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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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은 16,000원 아래로 내려가니 마니 하는 STX의 주가를 확인하고 콜옵션을 확인했다. 행사가 18,500원, 전환비율 20%인 7월8일 만기 콜옵션이 20원에 팔리고 있었다.
수현은 고민 없이 1억 2천만 원 어치를 질렀다.
그리고 상승세가 주춤한 기아차 주식을 전량 매도 처분했다. 이제 급등할 STX 주식에 넣기 위함이었다.
수현은 약 1억5천만 원 어치의 STX 주식을 16,000원 가량에 매입했다.
간단한 버튼 몇 번으로 그가 전생에서도 만져본 적 없는 2억 7천만 원이 쉽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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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는 석가탄신일 덕에 목요일로 앞당겨 촬영을 했다. 그리고 그 덕에 수현과 연희는 백일 여행 첫날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둘은 백일기념 여행에 앞서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백일 선물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로 커플룩을 맞춰 사주는 것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음, 이건 어때? 자기 이번에 보니까, 파란색 계열 잘 어울리더라.”
연희가 다른 셔츠를 대보며 말했다.
“음, 난 둘 다 좋은데? 연희 넌 그쪽이 더 마음에 들어?”
“나도 둘 다 좋은데, 바다 가는 거니까.”
“아, 그럼 그걸로 하자.”
수현이 이해했다는 듯이 대답했다.
몇 차례 그런 식의 쇼핑을 마치고 둘은 거울을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우리 화보 하나 찍어도 되겠는데?”
연희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사진 찍을까?”
수현이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두 분 너무 잘 어울리세요! 제가 사진 찍어드려도 될까요?”
점원이 냉큼 끼어들었다. 둘은 잠시 포토타임을 갖고, 점원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나왔다.
“음, 잘 나왔어. 자기도 모델 알바 해도 되겠다.”
연희가 버스에서 사진을 쭉 확인하고는 키득거리며 말했다.
“눈에 콩깍지가 제대로야, 아주!”
수현이 기분 좋게 말했다.
“진짜야! 내가 쇼핑몰 손님이었으면 이 커플룩 꼭 세트로 산다!”
둘은 마주보며 웃었다.
“간단하게 점심 먹고, 기차 타면 되겠다.”
수현이 시간을 확인하고 말하자, 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과 연희는 간단하게 패스트푸드점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기차에 올랐다.
“아, 기차에서 사먹는 것도 로망인데! 아예 점심 먹지 말걸 그랬나?”
연희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괜찮아. 우리 제로 콜라로 먹었잖아.”
수현의 말에 연희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계란 정도는 그래도 사먹자. 기분은 내야지.”
연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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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연희가 애매하게 입을 벌리고 어색한 감탄사를 뱉었다. 그녀는 약간 얼떨떨한 얼굴로 부산역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수현이 그런 연희의 모습을 보며 작게 웃었다.
“연희야. 표정이 좀 애매한데? 좀 실망이야?”
“어... 실망이라기보다는... 너무... 서울 같은데?”
“왜, 바다가 안 보여서?”
수현은 연희의 그 실망하지 않으려는 표정이 재밌어서 작게 웃으며 물었다. 사실 자신도 처음 부산으로 친구들과 여행 왔을 때 그녀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어... 그것도 있고, 저기... 다 프렌차이즈야....”
연희가 손가락을 들어 몇 군데를 가리키며 말했다.
“해운대가 여기서 한 한 시간 걸릴 걸...부산도 크더라구. 이런 저런 곳 많겠지.”
수현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아, 진짜? 부산도 엄청 크구나... 난 부산은 다 바닷가 보이고 그런 줄 알았어.”
연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수현은 그 모습이 귀여워서 피식 웃고 말았다.
“그거 여기 무서운 형들이 들으면 때릴지도 몰라. 나한테 바짝 붙어서 숨어.”
수현이 연희의 어깨를 조금 더 당기며 말했다. 연희는 부산에서도 온 시선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수현은 은근히 그 시선에 신경이 쓰여 말을 덧붙였다.
“음, 뭐 그래도... 온도는 확실히 높긴 한 것 같다. 좀 덥네...이거 하나만 좀 벗을까...”
연희가 수현의 그런 모습을 눈치 채고는 슬쩍 나시 위에 걸친 얇은 가디건을 벗는 척 했다. 수현의 눈이 꿈틀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는 연희가 기분 좋게 웃어댔다. 환한 웃음이 눈부시게 빛났다.
“아휴, 남자친구 때문에 더워도 옷을 못 벗겠네. 호텔이나 빨리 가야겠다. 그치?”
연희가 수현의 엉덩이를 톡톡 두들기며 은근한 목소리로 유혹하듯 속삭였다.
“연희야... 너 계속 그러면, 오늘 여행 일정은 다 취소하고 방에만 들어가 있는 수가 있어.”
수현이 경고하듯이 말했다.
“그것도 좋다아! 그럼, 빨리 가자!”
연희가 뭐든 좋으니 어서 가자는 듯이 수현의 손을 끌었다. 결국 수현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수현은 따라가지 않고 그녀를 살짝 잡아당겼다.
“연희야, 그래도 사진 한 장은 찍고 가야지! 시작점인데!”
수현의 말에 연희도 아 맞다!를 외치며 멈춰섰다. 그들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해 부산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뒤에야 다시 걸음을 옮겼다.
수현과 연희는 부산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해운대로 이동했다. 말이야 호텔 방부터 들어간다고 했지만, 짐을 넣어두고 가벼운 관광부터 하기로 했다. 그들은 역에서 내려 해운대 해수욕장 쪽으로 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확실히 서울에 비하면 따듯한 느낌이 있었다. 바람에 바다냄새가 물씬 느껴졌다.
“와-! 바다다!”
연희는 드디어 바닷가를 발견하고는 팔을 벌리고 외치며 밝은 얼굴로 수현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녀도 강원도 내륙 쪽에 살았으므로 바다는 오랜만이었다. 짠 바다 냄새에 연희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자기야! 우리 잠깐 백사장 걷고 가면 안 돼? 호텔 많이 멀어?”
“어차피, 저기가 우리 호텔이야. 체크인부터 하고 나와서 걷자.”
수현이 좋아서 방방 뛰려는 연희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뭐? 진짜? 우리 호텔이 저거라고?”
연희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놀란 토끼 같은 모습이 귀여웠다.
“응. 좋지?”
수현이 그 모습을 보며 뿌듯하게 말했다.
“그...그렇긴 한데...자기야... 저기 너무 비쌀 것 같은데....”
연희가 약간 당황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그녀가 알던 예산에서 해결할 정도가 아닐 것 같았다. 크기도, 위치도 지나치게 좋았다.
“요즘 비수기잖아. 많이 싸게 내놔서 그렇게 비싸지는 않아. 가자.”
수현이 가볍게 웃으며 말하고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연희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작게 손을 잡아당겼다.
“자기야...”
연희가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왜, 왜....”
수현도 그녀의 반응에 움찔하며 목소리를 흐렸다..
“후-. 자기야. 나한테 분명 여행비용 다해서 30만원 달라고 하지 않았어?”
연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랬지."
수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아무리 싸도 저긴... 호텔만 하루에 30만원은 넘을 것 같은데?”
연희가 거짓말 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연희야...그냥...”
“자기야.”
수현이 애매하게 말하려 하자, 연희가 즉시 말을 잘랐다.
“응...”
“이거... 우리 여행이야. 확실히 말 해.”
연희는 거짓말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후-. 그냥... 너 기차비 정도만 뺀 거야. 방 1박에 30만원인 건 맞아. 근데, 우리 나누면 인당 40만 원 정도잖아. 그니까...”
“우리 먹고 마시는 건? 자기가 두 배는 더 내는 것 같은데?”
얼렁뚱땅 넘어가려던 걸 연희가 냉큼 잡아내며 말했다.
“...미안... 그냥... 너랑 좋은데서 자고 싶어서 그랬어...바다 보면서...”
수현이 저자세로 털어 놓으며 말했다. 이 정도로 그녀가 저기압이 될 줄은 몰랐다.
"하-."
연희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물론 자신보다 여유가 있다는 것은 안다. 그런데 그것 때문인지, 그는 종종 자신이 모든 것을 더 많이 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마냥 받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수현이 슬쩍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으휴...이걸 진짜!”
연희가 수현의 양 볼을 잡고 약하게 흔들어댔다. 사실, 이번의 경우는 그에게 예약을 전임한 자신의 탓도 있었다. 수현이 너무 당당하게 알아서 한다고 해서, 뭘 조율할 것도 없이 진행된 일이었다.
“후-. 그래, 뭐 네가 여유 있는 건 알아... 근데, 나도 알바비 괜찮게 받고 있어. 나도 이런 날은 같이 충분히 낼 수 있다구. 아니... 그래, 적어도 오기 전에 그냥 말이라도 하지! 오면 다 들킬 거! 반씩 하자고 하고는, 내가 얼마 정도 할지 모를 거라고 생각 했던 거야? 아님, 내가 좋다고 헤헤 거리기만 할 것 같았던 거야?”
연희는 그의 볼에서 여전히 손을 떼지 않은 채로 말했다.
“...미안해...”
수현은 더 변명하지 않고 나직이 속삭였다.
“하, 정말. 이걸 화낼 수도 없고... 괘씸하긴 하고...”
연희가 점차 풀어져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사실, 더 잘 해주고 싶어서 그랬다는 걸 마냥 혼내는 것도 웃기는 일이었다.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했고. 지나가다 예쁜 옷이라도 보면 자신도 그가 제일 먼저 떠오르곤 했다.
“그냥... 예쁘다~ 해줘.”
연희가 풀어질 기미가 보이자 수현이 처량한 눈으로 일부러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연희는 가끔 이렇게 대놓고 부려대는 그의 애교에 취약했다. 그리고 수현은 그걸 잘 알고 이용하곤 했다.
“하! 평소에는 예쁘다는 소리 싫다더니!”
연희는 그의 행동이 계산 된 것임을 알면서도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아아~.”
수현이 결국 조금 더 큰 유효타를 날렸다.
“하! 진짜....이럴 때만!”
연희가 화가 반쯤 풀린 얼굴로 그를 째려보며 말하자, 수현은 불쌍한 척 눈을 뜨며 연희를 바라보며 슬쩍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후-. 진짜... 귀여워서 봐준다, 내가. 하-. 그래 좋아... 그럼, 진짜 30이지? 이거까지 거짓말이면 이번엔 진짜 국물도 없어?”
연희가 결국 피식 웃으며 그를 놔주었다. 수현이 슬쩍 그녀를 안아오다 움찔 거렸다.
“바다뷰라... 삼...삼십오...”
수현이 그녀를 품에 꽉 안은 채로 작게 더듬거리며 말했다.
“뭐? 야!”
연희가 그의 배를 강하게 꼬집었다.
“아! 연희야! 진짜 아파! 아! 진짜! 아!”
“이게 진짜!”
결국 수현은 조금 더 애교를 부리고 나서야 연희와 함께 호텔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는 혹시 옷에 피가 묻지는 않았는지 몇 번이고 확인을 했다.
"으휴! 엄살은!"
"진짜 아팠어!"
수현이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연희가 그런 수현의 모습에 소리 없이 작게 웃었다.
"참내, 침대에서 등 긁어대는 건 잘만 참으면서..."
연희가 아주 작게 중얼거리며 호텔의 리셉션을 향해 조금 빠르게 걸어갔다.
"뭐, 뭐, 뭐?"
수현이 당황해서 주변을 살피는 사이 연희는 벌써 리셉션 앞에 도착해있었다. 수현은 붉어진 얼굴로 달려가 그녀의 옆에 섰다. 그냥 서프라이즈 정도를 생각했다가 호되게 당하고 말았다. 꼬집힌 배가 욱씬 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