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1화 〉71 (71/94)



〈 71화 〉71

*


“오우! 사랑과 전쟁 왔네?”


수현과 연희는 당당하게 들어가자마자 훅치고 들어오는  소리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천강민...”


수현이 이를 악물고 강민을 불렀다. 사람들도 킥킥거리며 웃었다.


“진짜, 인기 많으면 문제다. 난 그럴 일이 없어서 편하고 좋다?”

병훈이 수현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말했다.

“적당히 해라...”

“적댕히 햬롸~”


수현이 부들거리는 것과는 반대로 병훈이 깐죽거렸다.

“억!”


병훈은 소영의 주먹을 맞고 허리를 숙였다.


“하여튼... 이래서 모솔들은 안 돼...조용히  넘어가면 탈나니?”


소영이 둘에게 주의를 주듯 바라보며 말했다. 강민과 병훈이 상처받은 얼굴을 했다. 그 때 민형이 천막으로 들어왔다.

“올, 영화 주인공들 왔네?”

민형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청담동 라운지 바 다음 날의 복수인  같았다.

“야!”


소영이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외쳤다.


“네 남친 아직도 모솔이냐?”

강민이 물었다. 사람들이 작게 웃었다.


“이제 그만 놀려라. 얘들 서빙  한다고 할라...”


부회장인 정훈이 아이들을 말리며 말했다. 미운 시누이였다.


수현과 연희는 붉어진 얼굴로 교복을 갈아입으러 갔다.

목요일의 축제는 아주 순조로웠다. 수현과 연희의 친구들도 놀러왔는데, 이번엔 두 테이블이 같이 모여 놀면서  쪽 친구들 사이에서도 스파크가 튀었다.


수현은 민형과 함께 쉬는 시간을 부여받고 화장실로 향했다.


“야, 이제 쌤쌤이다?”


민형이 갑자기 말했다.


“뭐가 쌤쌤이야?”

“라운지 바.”


“미친놈 쌤쌤은 무슨... 난 토한 것도 치웠거든?”


“난 대신 어제 토사물 같은 것들 치워줬잖아.”

“아...  그러네.”

수현이 인정한다는 듯이 말했다.

“야, 그리고 너 일요일에 시간 되냐?”

“일요일?”

“엉. 아, 형새끼 존나 빡침. 아빠한테 또 쪼르르 꼰질렀는지 너 한 번 보고 싶대.”

“아버지께서?”

“엉...”


민형이 조금 귀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좀 일찍 말해주지... 미친놈아.”


“아, 나도 어제 들었다고. 우리 아빠 일처리가 좀 자기중심이야...”


민형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이번 주면... 오케이. 저녁?”


수현이 잠시 일정을 생각하다가 물었다. 다음 주였으면 오히려 문제였다. 여행이 있었으니.

“응. 6시. 시간 되냐?”


민형이 약간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가야지. 주소는 문자로  보내줘.”

수현이 시원하게 말하며 손을 씻었다.


“고맙다.”

“별 걸... 야, 뭐 드레스코드 있고 그런 건 아니지?”

수현이 장난을 쳤다.

“미친 놈... 적당히 입고만 와...  새낀 우리가 뭐 달나라 사는 줄 아나...”


민형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가자. 똥 싸는 줄 알겠다.”


수현이 피식 웃으며 먼저 화장실을 나갔다.


“아, 더러운 새끼...”


민형이 인상을 쓰며 뒤따라나왔다.

*

금요일은 연희의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다행히 일찍 촬영이 시작되었기에 악하락하에서 제일 중요한 2부부터는 들어갈 수 있었다.


“음, 센스가 확실히 좋다.”

오랜만에 나타난 사장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쵸?”

수현이 뿌듯하게 말하자 사장이 어지간하다는 듯이 픽 웃었다.


“내가 말한 게 무슨 센스인지는 알고?”


“뭐든...”

“너도 대단하다...”


사장이 닭살이라는 듯, 또 반쯤은 연희가 부럽다는 뜻으로 말했다.


“포즈도 잘 살리고... 아까 코디 바꿔보자는 것도 눈썰미 좋더라.”


사장이 가볍게 연희를 칭찬했다.

“커피 좀 사올까요?”


수현이 기분 좋게 말하자 사장이 가볍게 웃었다.

“수현이가 커피 쏜다는데, 마실 사람?”

사장이 냉큼 말했다.


깔끔하게 촬영이 끝나고, 수현과 연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나씩 들고 학교로 향했다.


“음, 애들도 자리 맡아두고 놀다가 이제 들어간대!”


연희가 싱글거리며 수현에게 말했다.

“하여튼 대단해...어제 그렇게 먹고... 내 생각에는 걔들 학교에서 잤을 수도 있어.”


수현의 말에 연희가 웃으며 동의했다.

“아직 시간 좀 있으니까 우리도 뭐 간단히 먹고 들어가자.”

“응. 좋아!”

둘은 신촌에 도착해 근처의 패스트푸드점으로 들어갔다. 이미 온 사방에 파란 물결이 출렁이고 있었다.


“음, 진짜 뭔가 애교심이 샘솟는다.”


연희가 햄버거를 들고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난 김연희가 있어서 애교심이 생기는데.”

수현의 기습적인 말에 연희가 햄버거를 물기 직전 웃음을 터뜨렸다.


“아, 정말! 밥 먹는데 웃기지 마!”


연희가 수현을 툭치며 말했다.둘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키득거리고는 식사를 시작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친 둘은 북적거리는 거리를 걸어 학교로 향했다. 파란 물결이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근데 보니까 우리가 제일이다.”


이번엔 연희가 뜬금없이 말했다. 수현이 이번에는 그 기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젠 아주 뻔뻔한 말도 잘해. 우리 부끄럼 많던 연희는 어디 갔나...”

“걘 남자친구 때문에 없어졌어.”


연희가 수현에게 바짝 붙으며 말했다.

“음, 좀 슬픈데... 놀려주는 맛이 있었는데...”

수현이 짓궂게 말하자 연희가 그의 옆구리를  찔러왔다.


둘은 그런 대화를 나누며 학교로 들어갔다.


“잠시만요!”

누군가가 수현과 연희를 보며 외쳤다.

“저희요?”
“네! 기자단에서 악하락하 패션왕 뽑는 중인데,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사진을 들고 있는 사람이 냉큼 그들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수현이 연희를 보자 연희가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뭐... 이대로 찍으면 되나요?”

“아, 이쪽으로!”

기자단 인원들이 둘을 학교 마크가 찍혀있는  앞에 세웠다.


“촬영 화장 그대로 와서 다행이다.”


연희가 작게 속삭였다.

“나도 해달라고  걸...”


수현이 말하자 연희가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포즈 잡아주세요!”

연희가 제법 능숙하게 수현을 잡으며 포즈를 취했다.


“남자 분만  자연스럽게!”

사진기를 든 사람이 짓궂게 말했다. 괜히 긴장한 수현이 작게 헛기침을 했다. 연희가 피식 웃었다.

“자연스럽게! 이렇게 해봐!”


연희가 후배를 가르치듯 수현의 포즈를 수정해주었다.


“이제 나름 경력직이다 이거지?”

수현이 민망함에 괜히 툴툴거렸다.


“선배님 해봐.”

연희가 씩 웃으며 말하고는 다시 자신의 포즈를 취했다. 사진기자가 엄지를 치켜들고는 사진을 찍었다.

“잘 나왔어요!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수현과 연희는 기자단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공연장으로 향했다. 인파가 바글바글했다.

“여기!”

수현과 연희가 경영학과 자리 쪽을 둘러보고 있을 때, 병훈이 그들을 발견하고 크게 손을 흔들었다.


“저기다! 가자.”


수현이 연희의 손을 이끌었다.

“오, 잘 어울리는데? 아까 기자단이 사진도 찍어갔다며?”

소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게 벌써 여기까지 들리냐?”
수현이 대단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우리 학과 인원 모르니? 여기저기 너희 감시하는 눈이 많다. 행동 조심해...”


소영이 킬킬거리며 수현과 연희 몫의 자리에 있던 옷을 치웠다.


“우리가 연예인이냐?”


“비슷하지. 팬클럽도 만들어 볼까?”

진저리치는 수현의 말에 소영이 말했다. 나머지가 수현과 연희를 놀리듯 웃었다.


“이제 시작이지?”

연희가 화제를 돌릴 겸 말했다.

“응. 맞춰서 잘 왔어.”


소영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때에 맞춰 2부의 시작을 알리는 멘트가 나왔다. 함성이 이어졌다. 수현과 연희도 그 함성의 일원이 되었다.


악하락하는 말그대로 학교 뽕을 심어주는 행사 그 자체였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응원가를 외치고 즐기면서, 새내기들은 학교에 대한 애교심이 무럭무럭 피어나는 것을 느꼈다.


학생들은 젊은 만큼 열심히 소리를 질러가며 행사를 즐겼고,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행사가 끝난 이후에 학교 앞의 술집으로 이어졌다. 파란 물결이 신촌을 뒤덮으며 술이 술을 부르는 또  번의 장관이 연출되었다.

그리고 수현과 연희 또한 그 인파의 일원이 되어 음주가무를 즐겼다.

"이제 갈까?"

수현의 응큼한 말투에 연희가 슬쩍 그를 밀어냈다. 수현이 씩 웃고는 연희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저희,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잘가라! 다음에 또 마시자!"


얼큰하게 취한 선배들의 유쾌한 배웅이 있었다.


둘은 술집을 나와 여전히 사람들이 많은 신촌을 탓하며 바짝 붙어 걸었다. 그들의 걸음은 대로쪽이 아닌 커플 버뮤다 삼각지대로 향했다. 자연스러운 발걸음이었다. 둘의 눈이 마주치고 응큼한 시선과 미소가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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