마 전 손을 잡고 있던 걸 부원들에게 들키고,  하나의 공식적인 커플이 되어 있었다.

“아···임혜정....진짜···”


“나 뭐?”


석경이 투덜거리며 옷을 내리자 어느새 다가온 혜정이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와···왔어?”


“으휴··· 그러니까 왜 하지 말라는 산악 훈련을 해! 무슨 해병대 캠프도 아니고··· 크흠! 근데··· 많이 심해?”

혜정은 석경에게 타박하면서도 걱정은 좀 되는지 수현에게 슬쩍 물어왔다. 수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저 혼자 하고 있을 테니까 가서 약이라도 좀 발라주세요. 구급상자 가져왔을 거 아니에요.”


수현이 가보라며 손을 흔들고는 석경이 사용하던 집게를 치우며 말했다.

“혼자  수 있겠어?”

석경이 장갑은 이미 벗으면서 물었다.

“뭐, 다들 이제 배부른 것 같은지 가져가는 속도도 느린데요, 뭐. 고기 가져가라고 연희만 좀 불러주세요.”


수현이 걱정 말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들은 금방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그들은 가면서도 티격태격했다. 저쪽도 꽤나 재미있게 사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수현은 웃었다. 그가 고기를 올리는 사이 연희가 접시와 상추를 들고 슬쩍 다가왔다.

“뭐야··· 우리 자기만 일 시키고··· 다 어디 갔어!”


연희가 약간은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하며 슬쩍 수현의 허리를 안아왔다. 물론 수현도 중간에는 집게를 넘기고 안에 오래 있긴 했지만, 연희 입장에서는 조금 불만인 것 같았다.


“기름 튀는데···”


수현이 약간 걱정스럽게 말했다.

“치, 불도 약하구만 뭐. 이제 애들 다 배불러서 안 먹어.  올리지 마. 그거 까지만 굽자. 그리고···요건 내가 싸줄게. 자기 먹어.”


연희가 옆쪽으로 야채를 두며 말했다. 그녀는 얼른 사이드로 빼둔 고기를 싸서 수현의 입에 넣어주었다. 둘은 마주 보며 작게 웃었다. 수현이 우물거리는 모습을 보며 연희가 뿌듯하게 웃었다.

“내가 왜 막판에 다시 집게 잡으러 나왔을까?”

수현이 음식을 다 삼키고 연희를 보며 물었다. 연희가 허브솔트를 들고 고기 위에 탁탁 뿌렸다.


“음... 글쎄요! 전 순진해서 잘 모르겠어요!”


연희가 허브솔트를 옆으로 내려두고 씩 웃으며 말했다.

“이거 익으면 이거까지  가지고 들어갔다가··· 술 하나 몰래 가지고 나와. 석경이 형이랑 혜정이 누나 한테는 내가 마무리 한다고 말해주고.”


수현이 응큼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연희가 킥킥거렸다. 약간 둔한 석경은 몰라도 혜정은 수현의 뜻을 알아들을 것이다. 서로 윈윈하자는 것이었으니 그녀는 찰떡처럼 고개만 끄덕일 것이다.

“알았어. 자! 하나  먹어.”


연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쌈을 하나 더 싸주었다. 당연히··· 석경과 혜정 커플도 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아마, 상처를 호호 불어주고 있을 게 뻔했다.

연희는 시기적절하게 술 한 병을 들고 방을 빠져 나왔다. 작게 생글거리는 표정이 발그레한 볼과 어울려 천진하고 귀엽게 보였다. 수현은 작게 미소 지으며 손을 뻗었다. 그녀는 냉큼 손을 잡아 왔다. 둘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도로를 향해 걸었다.

“자기야, 봐봐. 두 달만인데 여기도 많이 변했다···”


연희가 사방을 천천히 둘러보며 말했다.


“응... 그러네. 꽃도 많이 폈고. 나무도 그렇고.”

수현도 슬쩍 돌아보며 말했다. 확실히 산이라 조금 늦게 계절이 오는 것 같았다. 같은 서울임에도 저기 도심지역은 벌써 여름맞이 중인데, 이곳은 아직 봄의 선선함을 가지고 있었다.


“음, 일찍 왔으면 주변도 좀 둘러봤을 텐데. 아쉽다.”


연희가 아쉬운 표정으로 주변을 보며 말했다. 밤도 그 나름의 아름다운 정취가 있지만, 낮에 보는 봄의 색색의 아름다움은 또 다른 싱그러움이 있었다. 수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아까  봤어? 다들  타느라 죽어있던 거? 일찍 왔으면 지금 이것도 못 봤을 걸?”

수현이 선발대의 모습을 떠올리며 하늘을 가리키고 말했다. 석경은 종종 열정이 과한 형이었다. 그래서 적당히 느긋하고 분위기 파악을 할  아는 혜정과 의외로 궁합이  맞았다.


“아···생각해보니까 또 그렇긴 하네···헤헤.”


연희도 생각이 났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더 떠올랐는지 혼자 작게 웃어댔다.

“뭐야? 왜 갑자기 웃어? 재미있는 거 있으면 알려줘...나도 같이 웃자.”

수현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야···”

연희가 여전히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작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뭔데애. 같이 웃자~.”

수현이 작게 애교를 피우자 갑자기 연희가 빵터져 웃어댔다. 수현은 자기 얼굴에 뭐라도 묻어서 그런가 약한 가로등에서 핸드폰으로 슬쩍 얼굴을 비춰보았다.


“뭐야···”

수현이 약간 떨떠름하게 말했다.


“자···자기 때문이 아니고···”

연희는 말해주기 약간 곤란하다는 듯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서운하려고 그러는데···”

수현이 일부러 약간 삐친 척을 하며 고개를 슬쩍 돌렸다. 그러자 연희가 잽싸게 팔짱을 끼고 단단히 몸을 붙여왔다. 말캉한 가슴은 언제나 그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이건 아주 정확한 대응책이었다.


“음, 자기야아, 삐지지마아.”


연희가 작게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그럼 말해줘 봐.”

수현이 꿈틀거리는 입꼬리를 참아내며 여전히 삐친 톤을 연기했다.


“그냥···석경 오빠랑 혜정 언니 이야기라···.”

연희가 다른 사람이야기라 말하기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수현이  웃으며 연희를 바라보았다.

“뭐야, 아까 그 둘이 몰래 키스라도 하고 있었어?”


수현이 약간 개구진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그런 쪽은 아니야!”

연희는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수현이 그제야 알만하다는 듯이 웃었다. 자신이 작게 애교를 피우자 연희가 제대로 빵터진 것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뭔지 알겠다. 둘이 혀짧은 소리라도 내면서 알콩달콩거리고 있었나 보네.”

수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 어떻게 그렇게 바로 맞췄어?”


연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나한테도 전에   들켰거든. 전혀  그럴 것 같은 사람들이라  신기하긴 하지.”

둘  외모적으로든, 평소 성격으로든 그런 쪽으로 상상이 안가는 타입이라 처음 보면 좀 당황스럽긴 했다. 하긴, 본인들도 얼굴이 시뻘겋게 변해서 고개도 들지 못했다.


“하하···응.  신기하더라. 둘이 얼굴 빨개져서 막 후다닥 떨어지는데 귀여웠어.”


연희가 결국 어색하게 웃으며 실토를 했다.


“서로 좋으니까 그런 거지 뭐...아, 저번에 앉았던 곳이다. 저기 앉을까?”

수현이 피식 웃으며 말하고는 낮은 돌담을 가리켰다. 전의  자리였다. 연희도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  정확히  자리를 기억한다는 게 기분이 좋았다. 수현이 먼저 기대앉자, 연희가 재빨리 그의 품 안으로 들어와 가슴팍에 등을 바짝 붙였다.


“아직 밤은 좀 쌀쌀하니까···”

연희가 수현의 손을 잡아 자신에게 두르게 하며 말했다. 수현도 그녀의 뜻에 따라 그녀를 따듯하게 품었다.  모두 만족스런 한숨을 작게 내쉬고 웃었다.


“내 고기 냄새 이제 너한테도 다 배겠다.”


수현이 작게 킬킬거리며 말했다. 연희는 괜찮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자기도, 나도 고기 좋아하니까 괜찮아.”

연희가 능청스레 대꾸하고는 소주를 돌려 땄다. 수현이 조금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잔이···없네.”

연희가 작게 중얼거리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슬쩍 웃더니 냉큼 병나발을 불었다. 수현이 다시 어이가 없어 웃었다. 술이 제법 들어가서 그런지 아니면 연애기간이 제법 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오늘 따라 연희가 꽤 능청스러웠다.


“같이 한 모금씩 하자고?”

기분 좋게 쓴 숨을 내뱉는 연희에게 수현이 웃음기 띈 얼굴로 물었다. 연희가 수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비스듬히 그를 바라보며 술병을 건넸다.

“뭐야··· 설마 내가 입  댔다고 더럽다는 거야? 그런 거야?”


살짝 눈을 흘기며 시비 거는 톤을 연기하는 모양새가 마냥 귀엽기만 했다. 수현이 결국 조금 크게 웃어 버리고 말았다. 연희는 여전히 가늘게 그를 노려보았다.


“...연희야··· 난 네가 입으로 줘도  받아먹을  있어.”


수현이 소주병을 살짝 빼앗듯이 받아 들고는 가볍게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수현은 크게 한 모금을 꿀꺽 들이켰다.

“변태···”


연희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중얼거렸다. 수현이 쓴 숨을 내뱉고는 작게 킥킥거리며 연희를 감싼 팔에 힘을  주어 꽉 안았다.


“미안··· 변태라.”


수현이 연희의 어깨에 턱을 올리고는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수현은 붉어진 연희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녀의 볼에 약간 길게 입을 맞췄다. 그의 입술이 느릿하게 떨어지자 연희가 고개를 돌려 멀어져 가던 수현의 입술에 재빨리 버드키스를 하고 떨어졌다.


“꼭 들러야 할 곳 놔두고 왜 입술이 바로 떨어져.”

연희가 경고라는 표정으로 수현에게 말했다.  앙큼한 유혹에 수현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그는 다시 입술을 내려 입을 맞췄다. 둘 모두에게 알싸한 알코올향이 풍겼다. 먹어서 취하고 향에 취하는 기분이었다. 그들은 불편한 자세에도 조금 길게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음···”

둘은 떨어진 채로 눈을 맞추다가 다시 진하게 입을 맞췄다. 이번엔 연희가 살짝 몸을 틀어 조금 더 키스하기 편한 자세였다. 고요한 밤의 도로에 물기 어린 소리만이 작게 울렸다. 그들은 천천히 다시 입을 떼고 서로에게 미소를 지었다.


“한 잔씩 더 할까?”


연희가 눈을 살짝 찡긋하며 말했다. 그들은 한 모금씩을 하고는 다시 원래 자세로 돌아와 같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명이 어딘가를 보며 무슨 주제를 꺼내면, 그 즉시 둘의 아무말대잔치가 열렸다. 그들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가볍고 진한 스킨십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흐응-···. 몇 시지?”


연희가 진한 입맞춤 후에 작게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 수현이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가야겠다.”


시간이 제법 지난 것을 본 수현이 말했다. 연희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둘의 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말만하고 가만히 기대있는 서로를 보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가자··· 자고 내일 좀 일찍 일어나서 꽃구경 좀 하자.”

수현이 연희를 토닥이며 말했다. 연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느릿하게 일어났다. 둘은 천천히 깍지 낀 손을 가볍게 흔들며 왔던 길을 돌아갔다.

*

동아리 엠티를 다녀오고, 평범한 일주일이 지나자 학교는 다시 슬슬 기말고사 맞이를 하고 있었다. 1학년 중에 중간고사를 열심히 망쳐 놓은 아이들은 아예 포기를 하고 놀거나,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수현은 거기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긴 했지만, 다른 쪽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하...아쉽네...”


비트코인은 생각만큼 많이 사기가 힘들었다. 일단 여태까지 채굴이 된 양이 300만 비트코인 정도로 너무 적었다. 게다가 아직 제대로  거래 시장이 없다보니 사고파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수현은  번의 실험적 거래에 응해 비트코인을 버는 방법을 썼지만, 한계가 있었다.

“뭔 한숨을 쉬냐. 벌써 여친 보고 싶냐?”

옆에서 부랴부랴 학점 복구를 위해 노력 중인 민형이 그를 보며 인상을 쓰고 물었다.


“미친놈이··· 그런 거 아니다. 이 형은 너희와는 차원이 다른 큰 고민이 따로 있으니까, 넌 신경 끄고 공부나 해라.”

수현이 손을 휘적거리며 말했다. 연희는 유도 대회로 상경한 아버지와 동생을 만나러  상태였다.

“미친놈은 넌 것 같은데··· 너 그러다 이번 학기 1등 놓친다.”


민형이 영 공부랑은 담을 쌓고 딴 짓을 하는 수현에게 중얼거리며 말했다. 민형은 어쨌든 법조인으로 갈 생각을 했는지 학점 관리를 위해 노력 중이었다. 중간고사를 좀 조져놓긴 했지만.

“야, 그러는 넌 왜 나 찾아와서 이러고 있냐?  여친 아까 중도 쪽에서   같은데.”


수현은 커피를 쪼르르 빨아 먹고는 민형에게 눈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자신에게 공부 어쩌고 했지만, 민형도 공부에 제대로 집중하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20분째 한 장을 제대로 못 넘기고 있었다.

“야··· 그냥 술이나 한 잔 할래?”


민형이 결국 팬을 툭 던지고 수현에게 말했다.

“둘이?”

수현이 일부러 약간 떫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왜? 무슨 문... 아, 씨발! 저번처럼 안 그래 개새꺄···”

민형이 잠깐 수현의 의도를 몰라서 묻다가 재빨리 알아채고는 욕을 내뱉으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야, 너 지랄 할 것 같으면 형님한테 직통 전화 넣는다? 나 이제 너희 형님 번호 안다는 걸 유념해라.”


수현이 민형을 놀리면서도 노트북을 끄고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민형도 그걸 보고는 투덜거리면서 책을 정리했다.


“아, 맞다. 강민이랑 병훈이 미팅 끝나면 오라고 하자.”


수현이 자리를 정리하고 먼저 일어나며 말했다.

“설마 오늘도 둘 다 조지겠냐··· 걔들 미팅 경험치면 이제 꽤 프론데.”


민형이 오늘만큼은 확실히 다르다며 비장하게 꾸미고, 행동까지 여자애들에게 첨삭 받고 나간 그들을 생각하며 말했다.


“야, 고시에 장수생은 그럼 왜 있겠냐. 강민이 그 새낀  얼굴로 여친 못 만드는 거면 오히려 문제가 더 심각한 거야. 오히려 병훈이가 오늘 여친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수현이 고개를 살며시 저으며 말했다.


“존나 잔인한 새끼··· 김연희가 이걸 알아야 하는데···.가증스럽다, 진짜.”


민형은 수현에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핸드폰을 들어 강민과 병훈에게 문자를 남겼다.

“그럼 내기 할래? 미팅 성공한다, 아니다로.”

수현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미쳤냐?  거 뻔히 아는데 내가 왜?”

민형도 내가 미쳤냐는 표정으로 웃으며 일어났다. 그들은 한동안 킬킬거리며 웃다가 근처의 호프집으로 향했다. 그들은  분이시냐는 알바의 물음에 쿨하게 4명이요를 외치며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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