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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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은 과외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카페에 도착해 STX 주가를 확인하고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시 조금씩 오르던 주가는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는 자신이 대충 그려본 STX주가의 선형 그래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쌤!”
소현이 작은 미소로 수현을 부르며 다가왔다. 소향 문제로 결국 그들은 밖에서 과외를 하기로 했다. 소현이 아주 적극적이었다.
소현은 한 방 먹은 얼굴을 한 소향을 떠올리며 작게 웃었다. 게다가... 이건 약간 데이트 분위기도 나고.
“어... 일찍 왔구나.”
수현이 잠시 놀라 시간을 확인하며 물었다.
“아... 네. 하시던 거 있으면 마저 하셔도 돼요!”
소현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음, 그럼 잠깐만...”
수현은 마저 기아차 주식을 확인하고 노트북을 정리했다.
“방금 그건 뭐예요? 주식?”
소현이 신기한듯 물었다.
“응. 소소하게 하고 있어.”
수현이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소현이 감탄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대단해요.”
“그렇게 많은 건 아니고...”
수현이 책을 펼치며 말했다.
“음, 조금 이르지만, 바로 시작할까?”
“아, 저 음료 좀 마시고 시작하면 안 될까요?”
소현이 커피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아, 그래. 요즘 피곤하지?”
수현이 고개를 끄덕이고 가볍게 물었다.
“네... 약간... 중간고사랑 겹치니까... 그래도 이번엔 좀 자신 있어요!”
“너무 부담 갖지는 말고. 모의고사 보던 것처럼 하자.”
“네. 쌤은 시험끝나서 부러워요.”
소현이 작게 응석부리듯 말했다.
“놀다보니까 벼락치기 힘들더라.”
수현의 말에 소현이 작게 웃었다.
“끝나고 뭐하셨어요? 막 술 마시고 스트레스 풀고 그래요?”
소현이 대학생활의 궁금함과 수현에 대한 궁금함으로 물었다.
“음, 그러는 애들도 있고...”
수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쌤은요?”
소현이 얼른 되물었다.
“난 여자친구랑 놀이동산 갔다 왔어.”
“아... 부럽다...”
소현이 탄식하듯 말했다.
“놀이동산 좋아해?”
“네? 네....”
“대학가서 자주 가면 되겠다. 수업 시작할까?”
“네...”
소현이 작게 커피를 빨아들이고 말했다.
수현은 다음날 있을 시험에 대한 정리 위주로 과외를 진행했다. 소현은 수업을 잘 따라왔다. 정말 이대로라면 2등급 안정권은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많이 늘었다. 이번 시험도 긴장만 하지 않으면 되겠어.”
수현이 마무리를 하며 밝게 말했다.
“네! 대박 점수 받아와서 쌤 월급 늘려드릴게요!”
소현의 말에 수현이 크게 웃어버렸다.
“그래. 고맙다. 내 생각도 다 해주고... 내 후배 되면 좋겠네.”
수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넵! 열심히 하겠습니다!”
소현이 희망차게 말했다. 둘은 뒷정리를 하고 일어나 카페를 나왔다.
수현은 소현을 집까지 데려다주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둘은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길을 걸었다.
소현은 심장이 쿵쿵 뛰는 통에 사실 무슨 이야기를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카페 데이트 후에 집을 데려다주는 상상으로 현실이 바뀌어있었기 때문이다.
“잘 들어가고. 푹 자.”
수현이 소현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네. 안녕히 가세요.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현이 붉어진 얼굴을 어둠으로 최대한 가리며 고개를숙였다.
“그래. 내일 시험 잘 봐. 들어가서 공부할 거면 가볍게만 하고.”
“네!”
수현은 소현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등을 돌렸다. 다행히 소향이 기다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수현은 작게 한숨을 쉬며 집으로 향했다.
*
토요일은 무적1반이 기대하던 일일호프가 있는 날이었다. 쇼핑몰로 유명해지고, 학교로 다시 유명해진 연희를 무상으로 알바 시킬 수 있는 이 기회를 임원진들은 놓치지 않았다.
“황수현, 김연희. 둘은 홀만 봐. 다른 건 아무것도 안 해도 돼. 알았지?”
회장과 부회장이 당부하듯 말했다.
“형, 너무 편애하면 저희 욕 먹어요!”
“맞아요, 언니!”
수현과 연희가 항의하듯 말했다.
“편애? 얘들아! 수익 내서 술 빨래? 쟤들 요리시키고 실망한 고객들 항의 들을래?”
반 회장인 미현이 외쳤다.
“술을 주십셔!”
병훈이 소리질렀다.
“술!”
다른 곳에서도 말이 터져나왔다.
“그리고...우리 파이터 수현이한테 누가? 소드마스터 빼곤 적수가 없는데?”
반 부회장인 정훈이 킬킬거리며 말했다.
“아, 형!”
수현과 민형이 얼굴을 붉히며 동시에 외쳤다.
“아, 민심도 이런데, 뒤로 빼지 말라고!”
강민이 수현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아 씨... 부담스러운데...”
수현이 떫은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손님 많이 온다... 아, 양주가 눈앞에 보인다.”
병훈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어제도 마셨다고 하지 않았냐?”
수현이 질린다는 듯이 말했다.
“어제 먹은 건 이미 해결이 됐지.”
병훈이 배를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미친놈... 넌 중독이야.”
수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자, 오픈 준비마저 끝내고 열자!”
미현이 가볍게 손뼉을 마주치며 말했다.
수현과 강민, 민형, 병훈은 화장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야, 근데 언제부터 사귄 거냐?”
강민이 민형을 툭치며 물었다.
“넌 어제일 기억에 없지?”
민형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닌데? 수현이 궁금할까 봐 물어본 건데?”
강민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엠티 날 고백했어.”
민형이 얼굴을 붉히고 약간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야... 사귈 놈들은 그 난장판에도 사귀는구나...”
강민이 한탄하듯 말했다.
“어제랑 똑같은 소리하고 있네.”
민형이 인상을 쓰며 말하자 다들 웃어버렸다.
“그래서 그날 나한테 진지 빨면서 그거 물었네.”
수현이 시치미를 뚝 떼고 이제 안 것처럼 말했다.
“야!”
민형이 배신감이 든 얼굴로 다급하게외쳤다.
“뭐? 뭐 물어봄?”
병훈이 얼른 물어왔다.
“아니... 고백법을 묻더라고.”
수현이 지어내며 말했다.
“내가 언제!”
민형이 새빨개진 얼굴로 방방 뛰며 말했다.
“아, 그래서? 네 방식 알려줌? 뭔데?”
강민이 얼른 물어왔다.
“연락하는 여자도 없는 놈들한테는 안 알려주지.”
수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있다고!”
“어제 술 먹고 전화 한 이후로 연락 없다는 그 애?”
수현이 킬킬거리며 말하자, 다들 웃었다.
“아, 잔다고 했어. 있다 올 걸?”
“아직 자겠냐?”
또 다시 두들겨맞는 건 강민이었다.
“나가자. 여자들보다 늦게 나가겠다.”
“예압.”
“아, 온다고!”
다들 강민의 절규 같은 말을 무시하며 밖으로 나섰다.
오픈 하자마자, 꽤나 금방 가득 가득 들어차는 사람들에 수현은 당황한 얼굴을 했다.
“아... 내 친구들 못 들어올 수도 있겠는데...”
누군가 탄식하듯 말할 정도의 속도였다.
“여기요!”
홀을 보는 사람들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다들 연희를 보면서 한 마디씩 수근 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 다음은 수현 쪽으로 옮겨지는 시선들.
수현은 약간의 불편을 느끼면서도 웃는 얼굴로 주문을 받아들기 시작했다. 연희 또한 어색하게 주문 받기를 시작했다.
주문은 쌓여가고, 사람들은 가득 들어차서 꽤나 큰 호프집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여기저기서 게임하는 소리, 옆 테이블에 다가가 벌주를 마시는 소리 같은 것들로 가득했다.
시간이 갈수록, 처음 입장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수현과 연희에게 계속 관심을 두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무적 1반 아이들도 일을 하다가, 친구가 오면 자리에 앉아 한 잔 씩 걸쳤기에, 술집 안에서 취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 당차게 인사드립니다!”
어디선가는 벌주를 마시러 가서 열심히 에프엠을 외치고 있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들로 다들 기합을 넣어주는 것이 웃겼다.
“연희야.”
수현이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다가 슬쩍 연희를 끌었다. 연희도 주변 눈치를 살짝 보고는 얼른 수현의 손을 잡았다.
둘은 잠시 주방 뒤로 나와 옆쪽 계단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연희가 살포시 수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힘들어?”
수현이 가볍게 연희를 끌어 안아주며 물었다.
“음, 좀 그렇긴 하네... 재미는 있었는데...”
연희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내 친구들은 어땠어?”
수현이 작게 웃으며 물었다.
“딱 자기 친구들 같았어.”
연희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그건 좋은 뜻이겠죠?”
수현이 연희의 어깨를 좀 더 단단히 끌어당기며 볼에 입을 맞췄다.
“당연하지!”
연희가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둘은 눈을 맞추고 웃었다.
“음-.”
맞춘 둘의 눈이 거의 동시에 감기고, 둘의 입술이 맞닿았다. 약간은 진한 입맞춤이 이어졌다.
물기어린 소리가 계단을 작게 울렸다. 작은 달빛만이 그들을 보고 있었다.
“흐음-.”
둘의 입술이 떨어지고, 천천히 눈이 떠졌다. 촉촉해진 서로의 입술을 보며 둘은 다시 한 번 입술을 맞췄다. 둘은 잠시 서로를 끌어안았다.
“... 내 친구들 곧 올 텐데...”
잠시 수현의 온기를 느끼던 연희가 아쉬움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응... 조금만.”
수현이 연희를 토닥이며 속삭였다.
끼익-.
그 순간 작게 문이 열렸다. 수현과 연희가 얼른 몸을 떨어뜨렸다.
“아...”
민형과 소영 커플이 그들을 보며 얼굴을 붉혔다.
“크흠...생각하는 게 다 똑같네...”
수현이 민망하게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어디 갔나 했더니...”
민형이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
“교대하는 걸로 하자. 우리 못 본 거다?”
수현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연희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말했다.
“...그래.”
민형도 민망하게 말하며 문에서 비켰다.소영도 드물게 그 하이텐션을 잃고 고개를 푹 숙였다.
두 커플은 바톤터치라도 하듯 문고리를 주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