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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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화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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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은 첫 동아리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수현과 연희는 병훈, 민형, 강민, 소영과 함께 모여 운동 장소로 향했다.
“와, 뭔가 기대된다!”
연희가 수현의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와, 수현이 오늘 또 뭐 보여주나?”
소영이가 어색한 복싱 포즈를 잡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냥 운이 좋았던 거라니까.”
수현이 웃으며 말했다.
“야, 그 복싱은 처음엔 막 줄넘기만시킨다던데 진짜냐?”
강민이 수현을 향해 물었다.
“그건 옛날 방식이고, 우린 취미반인데 그렇진 않을 걸? 몸풀기용으로 줄넘기 많이 하긴 하지.”
수현은 걸어가는 길에 그들의 그런 질문들에 가볍게 대답해주었다.
“근데, 나 이거 하는 거 알면, 우리 아빠 좀 삐치겠다.”
연희가 잠깐 생각하다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응? 아... 좀 서운하실 수도 있겠네...”
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왜?”
소영이가 물었다.
“아, 내가 말 안 했나? 우리 아빠도 동생도, 유도선수거든. 나 어릴 때 막 가르치려고 하셨는데, 내가 잘 안 갔어.”
연희가 소영에게 설명하자, 소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아빠는 싫고, 남친은 좋고?”
강민이 킬킬거리며 말했다.
“아니! 그런 건 아니구!”
연희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우리연희가 무방비한 것도 이해가 되네. 너무 주변에 벽들이 단단했어.”
소영이가 연희를 콕콕 찌르며 말했다.
“지금 벽이 그래서 고생중이다.”
수현이 작게 한숨을 쉬며 말하자, 다들 웃어버렸다. 연희만 약간 울상이 되어 수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럼 아버지가 동생 가르치시는 거야?”
병훈이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완전히는 아니고. 사촌 오빠들 중에도 유도 선수 있는데, 나만 복싱 배우네.”
연희가 좀 웃기게 되었다는 듯이 웃었다.
“야, 이거 수현이 장인어른한테 감점요인 아니냐?”
민형이 약간 고소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럴 듯. 나였으면 엎어치기 세 번은 할 것 같은데?”
병훈도 동조했다.
“끔찍한 이야기하지마라...”
수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다들 깔깔 댔다.
말하는 사이 도착한 건물로 그들은 오르기 시작했다.
복싱장 안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수현 일행이 들어오자 그들의 눈이 그대로 박혔다. 그리고 시선은 떨어지지 않았다.
“어! 왔구나!”
복싱부회장인 혜정이 그들을 향해 반갑게 손을 들어보였다.
“안녕하세요.”
수현 일행이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응! 다들 운동복은 저기 있거든? 안 가져왔으면 저기서 가져오면 돼.”
혜정이 구석의 의류를 가리키며 말했다.
“넵!”
병훈과 강민이 옷을 가지러 갔다.
“너희는 가져왔어?”
“네.”
넷이 말하자 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리고 수현이는 나와서 잠깐 나 좀 따로 보자.”
혜정이 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수현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탈의실에서 환복을 마치고 수현과 병훈, 강민, 민형이 나왔다.
“몸이나 좀 풀고 있어. 난잠깐 부회장누나 보고 올게.”
수현이 그들에게 말하고 혜정을 향해 걸어갔다.
“아, 나왔구나!”
혜정이 그를 확인하고는 얼른 다가왔다.
“네. 근데 저는 왜?”
수현이 약간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아, 별건 아니고... 진짜 어느 정도 실력인지 궁금해서... 우리가 보면 알겠지만, 이번 신입회원이 많잖아. 자세 잡는 거 확인해주고 해야 하는데, 원래 인원이 부족하니까, 너한테 도움을 좀 받을 수 있을까 해서.”
혜정이 똑부러지게 말했다.
“아... 음, 샌드백이라도 좀 칠까요? 아니면... 메스라던지 가벼운 스파링이라던지...”
수현이 딱 말하기 어려워서 애매하게 말했다.
“아, 그럼... 혹시 마우스피스랑 핸드랩 가져왔어?”
혜정이 물었다.
“네. 혹시 몰라서 챙겼어요.”
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산에 헤비백이 있어서 칠 겸 핸드랩과 가벼운 백글러브를 사는 김에 마우스피스도 사두었었다.
“음, 그럼 강도 약하게 우리 부원이랑 스파링 좀 해볼 수 있을까? 그게 제일 실력 제대로 알 수 있으니까.”
혜정이 말했다.
“네, 좋아요. 몸 풀고, 시작 전에 가볍게 이벤트 느낌으로 해도 좋겠네요.”
수현이 말하자, 혜정이 고맙다는 듯이 엄지를 치켜 올렸다. 수현은 핸드랩과 마우스피스를 가지고 나와 준비해두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상대를 할 사람이 정해졌는지 그쪽에서도 준비를 하는 것이 보였다. 둘은 눈을 마주치고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응? 운동 벌써 시작 했어?”
여자 탈의실에서 나온 연희가 수현에게 다가와 물었다. 수현은 몸을 풀며 연희에게 혜정과 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 저번처럼 많이 맞으면 나한테도 맞을 줄 알아?”
연희가 수현을 작게 흘기며 말했다.
“오늘은 진짜 제대로 보여줄게.”
수현이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15분 가량 몸을 푼 수현과 상대는 링에 오를 준비를 했다. 그 사이 온 석경이 심판을 볼 준비를 하고 나왔다.
“자, 예정에는 없던 일이지만, 저희 부원과 최근 유명인사가 된 신입회원의 가벼운 시범경기를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괜찮겠죠?”
석경이 사람들에게 말하자, 사람들이 작게 환호를 했다. 소문만 무성한 루키의 경기 아닌가, 싫어할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자, 이번 라운드 까지만 쉬고, 쉬는 시간 끝나면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석경이 가볍게 손뼉을 치며 말했다. 수현과 상대방은 양 쪽 끝에서 가볍게 마지막으로 몸을 풀었다.
땡!
쉬는 시간 공이 울리자, 석경이 둘을 불렀다.
“2라운드만 할 거고. 풀스파링은 아니고, 한 70정도로만 하는 걸로 하고. 심하게 하면 말릴 겁니다.”
석경이 주의사항을 말해주고는 그들을 양 사이드로 보냈다.
다시 한 번 공이 울리고, 둘이 가볍게 글러브를 맞대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수현은 긴장한 상대를 보고 먼저 날카로운 잽을 던졌다. 상대가뒤로 피하는 것을 보고 수현은 어그래스브하게 들어가 더블 잽을 날렸다. 상대의 얼굴이 살짝 들렸다.
수현은 가볍게 몸을 양쪽으로 흔들었다. 상대가 조금 당황한 듯 잽을 날려오자 수현이 몸을 뒤로 살짝 피하며 뒷손 스트레이트를 내었다. 기본적인 슥빡이 안면에 강타했다. 힘이 강하게 실리지 않았지만, 충분한 충격이었다. 상대는 휘청이며 피했다.
수현은 천천히 상대를 몰아갔다. 몇 번의 자잘한 주먹은 허용했지만, 큰 것들은 대부분은 흘려 내거나 피하면서, 상대를 몰아넣고 바디부터 훅까지 두들기는 것을 몇 차례 성공했다.
그렇게 수현 쪽이 유리한 2라운드가 모두 끝나자 박수가 나왔다. 수현과 상대방은 서로를 안아주고는 링에서 내려왔다.
“와, 완전 운은 아니었네. 실력 좋은데? 일부러 그땐 더 못하는 척 했구나?”
석경이 수현에게 말했다.
“그러게... 오빠 보다 잘 할지도 모르겠는데?”
혜정이 석경에게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여튼, 수고했어. 정수도 수고했다!”
석경이 수현과 상대에게 말했다.
“와, 진짜 잘하네요. 그리고 마주보면 뭔가 포스가 있어요... 대단한데요?”
정수라고 불린 상대는 수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주며 말했다. 수현은 이유를 알았지만, 겸손을 떨었다.
“이야, 황수현... 이제 못 놀리겠는데.”
병훈이 그를 보며 말했다.
“소마 김민형 아니면 상대하기 어렵겠어.”
강민이 말했다. 나머지들이 킬킬거렸다.
“어때? 오늘은 괜찮았지?”
수현이 헤드기어를 벗고 연희를 보며 씩 웃어보였다.
“응... 완전 멋졌어.”
연희는 약간 정말 반한 듯이 말했다. 링위의 그는 전혀 폭력적인 느낌이 아니었다. 날카롭고 강인해 보이는 모습은 말 그대로 남성미가 넘쳤다.
“...이번엔 인정...”
민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내가 둘이 잘 엮었다니까? 아 뿌듯해.”
소영이 당당하게 말했고, 수현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첫 이벤트 경기는 꽤나 괜찮은 반응을 얻으며 신입회원들을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첫 시간은 적당히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사람들은 꽤 열심히 첫 시간을 보냈다.
연희는 생각보다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었고, 강민이 의외로 운동신경이 떨어졌다.
“자기야, 이렇게?”
연희가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응. 앞발을 살짝만 안쪽을 향하게. 그렇지. 그대로 통통. 그렇지!”
그리고 연희의 유리한 점은 좋은 선생님이 아주 친절하게 온몸을 터치하며 쉽게 교정해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환영회가 준비 되어 있으니까 다들 거기로 가죠!”
석경이 시간을 보고는 손뼉을 치며 외쳤다. 사람들이 개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순차적으로 샤워를 해야 했기에, 선발대와 후발대가 나뉘어 가기로 했다.
수현 일행은 선발대에 끼어서 이동했다. 선발대는 대다수가 선배들이었는데, 준비를 위해서 였다. 수현 일행은 눈치껏 선배들의 준비를 도왔다. 의외로 1학년들은 잘 몰라서, 멀뚱히 앉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점수를 따 두는 것이 좋았다.
후발대 까지 도착을 하자 본격적인 인사와 함께 자기소개와 술파티가 시작되었다. 다들 운동 후의 시원한 생맥주를 들이키며 시작된 파티를 즐겼다.
“자, 테이블 섞자! 아, 쟤들은 세트로 보내라!”
혜정이 수현과 연희를 가리키며 말했다. 붉어진 둘의 얼굴 덕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까, 멋있었다?”
그들의 테이블에 앉은 혜정이 수현의 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아, 작업 거는 거 아냐. 순수하게. 운동인으로서.”
혜정이 얼른 덧붙였다.
“누나, 아무도 그렇게 안 봐요. 옆을 좀 봐~.”
혜정의 옆자리에 앉은 정수가 말했다. 그는 혜정에게 몇 대의주먹을 허용했다. 수현과 연희가 순수하게 웃었다.
“아니, 근데 진짜... 링에서 포스가 있긴 했어. 솔직히 나 좀 쫄았다니까?”
정수가 혜정의 말을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초반에 조금 당황하신 것 같기에, 지금 밀어붙여야 안 당하겠다 싶어서 그냥 밀어붙였더니 잘 된 것 같습니다.”
수현이 정중하게 말했다.
“음, 그렇긴 했지. 난 바로 그렇게 어그래시브하게 나올 줄은 몰랐거든...”
정수가 인정하며 말했다. 그들은 이런저런 운동 이야기를 했다.
“아, 너무 연희가 흥미 없을 얘기만 했나...”
혜정이 아차 싶은 얼굴로 말했다.
“아니에요. 저 운동 이야기 좋아해요. 그리고... 남자친구 칭찬해주시는 이야기라... 기분 좋은데요?”
연희는 맑게 웃으며 말했다. 수정과 혜정이 부러움과 약간의 닭살 그리고 풋풋하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수현아... 여친 진짜 잘 사귀었다. 부럽다.”
혜정이 말했다. 수현과 연희가 부끄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술자리는 그러고도 몇 번을 돌았다. 사람들이 줄어들 때 쯤, 수현은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열심히 생맥주 통을 굴리는 석경을 보고 그를 도왔다.
“괜찮아. 가서 먹어.”
석경이 말했다.
“회장님이 이러고 계신 걸 봤는데 모른 척 하긴 좀 그렇잖아요.”
수현이 웃으며 말했다.
“회장님은 무슨... 형이라고 해. 혜정이도 경기 일으키지 않아?”
석경이 소름 돋는다는 듯이 말했다.
“네, 형. 혜정 누나도 부회장 싫대요.”
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둘 다 직함 불리는 거 어색해서... 차라리 주장 부주장이 좀 낫더라.”
석경이 통을 구석에 두며 말했다.
“주장형?”
수현이 말했다.
“좀 낫네. 근데 그냥 석경이형이라고 해.”
석경이 피식 웃으며 말하고는 그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너무 마신 것 같으면 슬 나가도 돼. 누가 오늘 워낙 멋진 모습 보여서 연희 건들 사람은 없겠지만, 연희 꽤 마신 것 같더라.”
석경이 테이블로 가며 말했다.
“네... 안 그래도 이제 가자고 하려고 했어요.”
수현이 말하자 석경이 그를 가볍게 툭 치며 웃었다.
수현과 연희는 곧 인사를 하고 호프집을 나왔다. 남은 인원은 대부분 선배였는데, 그들에게 살갑게 인사를 해주었다.
“음, 난 운동부들은 좀 거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되게 깔끔하네.”
연희가 기분 좋게 말했다.
“네가 본 운동부는 전문 운동인들이라 그랬던 거 아닐까?”
수현이 연희의 어깨를 당겨 안으며 말했다.
“음... 그럴 수도 있겠다. 여튼, 오늘 자기 멋진 모습도 보고 좋았어.”
연희가 수현의 옆구리를 파고들며 말했다.
“나 멋있어?”
수현이 물었다.
“세상에서 제일.”
연희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수현이 부끄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연희도 작게 킥킥거리며 웃음지었다.