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8화 〉68 (68/94)



〈 68화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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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해진 날씨에 학교 축제날이 밝았다. 백야로의 양쪽으로 천막이 줄지어 서고, 다양한 행사가 시작되었다.


수현은 매우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목요일에 있을 stx 풋옵션 만기를 앞두고 확인한 2일 간의 평균 종가가 18,400원이었다.

현재까지 행사가와 평균 종가의 가격 차이는 1,750원. 전환비율을 곱하면, 옵션 한 개당 350원의 이익이었다. 현재까지 약23배.

3일 종가 평균과 행사가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이니... 내일 대단한 일이 없다면 20배 이상을 먹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1천 50만 원이 2억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된다... 수현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수현과 연희는 시끌벅적한 길을 걸으며 양쪽을 살폈다.

“자기가 과외 날짜 바꿔서 진짜 좋다!”

연희가 수현의 손을 잡고 신나게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수현이 뿌듯한 웃음으로 즐거워하는 연희를 바라보았다.


“좋아?”

“좋아!”

수현은 수요일 과외를 화요일로 변경해서 끝내두어서, 금요일까지의 축제를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연희는 내내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상당히 흡족해했다.

“우리 저기서 사진 찍자!”

연희는 사진부에서 진행하는 곳을 가리키며 웃었다.


“그래. 그러자.”


수현은 뭐든 좋다는 듯이 동의했다.

그들은 간단한 간식을 사먹기도 하고,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하며 거리를 돌다가 복싱부의 이벤트 천막으로 향했다.


“형, 그거 진짜 하려구요?”


석경이 간판을 들어올리자, 수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번에도 제목이 자극적이었다.


-스트레스만 풀고 가세요! 1분동안 인간 샌드백 치기!-

“왜, 너 같은 놈이 또 있을까봐?”


부회장인 혜정이 킬킬거리며 말했다.

“아니, 이건 아예 맞기만 하는 거 잖아요.”

수현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걱정 마라~. 옆의 누구께서 도끼눈을 뜨고 있어서 넌  시킨다.  얼굴 마담은 앉아서 돈만 받아주십셔.”


혜정이 연희를 가리키며 말했다. 연희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부정은 하지 않았다.

“저희 저녁에는 이틀 내내 과 주점 가야 해요...”

수현이 자리를 정리하며 말했다.


“알아. 우리도 이거 오래 안 해. 나도 경영대생인데, 경영대랑 척지고 싶지 않습니다~.”

혜정이  걸 다 걱정한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혜정아.  헤드기어 좀.”

석경이 마우스피스를 물고 약간 어정쩡한 발음으로 말했다.

“형, 파이팅이에요.”


수현과 연희가 계산하고, 몇몇 헌내기들의 인간샌드백이 한동안 진행되었다.


“으아... 힘들다...”


열심히 맞고 뒤로 빠진 헌내기 부원 하나가 물을 들이키며 말했다.


“보는 건 재미있었어요.”


수현이 킬킬거리며 말하자, 부원이 잽을 날리는 척 하며 웃었다.


“너희 이제 슬슬 가봐야겠다? 일일주점에서 매출 역대 최고 찍었다며?”


헌내기 부원은 자리에 털썩 앉으며 물었다.

“네. 이제 가야죠.”


“대단하다. 오늘도 장난 아니겠는데?”

“놀러오세요. 얼굴마담 권한으로 안주 빼드릴게요.”


수현이 뒷정리를 시작하며 말했다. 연희와 부원 몇 명이 크게 웃었다.

“하긴 누가 돈 벌어다 주는데!”

“그럼 가보겠습니다. 있다 놀러오세요!”

“오냐~. 가라! 기대한다!”


수현과 연희는 다른 부원들에게도 인사를 건네고 경영대 무적1반의 천막으로 향했다. 슬슬 저녁이 되어가자, 주점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자기, 오늘 기분 되게 좋아 보인다.”

연희가 길을 걸으며 말했다. 약간 의아하다는 느낌도 있었다.

“응? 그래 보여?”


“응. 축제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네.”

연희의 말에 수현이 씩 웃었다.


“누가 좋아하니까 덩달아 좋은 거지.”


“참내. 말은 청산유수야.”

연희가 피식 웃으면서도 가볍게 수현에게 팔짱을 꼈다. 즐거운 얼굴이었다.

둘이 천막에 들어가자, 이미 준비는 시작되고 있었다. 병훈과 강민이 춤이라도 추듯 술을 나르고 있었다. 이미 몇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오! 딱 맞게 왔구나!”


회장과 부회장이 그들을 반기며 말했다.

“근데, 이 컨셉 진짜 하는 거예요?”


수현이 병훈과 강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연하지! 난 4월 1일에 너희 교복입은  보고 이미 결정했었어! 애들 다 입고 온 거 안 보이니? 너희도 빨리 갈아입고 와.”

회장인 미현이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수현과 연희는 하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근처 화장실로 가서 교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진짜...  볼 줄은 몰랐네?”

연희가 수현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

“그러게... 교복 입고 술을 팔 줄이야... 이거 신문에 나는  아닌가?”

“뭐, 선배들이 강제로 시켰다고 하자.”

연희가 앙큼하게 웃으며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네. 그래도 또 오랜만에 보니까 좋네... 오늘도?”


수현이 연희의 귓가에 뒷말을 나직하게 속삭였다.

“하여튼 변태...”

연희가 얼굴을 붉혔다.

“좋으면서.”

수현의 말에 연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이 크게 웃으며 연희를 안았다. 그들이 천막에 다가가자, 미현과 정훈이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좋아! 오늘 돈이 눈에 보인다!”

미현이야말로 경영학과가 가장 잘 맞는 사람이었다.


해가 저물어 가면서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컨셉에 맞게 ‘음주학교’라고 이름 지은 무적1반의 주점은 사람들로 꽉 들어차기 시작했다.


“여기 1교시 세트요!”

세트메뉴 이름은 저랬다. 게다가 쉬는 시간이라고, 1시간 마다 10분씩 다른 테이블에 싼 가격으로 술 보낼 수 있는 이벤트도 있었다. 일종의 헌팅 술집이었다.

경영학 마인드가 되어있는 회장과 부회장이었다.

그렇게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었을 때였다.

“오우...야. 야.”

병훈이 곁에 있던 수현을 툭툭쳤다.


“왜? 뭔...”

수현은 바쁜데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병훈이 보는 쪽을 보고는, 자리에 멈춰서 표정을 구겼다.


“존예... 너 아는 사이냐?”

여자는 수현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병훈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하, 전에 말한 적 있잖아. 과외집 언니...”


수현이 짜증이 섞인 얼굴로 말했다.


“헐, 미친!”

병훈이 여러 가지 의미로 욕을 내뱉으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야... 김연희 어디 갔냐?”

“화장실...”

수현이 골치 아픈 얼굴로 말했다.


“안녕? 표정이 왜 그래?”

“아, 이 친구야? 안녕!”

소향과 그녀의 친구로 보이는 여자가 수현에게 다가와 살가운 척을 했다.

“... 여긴 어떻게 왔어요?”


“대학 축제는 뭐 대학생들만 오나? 인터넷만 봐도 다 나오던데?”


“그 날 충분히 전달 된 거 아니었어요?”


“너 혼자 말하고, 엄마한테 통보한 날? 난 당하기만 했지. 내 얼굴은 제대로 보지도 않고.”

소향이 가볍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선이 이쪽으로 쏠려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손님인데? 자리 안내 좀. 쫓겨날 이유는 없잖아?”


소향과 수현의 눈이 강하게 마주쳤다. 둘의 기세가 흉흉해졌다.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병훈이 얼른 끼어들어 두 여자를 안내했다. 소향의 친구는 흥미롭다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두여자는 병훈을 따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별  없이 자리에 앉았다. 수현이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야...”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수현은 속으로 욕을 한사발 내뱉었다. 아무래도 방금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듣고 오는 길인 듯 했다.

“응...”

“저 여자야?”


한기가 도는 말투와 눈빛이 꽤나 매서웠다. 아름다운 여자들 특유의 무표정한 냉랭함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이었다.

수현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연희의 표정이 더 안 좋아졌다.

그때였다.

“아이씨...  인간은 또 왜 와?”


수현과 연희의 곁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병훈이 미치겠다는 얼굴로 내뱉듯 말했다. 수현과 연희도 힐끗 병훈의 시선을 따랐다가 표정이 더 굳었다.


방이현은 냉랭한 분위기의 둘을 보며 가볍게 아는 척을 했다. 약간 비릿한 웃음이 수현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방이현을 알아본 반 회장과 부회장의 얼굴 또한 동시에 굳었다.

“오랜만이네.  다? 저번엔 내가 미안했다.”

전혀 미안하지 않은 말투로 방이현은 둘을 살피며 웃었다.

“안 좋은 일 있어? 둘 다 표정이  아니네?”


방이현은 둘을 보며 즐겁게 말했다. 수현의 표정이  굳었다.


“선배님. 이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반 회장인 미현이 나타나 방이현에게 얼른 말했다.


“그래. 뭐... 조금 있다가  잔 하자?”

방이현은 연희를 보며 말하고는 돌아서 미현을 따라갔다. 이 장면을 소향이 흥미진진하게 바라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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